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154)제10장 육인의 목격자
第 十 章 육(六)인의 목격자(目擊者)
‘어디서 무엇이 잘못된 거지?’
사일록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이 난관에서 극복하기가
여간 힘들것이라 여겼다.
도대체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살아있는 사람이라고는 의식 없는 주부라는 말단 관료
하나뿐이니 참으로 한탄스러웠다.
목격자라고는 주방에서 갇혀서 음식이나 만들고 자신이
감독했다는 말뿐인 주인이 있었으니 아는 것은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
다시 한 번 그 폭발 사건을 떠올렸다.
그 여아가 애틋하게 눈가를 스쳤다.
미간이 찡그려졌으나 그 마지막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사실 그곳 만두와 국수가게는 가난한 사람들은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곳이었다.
보통 만두와 국수는 가난한 사람들이 한 끼 식사를 떼 울
수 있는 유일한 음식이었다.
하나 그곳은 국수에 양고기와 채소 등을 푹 삶은 육수와
더불어 양고기 찢은 것을 넣은 고급이었고, 만두는
돼지고기와 오리고기를 함께 넣은 고급 음식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곳에서 먹고 마시는 아이들은 호강을 하고
부모의 행복을 독차지하는 것은 아이들로서는 눈꼴사나워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차별 대우를 받는다는 절실히 느껴서 폭발로 모조리
학살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배후조종자가... 시켰겠지.’
그렇다면 해왕루 폭발사건은 분명히 계획적인 음모였다.
팔 인의 결사대가 다 모이자마자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 중에서 주범이 있는 것은 아닌가?
‘아냐. 그건... 아냐.’
왜냐하면 그들의 모든 신분은 거짓이었다.
그들의 신분을 아는 자는 바로 그들을 보낸 팔 인의
주인들이었다.
그렇다면 그들 주인 중에서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원한이
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질투심에 의해서 사살하고자
계획했던 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을 쉽게 죽일 수가 없었기에 먼저 그들이 아끼는
심복들을 모조리 학살해버린 것이었다.
그 다음은 바로 그들이었다.
“여봐라?”
“예, 차주님!”
“여기에 오신 모든 분들을... 다시 모셔오너라!”
자신의 이 생각이 틀리지 않았으면 싶었다.
그런데 망설이지 않고 명령을 내린 걸 보니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는 느낌이 강렬했다.
잠시 동안 기다리면서 수하 수사관들을 생각했다.
사실은 이들을 철저하게 믿고 있었다.
믿는 수사관들이 실마리 하나라도 가져오리라 믿고
싶었다.
하나 지금의 심경이라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심경이기도 했다.
“모셔왔습니다, 차주님!”
사일록이 책상에서 일어나서 그들을 맞이하러
나갔다.
팔 인의 인물들은 서로를 보면서 눈인사를 했지만
모두가 꺼려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이렇게 한꺼번에 불려오는 것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기분 나빠하는 눈빛이었고, 사일록을
정면으로 노려보았다.
당장이라도 죽일 듯한 눈빛도 하나 둘 정도 보였다.
“여러분, 이렇게 무례하게 모신 것을 양해하시길
바랍니다.”
“무례하다는 걸 아시니 다행이지만, 허나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각오하시오.”
동창 대영반 견정곽이 정면으로 쏘아보면서
위협했다.
“우릴 한 자리에 모은 것은 그에 걸 맞는 일이라고
판단하겠소.”
동창 첩보단 단주인 류장호였다.
저들은 저런 말을 할 권한이 있었다.
두 사람은 같은 소속이지만 서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이었다.
저들의 조직은 그야말로 명나라 최고의 첩보기관이었다.
그들이 하고자 한다면 그 무엇도 할 수가 있었다.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겠소.”
사일록의 서두에 모두가 조용해졌다.
“여러분 중에서 반드시 ‘표적’이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신책이 놀라움보다 도리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해왕루의 그 폭발살인사건, 결사대를 노린 것이
아니라 바로... 경고였소.”
모두가 침묵했다.
이들처럼 노련한 관료들은 사일록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즉시 알아들었다.
그러나 선우결이 다시 의문을 던졌다.
“그렇게 말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있소?”
도지휘사사 선우결이었다.
“그 폭발살인사건, 근거에 의하면 분명히 원한에
의한 살인사건이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진 않을 것이오. 여러분들은 돌아가시어
잘 생각해 보시기를 바라오. 그럼.......”
사일록이 정중하게 예를 올리며 배웅했다.
“아니, 우린 지금 거기에 대한 사차주의 진정한 해명을
듣고 싶소.”
다시 신책이 반박하고 나섰다.
다른 사람들도 실상 신책의 마음과 동일했다.
사일록은 잠시 동안 여덟 사람을 보더니 엄숙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소신의 생각은 오히려 여러분 중에서 아시는 분이, 아니
눈치를 차리신 분이 계시다고 보오.”
여덟 사람은 동시에 서로를 보다가 다시 사일록을
쳐다보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깊이 생각해 보시기를 바라오.
