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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imbless
작품등록일 :
2016.06.06 00:46
최근연재일 :
2018.01.01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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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11,425

작성
17.05.3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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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원정(9)

DUMMY

“여기서부턴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입니다. 용건이 없으면 돌아가 주십시오.”

등에 하얀 날개가 달린 키 큰 경비병이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

아이테리아는 위축되지 않고 당당히 앞에 섰다.

머리 두 개 정도는 더 커서 한참 위를 올려다봐야 했다.

“저희는 크레타의 왕비님을 뵈러 왔습니다.”

“왕비님은 아무나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정식 절차를 거치고 난 뒤 다시 와주십시오.”

경비병은 무서운 얼굴을 들이밀며 세 사람을 위협했다.

“저는 왕비의 여동생인 아이테리아입니다. 언니를 만나러 왔으니 어서 길을 열어주세요.”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가족을 만나러 가는데 무슨 절차가 필요하나요? 얼른 비켜주세요.”

경비병은 인상을 찌푸리며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아들었다.

접고 있던 날개도 활짝 폈다.

“경고합니다. 이 곳의 질서를 무너뜨리려고 하지 마십시오. 더 이상은 참지 않습니다.”

금방이라도 덤벼들 것 같아서 세 사람은 일단 물러났다.

입구에서 멀어졌는데도 경비병은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박소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이테리아를 바라봤다.

“괜찮아요. 이 정도는 다 예상했던 일이에요. 못 들어가게 하면 이쪽으로 불러내면 돼요.”

“어떻게요?”

“일단 햇볕 잘 드는 곳으로 가죠.”

그들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길 한복판에 섰다.

지나가는 수인들이 모두 이상하게 쳐다봤다.

아이테리아는 목걸이를 풀어서 높게 들고 눈을 감았다.

목걸이에 달려있는 태양문양이 반짝거렸다.

한참 뒤 그녀는 다시 눈을 뜨고 말했다.

“이제 다시 가요.”

세 사람은 다시 왕궁으로 향하는 길로 갔다.

경비병은 그들을 보자마자 바로 칼을 뽑아들었다.

그들에게 칼을 겨누며 무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더 이상 다가오면 칼을 휘두르겠습니다. 마지막 경고입니다.”

“칼을 거두세요. 절차를 밟고 왔으니까.”

그는 아이테리아를 쏘아봤다.

“통행증을 보여주시겠습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곧 올 거예요.”

둘 사이에서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경비병은 칼을 칼집에 넣었다.

하지만 바로 꺼낼 수 있게 손잡이를 계속 잡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표정은 안 좋아졌다.

그가 인상을 쓸 때마다 활짝 편 날개가 움찔거렸다.

아이테리아가 온다고 말한 통행증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이상혁은 굉장히 불안해하며 그들을 지켜봤다.

저 경비병이 공격해오면 어떻게 대처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혼자서 온갖 시나리오를 다 써내려갈 때쯤 경비병의 뒤쪽에서 파시파에가 걸어왔다.

그녀는 머리에 색색의 보석들이 줄줄이 박힌 왕관을 쓰고 화려한 레이스가 달린 새파란 드레스를 땅에 끌면서 다가왔다.

복장 때문에 그런지 이전에 숲에서 만났을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훨씬 더 우아하고 기품이 있어 보였다.

그녀를 본 경비병은 한쪽 무릎을 땅에 꿇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됐어. 됐어. 잠깐 나온 거니까 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는 없어.”

파시파에는 상냥하게 웃으며 그를 일으켜 세운 뒤 의심 가득한 눈으로 아이테리아를 바라봤다.

“오면 온다고 귀띔 정도는 해줘야지. 그렇게 피해 다니더니 이제 와서 무슨 일로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 그리고 뒤에 두 사람은 누구지?”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은데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해요.”

파시파에가 세 사람을 안으로 데려가려 하자 경비병이 막아섰다.

“죄송합니다. 아무리 왕비님의 손님이라고 해도 외부인이 통행증 없이 지나가는 건 불가능합니다.”

“알았어. 써줄게. 성실한 건 좋은데, 참 고지식하다니까.”

그녀는 종이에 간략하게 사인을 하고 그에게 넘겨주었다.

그제야 경비병은 길을 열었다.


성안에 들어간 그들은 접대실로 들어갔다.

아이테리아는 파시파에에게 사정을 얘기했다.

그녀는 이야기를 차분히 듣고 입을 열었다.

“그래서 결국 이 사람들 구해주려고 여기까지 온 거네. 너도 참 순진하다. 그냥 너 혼자 살길 찾으면 될 것을 의리 때문에 교리까지 져버리다니.”

“사랑 때문에 여기까지 온 언니가 할 소리는 아닌 거 같아요.”

“못 본 사이에 많이 컸네.”

“언니는 하나도 안 변했네요.”

자매끼리 무섭게 노려보면서 날선 말들을 주고받았다.

그녀들은 따뜻한 차 한 모금씩 마시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래서 네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너는 날 위해 뭘 해줄 수 있지?”

“내 힘이 필요하지 않나요?”

“필요하지. 아이에테스를 완전히 내 편으로 끌어들이려면.”

“제 요구를 들어주면 힘을 빌려줄게요.”

“순서가 조금 잘못 됐어. 네가 먼저 힘을 빌려주면 그 다음에 요구를 들어줄게.”

“아까도 설명했다시피 이쪽은 시간이 별로 없어요.”

“네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믿고 요구를 들어주겠어?”

‘쾅!’

아이테리아는 분한 표정을 지으면서 목걸이를 풀어 탁자 위에 목걸이를 세게 내려놓았다.

“이걸 담보로 맡길게요.”

파시파에는 그녀가 내려놓은 목걸이를 집어 들고 유심히 살펴봤다.

아랫입술을 매만지며 고민을 하다가 살짝 미소 지었다.

“일단 미노스랑 상의해볼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그녀는 목걸이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아이테리아는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파시파에가 나가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다.

문 너머에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열리고 황소 뿔이 달린 거친 남자와 그의 옆에 꼭 달라붙은 파시파에가 들어왔다.

“얘가 내 여동생이야. 저번에 한 번 본 적 있지?”

아이테리아에게 말할 때와는 많이 달랐다.

애교가 잔뜩 섞여있었다.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미노스라고 합니다.”

그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굳세고 거친 손이었다.

악수에서 무게감이 느껴졌다.

“아이테리아입니다.”

“얘기는 다 들었습니다. 나쁜 제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위험부담이 있긴 하지만 적이 세력을 넓히는 걸 견제해야하니까요. 이걸 파에톤에게 보내면 되겠습니까?”

미노스는 문서를 내밀었다.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쓰여 있는 문서 맨 아래에는 큼지막한 도장이 찍혀있었다.

아이테리아는 그걸 쭉 읽어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그는 문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비서를 불렀다.

“예. 폐하.”

“이카루스 좀 데리고 와줘.”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왕궁 입구에서 그들을 막았던 날개 달린 경비병이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자네한테 중요한 일 좀 맡기려고 하는데.”

“네. 얼마든지 명령하십시오.”

“엘프들의 수도로 좀 가줘야겠어.”

그 말을 들은 이카루스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걱정 하지 마. 너는 크레타의 사자로서 가는 거야. 이것만 파에톤한테 전해주면 돼. 혹시 그쪽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보이면 바로 도망쳐. 이 일보다 네 목숨이 더 중요하니까.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미노스 왕은 이카루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왕에게 격려를 받은 그는 자신감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자, 방금 보셨다시피 부탁받은 건 처리했습니다. 이제 그쪽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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