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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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spberry
작품등록일 :
2016.04.2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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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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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2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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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종결

DUMMY

"가랏! 토토!"



카지트의 외침과 함께 토토가 사족보행하며 빛살처럼 달려나갔다. 앗 하는 순간에 바로 최고속도에 도달한 스피드는 돌연변이 특유의 야생성과 난폭함이 짙게 묻어나왔다.



제 아무리 사주경계를 서며 삼엄하게 입구를 지키고 있다고 하더라도, 작은 틈 하나만 있으면 의외로 간단하게 무너지는 법이다. 카지트의 목소리에 놈들이 반응했다. 순식간에 쏠리는 시선은 곧 우뚝 서서 여유롭게 다가오는 살쾡이 계통의 수인을 잡아냈다.



"어이, 친구들. 내가 오스카가 들으면 좋아할 정보 하나 가지고 왔는데."



자신을 향해 겨눠지는 총구에 카지트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두 손을 허공에 들었다. 그러나 싸울 의사가 없다고 그대로 내버려두면 광신도라는 이름이 울겠지. 괜히 광신도가 광신도라 불리겠는가?



그렇기에, 카지트는 보험 삼아 오스카의 이름을 팔았다.



최전선이 아니라 본사를 지키고 있을 정도라면 광신도 중에서도 계급이 꽤 높을 테니, 오스카의 이름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거라는 추측이다. 여차하면 바로 도망칠 준비를 한 그였지만, 총알은 곧바로 날아오지 않았다.



갈팡질팡하며 움찔 거리는 총구는 그의 예상이 맞다는 반증이리라. 그는 힐쭉하게 웃었다.



아주 약간의, 숨 한 번 내쉴 시간만이라도 충분했다. 그들이 멈칫거리며 주저한 그 단 한 순간,



"너넨 아주 좆됐어."



타앙!



장난꾸러기 같은 웃음이 담긴 말과 동시에 주위가 어두워졌다. 당황은 짧았으며 결단은 빨랐다.



"뭣! 쏴라!"



"거룩하신 그분의 이름으로!"



"모두 죽여라! 그분께서 옥석을 가려내실 것이라!"



갑작스런 변화에 기함하면서 놈들은 목소리를 높이며 정확히 반으로 나뉘었다. 카지트를 향해 총을 쏘는 이들과 총소리가 났던 그 반대편을 쏴대는 이들. 대략 오십 명에 달하는 이들이 한꺼번에 난사하자, 그 주위는 순식간에 퀘퀘하고 시큼한 화약냄새와 매캐한 화연으로 가득찼다.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주변은 보통 때와 달랐다. 보통이라면 인공조명 덕분에 별다른 일이 없었을 테지만, 지금 뉴 런던은 방화로 인한 시꺼먼 연기로 뒤덮여 있었으니까. 희미한 인공조명은 제 역할을 다 할 수 없었다. 덕분에 그의 반대편에 숨어 있던 도로스들이 주위의 조명을 부수는 것만으로 파이프의 칠흑같은 어둠을 재현 할 수 있었다.



물론 찰나에 지나지 않는 순간이었다. 에메랄드 컴퍼니 입구 주변의 조명만 부숴졌지, 번화가나 상점가의 조명은 아직 건재했기 때문이다.



암순응 어쩌고 할 정도로 완전히 어둡지는 않았지만 순간적인 반응속도를 늦추는 정도면 충분하다.



카지트와 도로스들, 정문을 기준으로 좌와 우로 시선이 분산된 그 때,



천천히 흩어지는 어둠을 틈타 정문을 향해 마주 달려오던 토토가, 에메랄드 컴퍼니의 입구를 지키던 광신도의 목을 물어뜯었다!



"끄아악!!"



목을 부여잡고 고꾸라진 놈은 쇠를 긁는 듯한 신음을 내며 바둥거렸다. 목을 부여잡은 손가락 틈으로 피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모두의 시선이 쏠렸을 땐 토토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돌연변이!"



"돌연변이가 어째서?"



