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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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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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7,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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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1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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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
12쪽

서원재 (1)

DUMMY

“일단은...”


그렇게 시작된 김PD의 이야기는 예상대로였다. PD와 작가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자는 것. 모든 팀에 일단 연예 프로그램에 참가할 의사가 있는지, 그리고 팀에 혹 가수 연습생을 할 생각이 있는지를 물어보기는 해야겠지만, 일단은 이선이 작가의 말대로 XX701의 아론이 정말 게임 방송에 참가할 의사가 있는지를 소속사에 의견을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아론의 소속사와 일단 협의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아무리 논의를 해 보았자 아론 측에서 틀면 이야기가 되지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꼭 아론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소속사 중 게임방송 쪽으로 홍보를 원하는 쪽으로 김PD와 정PD, 작가 모두는 인맥과 능력을 동원하여 노력해 보는 것으로 결정하고 회의를 끝마쳤다.


대화를 하다보니 당장 내일 리그가 열리는데 이것만 잡고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현장에서는 다른 스탭들이 내일 있을 8강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PD란 사람이 회의만 붙잡고 있을 수는 없었다.


미래도 중요하지만, 당장 내일이 바로 며칠간의 휴식 뒤의 8강 날짜다. 8강의 첫경기는 윤승아와 서원재의 대박 매치니만큼 관객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며, 미래를 위해서는 이 분위기를 제대로 띄워야 했다.


프로그램을 논하는 회의는 당장 현실의 중요성에 밀려 알아는 보되 일단 오늘은 개인리그에 중점을 두고, 밀린 업무를 시작하는 그들이었다.


결국 그날, 김PD를 비롯한 몇몇 스탭은 밤을 새고야 말았다.


***


다음날 대회장에는 역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번 개인리그의 8강중 가장 주목되는 경기이기도 한 만큼 우주전쟁 팬들은 입장 3시간 전부터 경기장 밖에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입장이 무료인 대신 줄을 서서 선착순으로 입장을 시작하기에, 좋은 자리를 맡으려면 미리미리 와서 기다려야 했다. 줄이 길게 늘어난 것이 3시간 전부터라는 이야기고, 일부 승아의 광팬들은 오후 6시부터 시작하는 경기를 보러 아침부터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 왤케 늦었어? 3시야. 벌써.

- 늦다뇨? 6시 시작 아니에요?

- 승아님 가까이서 보려면 최소 아침 6시부턴 기다려야지. 그래야 좋은 자리를 맡을 수 있어.

- 저희는 팬클럽이라 자리 배정되지 않아요?

- 이번부터 배정좌석 줄어서 회장님이랑 몇몇 말고는 줄 따로 서야 돼.

- 아~ 좀 더 빨리 올걸 그랬나요.

- 괜찮아. 저쪽 앞에있는 여고생들 딱 보니 서원재 팬이야. 승아님 쪽 응원좌석은 너까지도 충분하다. 얼른 줄 서.

- 네!


김PD가 아무리 우주전쟁이 분위기가 죽었네 뭐네 해도 승아의 회귀전보다 더 큰 인기에서 떨어진지라 현재도 아직은 큰 인기인 우주전쟁이었다. 승아와 원재정도 되면 팬 클럽의 수도 어마어마했다.


승아의 경우에는 외모가 중학생때의 아이같은 귀여움에서 고등학생 나이가 되면서 점점 더 예뻐짐이 눈에 드러나면서 팬클럽들이 좋아함을 넘어서 거의 광신도화 되어가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었다. 음악 프로그램에서 걸그룹들을 응원하는 남자팬들도 기껏해야 와아~ 소리지르거나 걸 그룹 이름을 한두번 외치는 정도가 전부였는데, 승아를 좋아하는 팬들은 승아의 등장시에 ‘우유빛깔 윤승아!’ ‘윤승아!’를 연호하는 등 정말 광적이었다.


아침 6시면 12시간 전인데 그때 안왔다고 뭐라하는 사람이나, 그걸 자신이 실수했다는 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부터가 승아에 대한 광적인 팬심을 말해주었다.


승아가 그렇다면 원재는 더했다.


우주전쟁의 경우 선수들 중 잘생긴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이건 팀에서 관리를 해 주면서 방송에서 평소보다 더 좋게 비춰져서인 경우도 있지만, 원판이 괜찮은 경우도 많았다. 원재의 경우는 아주 잘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제법 잘생긴 편이었다. 덕분에 여중, 여고생 팬들과 여대생, 직장인 팬들까지 팬덤이 다양했는데, 특히 여고생들은 학교를 빼먹고 응원을 오기도 했다.


