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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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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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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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15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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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그는 변하지 않았다.

DUMMY

조금 이상하다 정도를 넘어서 사람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승아였다.


- 지금... 마승수의 저 컨트롤은?!


승아는 마승수가 히데요시와 싸우는 모습을 보고서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그 경기는 원래 마승수와 히데요시의 경기가 아니어서 히데요시라는 새 게이머가 등장한 이상 그런 조작은 이번 경기에서 나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승아지만, 실제로는 사람만 바뀌었을 뿐 승아의 회귀전과 거의 같은 내용의 경기가 사람만 바뀌어 펼쳐졌다. 승아와 같이 게임을 보던 팀원들은 예상과 다른 결과가 펼쳐지자 입을 쩍 벌렸다.


“어? 저.. 저거..”

“이야.. 히데요시가 컨이 좋긴 좋은가보네. 마승수가 이기는 줄 알았는데 저 싸움을 이기네.”

“역시 히데요시다.”

“아니.. 그게..”

“응? 승아야. 왜. 저정도는 너도 하지?? 에이.. 그래도 이건 인정해야지. 와.. 불리했는데 저걸 이기냐 히데요시. 장난 아니었다 진짜. 히데요시. 와~ 마승수 진짜 안타깝겠는데?”


- 마승수가 안타까울리가 있나요. 동운오빠..


승아는 마승수가 히데요시를 거의 다 이기다가 하피 싸움에서 지는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분명히 보기는 보았다. 마승수가 자신의 하피를 자기 하피로 찍어잡는 명불허전 컨트롤을 하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제대로 본 사람은 자신뿐이었을 것이다. 하피의 공격은 3번 팅기는 공격이라 여러마리가 있으면 공격하는 것이 퍼지는데, 이 화면이 하피가 여럿 붙을 경우에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본데다 눈썰미가 좋은 승아는 마승수의 그 컨트롤을 볼 수 있었다.


- 이걸 또 보다니.. 하아..


“...오빠. 나 잠시 휴게실 좀요.”

“응? 으응.”


우웁...


승아는 욕지기가 속에서 올라오는 것을 참고 팀원들과 경기를 보다가 연습실을 나섰다. 다른 팀원들은 그냥 잠시 승아가 자리를 비운다고 생각하는 듯 게임에 몰두한 상태였다.


경기를 동운과 같이 휴게실에서 보던 승아는 마승수가 자신의 하피를 직접 찍어잡는 컨트롤을 보여주고 어쩔줄 몰라하며 왜 졌는지 정말 괴로워하는 연기를 하는 모습을 TV화면으로나마 보고 있자니 구역질이 나와 그대로는 계속 볼 수가 없었다.


승아는 잠시 화장실에서 올라온 위액을 뱉어낸 뒤에 가글액으로 입안을 몇번이고 헹궜다. 회귀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이 일이 반복될 줄이야..


왜 잊고 있었을까.. 우주전쟁 승부조작 사건을.


우주전쟁 승부조작 사건.

이 사건은 예전 진이슬 로즈 선수들이 승부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마우스 패드에 무언가를 바르고, 무선 이어폰으로 상대 게이머가 어디로 향하는지 들으면서 게임한 것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것도 조작이지만 마승수가 낀 우주전쟁 승부조작 사건은 더 큰, 매우 커다란 조작이었다.


우주전쟁의 근간을 뒤흔든 승부조작 사건. 돈을 거는 배팅 사이트 조직과 개인의 욕심, 그리고 선수라는 것의 본분을 망각한 자들의 모임은 판을 완전히 뒤흔들어 우주전쟁 판의 존립을 위태롭게 했었다. 경기를 멋대로 지고, 승부를 바꾸고, 그렇게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나서는 선수들이 게임을 할 때마다 팬들은 외쳤다.


- 와... 저걸 뚤려? 주작 아님?

- 날아오른다~ 일부러 져주는데?

- 입금 완료. 슬퍼하는 연기 오졌구요.

- 주작~ 두닥두닥닥닥...

- 마주작님이 보고계셔.


등등..


무슨 경기를 할 때마다 조금만 못해도 입금이니, 조작이니 하는 말들이 팬 사이트와 경기 중계 사이트에 떠 다녔다. 글과 말의 반 이상이 조작관련이야기니 마승수와 그 패거리들이 한 조작은 정말로 E-스포츠계에 안좋은 쪽으로 족적을 크게 남겼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아직 조작이 일어나려면 분명히 몇년의 시간이 더 있었는데 지금와서 일어난 것이 이상했다. 다른 어떤 증거도 없지만, 오늘 마승수의 경기는 확실히 조작이었다. 예전의 그것과 너무나도 똑같았다.


승아는 몇년 빨리 마승수가 이런 경기를 한 것에 의문을 가졌다. 일단 승아는 가글한 입을 다시 수돗물로 헹구고는 잠시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휴게실로 향했다.


“어?”

“승아?”


거기에는 원재가 있었다.


“오빠?”

“아. 팀원들이랑 경기 보다가 좀 답답해서 나왔어.”

“경기라면.. 설마.. 오빠도 봤어요? 마승수 경기?”

“응? 너도?”


원재는 약간 놀란 눈빛으로 승아를 쳐다보았다. 승아의 안색은 좋지 않아보였다. 마치 자신의 표정을 대신하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얼굴이 좋지 않은 것을 보았다. 그 얼굴 빛만으로 원재도, 승아도 말은 없었지만 감정을 공유했다. 썩은내가 나는 경기의 전모를 다 아는 자의 괴로운 감정을.


