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色)의 기록 정사일지(情事:政事日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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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잉보이
작품등록일 :
2016.07.15 14:21
최근연재일 :
2017.08.2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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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2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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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67회. 날 통해 뭘 얻고자 하나요?

DUMMY

67회. 날 통해 뭘 얻고자 하나요?




“나리. 이만 일어나셔요.”


월향이 바닥에 엎드려 있던 윤의 팔을 붙잡았다. 정감원 마당에 묵직한 적막이 흐르고 보다 못한 정한이 다가와서 거들면서 말했다.


“윤아 입궐할 수 있겠어? 전하께서..”


“다 때려치우고 싶다..정한아.”


윤이 정한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차디찬 밤바람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가로 흘러내린 눈물자국이 채 마르지 않아 달빛에 드러나 비쳤다. 정한은 윤의 팔을 붙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정신 차려. 유하 낭자를 위해서라도 네가 일어나야 해. 알잖아, 얽힌 일을 풀지 않는 한 끝은 없다는 거.”


정한의 말에 윤이 그의 팔을 의지하여 땅을 짚고 앉아있던 무릎을 일으켰다. 그가 폐부를 가르는 깊은 한 숨을 내쉬며 마침내 땅을 짚고 일어섰다.


“그래. 이젠 나를 위해서도 아니 유하를 위해서라도 모든 것을 끝장내야 되겠어.”


윤의 눈빛이 달라지자, 정한이 걱정스런 눈길로 물었다.


“그래. 할 수 있는 한 내가 도울게. 대신 다치진 마. 너도 유하낭자도.”


윤이 정한의 어깨를 한 번 쓸고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발걸음을 떼었다. 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잠깐 자리를 비웠던 월향이 다급하게 뛰어왔다.


“대감, 댁에서 급히 찾으십니다.”


정한은 모처럼 집에서 찾는 다는 말이 어쩐지 달갑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없는 자식처럼 여기시는 줄 알았는데.”


정한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월향이 잠시간 씁쓸하게 웃더니 그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서 가보시어요. 대감. 집 나간 아드님이 왜 보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래. 내 다녀오마. 너도 어서 정감원 문을 닫고 들어가.”


“예. 제 걱정은 마시고 얼른 길을 잡으세요.”


정한의 집은 대대로 한성부를 벗어난 적이 없는 명문가였지만 어릴 적부터 자유분방하게 양육하는 집안 성격 탓에 정한은 별다른 갈등 없이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정한, 자신이 크게 방황을 한 적도 없었고, 그저 넉넉하게 지원을 해주는 집안 덕에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었기에 구김 없이 자랐었다. 그의 어머니는 늘 뛰어난 실력과는 상관없이 입신양명에 뜻이 없는 아들이 못마땅하고 걱정스러웠지만 제 앞가림을 못하는 것도 아니라서 아무 말 없이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그가 집안과 더 정확하게는 아비와 알게 모르게 등을 지게 된 것은 꿈에 그리던 한성부 판윤이 되었을 때부터였다. 남들의 부러움을 사고도 족히 남을 한성판윤이 되었지만, 정한은 지체하지 않고 집을 나오고 말았다. 이유는 정감원 행수 월향 때문이었는데, 어릴 적부터 잘 알고 지냈던 터라 더욱 집안의 반대가 심했었다. 과묵하게 정한의 하는 일을 두고만 보던 아비가 처음으로 귀한 아들의 뺨을 때렸던 것이었다. 사실 정한이 호색가로 산 것도 아니었고, 어릴 적부터 동무처럼 지냈던 월향 한 사람만을 여인으로 알고 자랐던 터라, 자연히 그녀와 혼사를 올릴 작정이었는데, 이것이 대대로 명문가로 이어져온 정한의 집안에 최대 갈등을 야기하고 말았다. 인생에 단 한번 여자문제를 들고 나온 아들 녀석의 말은 이제껏 지체 높은 양반 댁의 위상을 가지고 살아가던 정한의 아비와 어미에게는 치명적인 사건이 되었다. 사실 월향도 이러한 사정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는데, 몇 번이고 이별을 하고자 하였으나 그때마다 월향을 붙잡은 건 정한이었다. 그는 눈앞에 주어진 운명적 사랑을 위해 대대로 물려받은 명문가 댁 양반의 신분까지도 모두 내던질 수 있는 그런 사내였던 것이다.



“못난 놈.”


“오랜만에 아들놈 얼굴 보시고 하시는 말씀치곤 서운합니다. 아버지.”


정한이 능청을 떨면서 자리에 앉았다.


“앉으라 한 적 없다.”


“어차피 하실 말씀이지 않습니까. 먼저 앉는다고 바닥 닳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정한아. 아버지 앞에서 그 무슨 추태야.”


보다 못한 정한의 어미가 지아비의 눈치를 보면서 주의를 주었으나, 정한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미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말았다. 정한의 아비는 혀를 차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 집안 유일한 아들 녀석 하는 짓이 저 모양이니 내 어디 가서 자식놈 자랑질이나 어디 마음 놓고 해보겠누? 쯧쯧..”

