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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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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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5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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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3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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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2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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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길(3)

거짓말이야. 아닐 수도 있고.




DUMMY

에밀리오와 헤어진 세 사람은 잠시 후 다시 마세라로 가는 길을 탔다. 대화도 휴식도 거의 없이 추적에만 집중한 행로였다.

클레타 용병들을 뒤쫓아 가는 일은 쉬웠다. 길이 하나뿐이기도 하지만 그 많은 수가 도로를 통해 이동하니 사람들의 눈에 안 띌 수가 없다.

행인이라야 상인이나 가축을 팔러 가는 사람 정도인 이런 지방에서 그것이 얼마나 별 일이었는지, 먼저 물어보기 전에 자랑하듯 말해주는 사람도 간혹 있었다.

클레타 용병들의 속도는 빨랐다. 메칼로 일행도 최소한으로 쉬면서 뒤를 쫓았지만 마세라에 도착할 때까지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마세라에는 연락책으로 남겨진 듯한 용병이 몇 명 있을 뿐이었다. 츈 지앵을 데려간 펠릭스 일행도 클레타 용병부대도 이미 없었다.

메칼로 일행이 그들을 따라잡은 것은 마세라를 떠나고 다시 이틀 뒤 정오 무렵이었다. 개선로와 교차하는 지점이 머지않은 곳이었다.

앞에서 달리던 스텔리안이 돌연 멈추더니 말머리를 돌렸다. 길을 벗어나 북서쪽이었다. 조금만 달려가니 다른 사람들도 금세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말발굽 자국이 뚜렷이 남아 있었다.

펠릭스 일행이 갔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수십 마리의 말이 달린 흔적을 보면 클레타의 용병들이 지나간 것은 분명했다. 그것도 시간이 별로 흐르지 않아 선명한 자국이었다.

이 방향으로 달려도 개선로와 만나기는 하지만 가는 도중의 길이 잘 닦인 도로는 아니다. 도중에는 소택지가 많고 작은 마을이 드문드문 있었다. 큰 강을 만나기도 했다.

다만 이 방향으로 달리면 적어도 하루는 빨리 수도에 갈 수 있었다.

“펠릭스가 시간을 줄이려고 한 걸까? 아니면 용병들이 길을 막으려고 나뉜 걸까.”

메칼로가 누구에게랄 것 없이 물었다. 스텔리안은 그 말에 다시 큰 도로까지 달려갔다 돌아왔다.

“메칼로 님. 용병들은 대부분 길을 벗어난 것 같아요. 도로 쪽에는 흔적이 거의 안 남았어요.”

어떻게 알아냈는지 모르지만 스텔리안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랬다는 건, 이 방향으로 츈 지앵이 갔다고 생각했다는 뜻인데.”

메칼로는 뭔가 마음에 안 드는지 눈가를 찌푸렸다.

“여기에서부터 개선로까지는 지대가 낮고 습지가 많아 흔적이 확실히 남는다. 펠릭스가 몰랐을 리 없어.”

“추적자와 거리가 제법 있다고 판단했다면 흔적을 남기더라도 수도까지의 시간을 단축하려고 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곤란하다는 거야. 시간을 단축하려고 이 방향으로 갔을 수도 있고······, 츈 지앵을 안전하게 보호할 다른 준비가 있어서 추격자들을 유인하려고 갔을 수도 있으니까. 망할 토비아스!”

산디아는 짜증을 내는 메칼로의 뒤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얌전히 로레단에서 기다렸으면 토비아스의 다음 명령을 가지고 달려왔을 후발대에게 모든 설명을 들을 수 있었을 터다.

물론 그만큼 츈 지앵과는 멀어지겠지만 기껏 달려왔어도 여기서부터는 선택에 위험부담이 따랐다.

“스텔리안, 흔적을 추적해 봐. 해가 지기 전까지는 돌아오고. 우리는 그동안 길을 좀 더 따라가면서 정보를 모아볼 테니까.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지.”

