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163)제14장 수사관의 활약
조석무의 눈빛이 일렁였다가 매우 흔들렸다.
조석무는 자신의 수사 진행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서문도도 그렇고 그가 죽으면서까지 거짓으로
송원상점을 가르쳐 주었을 수도 있었다.
그자의 인간성이라면 충분했다.
하나 죽음 직전에 이르러서도 그가 정말
거짓으로 자신을 속였다면 그야말로 쓰레기일
것이다.
“허나 사차주? 사차주의 심경은 잘 알겠소. 물론
그 사정도 잘 감안하겠지만... 허나 살수국의
법규에 의하여 조수사관은 징계회의에 회부되어
심판을 받아야만 하오.”
“부국주, 지금은 수사 중이오!”
사일록이 정면으로 사율을 노려보았다.
하나 사율도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었다.
“사차주는 진정... 황제의 법령을 어길 셈이오? 이건
법령의 규칙에 의한 본인의 사용 권한이오!”
드디어 그가 비장의 지패(紙牌,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실 이 점을 가장 두려워했던 부분이었다.
꺼내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었다.
다만 주룡이 사일록을 밀고 있었기에 그가 감히 그
패를 꺼내리라 여기지 않았던 것이었다.
사일록은 더 이상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아, 근데 알고 있을지 모르겠으나... 거기에 이런
조항이 있음을 아시오, 사부국주?”
사율이 움찔했다.
사일록은 흠칫 놀라며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조석무는 엉거주춤 일어난 채로 인사를 올렸지만
그 눈부신 아름다움에 몸도 마음도 시야조차도
모두가 하얘졌다.
‘후우... 이런 아름다움도 존재하는구나... 인간
세상에.......’
사율은 매우 놀랐으나 사일록을 이기고 있는
시점에서 물러설 기세가 아니었다.
“아, 어서 오시오. 반부국주.”
반옥이 너무나 아름다운 자태를 이끌고 몸소
나타났다.
“근데... 무슨 조항을 말씀하시는 것이오?”
“정녕 모르시고 묻는 말씀이오, 아니면 그런 걸
무시하고 사차주를 몰아붙이고 싶은 것이오? 그도
아니면 날 시험하고자 함이오?”
사율은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알고 있지만 숨겼다.
“내사 대상자인 수사관의 잘못이 사건 수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시에는 중지시키지 못한다는
조항이에요. 사건 종길 후에는 그 어떠한 형벌도
가능하지만 말이에요. 아닌가요?”
사일록도 일순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조석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옥을 쳐다보았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천국을 노니는 기분이었다.
‘햐아... 저 분이 바로 외무 부국주님이시로구나.......’
정말 입이 간지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외무 부국주가 전임했다는 말은 들었으나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한데 오늘 보니 눈이 호강하고 마음이 낙원을 거니는
기분이었다.
“조수사관?”
그녀의 꾀꼬리 음성이 자신을 부르자 움찔하더니
즉시 대답했다.
“옛, 부국주님!”
“거기 송원상점 말이네.”
“예, 부국주님.“
“진정 이번 이 폭발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는 곳인가?”
“그렇습니다, 부국주님.”
“자네 목숨을 걸겠나?”
조석무가 고개를 들고 가슴을 내밀며 당당히 외쳤다.
“당연합니다!”
조석무는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그곳에 가 보는 즉시 그런 느낌을 확연하게 받았다.
이건 숨길 수 없는 진실이었다.
“만약 아니라면?”
사율은 자존심이 뭉개졌지만 끝끝내 물고 늘어졌다.
“옷을 벗겠습니다.”
“옷을 벗는 것만으로 해결이 안 될 수도 있는데
각오하는가?”
“물론입니다!”
“약조하느냐?”
“그렇습니다, 사율 부국주님! 목숨도 내놓겠습니다!”
반옥이 사율을 쳐다보며 물었다.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허어, 뭐 목숨 운운하니... 일단 두고 보죠.”
사율은 두 명의 수하를 데리고 조용히 나갔지만 두
눈빛에는 수십 가지의 울분과 오만, 씁쓸함이 아우러져
쳐다볼 수가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들이 나가고 나자 반옥이 물었다.
“수사 진행은 어떤가요?”
사일록은 침착성을 되찾으며 낮은 기침을 터뜨렸다.
“흠흠, 현재 실마리를 잡기 위하여 모든 수사관이
발에 땀이 나도록 뛰고 있소. 이제 곧... 진실에
접근할 것입니다.”
조석무가 돌연 이상함을 느꼈다.