원재는 쇼맨십도 있고 실력도 있는데다 외모도 되는, 회사와 협회와 팬이 모두 좋아하는 선수였다. 인성도 좋다고 평가받는 그는 그 덕분에 여러 방송에도 출연하고 광고도 찍고 좋은 점도 있었지만, 그 여성에의 인기때문에 역설적으로 여자친구가 원재를 좋아한다고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개 연애를 하지 못하는 원재는 아직 여자친구인 연상의 배우와의 관계를 밝히지 못하는데에 팬들의 존재도 한 몫 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자친구는 그저 연예인이지만 원재를 게이머로서 좋아한다고 밝히고 가끔 경기를 보러 오는 정도 선에서 멈추고 있었다.


뭐.. 이들의 연애야 어찌되었건 일단 원재는 팬이 많았다. 그것도 여자팬이.

남자팬이 많은 승아와 성별은 다르지만 그들의 팬심만은 대단했다. 오늘도 경기장이 열리자마자 결국 금방 꽉 찼고,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한 팬들을 위해 협회에서 경기장 바깥 무대에 급히 내부 경기의 영상을 영화보듯이 크게 송출해 줘야 할 정도로 많은 팬들이 모였다.


승아는 개인리그 경기장에 동운과 함께 했다. 8강에 올라가지 못하고 떨어진 동운은 팀 주장으로서 승아의 격려를 위해 자리를 함께 했지만, 경기 준비를 위해 승아가 무대위로 올라가는 순간 옆에서 응원을 하는 팬 852번의 심정으로 서 있게 되었다.


해설진들은 방송 전 팬들을 향해 스탭들이 주의 사항을 주는 것을 보면서 곧 방송이 시작됨을 직감했다. 그리고 장내가 어느정도 안정되고 시간이 되었을 즈음, 카메라에 On Air를 알리는 불이 들어오자 열정적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캐스터 전진호입니다!”

“해설 이호준,”

“김준형입니다.”

“오늘부터 드디어 8강 경기가 시작되는데요. 모두 8명의 선수가 올라왔죠?”

“네. 윤승아, 서원재, 김은호, 최관원, 최상욱, 김범수, 정호진, 히데요시 선수까지 정말 쟁쟁한 선수들이 올라왔습니다. 오늘은 윤승아 선수와 서원재 선수의 경기가 있고, 8강 경기가 내일부터 하나씩 시작되게 됩니다.”

“윤승아 선수와 서원재 선수, 오늘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세팅 준비를 먼저 와서 했거든요, 방송이 시작되고 세팅 시간을 줄이면 여러분께서 기다리는 시간이 줄기에 이번 8강에서는 선수들이 미리 와서 세팅을 하고, 그 이후 방송을 하는 시스템으로 시작합니다.”

“그래서 선수들이 무대 뒤에 있지 않고 부스 안에 들어가 있군요?”

“네. 이제 두 선수! 무대 앞으로 나옵니다!”


승아와 원재가 세팅을 끝내고 무대 앞으로 나와서, 관객들에게 인사하자 큰 환호가 쏟아졌다. 두 선수는 해설진들을 사이에 두고 양 옆에 섰다. 약간의 토크 이후에 게임을 시작하려는 분위기였다. 전진호 캐스터는 먼저 지난시즌 우승자인 승아에게 말을 건넸다.


“지난시즌 우승자! 윤승아 선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 우와아아아!!!

- 윤승아! 윤승아! 윤승아!!!

- 윤승아!!!


승아가 인사만 했을 뿐인데 광적인 팬들의 외침이 경기장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승아는 그런소리에도 큰 반응 없이 침착한 얼굴이었다. 이어서 원재의 인사에도 여고생들이 크게 호응했다.


- 꺄악!!!! 오빠아!!!!!!!

- 아아아아악!!!


“아. 제가 지금 있는 곳이 연예대상 시상식인지, 음악중심 무대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반응이 열렬합니다. 두 선수 모두 많은 팬들이 와 주신 것은 아무래도 지난 시즌 우승자와 준우승자가 8강에서 맞붙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이번 대진 어떻게... 아! 이렇게 말하면 안되는군요.”

“안되죠! 전진호 캐스터님. 그거 저희가 뽑은 거잖습니까.”

“하하. 네. 그래도 공정하게! 공정하게 뽑은 겁니다. 공정하니까 이런 대진도 나오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뭐. 그렇긴 합니다. 어쨌거나. 오늘 이렇게 미리보는 결승전이라는 말들이 경기 전부터 많았는데요, 오늘 경기가 그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한 경기상대 아니겠습니까? 오늘 경기를 앞두고 각오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윤승아 선수.”


전진호 캐스터는 승아에게 경기전 한마디를 위해 마이크를 건넸다. 승아는 마이크를 두손으로 넘겨받아 앵두같은 입술에 가볍게 댔다. 그리고는 살짝 입에서 다시 떼더니 차분하게 말했다.


“오늘, 이길 거에요.”


짧게 말하고 다시 마이크를 넘긴 승아. 해설진들은 뭐라도 조금 더 말을 끌어내야 하기에 이번에는 이호준 해설이 다시 승아에게 마이크를 건네며 물었다.


“오늘 그럼 몇대 몇 승리를 예상하시나요? 윤승아 선수.”