순식간에 얼어붙은 광신도의 기세. 가파르게 치솟는 혼란.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토토는 그야말로 양 떼 속의 늑대였다. 천천히 밝아지는 시야 사이로 새하얀 몸뚱이가 귀신처럼 빠르게 사라졌다. 광신도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치명적인 부위를 물어뜯고 할퀴는 토토는 돌연변이가 얼마나 위험한 생물인지, 그 흉폭함과 영악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토토 덕분에 시선이 분산되자, 자연스레 카지트와 도로스들을 향하던 사격이 힘을 잃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다. 놈들이 나름 훈련된 정예라고 해도, 이런 상황까지 대비 했을 리는 없다.



밀집한 탓에 총기를 쓸 수는 없다. 쐈다간 같은 편을 맞출 수도 있으니까. 괜히 그리 높지도 않은 사기를 또 내릴 필요는 없었다.



토토가 세 명 쯤 물어죽였을 때야, 망설이던 놈들은 판단을 내렸다.



"이 구더기같은 불신자 새끼들! 우리 다섯은 돌연변이를 상대한...크악!"



놈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은 근처의 몇 명을 지목하며 무기를 들었다. 그러나 그는 말을 끝맺기도 전에 앞으로 고꾸라졌다. 토토의 활약으로 엷어진 화망을 뚫고, 닥터 윌슨의 저격이 그의 이마에 바람구멍을 낸 탓이다.



머리 마저 잃고 완전히 혼란에 빠진 광신도들은 그리 어려운 적이 아니었다. 물론 놈들은 잘 훈련된 병사다.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도 나쁘지 않고, 들고 있는 무기의 질 또한 다른 광신도들과는 비교 할 수 없이 좋았으니까.



다만, 잘 훈련되었기에 다른 광신도들 상대하는 것보다 쉬웠다. 군인정신이니 뭐니 그런 걸로 무장된 놈들에겐 정신나간 놈들 특유의 광기 따위가 없었으니까!



광신도가 무서운 이유는 제 몸을 돌보지않는 과격함에 있다. 팔다리가 잘려나가도 결국 이빨로 끝까지 물고늘어지는 그것. 노획한 수류탄의 안전핀을 따고 그대로 달려드는 그것. 훈련된 탓에 결국 병사가 되어버린 놈들에겐 그것이 부족했다.



"이때다!"



카지트는 엷어진 화망을 틈타 냅다 뛰었다. 가져온 탄약은 그간 광신도들을 상대하느라 대부분 써버린 탓에 얼마 남지 않았다. 그의 외침에 도로스들 역시 정문으로 달렸다. 물론 오십 명을 상대로 고작 다섯이서 맞설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카지트들은 어딘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것처럼 무모하게 적진 한 가운데에 뛰어들었다!



"불신자를 죽여라!"



"전능하신 데우스 엑스 마키나시여! 우리를 보우하여 주시옵소서!"



놈들 역시 도로스들의 무모한 돌진을 놓치지 않았다. 도로스와 카지트, 두 길잡이의 감은 광신도들의 외침 너머, 총구에서 발하는 사선을 읽었다. 도로스는 선천적인 감으로. 카지트는 잔뜩 날을 세운 오감과 경험으로. 잔뜩 집중한 그들의 감이 그려내는 가상의 궤적은 하나하나 치명적이기 그지 없었다.



카지트는 재빨리 바닥을 굴렀다. 아주 약간의 시차를 두고 푹 파이는 바닥. 탁, 튀는 돌조각들이 그를 때렸다. 그는 일어나면서 기압식, 화약식 할 것 없이 남은 탄창을 전부 비웠다.



"닥터, 조심해요!"



카지트의 반대편에서 광신도들을 향해 달리던 도로스는 닥터 윌슨을 관통하는 궤적에 그를 끌어안고 몸을 날렸다.



"으윽!"



서로 부여잡고 구르는 둘의 뒤를, 총격이 뒤따랐다. 끝없는 총격전 끝에 갈라지고 부숴진 잔해로 널린 바닥은 또 하나의 흉기나 마찬가지 였다. 도로스는 옆구리를 푹 찌르는 돌 혹은 금속 조각에 신음을 억눌렀다.



"으억!"



입고 있는 가죽갑옷 덕에 살이 뚫리진 않았더라도 충격이 그의 내부를 흔들었다.



"도로스! 닥터!"



프로바움은 둘과 광신도들의 총구 사이에 몸을 들이밀었다. 타앙! 하는 폭음이 산발적으로 튀어오르며 납탄이 그의 몸에 날아들었다. 깡! 소리를 내며 튀어오른 탄환은 압도적인 폭력의 상징이었다.