‘차주님의 행동이 뭐랄까... 이건 무슨 말로도 해석을
할 수가 없는데... 참으로 기묘하군.’
반옥의 눈부신 아름다움에 반했다거나 그녀를 마음에
둔다거나 하는 그런 일반적인 개념이 아니었다.
필설로는 설명할 수 있는 감춰진 비밀이 또 다른
비밀로 가려진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그로서도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무슨... 관계지?’
그때 사일록의 냉정한 음성이 들려왔다.
“조수사관, 뭐하나?”
“예? 아, 옛!”
“송원상점에 가봐야지.”
조석무가 바람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사일록도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도 나가봐야 합니다.”
“절 피하시는 것이에요?“
“그럴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아, 그리고...
고마웠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군요.”
“그럼.......”
사일록이 나가고 나자 반옥은 사일록의 집무실을
찬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구경 좀 해도 되죠?”
“그러십시오!”
밖에서 사일록의 대답이 들려왔다.
여인향은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규조토(硅藻土)에 다른 기본 배합물과 더불어 유황과
함께 가장 중요한 인(燐)이 함유된 그 폭약 제조법을
완성시켜 나가고 있었다.
이 인이 큰 빛을 내며 유황과 합쳐질 때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지니는 것이었다.
이제야 모든 게 정립되었고, 다시 한 번 확인한 후
사일록을 찾아가기로 했다.
‘일말의 희망이 되기를.......’
第 十四 章 수사관의 활약(活躍)
사일록은 여인향과 면담하여 하나의 희망도 찾았다.
폭약을 만드는 과정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에 대해서
여인향 덕분에 파악할 수가 있었다.
어쩌면 다음 사건 발생 시에는 미리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고 있었다.
재료 배합의 뛰어남에 혀를 내둘렀지만 여인향
앞에서 약점을 내비치지 않았다.
“근데 차주님?”
사일록이 생각에 잠겨 있다가 여인향을 쳐다보았다.
“더 할 말이 남아 있느냐?”
“예, 그게 다름이 아니오라... 혹시 대연회에 대해서
들으신 적이 없습니까?“
“연회도 아니고 대연회(大宴會)라고?”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차주님!”
“자네... 팔은 어떤가?”
“이제 거의 나았습니다.”
손을 흔들어 보이며 들어올려 보이기도 했다.
“그렇군. 근데 문제란 뭔가?”
박혁로가 어느새 다가와 여인향과 나란히 서는데
그녀의 다른 옆에는 조석무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문제란 그 대연회를... 주최하시는 분이 문제인
것입니다.”
“문제라니?”
“바로 부윤 대인께서 추진 중이라는 것입니다.”
여태 단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서도 북경부를
잘 이끌어온 그였지만 그에 대한 불만 접수는 끊이질
않았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그 소문을 한 번에 잠재우기
위하여 심혈을 기울인 대연회를 준비했다고 소문이
나돌았다.
대체 그동안은 무슨 일 때문에 소홀이 했는지는
모르나 이번 대연회를 과연 그의 입지를 탄탄히 하고
소문을 잠재울 수가 있을까?
“아... 그러고보니 이제야 생각이 나는데 정대인에게
늦둥이가 있다고 들었는데 아느냐?”
“예, 차주님. 이제 아홉 살인가 열 살인가 되는 딸이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금지옥엽인데 장성한 세 아들 밑에
본 딸이라 그 딸을 한 시라도 보지 못하면 죽을 것
같다고 합니다.”
딸이란 말이 나오자 순간 사일록이 경직되었다.
딸, 낯설지 않은 이 단어를 어느때부터 잊고 있었다.
가슴이 쓰라려 오려 할 때 잊고서 수하들을 쳐다보았다.
“여기 또 딸 바보 아빠가 있었군.”
“예?”
“아니야, 독백일세.”
박혁로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냥 넘어 갔다.
“그래, 자네 생각은 어때?”
박혁로는 심각한 낯빛이었다.
“단지 대연회 만으로는 힘들 것입니다. 워낙
불평불만이 많아서... 그게 자식 때문이라고 해도
공직자로서 공무를 등한시 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차질은 빚어지지 않았다고 하던데, 안 그런가?”
“그렇다고 해서 죄가 덜어질 건 아니라고 보아집니다.
워낙 여론이 들끓어서.......”
“되도 않은 것들이 자리나 꿰차고 거들먹거리는
것보다 참여가 적어도 잘 이끌어 가면 그뿐이지
않나? 내가 보기엔 그다지 뒤떨어진 정치를 한 것도
아닌데 너무 성급하지 않나?”
“그렇긴 합니다만.......”
