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겹쳐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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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호오리
작품등록일 :
2015.12.3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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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07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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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 - (3)

DUMMY

때는 어두웠다. 지독하리만큼 고독한 감정은 온 몸을 감싸고 올라왔다. 흔히 있는 일이었다. 세상은 너무 끔찍한 곳이었다. 이런 감정을 계속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면 차라리 죽어버리느니만 못할 것이다. 매번 이런 순간이 올 때마다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충동을 느껴야만 했고 시간이 지나면 감정이 가라앉고는 했다. 하지만 나는 느끼고 있다. 점점 정신은 갉아 먹혀지고 있었고 그리고 이제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변하고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아아...


이젠 한계야...


...


가끔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고독한 기분 말이다. 세상 전체가 정지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바깥에 지나다니는 사람도 바람도 그 무엇도 없었다. 창문을 통해 비춰져오는 햇살은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고 세상에 오직 햇살과 나 둘만 남은 것 같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깊은 슬픔이 뱃속부터 밀려 올라왔다.


“읍!!”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축축하고 서늘한 기운이 코 끝을 간질였다.


“읍읍!!”


루베르는 자신이 의자에 묶여있음을 깨달았다. 자신의 입에는 헝겊이 채워져있었고 팔 다리는 얇은 와이어 줄에 단단히 묶여있었다.


“깨어났나.”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읍읍!!!”


루베르는 거세게 발버둥쳤지만 그럴수록 손목과 발목에 통증만 가해질 뿐이었다.


“움직이지 않는 게 좋아. 와이어가 살 속을 파고드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


팟-


갑작스럽게 켜진 불빛에 루베르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어질어질한 가운데 눈꺼풀 너머로 보이는 붉은 빛. 그리고 코를 간질이는 곰팡이 냄새.


“읍읍!!!”


입안의 헝겊이 갑작스럽게 쑥 입안에서 빠져나갔다.


“콜록!!!! 콜록!!!!”


“이름이 뭐지?”


“콜록!!! 콜록!!!!”


루베르는 기침을 연이어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먼지가 심하게 끼어있는 장소가 분명했다. 도저히 기침이 멈추지 않고 계속 가슴 속에서 간지러움이 몰려왔다.


“어떻게 이곳을 찾아냈지?”


밝은 불빛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불빛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강압적으로 자신을 옥죄고 있었다.


“콜록.. 콜록... 당신은 반군인가.”


루베르의 말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반군..”


남자는 혀를 끌끌찼다.


“반군이라....”


불빛 때문에 눈을 뜨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녀는 결국 눈을 질끈 감아야만 했다.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나.”


덜컥-


남자는 불을 끄더니 문을 닫고 급하게 어디론가 뛰어갔다. 루베르는 침착하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간의 훈련은 그녀를 극도로 침착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자신의 손과 발에 묶여있는 가는 와이어. 그리고 정체모를 남자.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어떤 것도 자신에게는 없었다.


‘이 와이어를 어떻게 해야.. 어?’


루베르는 자신의 손이 쑥 들어올려지자 깜짝 놀랐다. 조금전까지 자신을 구속하던 와이어는 사라져있었다. 그녀는 잠시 어리둥절한 기분에 어둠 속에서 눈을 껌뻑이고 있었다. 발을 살짝 들어보니 발에 묶인 와이어 역시 사라져있었다.


따끔-


손목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통증에 그녀는 살짝 몸을 움츠렸다. 아까전에 발버둥칠 때 와이어에 베였는지 미세한 혈향이 손목에서 배어나오고 있었다.


...


“제임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덥수룩한 수염의 남자는 한쪽 눈을 질끈 감고 고민에 잠긴 얼굴을 한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제임스의 한쪽 눈은 석양이 져가는 하늘 저 위를 향하고 있었다.


“20년 만에 통로가 열릴 거야. 이번에는 네 차례야. 잊지 않도록 해.”


“물론이지.”


덥수룩한 수염의 남자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제임스를 흘끗 쳐다본 후 옆에 있는 덤프트럭의 운전대에 올라탔다.


“정말 괜찮은 거야?”


“아무렴 걱정말고 떠나가.”


부릉 부릉- 털털털털- 부우우우웅-


요란한 소리와 함께 덤프트럭이 떠나가자 남자는 손에 남겨진 종이를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정말로 기분이 안 좋은 날이었다. 길거리에서 쓰러져있는 라이칸 출신의 디오더를 보는 순간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라일리...”


감겨있는 왼쪽 눈이 욱신거리는지 그는 손바닥으로 왼쪽 눈을 감싸 쥐었다. 슬레이트로 지어진 허름한 집 문을 열고 어느 때와 다름없는 현관 앞의 복도를 걸었다. 장판의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며 그는 양말을 한 짝씩 벗어 옆으로 집어던졌다. 벌써 복도에 늘어서 양말만 수십 개였다.


“큭!!”


갑작스럽게 복부에서 고통이 느껴지며 무릎이 저절로 꿇려졌다. 그는 상황판단을 하기도 전에 팔이 뒤로 꺽이며 순식간에 바닥에 패대기쳐졌다.


쿵-


“으윽!!”


“여긴 어디지?”


