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록신전(史一錄神傳)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추리

완결

고룡생
작품등록일 :
2015.12.30 18:31
최근연재일 :
2017.02.2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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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1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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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hapter(102)

DUMMY

“본 공주가 그 사람 얼굴을 모른다면 모를까... 모용대인의

부관인데 어찌 모를 리가 있겠어요? 모용대인을 한 두 번

본 것도 아닌... 아무튼 제가 기억하기론... 틀림없을

것이에요.”


공주 주영평이 말을 하는 도중 어느 순간 사일록의 눈빛이

기묘하게 빛이 났다.


‘마마가 선 볼 사람이 모용대인의 자식... 누구지?’


모용화를 벌써 서너 번 이상은 보았을 것이다.

얼떨결에 나온 말에도 숫자를 줄였다.

황족들은 태어날 때부터 입조심이 버릇이 되어 있어서

무엇이든지 줄이고 감추고 사건은 축소시키는 버릇이

있었다.


“마마 이제부터 공식적인 질문을 묻겠으며 그에 상응한

대우를 하겠사옵니다.”


공주 주영평이 가만히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허락하신 걸로 알고, 마마? 염치수가 모용대인을

만난 건 아시죠?”


“예, 그렇다고 들었어요.”


“들었습니까, 아니면 이미 알고 계셨습니까?”


“들었어요.”


‘반의 반 호흡 정도 멈추었어.’


사일록은 기묘한 미소를 머금고 나서 곧 수하를 시켜서

공주를 모셔드리라고 하고서는 윤슬아를 모셔오라고 지시를

내렸다. 공주가 나가면서 돌아보았다.


“모용가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요, 대인?”


“모용가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을 뿐입니다, 마마. 근데 한 가지

더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대답해 줄 수가 있습니까?”


“하세요. 사대인이 묻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대답해 줄게요.”


“그럼 결례를 무릅쓰고 묻겠습니다. 마마께서 여기에 오신

진정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 질문이 끝나자마자 주영평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사일록은 태연하게 기다렸다.


“뭘 알고 싶으신 거죠?”


“공주마마께서는 여기에 올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이곳 모용가에 나타났으니 궁금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알고 계신 것 같은데요?”


사일록이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소신이 알고 있는 바는... 없습니다.”


“그럼... 둘째 오라버니에게 물어보세요.”


순간 사일록이 경직되었다.


‘숙녕왕이 아니라... 영평왕이라고?’


아주 재미있게 돌아간다고 생각되었다.

막내 공주를 누구보다 아끼는 사람이 바로 숙녕왕 전하였다.

공주도 숙녕왕과 매우 친하고 가깝게 지내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주영평의 입에서는 주찬이 아니라 주교의 명호가

나온 것이었다.

윤슬아보다 먼저 영평왕 주교를 모시려고 했으나 바꾸었는데

다시 바꾸어야 하는가, 생각하다가 고개를 흔들고 나서

그대로 진행시켰다.


“왜 이상해서... 혹시 고개를 흔드세요?”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됐어요? 그럼... 또 볼 수 있나요?”


“그건 소신도 모르겠습니다. 증거가 가는대로 증인의 증언이

있거나 목격자의 진술에 포함된다면.......”


그녀가 일어서자마자 툭 던지듯 파고들었다.


“왜 저 사람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묻지 않죠?”


“마마께서 말씀하시지 않으시니 물어볼 수가 없습니다.”


“알았어요. 가자.”


그녀는 손을 흔들며 바람처럼 휑하니 나갔다.

검은 면사의 여인도 뒤따르는데 움직임이 참으로 물 흐르듯

했다.


‘고수군.’


그제야 알아낸 것이 아니라 두고 본 것이었다.

아마도 호위무사를 구하기 위하여 여러모로 알아보고 난 후

영입한 것 같았다.

그런데 사일록은 저 여인이 하북성 십대 고수 중 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지 모르겠다.


‘황북두의 영향인가?“


그리고 곧이어 그녀의 아주 어릴 적 모습이 눈에 선했다.


