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록신전(史一錄神傳)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추리

완결

고룡생
작품등록일 :
2015.12.3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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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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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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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64)

DUMMY

그는 자신의 믿음을 신뢰했다. 지금까지 겪어온 사일록의 예단(豫斷)이 틀린다고 보진 않았지만 자신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틀림없이 자신의 생각대로 그들이 아니라고 단정 지었다. 섭문은 자신이 온갖 서류를 검토하며 분석하고 주석까지 단 지금까지의 자신 행적으로 미루어본다면 틀림없이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했다. 토막 난 걸 연결해도 그렇다.

‘중간, 중간 빠져 있겠지만, 찾아내기만 한다면!’

놓친 걸 잡아내야 했다. 점점 서류 숫자가 줄어들고 있었으나 찾는 건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었다. 점점 줄어들수록 초조함은 더욱 극심해졌다.

‘어어, 이게... 아닌데... 내, 내가 정말... 잘못 본 것인가?’

가슴은 타들어 가고, 조여드는 협심증이라도 걸려서 숨이 막힐 정도였다. 사일록의 말을 중단시키고 자신의 일을 해야겠다고, 자신감 넘치게 대답하고 나왔는데 이러면 안 되는 것이었다. 여태까지 자신의 생각이 틀린 적이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사고방식에 의해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서류를 직접 보고 인용하여 판단하는 것이기에 틀릴 수가 없었다.

‘서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사람의 생각은 자주 엉터리이고, 틀려버릴 수도 있겠지만 기록이 되어 있는 서류는 틀릴 수가 없었다. 바르게 기재만 한다면 서류만큼 정확한 것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 서류만큼 자신의 판단도 정확하다고 믿고 있었다. 한데 보이지 않았다. 서류 숫자는 자꾸 줄어들고 있었고, 이제 단 두 장이 남았다. 그런데 섭문은 그 두 장을 쳐다보지도 않고 길게 한숨을 노해내며 허공에 집어던졌다.

‘이런, 젠장!’

욕설이 튀어 나오려고 했으나 없는 걸 만들어 낼 수도 없었다. 나머지 두 장은 그저 보낸 사람의 장인이나 직인, 혹은 자신이 기록했다는 서명 종류의 그림이나 남겼을 테니까 볼 필요도 없었다. 그렇다면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아니라면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이 잘못 본 것인가? 아니 어쩌면 지워진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 무엇도 아니라면 태워진 것인가?

‘아냐, 절대 그럴 리는 없어!’

관부에서 하는 일들이란 게 모두가 허술하고 복지부동이고, 구태의연하지만 설마 하니 그런 간 큰 짓을 누가 저지르겠는가 하는 것이 섭문의 관점이었다. 관부에서 가장 믿음이 가는 부분은 바로 서류였다. 서류 정리는 그 어떤 정직성보다 가장 명확했고, 제대로 도착한 것은 관리와 보관은 철저했다.

‘그래서 나도 이 특기를 선택했는데... 날 속이고 실망시키다니.......’

더 이상 이 일을 맡아야 할 용기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서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사람이 틀리게, 혹은 속이려고 작정하고 그렇게 기록한다면 몰라도 서류는 거짓이 없었다. 기록된 서류는 없어지지도 않고 사람이 지우지만 않는다면 영원히 남는 법이었다. 한데 서류는 지워지지도 않았고, 거짓을 기록하지도 않았으며, 아예 도착하지도 않았던 것이었다.

‘이럴 리가 없어!’

울컥 하는 기분이 들었다. 울컥 하는 그 마음으로 서류를 다시 정리하며 차곡차곡 쌓아갔다. 지금까지 훑어본 것을 반대로 한 장 한 장 올려서 깔끔하게 되돌려 정리하고 있었다. 마지막에 집어 던진 두 장의 서류도 찾았다.

‘어, 두 장이... 아니었나?’

