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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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하랑
작품등록일 :
2016.07.12 16:19
최근연재일 :
2018.12.2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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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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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이별, 그에게 갇힌 모든 사람들에게.




DUMMY

여행의 후유증 탓인지 하루하루가 지루하기 짝이 없었지만 일주일이란 시간은 퍽 길지만은 않았다. 이럴 때 ‘드디어’라는 표현이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일은 드디어 다현이가 입대하는 날 이다.


다현이는 운 없게도 광양에서 6시간 정도 떨어진 강원도에 발령 받았고 그걸 아는 나는 남해에서 올라오던 날, 강원도에 데려다 주겠다고했다. 다현이는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 했지만 가볍게 무시하고 친구들과 약속을 잡는 것으로 쐐기를 박았다.


우리 친구들을 할 일도 없는지 아님 친구가 군대 간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즐거움인지 흔쾌히 같이 가겠다고 하며 당일에 출발하면 늦을 것 같으니 입소 하루 전 날 광주에서 모여 출발하자고 신나서 계획을 세웠다.


난 일한의 퇴근시간에 맞춰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퇴근하고 지금 터미널로 그들을 데리러 가는 길이다.


터미널에 도착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지각대장인 다현인 보이지 않았다. 재민오빠와 하늘의 얘길 들어보니 차를 놓쳐서 다음 차를 타고 온다고 했단다. 저래서 군 생활은 할 수 있을는지 원.


터미널 안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다현이가 두리번거리며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 모이는데 까지 한 시간 가량 걸리는 걸 보니 내일 출발 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우여곡절 끝에 차에 몸을 싣고 광주에서도 꽤나 먼 강원도에 도착해보니 어느새 저녁때가 되어있었다.


하늘이의 배꼽시계가 우렁차게 울리기 시작 할 때쯤 지도를 검색해 식당을 찾아 들어왔다. 다현이는 입대가 실감나지 않는 듯 연신 한숨을 쉬어댔고, 하늘이는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킥킥대며 웃었다.


재민오빠는 말없이 다현이 잔을 채워주며 나에게도 술을 권했지만 요 근래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아서 두어번 거절하자 다현이가 입을 삐죽대기 시작했다.


“내일 입대하는데 좀 같이 마셔주지?”

“일 하고 운전해서 피곤 할 텐데 좀 놔둬라.”


나를 대신해 일한이가 대답했다. 다현이는 일한이를 한번 스윽 보더니 그에게 잔을 내밀었다.


“네가 대신 마시던가.”

“형이랑 마셔.”


재민오빠는 다현이의 손에 들려있던 잔을 휙 낚아챘다.


“컨디션이 안 좋네. 이따가 숙소 가서 마시던지 하자.”


술잔 대신 물잔 으로 건배를 청하며 말했더니 다현이는 내심 서운해 보였다. 웬만하면 같이 마시겠지만 밀린 업무 탓에 며칠간이나 계속 야근을 했더니 어질어질 한 것이 지금 술을 마셨다간 큰일 날 것 같았다.


“요즘 무리하는 것 같더니만. 많이 피곤해?”

“괜찮아. 이 정도 가지고 뭘.”


일한의 걱정스런 물음에 기지개를 한 번 켜며 쿨한 척 대답했는데, 동시에 허리에서 뚜둑 뚜둑 요란한 소리가 나서 괜히 머쓱해져버렸다.


“얼씨구.”


일한은 혀를 차며 내 허리를 두드려줬다.


“그나저나 너희는 부쩍 친해진 것 같다?”


재민오빠가 일한이와 나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우리?”

“우리?”


일한이와 나는 동시에 똑같이 대답하고는, 동시에 똑같이 웃음이 터졌다.


“쿵짝이 잘 맞는데?”

“그런가···.”


미소를 띠우며 버릇처럼 술잔을 입에 가져다 댔는데 일한이가 내 손목을 잡더니 술잔을 뺏어들었다. 그리고는 시원하게 술을 털어 넘기며 말했다.


“같은 동네 살고 자주 만나다 보니까 그런가 봐요.”


재민오빠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한은 뒤이어 나를 쳐다보더니 인상을 썼다.


“혼난다.”

“응?”

“이따가 마셔.”

