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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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놈! 스스로 무덤을 파는구나!”
창을 쥔 복면 관원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것
같았다.
“정반하장도 유부수지, 야 이 새끼야! 네 놈이
지금 하고 있는 짓이 무언 줄도 모르느냐! 네 놈은
지금 아주 개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단다?
반역이란 거, 아느냐?”
박혁로가 따끔하게 호통을 치며 되물었다.
그자가 움찔했으나 곧 박혁로를 향해 싸늘한 코웃음을
날렸다.
“무덤 파놓고서도 큰소리라니... 우습군.”
“그런 말 하는 네 놈이 더 우습다.”
“뭐라고!”
“네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삼대구족을 멸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저승으로 행차한 두 명의 관원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저것들도 복면을 벗겨서 확인하여... 역시!”
“네 놈이 여기서 지금 살아날 수 있다고 여기느냐?”
박혁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큰소리는 치고 있었지만 여기서 살아나갈 자신이
단 티끌만큼도 없었다.
지금 그의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악착같이 밀어붙인다고 해도 겨우 사 오할 정도
사용이 가능했다.
그 정도로는 아마 몇 사람 처치하지도 못하고 그
도중에 저승에 행차하고 말 것이다.
“죽든지 살든지... 뚜껑 뒤집어 보고 이야기 해!”
박혁로는 어차피 여기서 살아가지 못할 바에야 저들
삼인의 무림고수를 공격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여겼다.
최대한의 내공을 모아서 온 몸으로 흘려보내는 순간
바닥을 거세게 찼다.
팡!
등짝이 천장에 부딪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끝까지
차고 올라 마치 대붕처럼 그대로 덮쳐갔다.
“후후, 환장한 놈이로군.”
혈의인이 너무나 어이가 없다는 듯이 비웃었다.
흑의인은 능글맞게 웃고 있었고, 황의인은 아주
흉물스러운 도끼를 들고서 히죽 웃었다.
“이 새끼가 호랑이 간뎅이를 삶아 먹었나!”
그대로 튀어 올라 마주쳐 갔다.
박혁로가 히죽 웃었다.
‘해볼 만한데!’
슉.
그의 손이 마치 감춰진 제 삼의 손처럼 불쑥 나와서
내리쳐오는 도끼 사이를 파고들어 목줄을 거머쥐려고
했다.
도끼는 정수리를 향해 내리쳐오고 있었고 그의
관음조는 그 사이를 파고들어 그자의 목줄을
끊어놓으려고 했다.
이건 마치 서로 죽자고 덤비는 것(치킨 게임)과
흡사했다.
누구도 피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따다다다다당!
“우웃, 이게!”
황의인의 거대한 화강암 같은 도끼가 퉁겨져 올랐고,
결국 피할 수밖에 없어서 박혁로는 허공만
움켜쥐었다.
그때 흑의인이 부르짖었다.
“칠절매화비검술(七絶梅花飛劒術)!”
박혁로도 분명히 보았다.
황의인이 피할 때 그도 뒤로 물러서는 중이었다.
둘 다 엄청난 살기가 느껴졌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사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마도 둘 중 누구 하나는 죽었든지 아니면 둘 다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나 마치 하나의 매화 잎이 회전하며 춤을 추듯이
그렇게 비검은 자루를 축으로 하여 둘 사이에서
빙글빙글 돌았던 것이다.
그 힘으로 무서운 도끼날을 가볍게 퉁겨내었고,
박혁로를 물러서게 만들었다.
혈의인이 빙그레 웃었다.
“칠절매화검법을 비검술로 보다니 이것 참, 영광이오,
매화신검자(梅花神劒子) 손대협!”
‘손관(孫冠)?’
화산파 출신이며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 중
한 사람이었다.
소문으로는 하북성 십대고수 중 일, 이 위는 실상
천하무림에서도 이십 위 안에 든다고 그 화려한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데 무림인이 왜 관원을 살려준 것인가?
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은 따로 있었다.
‘아니 화산파에 칠절매화검법이란 게 있었나?
이십사수매화검법이 아니었어?’
도통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듯이 박혁로는 크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튼 말려주어서 고맙소이다, 손대협!”
박혁로가 정중하게 포권으로 손관에게 에를 올렸다.
비검이 날아온 곳으로 인사한 게 아니라 비검이
사라진 곳으로 인사를 올린 것이었다.
그리고 살려주어서가 아니라 말려주어서 라고 했다.
그게 바로 박혁로의 자존심이었고, 살수국의
자긍심이었다.