‘정말... 천진난만하셨고... 귀여웠는데... 아, 그리고 그때는

나도 잘 따랐었는데.......’




윤슬아는 모용화의 부인이었다.

윤슬아는 집안의 일에 대하여 시종과 시녀에게 일일이 지시를

내리고 있다가 갑작스런 호출을 받고 나서 잠시 망설였다.

응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다른 그 어떤 부인이라고 해도 얼른 모용화에게 연락을 해서

가부간 결정을 내릴 텐데 그녀는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현숙한 모습의 그녀와는 약간 동떨어진 행동이었다.

윤슬아는 약 일 다 경 가량 생각을 하다가 곧 시녀에게 지시를

내렸다.


“알겠다. 준비를 하도록 해라.”


“알겠사옵니다, 대부인마님!”


그녀가 다른 시녀들과 외출 준비를 하는 동안 윤슬아는 모용화의

서재로 향하여 책상에 앉아서 한 통의 서찰을 작성했다.

그걸 대집사 용문(茸文)에게 건네며 다짐 두었다.


“한 시라도 급하니... 아버님께 전하거라.”




사일록은 윤슬아를 기다리고 있는데 연락이 왔다.


“모시도록 해라.”


색채가 영롱하고 우아한 비단 옷으로 감쌌고, 동작 하나하나가

단아함, 그 자체였다.


‘이부시랑(吏部侍郞) 윤방(尹方)의 금지옥엽이시라.......’


참으로 엄청난 가문의 여식이었다.

그래서 더욱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사일록이 윤슬아를 갑자기 호출한 것은 나름대로 생각을 굳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절 부르셨나요, 사대인?”


“우선 거기에 앉으시길 바랍니다.”


윤슬아는 태연자약한 태도로 심문조정실을 둘러보더니 우울한

표정으로 앉았다.


“여긴 마치... 연옥(煉獄) 같군요.”


사일록의 눈빛이 기이하게 빛이 났다.

아주 적절하게 표현한 사람 중 유일했다.

예사로운 여인이 아니란 것에 모든 걸 걸 수가 있었다.

사일록은 기계처럼 백지와 먹물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여기에 장인을 묻혀서 찍으시길 바랍니다.”


의외로 따지고 들어야 할 윤슬아가 순순히 응한 것이었다.

단순한 이 한 가지로 보아서도 윤슬아는 판단력이 무척 예민하나

단호하며 명확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래, 저한테 뭘 알고자 하심인지 알 수가 있겠습니까?”


“마님은.......”


“모용부인이라고 불러주세요.”


모용가의 사람이니 당연한 호칭인데 왜 생략하느냐고 도리어

나무라는 어투였다.


사일록은 말없이 응했다.


“그러죠, 모용부인? 부인은 모용대인이 염치수를 개인적으로

만나려고 했던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사실 사일록의 이 질문은 다소 황당했다.

무기 거래나 다른 군부 일에 대해서 묻는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겠으나 지금 그가 한 질문은 보다 개인적이었다.

은밀히 말하자면 모용화의 사생활이었다.


“그래요. 제가 알기로는 염치수가 은밀하게 사람을 보내어 부군을

만나려고 연락을 취했습니다.”


잠시 대화가 끊겼다.

사일록은 약간 충격을 받았으나 곧 다시 물었다.


“그 이후.......”


“곧 살해 사건이 벌어진 것이에요.”


할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아예 잇지도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시원시원한 그녀의 진술에 사일록이 도리어 살짝 당황해 하고

있었다.


“그럼 묻겠습니다. 대인께서 살인마라고 보십니까?”


단호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 분을 모독하지 마세요! 부군이신 그 분은 손에 피 묻히기를

무척 꺼려하십니다. 전쟁에서도 스스로 피를 묻히는 것을

싫어하셨어요. 오로지 용병술과 병법으로 적을 섬멸시켰죠.”


“아, 그랬군요.”


그런데 모용화가 이번에는 손에 피를 묻혔다.