결국 메칼로도 곧장 추적하는 것은 포기했는지 못마땅한 얼굴로 시간이 걸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스텔리안이 말발굽 자국을 따라 떠나자 메칼로와 산디아 역시 도로를 따라 말을 몰았다. 그들은 한동안 인적 없는 들판 가운데를 걸었다.

석양이 질 무렵까지 여유 있게 이동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탐문해 봤지만 지금까지와 달리 특별한 이야깃거리는 들을 수 없었다.

“정말로 용병들은 모두 습지 쪽으로 가버린 모양입니다. 그만한 수가 도로로 이동했다면 틀림없이 눈에 띄었을 테니까요.”

“문제는 츈 지앵이 어느 쪽으로 갔는가, 겠지.”

“상관없지 않겠습니까? 만일 츈 지앵이 이 길로 갔다고 해도 뒤쫓는 사람이 없어진 이상 오히려 우리가 따라가지 않는 편이 안전할지도 모릅니다.”

메칼로도 그녀의 의견에 거의 동의할 뻔했다. 그러나 대답하기 전에 멀리 길 가장자리에서 꾸물거리며 비탈을 올라오는 뭔가를 봤다. 그것은 사람이었다. 길 위로 기어오른 다음 몸을 일으키더니 비틀거리며 이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먼빛으로도 그 사람이 남자라는 것과 상태가 심하게 안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션 사람입니다.”

산디아가 먼저 알아보고 말했다. 츈 지앵의 부하는 아니다. 그렇다면 추적자 가운데 한 명이라는 뜻이었다.

말을 몰아 남자를 향해 달려갔으나 얼굴을 구별할 만큼 가까워지기도 전에 그는 푹 쓰러졌다. 등에 세 개의 화살이 꽂혀, 그가 꿈틀거릴 때마다 화살 깃이 함께 떨었다.

“살아남기는 틀렸군요.”

가까이 가서 살펴 본 산디아가 중얼거렸다.

남자의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치명상이라고 할 정도로 큰 상처는 안 보였지만 출혈이 심했는지 옷이 붉게 젖었고 입가에도 피거품 자국이 말라붙어 있었다.

“뭔가 폐를 건드린 모양입니다. 그 뒤로 심하게 움직여서 이제 돌이키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남자는 션 어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가는 목소리에 그르렁거리는 숨소리가 섞여서 어느 나라 말로 하든 알아듣기는 힘들 것 같았다. 말하다 말고 날카로운 기침소리를 내면 그때마다 괴로운 숨과 함께 핏방울이 튀었다.

그들로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션 어가 띄엄띄엄 새어 나오다가 잠시 후에는 달싹거리는 입술 안에서 맴돌았다. 이윽고 남자는 숨을 거두었다.

“메칼로 님.”

그사이 남자의 흔적을 따라갔던 산디아가 돌아와서 목소리를 낮추었다.

“이 자가 온 방향에 션 사람의 시체가 한 구 있습니다. 작은 숲인데 거기에서 전투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시체는 한 구이고 무기는 두 개가 남겨져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이 사람의 것이라고 한다면 셈이 맞는군요. 그리고······.”

산디아는 말하다 말고 죽은 남자를 힐끗 내려다보았다.

“전투장소나 주변 어디에도 우리 쪽 사람들의 흔적은 없습니다. 누구와 싸운 건지 모르겠습니다.”

메칼로는 묵묵히 그녀의 보고를 듣다가 죽은 남자의 상의를 끌어올렸다. 핏자국이 말라붙은 가슴에 깊은 칼자국이 나 있었다. 명치 부근이었다.

산디아가 상처에 손가락을 넣어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 떠올리는 기색이었다.

“단번에 폐를 찔렀군요. 칼날이 좁은 클레타식 검 같습니다. 우리 중 그런 것을 쓰는 사람은 에밀리오 뿐이지만······.”

클레타의 용병들 중에는 누군가 그런 칼을 쓰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따라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제이나 카타르······.”

산디아는 저도 모르게 그 사람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메칼로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론이 없는 걸 보니 죽어가는 남자의 기억 속에서 그녀를 본 모양이었다.