“승아.. 너.. 기분이 안좋구나.”

“네. 안좋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요. 오빠. 마승수가..”

“응. 마승수가 히데요시와 경기에서 그걸 했어. 그걸.”


둘은 그리고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잠시간의 적막을 끊어낸 것은 승아였다.


“이거.. 몇년 뒤 아니에요? 3년은 더 있어야 되는 걸로 아는데....”

“글쎄... 그건 ‘예전’이었지. 지금은 바뀐 것이 많잖아? 마승수가 원래 데뷔가 언제인지 알어?”

“언제인데요?”

“원래는 2년 뒤야. 1군 데뷔하고 유명해지는 건.”

“정말요?”

“어. 너도 다 아는거 아냐?”

“아니.. 그게 잘은...”


원재의 말대로 원래대로라면 마승수는 2년 뒤에나 유명해지는 선수였다. 그런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우주전쟁이 전국민적으로 크게 인기를 끄는 것이 더 빠르게 일어났고 그 붐도 더 크게 번지면서 인기가 폭발하게 되자 재능이 있던 미래의 선수들이 실력을 내보이기 위해 더 빨리 데뷔한 선수들이 생기게 되었던 것. 그 대표적인 예가 마승수였다.


그 덕분에 데뷔도 빠르고 인기도 빨랐던 마승수는 그 성정이 어디가지 않는지 이번에도 역시 경기 조작을 했던 것. 이런 예상을 원재가 승아에게 늘어놓자 승아도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래도 왜 그래야만 하죠? 경기 조작을 하다니.. 프로로서의 자존심도 없는 건가요?”

“자존심보다 돈이겠지. 돈이 그들의 자존심이고.”

“아니.. 그래도 설마 또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원래 김근우랑 경기 아니었어요?”

“김근우는 지금 마승수랑 같은 팀이야. 김근우랑 할 수는 없었겠지.”

“이러면.. 역시 인간 불변의 법칙인가요? 조작 할 놈들은 한다는?”

“글쎄... 일단 마승수는 그런 것 같아. 이번 하피 컨트롤은...”

“...... 확실하죠. 너무나 정확해서 소름이.. 하아... 왜 그런 실력을 거기에다 쓰는지..”

“마승수는 너도 알겠지만 과소비도 있었고, 원래부터 생각이 우리같은 일반인이랑은 틀린 녀석이야. 알잖아.”

“아니.. 그래도.. 하아...”


자존심이 높고 우주전쟁 그 자체를 중요시하는 승아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군상이 돈 때문에 승부조작을 하는 사람이었다. 선수로서의 자존심도 없다는 말인가? 대체 그렇다면 왜 게임을 한다는 말인가?


승아와 달리 원재는 마승수의 심리를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해한다는 것이 마음을 동조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원재는 회귀했음에도 다시 게이머를 하고 있다. 승아 또한 마찬가지다. 다른 돈을 버는 일을 잘 해보지 않았고 잘 몰라서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게이머를 할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원재가 회귀한 것을 이용해서 게이머 이외의 일을 한다고 해도 돈을 벌며 살아가는데에는 무리가 없을지 몰랐다.


예전에 월드컵의 승부를 각종 나라의 토토로 맞춰서 돈을 번 것도 그런 어드밴티지를 이용한 것이 아니던가! 그렇다고 할 지라도 원재 스스로가 승부를 조작하거나 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결과가 이번 삶에 바뀐다고 할 지라도 원재는 받아들일 마음이 있었다. 실제로 월드컵의 결과 중에서 2002년에 한국이 4강에 올라간 것은 같았지만, 스코어가 틀린 경기가 하나 있었다. 그래도 원재가 돈을 벌기는 했지만, 원재에게는 완전히 과거와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던 계기가 되었었다. 그래도 이번 마승수의 컨트롤로 느꼈다.


- 놈은.. 변하지 않았다. 전생이나, 이번생이나.


원재는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한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 잠깐만... 마승수가 변하지 않았다. 마승수가 그대로 승부 조작을 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놈들은?


원재는 생각한 것을 승아에게 말했다.


“마승수는 변하지 않았어. 그렇지?”

“네? 네. 사람이 쉽게 변하는 건 아니잖아요. 마승수가 이런 성격인 줄 오빠도 저도 알고 있었구요.”

“자. 마승수는 분명히 ‘이번’에도 승부 조작을 했어. 그렇지?”

“네. 댓가나 이런건 자세히 모르겠지만 분명히 받았겠죠. 그러지 않고서야 저런 컨트롤을 또 보여줄 리가 없잖아요. 이제까지 다 한 이야기 아니에요? 그걸 왜 또..”

“승아야.”

“오빠. 자꾸 무슨 소설 주인공처럼 돌려가면서 이야기하기에요? 무슨 이야기 하려구요?”

“마승수가 변하지 않았다는건, 다른 놈들도 변하지 않았다는 거겠지?”

“다른놈들이라면.. 아? 설마?”

“그래. 그놈들. 마승수 같은 놈들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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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6 승아 vs 아론 (2) +3 18.01.12 495 17 13쪽
445 승아 vs 아론 (1) 18.01.10 511 18 14쪽
444 승아의 노래 (3) +1 18.01.08 506 18 13쪽
443 승아의 노래 (2) +1 18.01.07 488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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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 서원재 (6) +1 17.12.22 486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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