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록신전(史一錄神傳)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추리

완결

고룡생
작품등록일 :
2015.12.3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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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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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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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63)제21장 살인마의 정체

DUMMY

재차 경고하는 듯한 한 마디에 사율의 입술이 마치 바늘에 꿰기라도 한 듯이 다물어졌다. 북경부가 아니라 관군살수국까지라면 국주의 책임이 가장 크게 되는 것이었다. 그럼 국주가 그 중죄를 받게 되는 것인가? 그건 아니었다. 군왕은 그 책임을 질 리가 없었다. 져야한다면 부국주 이하 모든 요원들이 모조리 뒤집어 써야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실무 책임자 부국주인 자신이 총대를 매야할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점을 잊지 마십시오.”

사일록이 잠시 동안 무엇인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율이 툭 던졌다.

“황검찰관?”

한 쪽에 보이지 않는 듯 가려진 차양막이 들추어지고 황검찰관이 책상 앞에 앉아서 기록을 마치고 있었다.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 황검찰관이 해야 할 임무이기 때문이다.

“모조리 기록했나?”

“예,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고 했사옵니다, 대인.“

“들었소, 사차주?”

사일록의 입가가 약간 실룩였지만 결국 미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일록은 무심한 표정으로 일어서며 물었다.

“더 할 말이 없다면... 가도 됩니까?”

“그러시오. 허나 잊지 마시오. 권한을 넘어서는 행동은 하지 마시기를 바라오. 사건 해결이 먼저가 아니라 백성들의 피해가 먼저라오. 그걸 막기 위하여 본인이 앞장서서 이런다고도 생각해주시오.”

박혁로가 모용이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개새끼! 용수공방의 주인이 일개 백성이야? 거부(巨富)지.“

모용이슬이 싱긋 웃고서는 대꾸하지 않았다. 으레 상납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실 그런 건 국법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았지만 오랜 세월동안 내려온 관례였다. 그 관례가 나라를 기울게 한다거나 살인을 몰고 온다거나 하는 그런 위험한 것만 아니라면 중앙 정부나 황실에서도 눈감아주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받아 처먹은 거야? 저, 돼지새끼!”

박혁로는 계속 투덜거렸다. 모용이슬은 오늘따라 웬일인지 상대하지 않았다.

탁. 문을 닫자마자 사율이 다른 간부들을 볼 때 은근히 엄지를 추켜세우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아, 참 잊은 게 있습니다, 사대인.”

모두가 재빠르게 본래대로 돌아왔을 때 문을 밀고 고개를 내민 사일록을 일제히 쳐다보았다. 사율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올려다보더니 무관심하듯 물었다.

“뭘 잊었소?”

네가 무슨 말을 하든지 자신하곤 하등의 상관이 없다는 듯이 자신만만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수하들도 만면에 미소를 띤 채 무스 말이든지 해봐라 라는 식으로 느긋했다.

사일록은 그 모습들을 무너뜨리려고 작정한 듯 나직이 그러나 힘주어 말했다.

“아, 다름이 아니오라, 모든 분들이 너무나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만 혹시나 잊고 계신가... 해서 다시 한 번 일깨워 드리고자 합니다. 아니 오늘 하는 행동양상을 보니 아예 잊고 계시는 것 같군요. 부구주님? 이 관군살인수사국이 바로 제 손아귀에 달려 있다는 것을.......”

사일록의 모습은 사라졌고, 그 손만 오므렸다가 폈다 반복하다가 사라졌다. 사실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그의 경고에 사율의 여유로운 모습이 일시에 고양이에게 쫓기는 생쥐 표정으로 바뀌었다. 궁서설묘(窮鼠囓猫), 이제는 고양이에게 덤비는 수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하나 그것도 여의치 않다는 것을 사율은 물론이고 여기에 모인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것이었다.

군왕이며 국주인 주룡이 가장 먼저 선전포고한 말이었다.


- 사일록 차주가 첫 번째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관군살인수사국의 창설은 없던 걸로 한다!


