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룡승천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로맨스

진필명
작품등록일 :
2013.01.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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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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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2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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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6
글자
7쪽

1. 화화공자花花公子

DUMMY

태안에는 무가의 명문이라 할 수 있는 악가장이 있었다.

전대의 천자가 이민족과 맞서 싸운 악비 장군을 한족의 영웅으로 칭송하면서 악비의 고향 탕음湯陰에 사당을 조성한 이후, 악가장은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악가의 후손이 세운 장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악가장은 음으로 양으로 관의 비호를 받으며 무림에도 두각을 나타냈다.

학당 친구 악신은 악가장 사람이긴 했지만, 가기의 소생이라 악가장에 살지 못하고, 이름에 가문의 돌림자도 사용하지도 못한 채 도화촌에 살았다.

하지만 악신은 악가장주의 소생이라 도화촌에서도 청와靑瓦를 얹은 큰 집에 살고 있었다.

청와는 원래 고관대작들의 주택에만 허용되는 것인데, 악가주의 기생첩이 청와를 얹은 기와집에 산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국법을 어긴 일이었다.

가경이 추잡하고 재미라고는 하나도 없는 악신을 친구로 둘 수밖에 없는 것은 악신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순전히 악신의 동생, 완아 때문이었다.

완아는 모친을 닮아 조금 사납기는 하지만 미색이 출중하고, 가경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여자라 할 수 있었다.

가경에게 친구가 있다면 편보와 악신, 단 두 명이었고, 학당의 아이 중 가경에게 매를 맞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바로 이 두 사람이었다.

편보의 부친 진명곡은 태안에서 혜심원이라는 작은 의원을 열고 있었는데 자칭 편작扁鵲의 후손으로 그 의술을 이어받았다 했지만, 그저 그런 의원에 불과했다.

편보라는 이름은 아명名兒이었지만 그를 아는 모든 사람은 진의성秦醫聖이라는 본명 대신 아명을 부르고 있었다.

가경의 생각에도 의성이란 이름은 너무 거창한 것이었다.

편작은 주대周代의 명의名醫로, 성은 진秦, 이름은 월인越人으로 발해군渤海郡 사람이다.

제자와 함께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진료했으며, 편작이라는 이름은 조趙 나라에 갔을 때 지어진 것이다.

그는 광범위한 종류의 병을 침, 약초 등으로 치료했으며, 맥박에 의한 진단에 탁월한 명의였다.

조간자趙簡子가 의식을 잃었을 때 소생하리라고 알아맞힌 이야기, 괵나라의 태자가 시궐(尸厥 : 뇌사 상태)이라는 병에 걸려 거의 죽은 것으로 여겨졌을 때 함석鍼石, 위법慰法 등을 사용하여 치유한 기록이 사기史記에 적혀 있었다.

하지만 후대에 편작의 의술을 이었다는 사람은 없었으니 가경은 그저 허풍으로만 알았다.


@


해가 중천에 떠서야 일어난 가경은 지난밤 꿈자리가 사나워 학당을 빼먹을까도 생각했지만, 혼자 노는 것은 천하에 다시없는 무료한 일이라 학당으로 향했다.

이미 한 시진이나 늦은 시각이었다.

학당에 들어서니 아이들은 낭랑하게 책을 읽고 있었고, 훈장은 가경이 부스럭대며 맨 뒤편으로 자리하자 실눈을 뜨고 노려보더니, 버럭 소리를 질러 댔다.

“화화공자, 오늘은 아예 한 시진이나 늦었구나. 그래, 오늘은 또 무슨 핑계를 댈 거지? 어디 한번 말이나 들어 보자.”

가경은 편보와 함께 외지에서 유람 온 여자아이들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일이 많아 주변에서는 화화공자라 부르고 있었다.

가경은 또래 아이들이 화화공자라 부르면 당장 달려가 입을 쥐어박았지만, 훈장이 그렇게 부르니 기분은 나쁘지만 어찌할 수 없었다.

“흠, 사실을 사실대로 말할 뿐, 미리 핑계라 말씀하시니 서운합니다만, 논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유붕有朋이 자원방래自遠方來면 불역락호不亦樂乎아.”