화가 나서 집어 던진 두 장을 분명히 찾아서 올려놓아 처음 도착한 그대로 완성했는데 눈에 뜨인 저건 무엇인가? 책상 밑 사각지대에 놓아진 한 장의 서류가 더 보이는 것이었다. 의자에 앉아 있었더라면 절대 볼 수가 없는 곳인데 떨어진 두 장의 서류를 찾는다고 고개를 숙여 비틀어서 손을 넣어 집어내다가 사각지대가 사라져서 보게 된 것이었다. 한 장이 더 있었다.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저건 원래 그거.......’

원래 자신에게 보내왔던 서류 중 일부라는 것을 알았다. 귀찮다는 듯이 주워서 자리를 찾아서 집어넣었다. 맨 윗부분 우측 끝에 번호가 매겨져 있었기에 그 번호를 찾아서 넣은 것이었다.

멈칫했다.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와아! 이, 이, 이거다! 내가, 내가... 찾던, 바로 그것이야!”

섭문은 뛸 듯이 반가워하며 기쁨의 고함을 지르더니 그 서류 한 장을 들고서 바람처럼 사라졌다.


“여순검은 아직 오지 않았나?”

“아... 무언가 알아볼 게 있다고 하여 조금 늦는다고 했사옵니다.”

“그래?”

사일록의 반응이 무덤덤했다. 모두는 한쪽에 조용히 앉아서 기록을 담당하는 황명을 보고 난 후 토의에 들어갔다.

‘성실하군.‘

박혁로는 저런 황명이 부러웠다. 모용이슬도 황명을 보더니 편안한 표정으로 생긋 웃었다.

‘나도 규수처럼 저랬으면... 좋았을 텐데.‘

사랑하는 사람과 혼인하고 아이 둘 낳고 오순도순 행복하게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일순 흠칫 놀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정신 차리자, 이슬아!’

그래도 한편으로는 황명이 너무나 부러웠다.

사일록은 사무적으로 입을 열었다.

“박순검 먼저 시작해.”

“예, 차주님!”

큰소리는 쳤지만 사실 할 게 없었다. 그때 여인향이 어색하게 손을 들며 사일록을 쳐다보았다.

‘옳지!’

박혁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이야기 해봐야 예전에 했던 것을 재탕하는 수준인데 단서의 실마리 끝이라도 본 게 있어야 무슨 토의를 하던 토론을 하던 제안을 하든지 할 것인데 본 게 하나도 없었다. 본 건 모두가 본 것들이었고 모두가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재탕하는 건 꼭두각시가 다시 주인이 움직이는 대로 움직이는 수준도 아니고 아주 멍청하고 바보짓 하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사족이지.’

욕을 먹던 질타를 받던 거짓말은 하기 싫고 나가는 데까지 나가보자 라는 식으로 털어놓았다.

“차주님, 정말 티끌만한 단서도 나오지 않아서 곤혹스럽사옵니다!”

박혁로가 참지 못하고 결국 진심을 털어놓았다.

“어찌 해 볼 도리조차 없었으니 저로서는 가슴이 답답하여 숨조차 쉴 수가 없사옵니다, 차주님!”

“아, 됐어. 단서라고 하는 게 전부가 다 증거물이 되지 않고 추정 물로만 분류되니 범인을 잡는 건 정말... 어렵게 되었사옵니다.”

모용이슬도 함께 해명에 나서자 사일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해.”

모용이슬이 잠시 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곧이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차주님? 제 능력을 발휘하여 한 번 면밀히 조사를 해보았는데 살인마 이자... 추적 경로를 보면 항상 우리보다 한 발 앞서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사온데 아셨사옵니까?.”

“그 말은 벌써 나오지 않았나?“

“예, 나오긴 했으나 명확하게 그렇다고 하진 않았고, 그저 공모자에서 내부 첩자로 바뀐 것 외에는.......”

더 이상 뭐라고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일록의 질문 공세는 계속 되었다.

“아, 조순검?”

“예? 아, 옛!”

“무언가 하고는 있는가?”

그 물음에 모용이슬의 눈빛이 반짝였다.

‘차주님께서 이미 무언가 감을 잡으셨나?’