일고(一考)의 여지도 없었다.

모두의 표정이 일관되게 일그러져 있을 때 사일록의 음성이 냉철하게 울려 퍼졌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잊지 말 듯이... 잘 아셔야 하오. 부국주의 목숨도 제 손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는 것을, 제발... 잊지 말았으면 한다는 말씀을 상기시켜 주려는 것일 뿐입니다. 그럼.......”

사일록은 환하게 웃으며 돌아서는 그의 표정이 굳었다.

실내의 상황은 지옥으로 변했다. 그 한 마디에 사율의 안색이 그야말로 잿빛이었다. 일순 실내의 모든 사람의 표정이 은근한 사색으로 변했지만 끝끝내 미소를 잃지 않고 인내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상상으로 확인하면서 박혁로와 모용이슬은 대소를 터뜨렸다.

“으하하... 통쾌하군!”

“호호호, 그래요! 하지만 선배?”

“아, 안다고!“

박혁로가 무언가를 인정했다. 그와 동시에 사일록의 공무적인 나직한 음성이 수하들의 가슴을 짓눌렀다.

“모두, 내 집무실로 모여.”

그때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거절 의사가 나왔다.

“저, 차... 차주님?”

“뭐냐?”

사일록의 음성이 거칠어졌다. 모두가 움찔하면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그 사람을 향해 독설이라도 퍼붓듯이 째려보았다.

하나 그 사람은 막무가내였다.

“저, 오늘... 다른 곳으로 전근 간 추관들의 보고서가 도착하게 되어 있사옵니다.......”

“뭐해?”

“예?”

“빨리 가봐.”

“알겠사옵니다!”

섭문이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나자 모두가 부러운 듯 그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 보고만 있었다. 그때 사일록이 은밀하게 박혁로를 다른 곳으로 불렀다.

“어어, 모용후배, 저건 뭐야?”

조석무가 물었다.

“저도 모르는데 혹시 여선배는 아시는 거 있어요?”

“나도 몰라.”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박순검?”

‘예, 차주님.“

박혁로는 무척 긴장하고 있었다. 물론 개인적인 명령이나 부탁, 또한 청탁까지 포함될 수도 있었으나 이렇게 비밀리에 불러서 명령하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다른 사람의 눈 밖에 날 일은 상관이든 수하이든 누구라도 이런 상황을 만들지는 않았다. 한데 사일록은 노골적으로 지금 이런 위기의 순간을 만든 것이었다. 박혁로는 가슴이 졸아서 미칠 지경이었으나 인내했다. 더욱이 현재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인데 이런 만남은 다른 사람에게 오해의 소지를 살 이유가 충분했다.

하나 사일록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을 비밀 장소로 불렀다.

“이제부터 자네는 매우 유능하고 날렵한 포쾌 두 명을 골라서 교대로... 부승, 동빈 대인을 감시하게.”

“예? 그, 그게 무슨.......”

“못 들었나?”

“아, 아니 그게 아니오라... 왜 갑자기 동대인을 감시해야 하는지 도통.......”

“이해가 가든 이해를 못하든 상관없네. 알겠나?”

박혁로는 즉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무언의 압력이 무척 강해질 때 결국 긴 한숨을 내쉬며 복종했다.

“알겠사옵니다.”

“철저하게 감시해야 하네.”

갑자기 박혁로의 마음이 만근 무게를 진 듯 너무나 무거워졌다.


잠시 동안 그곳은 어둠에 묻힌 폐허처럼 무서울 정도였다. 하나 잠시 후에도 누구도 말문을 열지 않았다. 입을 열 수가 없는 상황이란 것을 삼척동자도 알고 있었다. 하나 결국 입을 열지 않을 수가 없었기에 한 사람이 나직이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부국주님, 이대로 물러서실 것입니까? 그 자식이 말한 게 사실이란 걸 모두가 알고 있다고 해도.......”

사율의 음성이 차갑게 이어지며 막았다.

