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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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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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3

DUMMY

“우선, 미야기 현 센다이 시에 위치한 Kobo 파크 구장에서 열린 리틀 마이너 3연전은 모두 일본 팀이 이겼습니다. 그런데 정작 감동적인 장면은 경기 후에 벌어졌죠.”


게임에 졌다고 슬프게 우는 모습도, 상대 팀을 자극하는 요란한 세리머니도 없었다. 3차전 직후 꼬마 선수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에게 달려가 유니폼을 바꿔입고는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며 한바탕 축제를 벌였다. 갑작스러운 광경에 뻘쭘하게 앉아 어색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관중은 서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이어 음악에 맞춰 함께 춤을 추며 아이들의 축제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어른들은 한일전이니 애국심이니 하며 과대 포장을 하고 잔뜩 부담을 안기려 했지만 조금 전까지 적으로 싸우던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친구가 된 거죠. 바라보던 관중 모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승부를 가리되 끝나면 곧바로 친구가 되는....... 아마도 어른들은 이것이 바로 야구의 진정한 의미가 아닌가 싶었을 겁니다.”


경기 후 가진 양 팀 감독의 인터뷰는 희한하게도 거의 같았다.


“승리나 우승보다는 즐기는 야구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기는 자세가 첫째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두 번째죠. 그렇게 하다 보면 기량이 늘고 승리가 자연스레 따라오리라 봅니다.”


경기 후 함께 어울려 시내 쇼핑몰과 수영장 그리고 인근의 테마 공원에서 신나게 뛰어놀며 재미있는 하루를 보낸 리틀 마이너 선수들과 리틀 메이저는 사정이 달랐다.


“초등 3, 4학년으로 구성된 마이너에 비하면 5, 6학년생 메이저 선수들은 경기 전부터 꽤 긴장한 표정이었어요. 구장 자체가 주는 부담감이 너무 컸죠. 이런 압박감에서 벗어나기에는 너무 어리고요.”


한번 서 보는 것을 평생의 영광으로 여긴다는 도쿄 돔 그라운드를 밟은 강원도 꼬마들은 구장 규모에서부터 기가 죽었다. 게다가 지붕 있는 구장은 처음이었다. 귀가 따갑게 들어온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이자 일본 최초의 돔 경기장에서 공을 주고받게 된 강원도 산골 꼬마들이 받는 압박감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 고작 26,000석 규모의 잠실 구장을 처음 보고 한동안 입을 떡 벌리던 아이들이 무려 55,000석을 갖춘 도쿄 돔에서 팔짱을 끼고 느긋한 표정을 짓는다면 정상이 아니리라.


“이번 3연전을 위해 구장 규격을 바꿨다죠?”

“그렇습니다. 국제 리틀 규격에 맞췄죠.”

“리틀 메이저 규격과 룰은 일반 초등학교와 같은가요?”

“차이는 크게 나지 않아도 조금씩 다릅니다. 어린 선수들의 체격 조건을 고려하여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적용했다고 합니다.”


리틀 메이저의 피칭 거리와 루간 거리 그리고 홈에서 2루 거리는 각각 14.02m, 18.29m, 25.39m로 초등부의 14.63m, 21.34m, 30.68m보다 짧다. 한 경기 3이닝 투구 제한은 같지만, 도루 시 리드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허용하는 초등부 룰과 다르다. 낫아웃 또한 없다. 리틀 야구단이 선수 보호에 더욱 적극적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코리아-일본 친선 경기에 대한 관심이 보통이 아닌데요.”

“맞습니다. 마이너에서 대학 리그까지 여섯 시리즈 모두 일본 지상파 방송은 물론 ESPN을 통해 미국과 전 세계로 생중계되고 있습니다. 인기와 중계권료 모두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와 맞먹는 수준이에요.”

“도쿄 돔 경기가 특히 많은 관심을 받았다던데, 결과는 어떤가요?”

“1차전은 강원 리틀팀이 7-5로 이겼습니다. K1의 경기 관람으로 어린 선수들이 힘을 얻었다고 봐야겠죠.”


도쿄 돔에서 치러진 리틀 메이저 1차전 경기는 특별했다. 최고치를 기록한 순간 시청률부터 달랐다. K1의 시구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날 K1과 함께 구장을 찾은 시카고 컵스 동료들의 모습이 TV 화면에 나타나자 차분하던 도쿄 돔은 물론이고 일본 전체에 난리가 났다.


“K1과 함께 팀의 3연승을 견인하고 올해도 리그 최고의 승률을 지켜내고 있는 컵스의 론 마이어, 대니 웡, 티모시 와룽가 그리고 전담 포수 죤 바그너가 K1 권순우 선수와 나란히 앉은 모습은 오랜만에 보네요.”

“그렇습니다. 중위권 진입이 요원해 보이던 시카고 컵스가 단번에 염소의 저주를 깨뜨리며 월드시리즈 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데에는 이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죠.”

“K1과 그의 친구들 모습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관중을 보니 이틀 후 히로시마에서 벌어질 일본 최고 타자들과의 대결에 얼마나 큰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지 이해할 만하군요. 그건 그렇고, 리틀 메이저 2차, 3차전 결과는 어땠습니까?”