자, 그럼.......”
사일록이 정중하게 청했고, 그들은 잠시 동안 침묵하다가
하나씩 빠져나갔다.
그는 생각에 잠겼다.
첫 폭발사건 이후 무언가 의심이 갔고, 거기를 향하여
의심의 눈빛을 거두지 않았는데 차츰 시간이 흐르자
의심이 희석되고 있었다.
두 번째 폭발사건에서 그 여아를 본 이후 그런 의심은
더욱 멀어졌고, 이제는 희미해졌다.
‘정녕 아닌가?’
그쪽 방향으로 사건의 출발을 잡고서 나아가려고 했으나
사건 진행이 되면 될수록 요원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생각을 잘못한 것 같았다.
수사관들은 각자의 취향이나 특기를 살려서 사건 조사를
위하여 추적하고 있었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 살인사건은 쉽게 결정되어 진행된 것이 아니란 걸
이제야 절실하게 깨닫고 있었다.
박혁로는 현재 무림인 한 명과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고
있었으나 느낌으로 실패한 것 같았다.
다만 무림에서도 그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었다.
아주 잔혹하고 나쁜 일에는 누구라도 무관심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관심만으로 이 사건을 해결하기가 수월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었다.
‘상처나 중하지 않은지.......’
박혁로의 강한 의지를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
모용이슬은 폭발사건 현장에서 좀처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사건의 진행이 막히면 그 현장으로 가라, 라고 하는
말을 어느 저명한 수사관의 서책에서 읽은 것을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실상 그건 정설이고, 그로 인하여 사건 해결이 이루어진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사건을 전담한 유능한 수사관의
증언에서 비롯되었다.
‘작수란 반드시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야.’
그 다음으로 여인향이 하는 일인데 폭발을 일으킨 주요
핵심 재료가 매우 궁금했다.
그런 끔찍한 폭발을 일으킨 재료는 과연 무엇인가?
아마도 밝혀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니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토록 처참하게 짓이겨지도록 현장을 만든 폭발은
사일록도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래도 찾아내기를 바라야지.’
그렇게 된다면 범인에게 다가가는 시점이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폭발을 일으키는 화약과 장치는 만들기도 힘들고
만든다고 해도 아주 희귀할 것이다.
그러므로 발견만 한다고 하면 범인에게 한 발자국 성큼
다가가는 게기가 마련될 것이다.
그런 계기를 여인향이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가장 고생하고 있는 조수사관... 목숨 걸고서 마주치고
있을지도 모르지.’
폭발 장치를 만든 자와 부딪칠 것이니 삼척동자라고 해도
뻔하게 상상이 될 것이다.
게다가 수하들까지 대동하고 갔으니 그들의 목숨도
지켜줘야 할 것이며 자신의 목숨도 구제해야할 것이다.
손이 네 개라도 모자랄 것이고, 몸이 두 개라도 네 개로
늘이고 싶을 것이다.
하나 하얀 대롱에 대한 단서만 찾아낸다면 범인 추적이
가능해 질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야지.’
위기의 순간을 지금도 겪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더라도 수사관으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티끌이라도 가져오게.’
정말 간절했다.
처음 폭발사건 현장에서 느꼈던 촉은 이미 희미해졌다.
그렇더라도 그 끈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유일하게 남은 목격자이며 증인인 그 주부가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까웠다.
그 사람만 깨어난다면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해결 될
텐데 아직도 요원했다.
‘다리를 하나 잃고 왼팔도 영원히 못쓴다고 하니... 향후
그 일이나 제대로 할지.......’
더욱 문제는 아직 깨어나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섭문이었다.
사실 사일록이 가장 희망을 거는 사람은 바로 섭문이었다.
그가 관련된 인물인 ‘이만’이란 자를 찾아냈다.
그 이름을 어떻게 찾아냈는지는 그도 모르고 있었다.
사실상 관련이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섭문이 보고를 했기에 그런 줄 알지 아직 보지도 못했고,
확인도 하지 못했다.
‘확인한 들... 알 수나 있을까?’
사실은 수하를 믿는 것이었다.
하나 아주 완전히 찢겨져 조각 난 것들을 겨우 끼워
맞추어서 찾아낸, 꺼져나가는 불꽃같은 단서였다.
잘못 다루면 그냥 꺼져버릴 것이고, 잘 다루면 엄청난
불길로 타오를 것이다.
그래도 생과 사 갈림길처럼 반반의 승산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반반의 승산이란 아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즉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믿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걱정은 언제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왜 무림인이 관련된 것이지?’
여기에는 항상 의문이 뒤따랐다.
상호불가침 조약을 맺어서 무림인은 관부 일에 관련할
수가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침범하지 말자고 분명히 조약까지
맺었건만 사건마다 무림인이 항상 관련되어 있었다.
이 점에 그는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사건도 아니었다.
약간의 연관은 있었으나 굳이 나라와 적을 지고서
관여할 정도로 그들이 바보인가?