“하하하... 별말씀을 다 하시오, 박나리!”
표표히 내려선 인물은 화산파 특유의 복장인 청의를
입었고 허리에는 백색 띠를 매었으며 머리에는 청건
(靑巾)에 화려한 매화가 수놓아져 있었다.
그 비검을 설핏 보았지만 검신은 유엽(柳葉)이었고,
자루에는 매화 문양이 뚜렷했다.
화산은 명실 공히 검파 중 가장 우두머리에 속했다.
무당검파가 최고라 하나 실상 검객들은 화산파가
최고라고 일컬었다.
‘왜냐하면 무당파는 권법이 더욱 강하니까!’
그가 미끄러지듯 다가와 박혁로와 나란히 섰다.
“박나리, 실은 무림도 가만히 있지를 않소이다. 그래서
소생도 개인적으로 실종사건을 쫓던 중이었소.
인신매매가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서 화산파의
제자로서 나아가 무림인으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었소이다. 무엇보다 지금 북경이 매우 뒤숭숭하오.
북경이 귀신 붙은 도시라고 떠나려는 사람들로 웅성거리고
있는데... 아마도 폭발사건 때문인 것 같소이다. 범인은
그걸 노리지 않나 싶은데... 그리고 이곳이 처음 발견된
단서였소.”
“맞소, 맞아! 그걸 노린 것이 틀림없소!”
이제 서야 이해할 수가 있었다.
무림인이 관련되어 있었으니 의당 나서야 할 사람들은
나섰을 것이다.
그리고 북경에 공포를 드리우게 하려는 의도라는 것은
숨겨 놓았던 박혁로의 생각도 일치했다.
그런데 하북성의 최고수를 다투는 손관이 나설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슬쩍 훑어본 손관의 인상은 유순하게 보였다.
하나 검미(劒眉)에 용안(龍眼)은 집채 만한 바위라도
꿰뚫을 듯이 심미(深美)했다.
매화신검자 손관이 세 사람을 쳐다보았다.
“하북삼살(河北三殺)이 십대고수에 버금간다고 하더니
오늘... 견식 할 수가 있겠군.”
“당신 혼자서?”
혈의인은 대형인 혈살(血殺) 현무도(玄戊到)이고, 둘째는
흑의인인 흑살(黑殺) 백장선(白長先)이며, 막내는
광살(狂殺) 음위상(陰威相)이었다.
손관은 빙그레 웃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 하나면 충분하다.”
“흥, 겨우 칠절매화검법으로 말이냐?”
“그것으로도 너희들한테는 과분하다. 그리고 너희들이
대화산파를 얼마나 아느냐?”
그 말에 누구도 대답하지 못하다가 음흉하게 웃었다.
“크크크, 과연 그럴까?”
현무도였다.
손관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너희들은 오늘 모두다... 여기서 뼈를 묻는다.”
도리어 박혁로가 섬뜩함을 느꼈다.
왜냐하면 진실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스르릉......!
검음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마치 매화가 피어나는 느낌처럼 청결했다.
더러움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고 다가올 수도 없다고
단언하듯이 그렇게 들려왔다.
설원에 핀 매화는 더더욱 아름답고 처절했다.
화산파의 검은 진정한 장검이었다.
모든 장검이 거의 두 자 네 치에서 여섯 치 사이인데
석자였다.
뽑아든 검을 천천히 늘어뜨리고 있었다.
‘후욱?!’
단순한 동작 하나에 박혁로는 엄청난 위압감을
느꼈다.
현무도가 현월무쌍도(玄越無雙刀)를 들고서 히죽
웃었다.
“한 번 해볼까?”
손관이 표정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그런 말투를 쓸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돌아보며 박혁로가 안전한 곳에 피해있는 걸
보자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대로 쏘아져갔다.
피릿.
언제 어느새 움직였는지 미처 보지도 못했다.
그 유명한 화산의 낙영(落影)신법이었다.
“흩어져!”
현무도의 경고에 백장선은 철혼암향표(鐵魂暗香鏢) 세
개를 손에 쥐었고, 음위상은 패황금악부(覇荒禁惡斧)를
쳐들고 언제든지 덮쳐갈 준비를 마쳤다.
패리릭.
장검은 급작스럽게 뒤집혔다.
두 개의 검기가 곧장 흑살과 광살에게로 쏘아져 갔다.
제일 초식인 쌍매(雙梅)였다.
사실 무림인들은 이십사수매화검식을 하늘을 보듯
하지만 그 초식 명은 참으로 단순했다.