“그럼?“
“아마도 이번 대연회에서 단단히 해명을 해야 할
것입니다. 아주 분명하고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문서 정리를 하는 것처럼 깔끔하게 정리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회복되기 힘들 것입니다.”
“아, 그 딸 이름이 뭐라 하던가?”
“정미란(丁美蘭)이라고 들었습니다.”
“흠, 그렇군.”
사일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문득 중얼거렸다.
“난데없군.“
그 한 마디에 세 사람은 의아해 했다가 갑자기
전율이 이는 것을 감추지 못했다.
단 한 마디로 그동안의 이상한 모든 걸 정리해
버린 것이었다.
사실 대연회를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고 해도 난데없는
발상이란 것은 틀림없는 말이었다.
뜬금없이 갑자기 그 소문이 나돌았고, 이제 거의
준비 단계라고 소문이 났으며 곧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근데 차주님, 한 가지 더 질문이 있습니다.”
“아, 그 전에... 자네 뭐 더 가져온 건 없었나?”
탁!
“아, 이런! 이 중요한 걸 깜빡하다니!”
박혁로가 자신의 이마를 매우 거세게 때리면서
탄식을 뱉었다.
“저와 손대협이 그... 죽은 아이들의 일부를 조사했습니다.
명복을 빌고 난 후 손대협이 가야할 곳이 있다면서 절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알아낸 것이 있습니다.”
“실종 아이들은 맞는데... 고아나 부모가 판 아이들이
아니지?”
“어떻게 압니까?”
“나라고 놀겠나?”
“아, 그런 뜻으로 물은 건 아니었는데.......“
“됐고.”
“그 아이들은 모두가 명문가이거나 유서 깊은 가문의
자손들이었습니다.”
“흠... 예상대로군.”
“예?”
사일록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데 박혁로가 재차 물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모용수사관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모용수사관을 만났나?”
“어, 그건 또 어떻게.......”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사일록이라면 어떻게 하든지 알아냈을 것이다.
“자네들 둘... 혹시 좋아 하나?”
“아, 아닙니다! 차주님, 생사람 잡지 마십시오! 어휴
그런 선머슴을 누가 좋아합니까!”
“아니 이 사람... 뭘 그리 대경실색하나?”
“그래서 더 의심스럽네요.”
여인향이 슬쩍 끼어들어 툭 던지고서 멀찌감치
물러섰다.
박혁로가 인상을 찌푸리며 노려보았지만 이미
여인향은 딴전을 피우고 있어서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 조선배는 더 이상 말하지 마시오.”
“나 안 해. 다만 여선배의 의견을 따를 뿐이지.”
여인향이 생긋 웃었다.
대답하지 않고 행동도 보이지 않았으나 저 모습이
더 미웠다.
하나 박혁로는 꿋꿋하게 질문을 계속했다.
“왜 해왕루의 파괴 현장을 치우게 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자넨가 그녀인가?“
인상이 확 구겨졌지만 박혁로는 태연하게 사일록을
쳐다보았다.
“둘 다입니다.”
잠시 사일록이 침묵하자 조금 전 장난기를 보였던
조석무와 여인향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사일록의 일거수일투족은 함부로 행하지 않기에
그런 기미만 보여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해왕루의 파괴 현장은 첫 번째 폭발사건이 일어난
곳이고, 거긴 처음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그 점에 있어서 여인향도 사실 의문이 짙었다.
“둘 중 다른 건 알아냈나?”
“옛!”
박혁로와 여인향이 동시에 대답했다.
조석무가 흠칫 놀라며 둘을 번갈아 쳐다보는데
박혁로가 히죽 웃었다.
“조선배보다 나하고 더 마음이 맞네. 킥.”
조석무의 미간이 잔뜩 일그러졌지만 사일록 앞이라서
발작하지 않았다.
사일록도 상관하지 않고 가만히 박혁로를 쳐다보았다.
“그 말단 관료인... 주부란 사람이 앉아 있던 곳입니다.”
“그렇지. 그게 있고, 없었지.”
“예, 해왕루 폭발 사건 현장에는 있었지만 다른 한 곳,
그곳 현장에는 없었습니다. 나무가 뭉쳐져 있는
곳이었습니다. 뭐하던 곳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상했습니다.
허나 별 거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심성보란
작자가 워낙 괴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어서... 그 부엌
말입니다. 근데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대체 왜
부엌을 그렇게 튼튼하게 만들었는지.......”
“어차피 죽었잖아.”
할 말이 없었다.
심성보와 다섯 주방장은 결국 시신으로 결과를
말해주었다.
“그리고 현장보존은... 내게 생각이 있어서 내버려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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