‘그건 아냐. 허나 모르는 무언가가... 있어.’
잠시 후 마음이 안정되어 가자마자 소리쳤다.
“해왕루 관계자들을 모두 소환해!
그 시간, 섭문은 이상한 문서를 보았다.
이만에 대해서는 정보가 하나도 없었으나 그 주변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그를 멀리했기에 이렇게 버젓이 기록되어
있겠지만 섭문의 직감에 의하면 이만이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여겨졌다.
비록 모든 기록이 지워졌으나 간혹 한두 줄 드러나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종합해 보자면, 사실 이건 그가
아니면 찾아낼 수가 없는 것이었지만 그는 찾아냈다.
‘친우가 있었어.’
문제는 그 친우들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십년 전 기록을 살펴보아도 찾을 수가 없었고, 실
끝이라도 연결된 고리를 찾으려고 했지만 전무(全無)했다.
너무나 깨끗했기에 도리어 의심을 불러 일으켰다.
다른 사람이라면 아예 포기했을 것이다.
하나 섭문은 그들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왜냐하면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해내는 것이 그의
취미이며 특기였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할 것이다.
친구와 즐겁게 노는 것은 언제나 대환영이었고,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벌써부터 그의 입가에는 엷은 미소가 각인되어 있었다.
먼저 조각조각, 여기저기 붙어 있던 의심스런 단어들을
짜깁기 하듯이 조합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평도(拼圖, 퍼즐)를 맞추어 나갈 것이다.
이게 겨우 몇 해 전이거나 하루 이틀 사이에 시작된
일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아참, 전번에 물으려고 했다가 잊어버렸는데... 차주님은
대체 장주옥을 어디로 보낸 거지?’
시신조차 흔적이 없었으니 그녀가 도울 일은 없다고
일침을 놓고서 어디론가 빼돌렸다.
계속 잊고 있었는데 사일록은 계속 잊고 있으라고 하는
듯 일체 그녀에 대해서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는 믿고 있었다.
‘차주님은 어디 쓸데없는 짓에 쓰진 않을 것이야.
그래, 혼자라도 충분해!’
여인향은 광란의 살인마들 시신을 철저하게 해부했다.
이들이 왜 미쳐서 그렇게 광분하며 날뛰었는지 그
해결책을 찾아내야만 할 것이다.
분명히 무언가가 다른 독극물이 포함되어 있다고 여겼다.
청산이나 아편, 미혼약이나 최음제 등은 아니었다.
무언가 특별한, 아주 특별한 제조 약품이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여태 해부학을 전공했고, 해부를 해본 시신이 수백
구에 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데 이번 같이 특이한 약품에 취해서 저지른 이 끔찍한
만행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었다.
자신이 접해보지 못했던 영역이었고, 더욱이 더욱 흥미를
이끈 것은 바로 약품이었다.
어떤 약품이었기에 이런 증상을 나타낼 수가 있었는지
정말 궁금했다.
의약품 종류에도 관심이 많은 그녀는 약초 종류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대해서 한 번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었다.
하나 그건 나중의 일이고, 지금은 이 독극물에 대해서
알아내는 게 최우선이었다.
독극물 명만 알아낸다면 그걸 어디서 제조하고 누가
제조하여 어디로 유통되는지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시급해!’
사실 이번 사건은 너무나 풀리지 않아서 사일록도
그녀를 찾아오지도 않았으며 음향(음성)전성인식교환기로도
연락조차 오지 않았다.
찾아오지 않더라도 이틀 건너 사흘만이라도 한 번쯤은
통화를 했는데 종무소식이었다.
이건 단 한 마디로 해석하자면 ‘사건 보류’ 같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직감이 작용했다.
‘그래서 애가 타!’
지금 몇 가지 약초와 향신료를 넣어서 실험을 하고
있었다.
이번이 일곱 번째 실험이었다.
***
조석무는 일단 서문도의 영역에 들어서자마자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이자는 본래부터 은밀하게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다.
어둠을 좋아했고, 음울한 것을 사랑했다.
움직임도 그러했다.
상대가 모르게 움직여 가까이 다가가서 놀래 키는
것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고 스스로가 털어 놓았다.
그것 때문에 전번 첫 대결 시에 하마터면 당할 뻔했다.
정말 기척도 없이 옆으로 다가왔는데 거의 여섯 자
거리까지 다가왔다고 기억했다.
그때의 놀라운 기억은 지금도 섬뜩했다.
그의 반사 신경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당하는 사람은
조석무 자신이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찰나지간 빠르게 반응하여 서문도의 오른 쪽
위쪽 가슴을 그어버려서 튕겨지게 만들었다.
지금은 아마 서문도도 많아 딜라 졌을 것이다.
하나 지금은 자신이 더 많이 달라졌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순검으로서 지내온 나날들이 그로 하여금 상대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파악하는 버릇이 생긴 것이었다.
지금도 서문도는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움직이면서
거리 계산과 가까이 접근이 용이한지 가늠하고 있을
것이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서문가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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