이건 무얼 의미하는가?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결례를 범하고 말았다.


“모용부인께서는 인맥이 넓으시겠군요?”


말을 하고 나서야 아차 했지만 일단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가 없었다.

지금 그가 한 질문은 진술서 작성에도 필요치 않은 내용이었다.

그녀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거나 간접적으로나마 관련이

있다면 모를까 전혀 그렇지 않는 상황에서 개인적인 질문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금기였다.


“아, 결례를... 이 질문은 거두어들이도록......!”


“그렇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대답했지만 그 내면에는 어마어마한 인맥을

동원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착각인가?’


이건 인위적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이었다.


“아,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물어 보겠습니다. 혹시... 모용대인이

염치수를 만나기 전 무슨 이상한 행동이나 말을 보거나 들은

기억은 없습니까?”


“평소... 그대로였습니다.”


“그럼 혹시 종천상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잠시 동안 사일록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무거운 입술을 열었다.


“사흘 전쯤인 것 같았어요.”


“고맙습니다. 이제 가셔도 좋습니다.”


“끝인가요?”


“아닙니다. 다시 필요한 시기가 오면 부르겠습니다.”


“알았어요.“




“영평왕 전하를 호출하도록 하라!”


사일록은 영평왕 주교가 나타나기 전에 수하들의 진술서 내용을

모조리 훑어보았다.

특이한 상황이 눈에 뜨였으나 일단 모른 체하고 우선 용의선상에서

제외할 인물들을 골라 놓았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이 사람들은 용의선상에 올리기가 불편했다.

더욱이 살인사건이 두 개나 일어났는데 그게 연관설이 있다면

더더욱 이들은 제외해야 할 것이다.


사건과 무관하다고 판단되는 인물들을 제외하는 것도 수사를

더욱 쉽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조사할 대상이 줄어든다는 것은 사건 해결에 한 보 다가선다는

의미도 되었다.


‘가만!’


갑자기 거물 무기 중개 상 삼인방의 호위무사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문득 떠오른 것이었다.

그와 함께 떠오른 인물이 있었다.

보는 즉시 무언가 느낌이 들었는데 그걸, 그 당시에는 파악이

되지 않았다.


‘설마...면사 여인 때문에... 도주한 것인가?’


그런 의심 속에서 그는 섭문의 보고서를 꼼꼼하게 읽었다.


‘흠... 어려운 모양이로군. 하긴... 한 둘이야.’


수천, 수만 명은 조사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도.


그때였다.


똑똑.

조심스러운 느낌이 드는 두드림에 약간 힘주어 물었다.


“누구냐?”


“영평왕 전하 드시옵니다, 대인.”


“뫼시어라.”


잠시 후 영평왕 주교가 선비다운 점잖은 모습을 갖추고서

거만하게 안으로 들어섰다.

원래부터 거만한 것이 아니라 선비다운 모습 자체가 어찌 보면

거만하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비는 거드름을 피우며 거만해야 전통적인 세습을 이어

나간다는 잘못된 관념이 몸에 배어 있었다.


전통적인 유교 사상이었다.


사일록이 일어서며 정중하게 맞이했다.


“어서 오시옵소서, 전하.”


영평왕 주교는 사일록을 쳐다보더니 그저 시익 웃고는 자신의

자리로 찾아갔다.

상당한 지식층으로 알려진 영평왕은 점잖은 태도로 옷자락을

한 번 뒤로 떨치더니 그 자리에 앉았다.

사일록은 아무 말 없이 먹물과 함께 백지를 내밀었다.

이미 들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주교는 별다른 반응도 보이지 않고 시키는 대로 조용히

따랐다.


사일록은 더 이상 빙빙 돌려서 질의를 허용하지 않았다.


“전하, 지금부터는 공식적인 질의를 할 생각이며 그로 인하여

존칭은 삼가겠사옵니다.”


“그러시오.”


“그럼 묻겠습니다. 전하께서는 누굴 밀고 계십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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