하나 그 공격성만큼은 절대적으로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천하인은 모조리 알고 있었다.
그 순간 혈살 현무도가 소리쳤다.
“어이 나리? 나 좀 볼래?”
그가 어느새 움직여 박혁로를 덮쳐가고 있었다.
백장선이 흐뭇하게 웃으며 도리어 힘이 솟구쳤다.
“대형은 그 놈이나 손봐 주시우! 으아압!”
따당!
“흥 겨우 그딴 일 초식으로 뭘... 헛!”
따다다다다당......!
그러나 연이어 수십 번의 금속성이 들려왔고, 흑살과
광살은 미친 듯이 막아내며 고함을 질렀다.
제일 초는 쌍매(雙梅)였다.
단순한 쌍매란 초식인데 한 번 수십 초를 공격했다.
“제이 초!”
“수지매(垂枝梅)!
“제삼 초!”
“녹악매(綠咢梅)!
“제사 초!)
“자매(紫梅)!
“제오 초!”
“동심매(同心梅)!
“제육 초!”
“추지매(麤枝梅)......!”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박혁로는 알고 있었다.
저 다섯 개의 초식이 마치 살아서 되돌아오는 것
(부메랑)처럼 연속적으로 두 사람을 집중적으로
공격했고 마지막 공격인 추지매에 의해서 고함도
끊겼고, 두 사람 앞에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박혁로는 그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피 안개!’
순간 무언가 갈라지는 듯했으나 그들은 앞으로
엎어지고 말았다.
정확하게 이마에서 턱까지 얼굴이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아우들아......!
현무도의 처절한 외침에 살기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슈아악.
동시에 혈살의 현월무쌍도가 허공을 갈랐다.
박혁로는 다급했다.
몸 상태가 영 말이 아니었다.
손관이 도우려고 오려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은지
망설였다.
박혁로는 어렵사리 막아내고 있었지만 도와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우욱!”
연신 뒤로 밀리고 있었다.
“네 놈의 머리통으로 두 아우의 영혼을 달래겠다!”
츄츄츅.
하얀 검이 시커먼 기운으로 변하여 연속으로 찔러오는데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니미, 몸 만 정상이라면!”
“흥!”
현무도가 코웃음을 치면서도 연신 검을 움직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오른 쪽 어깨 부위와 가슴 사이의
부분에서 극심한 통증이 유발되었다.
이미 관통당하고 말았다.
“큭.......”
신음을 뱉을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안 되겠소, 박나리!”
어느새 손관이 다가와 현무도의 목을 베어갔다.
“치잇! 이놈 잠시 기다려라!”
따당.
두 번의 금속성은 정확하게 제육 초의 추지매였다.
박혁로의 상흔 부위에서 핏줄기가 줄기차게 솟구쳤다.
박혁로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이후 하나의 검기가 붉은 기운을 사방으로 뿌렸다.
그런데 그 중앙에 노란 물이 든 시뻘건 붉은 빛이
보였다.
그건 마치 노을 같았다.
정확하게 한 번의 금속성 이후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홍매(紅梅)와... 주매(朱梅)를 연속적으로
펼치다니.......”
혈살 현무도의 그 말을 마지막으로 모든 상황이 끝이
났다.
퍽.
이 마지막 소리가 끝이었는데 현무도가 얼굴 정면을
바닥에 처박은 것이었다.
‘아프겠다.’
그 순간 흠칫 놀랐다.
얼른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박혁로는 자신의 머리통을 마구 쥐어박았다.
“이런 등신! 바보, 멍청이 같으니라구!”
손관이 웃으며 다가왔다.
“너무 그러지 마시오, 박나리. 내가 나타나자마자
도주한 것들이오.”
“아, 그 놈들!”
복면인을 찾았는데 이상하게 옷가지만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극독(劇毒)이오.”
온 몸이 모조리 녹아 내렸는데 놀랍게도 뼈까지 녹아내린
상태였다.
탁탁.
손관이 등을 치더니 친근감을 표시했고, 그가 걸어가고
있었다.
“이 안을 한 번 살펴봐야하지 않겠소, 나리?”
“나 좀... 봐주시오.”
“그래도 괜찮소.”
손관의 한가로운 대답에 박혁로가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자존심을 지켜주려는 배려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손대협이라면.......”
“근데.......”
“위독하오?”
“각설하고 말하겠소. 치료를 서두르지 않으면 오른
손을 쓰지 못할 수도 있소.”
박혁로는 대답이 없었다.
그는 눈을 뜬 채로 혼절해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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