깡! 까앙! 깡!



"크으...아프구만."



프로바움은 입술을 꽉 깨물며 도로스와 닥터 윌슨이 일어날 때까지 버텼다. 곳곳에 상흔이 즐비한 그의 등엔 실시간으로 금속 피부에 균열이 가며 새로운 상처가 생겨나고 있었다. 이곳까지 오며 가장 앞으로 나서서 전투를 치른 탓에 그의 방어구는 반쯤 제 구실을 못한지 오래였다. 그의 금속 피부 역시 단단하다고는 하지만 화약식 탄환을 연달아 버틸 정도는 되지 못했다.



그나마 카지트와 토토가 시선을 끌어준 덕분에 이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지, 모든 화력이 집중되었다면 그는 진작에 녹아내렸으리라.



"프로바움..."



"끄응,내 걱정일랑 말고 빨리 일어나게. 나이를 먹으면 느는 건 원래 맷집과 깡 밖에 없거든."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애써 피며 담담하게 중얼거리는 그의 모습에 둘은 이를 악 물고 재빨리 일어섰다. 돌격이 저지당했으니 남은 건 이대로 버티는 수 밖에 없다. 프로바움이 당하기 전에 먼저 적을 쳐야한다.



도로스는 다시 한 번 집중했다.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무기를 견착. 목 뒤를 기어오르며 위험을 외치는 감이 그려내는 가상의 궤적. 천천히 멀어지며 잦아드는 소음. 아득하게 느껴지던 거리가 점점 줄어든다. 늘어지는 시간. 좁아지며 점으로 화하는 시야. 그는 제 호흡이 다각열차의 엔진처럼 크게 울려퍼지는 것을 들었다.



천천히 올라가는 손. 프로바움을 방패 삼아 튀어나온 그의 무기는 궤적과 일치했다. 본능에 가까운 판단으로 그는 몇 발 남지 않은 볼트와 탄환을 모조리 쏟아부었다. 고장난 톱니바퀴처럼 늘어져 천천히 움직이는 시간 속에서, 궤적과 궤적이 일치했다!



타,아아앙!



터어엉!



리볼빙 라이플, 그리고 스위칭 한 보우건. 거기서 뛰쳐나온 납탄과 볼트가 놈들의 궤적을 거슬러 올랐다. 패닝이라도 한 것처럼 신속에 가까울 정도로 빠른 속사. 제각기 다른 궤적을 거슬러 올라간 그것은 적의를 품은 광신도에게 틀어박혔다.



"크악!"



"캬아악!"



도로스들을 향해 총을 겨누던 놈들은 제각기 어디 한 군데 부여잡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걔 중 운이 없는 놈들은 즉사였는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도로스는 집중력을 소모한 탓에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들을 노리던 궤적의 3분의 1이 사라졌다. 그의 감이 그리는 위험도는 줄어들었으나, 없어진 게 아니다. 닥터 윌슨 역시 남은 기압식 피스톨을 쏴대며 놈들에게 저항했다.



탕! 타앙! 탕!



까앙! 까앙!



화망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프로바움을 때리고 있었다. 그는 굳건한 바위처럼 도로스들을 지키고 있었으나, 들썩이는 어깨와 탄이 그를 때릴 때마다 휘청거리는 몸을 보아 그리 오래 버티진 못 할 것 같았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상황 속에서도 그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크으...망할 것들. 왜 이리 늦는담."



아직 그들에겐 비장의 패가 남아있었으니까!



프로바움의 중얼거림이 들리기라도 한 건지, 도로스들이 달려온 뒷편에서 함성소리가 들렸다. 순식간에 모이는 이목. 도로스와 광신도는 누구 하나 가릴 것 없이 환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엔 작은 메아리처럼 들리던 그것은 점점 크기를 키우더니, 이내 에메랄드 컴퍼니 정문 주위를 가득 메웠다!



그리고 그 함성의 주인공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두 집단의 희비가 엇갈렸다. 도로스들은 당황한 광신도들의 표정에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야후! 전투다!"



"이 더러운 광신도 새끼들! 내 도끼맛 좀 쬐끔만 맛봐라!"



"미안! 벌써 돌아오는 광신도 놈들이 있길래 쳐죽이느라 좀 늦었다!"



