23. 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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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고차는 짙으면서도 밝은 파란색이었는데 재래가 특히 좋아하는 색이었다.
“연수 네가 앞에 탈 거야?”
“응, 내가 길 알잖아.”
혜옥과 명지, 재래, 상숙, 나교 그리고 혜영과 G는 뒤에 탔다. 앉다 보니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다.
“뭐야 이거 미팅(meeting) 대열이잖아.”
라고 상숙이 말하자 모두 웃었다.
“연수는 길치나 다름없다고 했잖아.”
“내가? 나 그런 소리 한 적 없어.”
“그래? 왜 난 그런 소리를 들은 거 같지?”
혜리는 머리를 긁적였다.
“오빠, 거기...”
“응?”
“운전석 앞에 음료수-과자 담아 놓은 비닐봉지 있거든요. 그거 이리 주세요."
“어디? 이거?”
진영은 운전대를 잡지 않은 오른 손으로 혜옥이 말한 물건을 연수한테 건네주고 연수는 다시 뒤로 넘겨줬다.
“김밥으로 배 채운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먹어?”
“원래 먹는 게 남는 거야.”
혜옥은 일단 맛동산부터 열어제끼고 그 열린 입구를 한 사람 한 사람 빠짐없이 들이밀어주었다. 모두의 분위기를 위해 이렇게 의식적인 활달함을 자청하곤 하는 것이다. 사실 그녀는 늘상 이렇다.
“뭘 초장부터 먹고 난리야?”
라고 말했지만 재래도 양파링을 한 움큼 집어 입 속에 넣었다.
“근데 혜수나 수연이는 안 보이네.”
“두 사람은 후발대로 올 거야.”
유리가 말했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수는 자기 엉덩이와 등받이 아래 길쭉한 홈 사이에 끼인 사각 티슈통을 빼서 전방-유리(windshield) 앞 움직이는 장식물들 사이에 올려놓는다.
“아, 저기 튤립이네?”
“뭐?”
나교의 말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혜영이었다.
“뭐가?”
“어디?”
이어 관심을 보이는 상숙과 혜옥···
“꽃 핀 게 뭐 대단하다고 다들 어? 뭐? 하며 시선을 뺏기고 그러냐?”
“튤립은 좀 흔하게 보기 힘들잖아. 그리고 어떤 집 담벼락인지 모르겠지만 엄청 예쁘게 꾸며놓은 화단이었거든.”
유리가 말했다.
차가 움직인다. 침착한 진영의 성격은 차의 움직임에도 반영 되는 듯 보인다.
“어, 조심!”
세발 자전거를 탄 오누이는 차가 오는데도 비킬 생각을 안 했다.
“척 보고 오누이인줄 어떻게 알아?”
혜리가 말했다.
진영은 크랙션(klaxon)을 누르려다 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소리 질렀다.
“얘들아! 차 지나가니까 비켜~~응?”
쌍방의 배려 내지 양보에 힘입어 재래들을 실은 승합차는 연수 집 앞 골목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아야!”
상숙은 이마를 문지르며 혜옥을 째려본다.
“딱 보면 알지 왜 모르냐? 그리고 차 색깔은 그냥 하얀색 다마스로 할래.”
유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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