“사실이지 않은가? 누구의 선전포고인가? 사차주가 사건 해결을 못하면 관군살인수사국 자체는 없던 걸로 된다는 것이. 잘들 듣게. 우선 관군살수국이란 존재가치란 교두보 확보가 우선이야.”

사율이 소통을 쳐다보았다. 소통도 할 말이 더 이상 생각나지 않은 듯 가만히 있었다. ‘누구의 선전포고인가?’ 이 한 마디에 모두는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하나 사율의 표정이 기기묘묘하게 변하더니 결국 손깍지를 끼고서 가슴에 대더니 무언가 결심한 듯 소통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소통이 숨을 들이쉬며 각오를 다지듯 마주보았다.

“소대인?”

“예, 부국주님. 하명만 하십시오.”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자 사율도 흐뭇했다.

“일단 관군살인수사국의 존재가치가 우선이오. 허나 사일록... 그자의 모든 걸 파헤쳐 봐 주시오. 관료를 했는지, 거기에 따른 부정은 없었는지 개인적인 원한관계 하며 금전 관계, 여인 관계 등 흠잡을 만 한 건 모조리 파헤쳐 찾아내 보시오.”

소통이 음침하게 웃으며 크게 대답했다.

“염려마십시오, 부국주님!”

“자 오늘은 일단 해산 하지.”

다른 사람들도 일어서서 목례를 취하여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사일록... 우선은 네가 이겼다 치자... 허나 일단 이 고비만 넘긴다면 넌... 향후 넌, 가시밭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야. 내.... 장담하지. 이새끼!”

두 주먹을 불끈 쥔 사율의 사악한 미소가 그의 얼굴 전체를 어둠의 그림자로 물들여 나갔다.




















第 二十一 章 살인마의 정체(正體)










섭문은 서류 보관소에 들어서자마자 문을 닫고서 등을 기대어 숨을 골랐다. 이제는 더 이상 머뭇거릴 수도 없었다. 오늘 보아온 그 상황으로 미루어보아 반드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만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해야 해! 없어도, 만들어서라도 해야 해!’

시선을 들어서 저기 보이는 수많은 보고서들을 살폈다. 저것들 중에서 반드시 찾아내야 할 것이다. 자신이 생각했던 그 이유가 타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서류를 살피기 시작했다. 간담이 오그라들 정도로 긴장했지만 서류만 앞에 놓으면 차분해지는 이상한 인물이었다. 마치 서류더미가 자신의 연인이라도 된 양 평온한 표정을 유지했다.

한 장씩 잘못 만지면 부스러기가 되기라하듯 고대 문서를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넘기며 면밀하게 살펴 나갔다. 조금 전의 회의를 보고 난 후에 마음이 더욱 조급해졌다.

‘분명히 여기에 있을 텐데... 어디에 숨었지?’

천여 장의 서류를 면밀하게 검토해 나가기 시작하는 섭문은 자신의 생각이 맞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여태껏 여러 가지 서류들을 접했고, 사건의 실마리를 한 토막씩 붙여 나갔다. 이제는 거의 다가섰다고 여기고 있었으나 그게 옳은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는 아직 완전히 판단이 서지 않았다. 게다가 확신도 없었기에 조심스러운 것이었다.

사일록이나 다른 순검들은 모두가 이설과 강준의 죽음을 예상했지만 그는 아니었다. 아니 이들이 행방불명된 인물들일 것이라고 다른 사람들은 미리 예단하고 있었으나 그는 이상하게도 거부반응이 일어났다. 섭문은 입을 꾹 다문 채 서류를 정밀하게 검토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니야.‘

그 단서는 우연히 서류를 검토하다가 발견한 잘못된 부분이었다. 그런데 그 당시는 그냥 지나쳤던 것이었다. 지금은 뼈아프게 후회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다. 더 빨리 사건 해결의 단서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가 있었는데 결국 다른 서류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융합된 것이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그래도 그는 내색 하나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생각이 맞아 떨어지기를 기다렸는데 드디어 그걸 증명할 수 있는 서류들이 도착했다. 이설과 강준은 운남성과 복건성으로 전근을 갔는데 하북성에서 본다면 서쪽으로 혹은 남쪽으로서 가장 먼 곳이기도 했다. 아무리 파발마가 바람을 가르는 신속함을 자랑해도 족히 오 개월에서 칠 개월은 걸려야 당도가 가능했다.