“이 남자는 그녀가 돕고 있는 왕자와는 다른 왕자가 보낸 암살자일까요?”

츈 지앵이 암살자를 보낼만한 왕자 두 명을 거론했던 것을 산디아는 기억하고 있었다. 제이나가 그 중 하나를 돕고 있으니 그녀가 션 사람을 죽였다면 분명 다른 왕자 쪽이다. 당연한 생각이었으나 메칼로는 고개를 저었다.

“칼에 찔릴 때의 감정이 강렬했다. 단순한 적에게 당한 사람이 가질만한 감정이 아니라 더 복잡하고 분노에 찬, 그래. 마치 배신을 당한 사람이 느낄 법한······.”

제이나가 션 사람들을 배신? 산디아는 머릿속이 헝클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왜······.”

“결국 애초부터 제이나 카타르는 클레타 쪽의 지시로 일하고 있었다는 거겠지. 츈 지앵의 추적에 영주의 힘을 빌릴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고.”

“그런데 션 사람들을 배신했다는 건, 바로 지금이 그녀의 의도와 션 사람들의 의도가 충돌한 시점이라는 뜻입니다. 그건 즉······.”

산디아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메칼로는 짜증을 참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나 카타르가 츈 지앵을 손에 넣었다는 거다.”

“스텔리안을 데려오겠습니다.”

“나는 길을 따라 북쪽으로 가고 있겠다.”

메칼로의 대답을 듣고 산디아는 곧장 말 위로 뛰어올랐다.

날이 슬슬 저물어가고 있다. 그 점은 다행이었다. 원하던 것을 손에 넣은 제이나가 급히 이동하지는 않을 터다. 쉬지 않고 뒤쫓는다면 곧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따라잡는다고 해도 이쪽의 숫자는 셋, 상대는 아직 몇 명인지도 몰랐다.

펠릭스가 대부분의 용병들을 유인했지만 제이나는 거기에 속지 않았다. 어쩌면 유인당한 용병들과는 별개로 그녀 자신의 부하들을 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에게서 츈 지앵을 뺏을 수 있는가도 알 수 없고, 그 후는 더욱 불확실했다.

후발대와 만나기 위해 오히려 되돌아가야 할까 생각했다가 그는 곧 고개를 저었다. 만일 펠릭스의 유인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클레타 용병들이 되돌아오기라도 하면 상황은 최악이었다.

최선은 후발대가 날이 밝기 전까지 와주는 거겠지만, 애초의 약속대로라면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제이나를 뒤따라가면서 상황을 살피는 것도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소수인 펠릭스 일행이 그 많은 클레타 용병들을 언제까지 붙잡을 수 있는가와 후발대가 얼마나 빨리 와줄 수 있는가. 그 사이에서 메칼로 일행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산디아와 스텔리안이 돌아온 것은 날이 완전히 저물기 전이었다. 메칼로는 그때까지 길을 따라가며 제이나 일행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속도가 느렸지만 소득이 없지는 않았다. 영주의 부하로 보이는 병사들 한 무리를 만났던 것이다.

메칼로가 천연덕스럽게 제이나의 행방을 묻자 병사들은 그가 클레타 용병들 중 하나라고 착각했다.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쪽이 더 맞겠지만, 어쨌든 메칼로는 그들에게 제이나 일행이 오늘 밤 묵는 장소를 알아낼 수 있었다.

길에서 멀지 않은 농가였고 제이나의 일행은 예닐곱 명 뿐이었으나, 문제는 그들을 호위하는 영주의 병사들이었다.

병사들만 칠십 여 명, 거기에는 기사 두 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메칼로가 만난 병사들도 내일 아침 다른 동료들과 함께 다시 합류할 예정이었다. 그러면 병력은 더 많아진다.

농가는 도로를 벗어나고 얼마 안 되어 금방 눈에 띄었다. 농장이라고 할 만한 규모의 밭에 둘러싸인 집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병사들이 집 앞과 근처 밭까지 차지하고서 불을 피우거나 돌아다니고 있었다.

“가진 병력을 다 동원해서 도와주는 모양새군요.”