작수로서 추리를 한 것이 아니라 갑자기 저렇게 다른 사람을 몰아붙이는 걸보니 이상한 생각이 든 것이었다. 어원을 세밀하게 분석해 보면 추정한 게 아니라 뭔가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그 생각에 스스로도 놀라며 차주 사일록을 쳐다보았으나 그는 상관이 없다는 듯 조석무를 쳐다보며 대답을 재촉하는 듯했다.

“예? 아, 그게... 아직은 잘 모르겠사옵니다.”

“진행했으면 무엇이든지 끝장 봐야지.”

“알겠사옵니다.”

박혁로가 조석무 옆으로 다가와서 은근 슬쩍 물었다.

“무엇이오, 조형?”

“아무 것도 아닐세.”

“아무 것도 아닌데 차주님이 저렇게 관심을 보이는 거 봤소?“

조석무가 빙그레 웃더니 고개를 돌렸다.

“나중에 알게 돼.”


여인향은 한을룡의 시신을 아직까지도 여기저기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사실 한을룡의 시신을 처음 보았을 때는 막연하게 무언가가 눈에 거슬렸고 틀린다고 여겼는데 다시 한 번 면밀하게 살펴보니 자신이 뭘 놓쳤는지 직감적으로 알아낸 것이었다. 그래서 아주 끈질기게 살피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열 두 개의 그 칼자국이었다. 그 칼자국에 대해서 그녀는 더 끔찍하게 신경이 쓰였다.

‘십이지(十二支)를 가리키는 거야 아니면 열두 방향? 그것도 아니면 계절의 의미인 거야? 그것도 아니라면... 내 무의식이 성토하라고 하는 것인가? 흠.......’

아무리 생각을 깊이 해도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보고 또 보고, 계속 시신 주변을 돌아다녔다. 어느 순간 느낌으로는 이것이 조작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물론 의식적으로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랫동안 시신 해부를 해본 검시관로서의 직감이기도 했다. 이 칼자국은 일종의 혼란을 주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이 차츰 굳어가고 있었다.

‘아니면 중요한 무언가를 감추기 위한 것일지도.......’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거기에 대해서 이미 토의는 해봤다. 쓸데없는 칼자국만 난무했고, 결국 단 한 곳만이 치명적인 것으로 판명이 났다. 하나 이런 전문가가 왜 이런 헛된 망상과도 같은 짓을 저지른 것인지 처음부터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 두 군데면 충분할 텐데 왜 많은 숫자의 칼자국이 필요한 것인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가 잠재되어 있는 의문이 불쑥 떠올랐다.

‘정말... 단순한 초범이 저지른 행각인가... 아냐. 무림고수가 관련되었다고 결론이 나왔어.’

확신을 가지면서도 다른 이유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것이 바로 수사관들이 늘 하는 생각이었다. 확실한 단서, 명확한 증거, 혹은 증인이 없다면 단정 짓지 말아야 한다.

여인향은 고개를 끄덕이며 앞선 그 생각이 연결되어 떠오르자마자 갑자기 활기를 띠었다. 두 눈이 샛별처럼 반짝이며 새삼 시신의 칼자국에 다시 몰입했다. 평생 그렇게 상흔에 몰입하기는 처음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갑자기 무언가 허공에 그려지는 것이었다.

‘어어......?!’

그 그림은 자주 보지는 않았지만 익히 알고 있는 그림이었다. 다시 한 번 칼자국을 보고 나서 그림과 맞추어 보았다. 틀려도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대입시켰다.

‘이, 이건?’

순간 호흡이 가빠졌다. 이런 의견이 언제 처음으로 나왔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사일록이 뱉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의 생각이 틀림없다고 단정 지었다.

“아, 이런!”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경탄을 질렀다.

“열 두 개의 칼자국은... 역시 혼돈을 주기 위한, 혼란이었어!”