“흠,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니 즐거웠다는 말이구나. 그래, 오늘은 멀리서 친구가 왔더냐?”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기다리다 늦은 게지요.”

아이들이 까르르 웃자, 훈장은 얼굴이 붉어지며 벌떡 일어나 매를 들고 달려왔다.

“이, 이런 고약한, 내 오늘은 절대 그냥 두지 않겠다.”

훈장이 회초리를 두 개나 들고 달려오자 가경은 잽싸게 몸을 날리며 다시 논어의 한 구절을 말했다.

“자왈子曰, 군자君子는 욕눌어언이민어행欲訥於言而敏於行이니라.”

공자가 말하기를 군자는 말은 더디되 행동은 민첩하게 해야 하느니라.


아이들의 깔깔대는 웃음을 뒤로하고, 학당을 도망쳐 나온 가경은 동평호로 향했다.

가경은 평소 순하기만 하던 훈장이 오늘따라 이렇게 사납게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꿈자리가 그래서 안 좋았던 것일까.

혼자 노는 건 조금 심심하긴 하지만 염천炎天에 학당에서 글이나 읽고 있다는 것도 군자가 할 일이 아니니 차라리 잘된 일이라 생각했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건 가경의 큰 장점이었다.


@


옷을 벗어 근처 안면을 터놓은 잡화점에 맡겨 놓고, 자맥질하는 건 염천을 이기는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가경이 막 물에 뛰어들 준비를 하는데, 저 멀리 쪽배에서 가경 또래의 남녀가 다투고 있었다.

소녀가 화를 내며 벌떡 일어나자 쪽배가 출렁이며 금방이라도 뒤집어질 듯했다.

소년이 당황해서 소녀를 잡으러 일어나자, 다시 크게 배가 출렁이며 소녀는 중심을 잃고 물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소녀는 맷돌처럼 가라앉고 소년은 수공을 익히지 못했는지 사방으로 소리를 질러 댔다.

“이보게, 사람 살려 주게!”

가경은 급한 상황에서도 하대하는 소년이 얄미워 나서기가 싫었지만, 소녀가 죽게 내버려둘 수 없어 얼른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소녀는 솟아오르긴 했지만 허우적대다가 이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가경은 재빨리 잠수해 소녀의 뒤로 다가가 머리채를 쥐었다. 그러고는 끌어 올리려 했지만, 그녀는 손발을 마구잡이로 놀리며 난리를 해 댔다.

가경은 소녀가 지치기를 기다렸다가 그녀의 가슴을 안고 가랑이 사이에 손을 넣어 물을 박차며 끌어 올렸다.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자 배에 있던 소년이 버럭 소리를 질러 댔다.

“네 이놈, 가슴에서 손을 떼지 못하겠느냐?”

가경은 소년이 욕을 해 대자 성질대로 하자면 소녀를 당장 물에 빠트리고 싶었다.

하지만 소녀의 얼굴은 화월용태花月容態라 할 수 있어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이 얼간아, 가슴을 안 잡으면, 코를 잡으라는 말이냐?”

가경이 욕을 하자 소년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다시 욕을 해 댔다.

“이런 고약한 놈이 있나?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쌍욕을 한다는 말이냐? 냉큼 소저를 이리로 올리지 못해?”

가경은 소년의 행색을 보고 신분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은 짐작했지만, 연신 욕을 해 대는 소년에게 절대 고분고분할 수는 없었다.

“이 멍청한 놈아, 자맥질도 못 하는 놈이 쪽배를 몰아? 이년을 받으려면 배 후미로 와. 앞에서 알짱대지 말고.”

“이놈아, 닥치고 어서 올려.”

옆이나 앞에 무게가 실리면 배가 뒤집어지게 되니, 나름대로는 친절하게 말해 줬지만, 소년은 노를 들어 가경의 머리를 때려 왔다.

가경은 가볍게 피했다.

“얼씨구, 개 춤을 추네. 에라, 이 분수를 모르는 놈아. 형님은 가신다.”

“이, 이놈, 게 서지 못해?”

가경은 소년을 무시하고 소녀를 안고 호숫가로 끌고 나와 잔디 위에 눕혔다.


작가의말

좋은 주말 되시고요.

서장을 안 보신 분은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그래야 주인공의 상황을 짐작하실 수 있다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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