“왜?”

“컨디션 안 좋다며. 밥 먹고 마시던가.”

“밥 다 먹었는데?”


일한은 내 앞에 놓여 진 앞 접시를 스윽 쳐다봤다.


“그게 다 먹은 거야?”

“응. 배불러.”

“그럼 술 먹지 마.”

“아, 왜?!”

“속 버린다. 세 숟갈만 더 먹고 마셔.”

“내가 애냐?”

“둘이 아까부터 뭐해?”


일한과 내가 티격 대고 있자 마주 앉아있던 하늘이가 물었다.


“아니, 얘가 술 못 마시게 하잖아.”

“세 숟갈만 더 먹고 마시라고, 바보야.”

“바보?”

“그만들 좀 하지?”


다현이는 심기가 불편한지 미간에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말했다. 또 왜 저러지 싶어 일한을 다시 쳐다봤더니 그는 어깨를 한번 으쓱 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마 그냥 놔두라는 거겠지.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숙소를 잡기위해 이동했다. 그리고 난 모텔에 도착하자마자 아까 식당에서 술을 마시지 않은 것에 대해 엄청난 후회를 했다.


주차한지는 꽤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차안.


차안에는 침묵이 감돌았고, 하루 종일 운전한 탓에 피곤한 나는 빨리 이 갑갑한 차안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 뿐 이었다.


약 10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방은 2개 잡으면 되지?”


재민오빠는 항상 뭘 하기 전에 내게 상의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래야지. 남자 쪽은 좀 큰방 잡아서 같이 자.”


난 한쪽 손으로 어깨를 주무르며 시동을 끄고 가방을 챙기려 손을 뻗는데 다현이가 대신 들어주겠다며 가방을 가져갔다. 내가 많이 피곤해 보였나?


카운터로가서 결제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일한이가 다현이의 손에 들린 내 가방을 보며 입을 열었다.


“다현아.”

“응?”

“너 설마 별이랑 같이 자려는 건 아니지?”

“왜?”

“왜라니. 같이 잘 거야?”

“응. 그럴 건데?”


이건 또 무슨 소리람. 다현의 말에 놀라 다현에게 시선이 갔지만, 얼마안가 시선은 일한에게 옮겨졌다.


“누구 맘대로.”


그의 살벌한 목소리에 나를 포함한 모두가 일한이를 쳐다봤다.


“아니. 그게 아니라, 별이랑 얘기 된 거야?”

“아니? 난 처음 들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일한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내게 꿀밤을 먹였다.


“왜 때려!”

“넌 가만히 있어. 둘이 같이 자는 건 좀 아니지 않냐?”

“네가 뭔 상관이야.”


일한이에 이어 다현이까지 목소리가 가라앉았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버렸다. 일한은 말을 하려다 말고 머리를 거칠게 털더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재민오빠와 나는 눈 사인을 주고받았고, 하늘이는 눈치만 살폈다. 재민오빠를 쳐다보며 턱 끝으로 다현이를 한번 가리켰다. 재민오빠는 내 사인을 알아들은 듯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일한을 뒤따라 주차장으로 나와 보니 그는 담배를 뻑뻑 피워대고 있었다.


“저기요?”


일한의 어깨를 두 번 쳤다. 그는 대답대신 한숨을 내쉬었다.


“화났어?”

“너 같으면 안 나겠냐?”

“왜 화난 건데?”


일한은 어이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더니 또 꿀밤을 때렸다.


“아! 왜 자꾸 때려!”


이마를 문지르며 씩씩대자 일한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넌 뭐가 그렇게 태평해!”

“내가 뭘···.”

“너 다현이랑 같이 잘 거야?”

“나도 처음 듣는 소리라니까!”

“같이 잘 거냐고.”

“···같이 안 자!”

“왜 머뭇거려. 너 다현이한테 아직도 마음 있냐?”

“없어.”


내 목소리마저 가라앉아 버렸다. 일한의 말에 머뭇거린 내가 너무 창피하고, 그 짧은 망설임을 그가 간파한 것이 자존심이 상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재민오빠와 하늘이 다현이까지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들이 언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셋 다 말이 없는 걸 보니 일한과 나의 대화를 듣긴 들었나보다.