첫째 초보자가 저지른 살인이다. 아니라면 둘째 원한에 의해서 마구잡이로 찌른 상흔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세 번째 고의적인 혼돈을 주기 위한 수단이다. 여러 가지로 그녀에게 혼란만 가중시킨 칼자국, 보고 또 보고 해도 알 수가 없었다. 한데 지금 단정했다. 마지막 세 번째가 맞았다는 것을 즉시 알아차렸다.

“야홋!”

그녀는 휘파람을 불면서 곧바로 사일록의 집무실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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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chapter(73) +6 16.09.03 2,035 23 12쪽
72 chapter(72) +4 16.09.02 2,009 25 12쪽
71 chapter(71)제24장 사일록의 기행 +4 16.09.02 2,062 24 11쪽
70 chapter(70) +2 16.09.02 1,902 25 12쪽
69 chapter(69)제23장 드러나는 단서 +2 16.08.29 2,133 24 12쪽
68 chapter(68) +2 16.08.29 1,969 25 11쪽
67 chapter(67) +6 16.08.26 2,006 26 12쪽
66 chapter(66)제2장 사일록의 두 번째 추리 +2 16.08.25 2,156 26 11쪽
65 chapter(65) +4 16.08.24 2,081 25 11쪽
» chapter(64) +2 16.08.22 2,146 27 11쪽
63 chapter(63)제21장 살인마의 정체 +2 16.08.19 2,112 27 12쪽
62 chapter(62) +2 16.08.17 2,149 25 12쪽
61 chapter(61)제20장 반대파들의 음모 +4 16.08.16 2,096 27 11쪽
60 chapter(60) +2 16.08.15 2,108 27 12쪽
59 chapter(59) +2 16.08.15 2,017 28 11쪽
58 chapter(58)제19장 살인의 의미 +2 16.08.13 2,125 27 12쪽
57 chapter(57) +2 16.08.12 2,047 23 12쪽
56 chapter(56) +6 16.08.12 2,042 25 12쪽
55 chapter(55) +4 16.08.10 2,151 25 12쪽
54 chapter(54)제18장 사일록의 실수 +2 16.08.10 2,272 21 12쪽
53 chapter(53) +2 16.08.08 2,207 24 13쪽
52 chapter(52)제17장 위기의 목격자 +2 16.08.08 2,239 23 12쪽
51 chapter(51) +4 16.08.05 2,330 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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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chapter(49)제16장 의심의 정립 +2 16.08.04 2,276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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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chapter(47) +2 16.08.03 2,172 26 13쪽
46 chapter(46)제15장 참고인의 반발 +2 16.08.03 2,224 24 12쪽
45 chapter(45)제14장 이제는 속지 않는다 +2 16.08.02 2,138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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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chapter(43)제13장 참고인의 술수 +4 16.07.29 2,250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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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chapter(40) +2 16.07.27 2,070 27 12쪽
39 chapter(39)제12장 박혁로의 위기 +2 16.07.25 2,102 31 13쪽
38 chapter(38)제11장 의외의 진전 +2 16.07.25 2,381 28 12쪽
37 chapter(37)제1권 끝(계속) +2 16.07.22 2,347 27 13쪽
36 chapter(36) +4 16.07.22 2,123 31 13쪽
35 chapter(35) +2 16.07.22 2,333 30 12쪽
34 chapter(34)제10장 내부첩자의 진실 +2 16.07.22 2,296 30 12쪽
33 chapter(33) +2 16.07.21 2,295 32 12쪽
32 chapter(32) +2 16.07.21 2,310 32 12쪽
31 chapter(31)제9장 양홍이 남긴 이상한 단서 +2 16.07.21 2,246 30 13쪽
30 chapter(30) +4 16.07.21 2,271 32 12쪽
29 chapter(29)제8장 위험한 목격자 +2 16.07.20 2,488 30 11쪽
28 chapter(28) +2 16.07.20 2,308 28 12쪽
27 chapter(27) +2 16.07.20 2,731 32 12쪽
26 chapter(26) +2 16.07.20 2,515 31 12쪽
25 chapter(25) +2 16.07.19 2,603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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