“아쉽게도 졌습니다. 하지만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쳤어요. 특히 넉 점 차로 밀리던 3차전 후반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기회를 노려 석 점을 따라간 모습에 상대 팀은 간담이 서늘했고 일방적인 응원을 펼치던 일본 팬들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강원 리틀도 보통이 아닌데, 역시 일본 리틀이 세긴 세군요.”

“사실, 인프라부터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죠.”


정식으로 등록하고 활발히 활동하는 리틀 야구팀만 700개가 넘는 일본. 그리고 이름만 슬쩍 올려놓은 팀까지 이리저리 끌어모아도 170개를 넘지 못하는 한국. 비교 자체가 민망하다. 2만 개가 넘는다는 미국 얘기는 아예 꺼내지 말자.


구장 사정을 들여다보면 더욱 안쓰럽다. 강원 리틀야구단을 제외하면 리틀 규격에 맞는 구장을 갖춘 야구단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일반 아마추어 야구는 더욱 한심하다. 제대로 된 구장이 부족하다 보니 전국을 떠돌아다녀야 한다. 그야말로 구장 찾아 삼만리. 일본과 비교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는 이유가 한 둘이 아니다.


“이런 풍부한 인프라 덕택인지, 가장 많은 팀이 출전하는 미국을 제외하면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아시아 국가 중 먼저 정상에 오른 나라이기도 하고요. 1967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모두 9번 정상에 올랐죠. 그리고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나라가 있는데.......”

“당연히 우리 한국이겠죠?”


땡! 틀렸다. 꿈도 야무지다.


정답은 대만이다. 1969년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 대만은 1970년대에만 무려 7번 정상에 올랐다. 1971년부터 1974년까지 4연패를, 1977년부터 1979년까지 3연패를 달성하며 총 17번의 우승을 차지해 가장 많은 우승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4년 전인 2014년도 우승을 포함하여 총 3회 우승에 그쳤다. 아프리카 정글 국가도 한숨을 내쉴 만큼 낙후된 한국의 꿈나무 육성 시스템을 고려하면 실로 대단한 기록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만하다.


“구 위원, 이제 주니어와 시니어 얘기 좀 해볼까요?”


초등부 리틀 마이너와 메이저는 즐기는 야구에 포커스를 두지만, 중학생으로 구성된 주니어와 시니어 리그에서는 실력 없이 살아남기 어려웠다. 초등부에서 기초를 닦고 기량을 다듬어 실력을 인정받은 아이들의 무대인 것이다. 만만찮은 초등 리틀 경쟁에서 이겨 장차 직업 야구선수로 성장할 자질과 재능을 증명해 보인 청소년 리그가 주니어와 시니어다.


“미국과 일본의 프로 야구팀은 유럽 프로축구단에서 운영하는 유소년 팀처럼 연고지에 속한 중등팀 양육에 정성을 쏟는다고 하던데요.”

“맞습니다. 미국의 팜 시스템이야 워낙 유명하죠. 흔히 루키 리그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연고지 내의 초중고 팀 또한 세심하게 관리하죠. 이런 면에서 일본도 상당히 활발합니다. 예를 들자면 야쿠르트 스왈로스 같은 구단은 리틀 초등부와 중등부 팀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홈구장에서 훈련하도록 배려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아요.”

“그러면 졸업생은 반드시 연고 팀에 입단해야 하나요?”

“강제조항은 없습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선망하면서 자란 팀이라 대부분은 고교 졸업 후 야쿠르트 입단을 희망하죠. 실제로 야쿠르트 구단은 꿈나무 육성을 통해 검증된 신인을 많이 공급받고 있어요. 우리 KBO도 얼마 전부터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나 아직 엉성합니다. 일본이 야구 선진국이라는 말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에요.”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이날 따라 자꾸만 옆으로 새는 구정한 때문에 캐스터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그건 그렇고, 교세라 돔 오사카에서 치러진 주니어 경기는 어땠습니까?”

“이미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1차전을 내어주고 남은 두 경기에서 내리 이겼어요. 특히, 리드 당하던 3차전에서 정선 출신의 배윤철과 원산의 리철주 선수의 백투백 홈런으로 역전승한 장면은 정말 드라마틱했어요. 비디오를 여러 번 돌려봤는데 아무리 봐도 감동이 줄지 않더군요. 이런 짜릿한 맛에 야구를 보는 게 아닌가 싶어요.”

“아, 원산이요? 그야말로 남북이 하나 되어 이뤄낸 쾌거군요.”

“그렇죠. 그거 때문에 요즘 고국에서는 한반도로 표시된 코리아 국기가 태극기와 함께 거리마다 물결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잠시 뜸을 들이던 구정한이 주머니 깊숙한 곳에서 뭔가 비밀스러운 물건을 꺼내놓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게 다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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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구단주 그리고 그룹 회장 +3 17.03.04 4,599 77 14쪽
184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5 17.03.02 4,491 8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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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비밀 회동 +5 17.02.20 4,688 92 12쪽
179 구단의 사활이 걸린 문제 +4 17.02.17 4,893 86 10쪽
178 강원 야구전문대학교 +3 17.02.13 4,767 95 12쪽
177 강원도 해프닝 +5 17.02.10 5,638 9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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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한국프로야구에서 뛰어볼 생각은 없나? +7 17.02.03 5,629 9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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