이 목소리는 자신이 잡아온 그 푸른 눈의 여자가 분명했다.


“맙소사 그걸 풀다니... 라이칸 출신을 너무 쉽게 봤군.”


자조적으로 제임스는 웃었다.


“어떻게 푼 거지?”


꽈악-


머리가 바닥에 강하게 내리눌려졌다. 여자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여리여리하게 생긴 것과 다르게 힘이 무척 강력했다.


“알았어!! 조심스럽게 해달라고!”


“당신 이름이 뭐지?”


“...그걸 내가 왜 말해줘야... 아악!! 살살하라구!!”


남자는 팔이 강하게 꺾이자 비명을 질렀다.


“제임스 칼리. 나이는 45세. 맞나?”


“집안을 뒤졌나 보군.”


“너는 반군인가?”


“반군... 반군이라.. 흐흐흐.”


남자는 실소했다.


“왜 웃지?”


“우리들을 이 처지로 만든 놈들한테 반군 소리를 들으니 어찌 안 웃길 수 있나?”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의 감정이 섞여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무것도 모르는 건가?”


“제대로 이야기해!!!”


꽈아악-!!


“아아악!!! 살살하라니까! 부러진다!!!”


“이곳은 어디야? 지구 번호가 어떻게 되지?”


“...그걸 나에게 왜 묻는 거지? 당신이 더 잘 알고 있을텐데?”


제임스는 의혹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이야기해 어서!!!”


남자는 팔이 조여지자 다시 비명을 질렀다.


“헉... 헉... 당신은 정말로 디오더인가?”


루베르는 살짝 망설이다 내뱉 듯 입을 열었다.


“...맞어.”


“정말로 몰라서 묻는 건가?”


“..그렇다.”


“그럼 여기에는 왜 온 거지?”


“묻는 말에나 대답해!!”


“아아아악!! 알았어!!!”


남자는 거친 비명을 내질렀다.


“여기는 마케우노 지구번호는 999번. 헉... 헉... 버려진 땅이다.”


“이곳에 변환소가 존재하나?”


“...그걸 왜 묻는거지? 목적을 모르겠군. 아아아악!! 팔 좀 살살해!!! 없어!!! 없다구!!!”


침묵이 흘렀다. 남자의 이마에서는 땀이 연이어 흘러내렸다.


“...너는 우리를 죽이러 온 것이 아닌가?”


“그게 무슨 소리야.”


“...너는 정말로 디오더가 맞는건가?”


“자세히 이야기해봐.”


“맙소사. 미칠 노릇이군.”


남자는 중얼거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어서 이야기해!”


제임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가냘픈 여성의 비명소리가 귓가에 앵앵거렸다.


“...라일리... 빌어먹을!!! 알아서 해!! 아악!! 죽여!!! 차라리 죽이라고!!!”


루베르는 남자의 머리를 들어올린 뒤에 다시 강하게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크으윽!!!”


“어서 말해!!!”


“디오더의 앞잡이에게 말해줄 것은 아무것도 없어 빌어먹을 년...!!! 크아아아악!”


뚜두둑- 뚜둑-


“아아아아아악!!!!!!”


루베르가 아무리 고통을 가해도 남자는 눈을 질끈 감고 숨만 헐떡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임스.”


루베르는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아까전에 네 아들을 봤는데.”


“빌어먹을 년!!!! 내 아들은 안돼!!!”


갑작스럽게 제임스는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라이칸에서 배운 내용들이 이리 쓸모가 있을 줄이야. 루베르는 속으로 감탄했다.


“모든 것을 말해준다면 아무 일 없을 거야.”


“헉.. 헉!!! 개같은 년!!! 빌어먹을 라이칸!!!”


“약속하지.”


교재에서 배운 대로 루베르는 착실히 대사를 읊어갔다.


“나는 당신들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 이곳에 온 게 아니야. 하지만 난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야 해.”


남자는 말없이 숨만 헐떡였다.


“제임스. 난 너의 적이 아니야.”


“..약속할 수 있나. 네가 말한 것들을 모두 약속할 수 있나?”


“물론이지.”


“루이스 사령관의 이름을 걸고?”


“...물론이야.”


“일단 풀어줘. 난 너 같은 훈련받은 군인이 아니야. 어차피 아무것도 못해.”


루베르가 풀어주자 남자는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고는 부러진 왼쪽 어깨를 감싸 쥐고 인상을 찡그렸다. 남자는 루베르를 거실로 인도했다. 나무의자에 걸터앉은 그는 왼쪽 어깨가 고통스러운지 연신 이마를 찌푸렸다.


“이곳이 어디인지 네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두 이야기해봐.”


루베르는 반대편 의자에 걸터앉아 깍지를 끼고 그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루이스 사령관의 이름을 걸고 한 가지 더 약속해다오.”


“뭐지?”


“절대로 우리를 죽이지 않을 것이고, 위에 보고도 하지 않겠다고.”


“물론이야.”


“제길...!”


남자는 입안에 고인 피를 옆에 내뱉었다.


“말했다시피 여긴 EN-00999. 마케우노라고 불리는 지구다. 오더로부터 버려진 땅이지. 우리는 바람이라고 불리는 국가의 사람들이었다. 지배자가 없는 자유로운 곳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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