사방에서 튀어나온 원숭이 계통의 수인들이 앞다퉈 광신도들에게 달려들었다!



"이 구역질나는 불신자 새끼들이! 불지옥에나 떨어져라!"



"놈들은 고작 열 놈 밖에 되지 않는다! 모조리 죽여서 위대한 그분께 바쳐라!"



갑작스런 플라잉 몽키즈의 참전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광신도들은, 이내 전의를 다지고 악을 썼다. 그러나 이전만큼의 기세는 없었다. 그들 역시 플라잉 몽키즈의 저력에 대해선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 플라잉 몽키즈 놈들. 언제봐도 전투에 환장한 놈들이라니까."



놈들이 총을 쓸 수 없게끔 전투를 근접전으로 몰고가며 도로스들에게 향하는 총구를 방해하던 살쾡이는 다가온 한 놈의 목에 검을 쑤셔박으며 외쳤다. 카지트의 블러프와 갑작스러운 변화에도 나름 침착하게 대응하는 걸 보면 분명 기본은 된 놈들이다. 그러나 어지간한 놈들이라도 싸움에 환장한 플라잉 몽키즈 앞에선 한 수 접어줘야 할 것이다.



하나같이 근접전을 못해 안달이 난 원숭이 놈들은 거칠고 난폭하기 짝이 없다. 다만 그만큼 전투력 하나만은 뛰어나다 못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단순히 근접전으로만 따진다면 그들은 카지트와 프로바움과 맞먹거나 아주 약간 우세할 것이다.



냉병기 뿐만 아니라 총에도 조예가 깊은 둘과 달리, 밥만 먹고 싸우는 그들은 정말 근접전 하나에 모든 것을 투자했으니까. 대부분의 무장이 냉병기와 피스톨, 샷건 같은 근거리 무기 위주란 것만 봐도 알 수 있겠지.



도로스들의 활약으로 플라잉 몽키즈는 그들의 약점인 원거리전에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마구잡이로 달려들어 신나게 광신도들을 두들겨패고, 반으로 쪼개고, 사정없이 찔렀다.



"흐아...어찌 살긴 살았네요."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닥터 윌슨의 사과에 프로바움은 털썩 주저앉은 채 손을 내저었다.



"괜찮네. 뭐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는 소리가 있잖은가. 그리고 이래뵈도 꽤 튼튼해서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오. 옛날에 비하면야 뭐."



잠시 과거를 떠올리며 회상에 잠기려던 그를, 누군가의 목소리가 끄집어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생각 외로 광신도들의 움직임이 빠른 탓에 이곳까지 닿지 못하도록 처리하느라 늦었습니다."



절도있는 발걸음과 함께 도로스들의 앞에 멈춰 선 자동인형이 고개를 숙였다. 고저없는 목소리와 단정하지만 표정없는 얼굴은 자동인형의 표본이나 다름없었다. 알렉세이, 가장 오래 된 세 명의 자동인형 중 하나인 프로바움의 스승을 섬기는 자동인형.



자동인형의 이단아인 자신과는 다른 모습에 껄끄러울만도 하건만, 프로바움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그의 스승과의 대화를 통해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으니까. 다른 자동인형에게 추한 질투심따위를 느낄 때는 지난지 한참 오래다.



"괘념치 마시오. 덕분에 놈들의 추가병력 없이 무사히 계획대로 이끌어 나갈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곳은 전쟁터요. 눈 먼 총알에 목숨을 잃는 이도 부지기수인데, 어쩔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지 않겠소?"



"이해해주신다면 감사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는 알렉세이의 모습에 프로바움은 한 번 카이저 수염을 매만지곤 콧잔등을 긁었다. 말은 그렇게 하긴 했지만 속이 그리 편하진 않았다.



무한동력을 가졌기에 그들이 직접 움직이고는 있지만, 결국 슈나이더와 오스카의 두뇌싸움에 놀아나는 꼴이었으니까. 자신이 고작 장기말로 쓰이고 있다는 건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다. 설령 그들의 역할이 말들의 중심인 킹이라고 해도.



프로바움은 천천히 그 때를 회상했다. 상점가의 숱한 광신도들을 뚫고 나가던 그때를.