운남성은 족히 일 년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의... 그들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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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chapter(71)제24장 사일록의 기행 +4 16.09.02 2,062 24 11쪽
70 chapter(70) +2 16.09.02 1,902 25 12쪽
69 chapter(69)제23장 드러나는 단서 +2 16.08.29 2,133 24 12쪽
68 chapter(68) +2 16.08.29 1,969 25 11쪽
67 chapter(67) +6 16.08.26 2,006 26 12쪽
66 chapter(66)제2장 사일록의 두 번째 추리 +2 16.08.25 2,156 26 11쪽
65 chapter(65) +4 16.08.24 2,081 25 11쪽
64 chapter(64) +2 16.08.22 2,146 27 11쪽
» chapter(63)제21장 살인마의 정체 +2 16.08.19 2,113 27 12쪽
62 chapter(62) +2 16.08.17 2,149 25 12쪽
61 chapter(61)제20장 반대파들의 음모 +4 16.08.16 2,097 27 11쪽
60 chapter(60) +2 16.08.15 2,108 27 12쪽
59 chapter(59) +2 16.08.15 2,017 28 11쪽
58 chapter(58)제19장 살인의 의미 +2 16.08.13 2,125 27 12쪽
57 chapter(57) +2 16.08.12 2,048 23 12쪽
56 chapter(56) +6 16.08.12 2,042 25 12쪽
55 chapter(55) +4 16.08.10 2,151 25 12쪽
54 chapter(54)제18장 사일록의 실수 +2 16.08.10 2,272 21 12쪽
53 chapter(53) +2 16.08.08 2,207 24 13쪽
52 chapter(52)제17장 위기의 목격자 +2 16.08.08 2,239 23 12쪽
51 chapter(51) +4 16.08.05 2,330 28 11쪽
50 chapter(50) +4 16.08.05 2,268 25 11쪽
49 chapter(49)제16장 의심의 정립 +2 16.08.04 2,276 28 12쪽
48 chapter(48) +2 16.08.04 2,238 28 12쪽
47 chapter(47) +2 16.08.03 2,172 26 13쪽
46 chapter(46)제15장 참고인의 반발 +2 16.08.03 2,224 24 12쪽
45 chapter(45)제14장 이제는 속지 않는다 +2 16.08.02 2,138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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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chapter(43)제13장 참고인의 술수 +4 16.07.29 2,250 23 12쪽
42 chapter(42) +2 16.07.28 2,126 28 12쪽
41 chapter(41) +6 16.07.27 2,279 26 12쪽
40 chapter(40) +2 16.07.27 2,070 27 12쪽
39 chapter(39)제12장 박혁로의 위기 +2 16.07.25 2,102 31 13쪽
38 chapter(38)제11장 의외의 진전 +2 16.07.25 2,381 28 12쪽
37 chapter(37)제1권 끝(계속) +2 16.07.22 2,347 27 13쪽
36 chapter(36) +4 16.07.22 2,123 31 13쪽
35 chapter(35) +2 16.07.22 2,333 30 12쪽
34 chapter(34)제10장 내부첩자의 진실 +2 16.07.22 2,296 30 12쪽
33 chapter(33) +2 16.07.21 2,295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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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chapter(31)제9장 양홍이 남긴 이상한 단서 +2 16.07.21 2,246 3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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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chapter(27) +2 16.07.20 2,731 32 12쪽
26 chapter(26) +2 16.07.20 2,515 31 12쪽
25 chapter(25) +2 16.07.19 2,603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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