농가의 광경을 본 산디아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다는 거겠지.”

변방의 영주에게 션의 왕자를 포획하는 공훈이라면 무리해서라도 탐낼 만하다. 양국의 관계에 따라 어떤 결과가 될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일이었지만 도박에서 이겼을 때의 대가는 자못 유혹적이기도 했다.

잠시 후에는 농가 가까이까지 정찰을 갔던 스텔리안이 돌아와서 새로운 정보를 내놓았다.

“츈 지앵 왕자와 함께 우리 단원 두 명이 잡혀 있어요. 세 사람 모두 무사해 보이고요. 집안에 신자가 세 명 있는데 그 중 두 명은 국경에서 추적하던 용병들 사이에 있었어요.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요. 그리고 마구간에 이곳 영주와 다른 문장이 찍힌 안장이 하나 걸려 있었어요.”

스텔리안이 가져온 정보는 많았다. 마구간까지 보고 왔다면 집 안에만 안 들어갔을 뿐 저 수많은 병사들 눈앞에서 돌아다닌 것이나 다름없었다.

“문장의 모양은?”

보고 가운데 그것이 가장 신경 쓰였는지 메칼로가 물었다.

“방패 위에 화살촉과 초생달이 대각선으로 두 개씩 마주보고 있는 모양이었어요.”

산디아가 고개를 기울이며 생각에 잠기더니 금방 답을 내놓았다.

“하이라람 가문입니다. 개선로를 따라 서쪽으로 가다 보면 첫 번째로 마주치는 영지입니다.”

“그쪽은 이미 회유해 놓았다는 건가.”

“개선로 직전까지는 이곳 영주의 땅입니다. 하이라람 가문은 내일 아침 출발하면 오후에는 영토에 진입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깝고요.”

“개선로 입구에서 하이라람 가문까지가 빈틈이라는 말이군. 그 중간은 아마 아우렐로인가 하는 가문의 땅이었지.”

“예. 성도 뭣도 없고, 변두리의 작은 영지라서 어쩌면 거기까지 이곳 영주의 병사들이 계속 호위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아예 틈이라고는 없어지겠지요.”

“그거 어렵네.”

메칼로가 중얼거렸다. 말하는 것과 달리 태연한 얼굴이어서 산디아는 저도 모르게 조금 웃었다.

“왜?”

메칼로가 물었다. 묻는 순간 이미 답을 알았겠지만 산디아는 모르는 것처럼 대답했다.

“표정을 보니 부상당하기 전의 대책 없는 메칼로 님으로 돌아가신 것 같아서요.”

“그러면 곤란해진 거 아닌가?”

메칼로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풀이 죽어 있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저까지 기운이 빠지니까요.”

그녀의 말에 메칼로는 항의하고 싶은 표정이 되었다가 혀만 차고 말았다.

“스텔리안, 츈 지앵과 함께 잡힌 단원들은 누구야?”

“오드 씨와 미카엘 씨라고 생각해요. 잡혀가는 동안 둘 중 누군가라도 표식을 남겨뒀을 것 같은데 어두워져서 지금 찾는 건 무리입니다.”

스텔리안의 대답을 듣고 메칼로가 빙긋 웃었다.

“오드가 부상도 없이 잡혔다는 말이지? 그러면 녀석들은 싸워보지도 않고 곧장 항복한 거다. 토비아스의 지시를 받은 거야. 싸우지 말고 항복하라고 했으면 다음에 뭘 해야 하는지도 알려줬겠지. 녀석들과 접촉할 수 있을까?”

스텔리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저었다.

“츈 지앵과 단원들은 집안에 갇혀 있어요. 상대편 신자들 중 하나는 분명 추적에 적합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거고요. 너무 가까이 접근하면 위험해요.”

“할 수 없네.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보자고. 스텔리안, 최대한 가까이 가서 눈에 띌만한 곳에 표식을 남기고 와. 우리가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녀석들이 알아야 하니까.”

메칼로의 말에 산디아가 묘한 낯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메칼로는 그녀를 향해 한숨과 함께 말했다.