원래 토토의 정체를 숨긴 이유는 그들의 행적을 숨기고 광신도들의 시야에 들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건 이미 글렀다. 결국 토토의 정체는 드러났고, 광신도들은 이제 무한동력을 가진 그들이 에메랄드 컴퍼니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터.



카지트는 거기서 꾀를 냈다.



그렇다면 반대로 토토를 이용하자. 토토로 놈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그 틈을 타 급습하는 것이다. 그들의 위치가 노출되었다고는 해도, 연합과 전면전을 치루고 있는 지금, 당장 모든 병력을 물릴 수는 없을 터.



에메랄드 컴퍼니에 상주하고 있는 병력이 적은 지금이 침입하기엔 적기인 까닭이다. 시간은 저들의 편이니, 시간이 지날수록 병력이 본사로 모일 것은 불보듯 뻔했다.



그렇기에 재빠르게 움직인 그들이었지만, 에메랄드 컴퍼니 정문 앞에 즐비한 대략 오십 여 명의 광신도들을 보고 기껏 세워두었던 계획을 폐기했다. 토토를 이용해서 교란한다고 해도 고작 넷, 토토까지 포함해서 다섯이서 저 많은 숫자를 뚫을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물론 시간을 들이면 가능 할 지도 몰랐으나, 아쉽게도 시간의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그렇게 어찌 할 줄 몰라하고 있을 때 나타난 것이 바로 저들이다. 알렉세이와 플라잉 몽키즈. 슈나이더의 지시로 도로스들을 돕기 위해 편성된 특별조. 물론 도로스들은 이에 관해서 들은 적은 없다. 슈나이더가 그들에게 말을 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그들이 출발한 후 편성했는진 모르지만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진작에 그들과 합류했었다면 좀 더 빠르고 안전하게 도착 할 수 있었을텐데. 도로스들이 난관에 도착하고서야 나타난 모습은 마치 그들을 시험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쉬운 건 도로스들이기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슈나이더의 특별조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짧은 토론 끝에 마련한 것이 지금의 계획. 도로스들이 최대한 이목을 끌고 접근전으로 끌고가 원거리 무기의 사용을 방해 할 때, 플라잉 몽키즈가 들이닥치는 것이다.



"후우..."



회상을 마친 프로바움은 피곤한 듯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잔뜩 갈라지고 금이 간 등이 따끔거리며 가끔씩 작은 톱니바퀴들을 쏟아내었다. 치이익, 틈새로 새어나온 증기가 허공을 맴돌다 검은 안개와 뒤섞였다.



오스카를 없앤 다음엔 슈나이더와 대적해야 할까? 알렉세이와 플라잉 몽키즈는 슈나이더의 사람이 아니지만, 지금 당장은 그의 명령을 따르는 입장이다. 그리고 그들의 뒤엔 어떠한 이권과 알력이 있을 터. 차라리 알렉세이라면 괜찮다. 그의 스승이라면 전폭적으로 그를 지지해 줄 터. 다만 나머지 떨거지들이 문제지. 그리고 스승을 이런 진흙탕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제길, 모르겠구만."



그는 답답하다는 듯 숨을 크게 내쉬곤 생각을 머리 한 구석으로 처박아뒀다. 일단은 오스카를 쓰러뜨리는 데에 집중해야한다. 그의 경험상, 이런 때에 딴 생각을 품고 있다간 그대로 끝장나기 십상이었다.



그는 이상하게 보는 닥터 윌슨과 도로스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내젓고는 눈 앞의 전장에 주목했다. 이미 상황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비대칭 전력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닌 놈들이 들이닥쳤을 때부터 끝난 거나 다름 없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멍하니 앉아있을 수 있는 거겠지.



마지막까지 발악하던 최후의 광신도의 목이 떨어졌다. 조용히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회복하던 도로스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희들은 이곳에서 접근하는 광신도들을 막겠습니다."



도로스들은 알렉세이의 말을 뒤로 한 채, 전에 한 번 봤던 내부를 눈에 담았다.



드디어, 에메랄드 컴퍼니의 문이 열렸다.


작가의말

지드님// 죄,죄송합니다 ㅠㅠ 맘같아선 후딱 끝내고 싶지만 너무 바쁘네요 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Personacon 지드
    작성일
    18.05.28 22:07
    No. 1

    오픈 쎄서미! 하이라이트를 월간지로 쓰시는 잔혹한 작가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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