난 얼굴이 화끈거려서 차안으로 들어왔고, 나를 바로 뒤따라 들어온 재민오빠를 이어 모두가 차안에 눌어붙었다.


차안엔 5개의 핸드폰 불빛만 반짝거렸고, 한참의 시간동안 아무 대화도 없었다.


침묵. 침묵. 침묵.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한숨에 가까운 심호흡을 하며 먼저 입을 열었다.


“자, 그래서 뭐 어떻게 한다고?”

“맞아. 계속 차에 있을 수는 없잖아.”


하늘이는 차안에만 있는 것이 여간 답답했는지 내가 입을 열자마자 대화를 이어나갔다.


“유 일한. 너 나와 봐.”


다현이가 시한폭탄 같은 발언을 내뱉더니 차문을 열고 나갔다.


나와 재민오빠는 동시에 뒷좌석으로 고개를 돌렸고, 재민오빠가 일한이를 붙잡으며 중재에 나섰다.


“너희 저번부터 왜 그래? 애들 같이 싸우지 마.”

“애들 같다니요.”

“그럼 뭔데?”

“음···. 일종의 권력 다툼 이죠.”


쟤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소주 두잔 마시고 취했나.


“금방 다녀올게요.”


일한은 도통 알 수 없는 소릴 하더니 차에서 내렸다. 차 안에 남은 우리 셋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재민오빠는 담배를 꺼내 물었고 하늘이는 뒷좌석에서 내 뒤통수를 건들며 말했다.


“이건 김 한별 다 네 탓이야.”

“왜 또 나야?”

“일한이가 너랑 같이 다니다가 성격이 이상해 진거 아냐.”

“다물어라. 디질래?”


하늘이는 혀를 내밀며 깐족거렸다.


“하늘아. 이 분위기에 자꾸 까불래?”


어느새 담배를 다 핀 재민오빠가 무게를 잡았다. 까불거리던 하늘이도 재민오빠는 무서운지 입을 다물었다.


“근데 쟤들 무슨 얘길 하는 거지?”


창문을 슬쩍 내리고 귀를 가져다 댔지만 헛수고였다. 차에서 꽤나 멀어진 그들의 대화가 들릴 리가 없었다. 멱살잡이 안 하는 게 다행인가.


“둘이 알아서 풀겠지. 놔둬.”


재민오빠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나중에 광주 가서 일한이한테 물어보지 뭐.


“그나저나 별아.”

“응?”

“일한이랑 평소에 자주 만나?”

“뭐, 회식 없으면 거의 매일 만나지. 저녁 같이 먹거든. 일한이가 퇴근하면 우리 사무실 쪽으로 와.”

“회식은 자주해?”

“2주에 한 번이나 하나?”

“늦게 끝나면 위험하겠네.”

“아, 끝날 때 되면 일한이가 데리러 와. 이상하게 우리 회사랑 걔네 회사랑 회식하는 날이 자주 겹치더라고.”

“응?”

“맨날 근처라면서 같이 가자고 오던데. 광주가 좁은가봐.”


재민 오빠는 잠깐 멈칫 하더니 하늘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늘아.”

“네, 형. 형, 지금 저랑 같은 생각이신 것 같은데요.”

“그렇지?”


두 사람을 번갈아보며 물었다.


“뭐야? 뭔데? 나도 가르쳐 줘.”

“별아.”

“응?”

“난 네가 엄청 똑똑한 줄 알았어.”

“···유 하늘. 너 지금 그거 나 무시 하는 발언 같은데?”

“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져 하늘이가 앉아있는 뒷좌석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다현이가 차문을 열었다.


“···별아. 뭐해? 요가 해?”

“···아니. 그냥 몸이 뻐근하네. 얘기 끝났어?”“응. 다 했어.”

“이제 들어갈까?”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숙소로 들어온 우리는 이대로 사회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낼 수 없다는 다현이의 성화에 못 이겨 짐만 대충 풀어놓고 다시 근처 편의점으로 나가 술을 사왔다.


덕분에 나의 다크서클은 광대를 지나 턱 끝까지 내려온 듯 했다. 우리는 한 방에 둘러앉아 술판을 벌였다.


그렇게 서서히 밤이 끝나가고 조금씩 아침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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