“음.. 저는 한 3대 0 예상해요.”


음~ 하고 추임새를 잠시 넣기는 했지만, 거의 즉시 바로 3:0을 말하자 이호준 해설은 조금 당황한 눈빛으로 바로 물었다.


“삼대 영요? 서원재 선수를 상대로 삼대영요? 이야~ 자신감이 넘치는 윤승아 선수입니다! 자! 그럼 서원재 선수! 방금 말씀 들으셨죠?”

“네. 들었습니다.”

“윤승아 선수가 3:0으로 이기겠다고 하는데, 서원재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제가 3:1로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아~ 윤승아 선수는 3:0 승리를 장담했는데, 서원재 선수는 3:1을 이야기한다.. 이거 좀 약한거 아닙니까? 그만큼 윤승아 선수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건가요?!!”

“그런 것도 있지만, 승아가 아끼는 동생인데 한판 정도는 져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대로 하면 5판 3승제면 3:0이고, 7판 4승제면 4:0이죠.”


- 뭐얏?!


승아는 순간 원재의 말을 듣고 속으로 발끈해서는 원재를 쳐다보았다. 겉으로 보이는 얼굴은 여전히 평온한 얼굴이지만, 속은 조금 날카로워진 승아였다. 원재가 잘하기는 하지만, 그건 초반에 한할뿐, 자신은 운영으로 원재를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 때에는, 피지컬의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고 승아는 생각했고, 실제로 그래서 지난 개인리그도 이겨왔다. 원재를 준우승에 머물게 만든 것이 승아였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원재가 도발해 오자 승아는 평소의 원재답지 않은 행동에 ‘이길 방법이 있어서 그러나’ 싶기도 하고 조금 발끈한 심정이 되었다.


“아!! 서원재 선수도 자신감이 넘칩니다!!”

“자신감이 아니라 실력에서 오는 확신입니다.”

“아... 서원재 선수. 승리를 확신하고 있습니다! 승리를 양 선수 모두 장담하고 있습니다!”


대본에 따라 이제 분위기를 좀 고조시키고 서로 악수한 다음에 부스로 들어가서 경기할 타이밍만 남았는데, 원재가 잠시 마이크를 달라는 손짓을 하더니 김준형 해설의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그리고는 아까 못한말이 있다는 듯 마저 말을 이었다.


“여기에 한가지 더 추가하죠.”

“네?”

“이게 공약이라고 해야 하는 성질의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공약을 하나 걸겠습니다.”


원재는 승리할 자신감이 있는지 8강 경기에 대한 공약을 걸겠다고 말했고, 조금 시끄럽던 관객들은 무슨 공약인가 싶어 침을 삼키며 원재의 다음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쓰윽.


질문을 받은 원재는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서 관객석을 좌에서 우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바라보았다. 주변이 조금 조용해 졌을 무렵, 원재는 이야기했다.


“제가 이번 8강에 승아에게 져서 탈락하면, 다음 프로리그에 출전하지 않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81 하늘마루
    작성일
    17.12.13 20:50
    No. 1

    은퇴선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작성일
    17.12.14 00:48
    No. 2

    자기를 희생해서 판을 유지하는 정도의 캐릭터였구나 ㄷㄷ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없지
    작성일
    17.12.14 23:24
    No. 3

    스타인기끌려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한승태]
    작성일
    17.12.15 18:20
    No. 4

    하늘마루 님/ 자세히 보시면 은퇴는 아닙니...
    숨 님/ 예전보다 쇼맨십이 좀 더 강해졌죠. 언론 플레이가요.
    없지 님/ 꾸준히 봐 주시는군요! 나름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자세한건 오늘 올라가는 다음편부터 이어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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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 구멍 +6 18.01.21 510 19 9쪽
450 두 여성 게이머의 대결 (2) +2 18.01.19 530 20 18쪽
449 두 여성 게이머의 대결 (1) +1 18.01.17 502 17 18쪽
448 동운이 없는 새 시즌을 보내는 XK 마르스 18.01.15 479 16 16쪽
447 승아 복귀 18.01.14 505 18 14쪽
446 승아 vs 아론 (2) +3 18.01.12 495 17 13쪽
445 승아 vs 아론 (1) 18.01.10 511 18 14쪽
444 승아의 노래 (3) +1 18.01.08 506 18 13쪽
443 승아의 노래 (2) +1 18.01.07 488 14 8쪽
442 승아의 노래 (1) +7 18.01.05 486 18 14쪽
441 아론 (3) +1 18.01.03 490 18 10쪽
440 아론 (2) +2 18.01.01 473 18 13쪽
439 아론 (1) +1 17.12.29 485 16 12쪽
438 최상욱의 분노 +2 17.12.27 519 17 14쪽
437 군대 그리고 방송 +2 17.12.25 540 14 14쪽
436 군대 +2 17.12.24 787 15 11쪽
435 서원재 (6) +1 17.12.22 486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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