“나답지 않게 신중한 결정을 내려서 미안하군.”

농가가 잘 보이는 위치에 자리를 잡고, 그들은 교대로 불침번을 서며 밤을 보냈다.

날이 밝기 무섭게 영주가 보낸 병사들이 스무 명 가량 더 왔다. 음식이 실린 짐마차와 함께였다. 병사들은 이른 아침을 먹고 아직 이슬이 마르기도 전에 농가를 떠났다.

메칼로 일행도 그들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츈 지앵을 비롯한 세 명의 포로들은 묶인 채로 짐마차에 실렸다. 마차 바로 옆에서 한 명의 기사가 말을 몰았고 주위는 병사들이 단단히 지키고 있었다.

제이나는 또 다른 기사와 함께 무리의 선두에 있었는데 개선로에 들어서자 말을 탄 몇 명과 함께 속도를 내어 먼저 갔다. 함께 간 사람들 중에 신자가 포함되지 않았을까 기대했지만 스텔리안이 세 명의 신자가 모두 아직 남아 있다고 알려줬다.

이대로 하이라람 가문의 영토까지 가게 되는 건 아닐까 싶은 시간을 보낸 끝에, 정오가 지나서야 메칼로 일행은 단원들이 남긴 전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말과 사람들에게 밟혀서 더러워진 넝마 조각이 길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아마도 말과 사람들이 잠시 쉬는 동안 어떻게든 마차 밖으로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거기에 얼핏 얼룩처럼 보이는 핏자국이 단어를 이루고 있었다.

“아우렐로에서.”

메칼로가 소리 내어 그것을 읽었다.

“뭔지는 몰라도 아우렐로 가문의 영토 안에서 일어날 모양인데.”

그러나 전언을 받은 뒤 하이라람 가문의 영토가 머지않은 때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신록이 완연한 들판을 오후의 햇볕이 따뜻하게 달궜다. 평화로운 가운데 말발굽 소리와 마차바퀴 도는 소리가 병사들의 발소리에 섞여 아련하게 들려왔다.

“도니엘 강의 지류가 보입니다.”

산디아가 들판 저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도니엘 강의 지류를 넘어서면 거기서부터는 하이라람 가문의 영지였다.

“스텔리안, 매복이 있나?”

“아뇨. 다리까지 아무도 없습니다.

스텔리안의 목소리에 불안이 묻어났다.

“이 속도라면 서너 식경 안에 다리를 넘습니다.”

산디아도 조바심을 감추지 못했다. 토비아스를 신뢰하는 그녀였으나 계획이 언제나 뜻대로 이루어지지만은 않는다. 토비아스라고 해서 실패한 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아우렐로에서······라.”

메칼로가 도로에서 주운 넝마 조각을 팔랑거리며 중얼거렸다.

“메칼로 님.”

산디아가 명령을 바라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대로 계속 뒤따라가야 하는가, 아니면······.

메칼로는 손 안에서 팔랑거리던 넝마조각을 휙 던졌다.

“곤란해질 거라고 했지? 단장.”

메칼로의 말에 산디아가 쓴웃음을 지었다.

명령은 따로 필요 없었다. 스텔리안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에서 내렸다. 그가 들판을 가로질러 달리는 동안 메칼로와 산디아는 각자 말을 몰아 도로를 벗어났다.

앞서 가는 자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멀리 돌아서 무리의 허리를 노려야 했다. 뛰어드는 것은 스텔리안이 그들의 선두를 잡는 순간이었다.

메칼로와 산디아가 작은 언덕을 사이에 두고 도로에 다시 가까워진 때, 무리의 앞쪽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말이 날카로운 숨소리를 내며 날뛰는 소리와 병사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말과 마차를 따라 천천히 걷던 병사들이 멈춰 섰다. 앞쪽에서 적이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지만 어디에 적이 있는 건지 아무도 몰랐다. 앞줄의 병사들이 주변으로 흩어졌다가 누군가 “저쪽이다!”라고 외치는 소리에 우르르 몰려갔다.

메칼로와 산디아가 말을 달리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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