“송구합니다, 대감. 다 제 불찰입니다.”


“아니, 왜 자식 자랑을 못하십니까? 하나 있는 아들이 한성부 판윤을 지내고 이제 종 1품 판의금부사인데도요?”

* 판의금부사(判義禁府事) : 조선 의금부의 수장, 종 1품 직, 오늘날의 검찰총장.


정한이 계속해서 능청스럽게 너스레를 떨자, 정한의 아비가 서안(書案)을 둔탁하게 치면서 말했다.


“네 이놈! 대체 언제 정신을 차릴 것이야!!”


“아이고, 고정하세요. 제가 잘 타이르겠습니다. 대감.”


탁상을 쳐 대는 소리에 깜짝 놀란 부인이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면서 말했다.


“부인, 저 녀석이 어디 우리말을 들을 놈입니까? 이제 더는 지체할 수 없소이다. 당장 혼처를 정해서 날을 잡으세요!”


“예. 대감. 걱정 마세요.”


“소자는 혼인을 하지 않는다 하질 않았습니까?!”


정한이 자세를 고쳐 앉고는 냅다 소릴 질렀다.


“닥치거라! 이제 더는 참는 데 한계가 있음이야! 잔말 말고 이 아비가 시키는대로 해!”


“난 뭔일인가 했네. 괜히 집에 들어왔다 싶습니다.”


“혼처는 대사헌 댁 여식이나 대제학네 여식이 좋을 듯싶습니다.”


홧김에 일어서려던 정한이 귀를 의심하며 다시 앉았다.


“대사헌이나 대제학이라니요?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어머니.”


“들은 대로다. 두 댁의 여식이 마치 혼기가 찼다고 하니 정한이 너와는 궁합을 맞춰볼 필요도 없을 정도로 적합한 혼처다. 이 어미가 날을 잡을 터이니 제발 이번에는 사고치지 말고 따르거라.”


“하..”


정한이 헛웃음 뱉어냈다.


“대사헌 박치상과 대제학 김주헌의 여식이라..아버님 이제 정빈에게로 줄을 서시려고요? 영의정 박순길이 별로 신뢰를 주지 못했나 봅니다?”


“뭐라? 네 이놈! 이 아비가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이거늘 말하는 꼬락서니하곤!”


“그래. 정한아. 그리고 대제학은 사사롭게는 너의 스승이 아니더냐? 무엇이 문제가 된단 말이냐?”


정한의 모친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또 다시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몰라서 물으십니까? 소자가 지금 주상전하를 모시고 패악한 영상의 무리들을 쳐내려 이리도 목숨을 걸고 있거늘 기회주의자인 대사헌과 정빈마마의 편에 서서 왕권에 도전하고 있는 명지 스승님의 여식과 혼사를 올리라구요? 아버지의 수가 너무 뻔해서 역겨울 지경입니다.”


“뭐라?! 네 이놈!! 더는 들어주는 데 한계가 있음이야!!”


정한의 부친이 또 한 번 서안(書案)을 세게 치며 말했다. 하지만 정한은 헛 구역질을 하며 방문을 세게 열어젖히고는 방 안을 나섰다.


“저 저놈이!! 게 서지 못하겠느냐!!”


뒤에서 정한의 부친이 불러 세웠지만 정한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거침없이 집을 나섰다. 그는 대문 앞에 서서 말에 오르기 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한 숨을 쉬었다. 올라오는 울분을 미처 삼키지 못한 탓이었다. 밤공기가 제법 차가웠지만 워낙 급작스럽게 열을 올렸던지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열기를 식히려고 답답한 옷매무새를 흩트렸다. 그때 뒤에서 정한의 모친이 다급하게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정한아!! 제발!! 이 어미를 봐서라도 부모의 뜻에 순종을 할 순 없겠느냐?!”


“어머니. 정녕 모르신단 말입니까? 박치상이나 김주헌이나 영의정 박순길과 다를게 없습니다. 그들도 결국 불안한 왕권을 상대로 권력을 차지하고 싶은 것이란 말입니다!”


정한이 숨을 가쁘게 내쉬며 말했다. 어미를 보고 있으니 다시 답답했던 속이 들끓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 일단 우리 집안이 어떻게든 명맥을 유지하고, 무엇보다 네가 잘 되면 되는 것이 아니냐?!”


“하..어머니..제발 그만하세요. 어머니는 십수년간 학문의 도를 배우고 주자의 가르침을 갈고 닦고 마음에 새기고 행동에 옮기려 했던 그 기나긴 가르침을 모두 부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고작 이따위 추잡한 세도가가 되기 위해서 그 세월을 낭비하였던 거라면 소자 이제 더는 이 질서에 따르지 않을 작정입니다. 이제 소자는 소자가 옳다 여기는 바를 쫓아 가겠습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잘해오셨던 것처럼 없는 자식 치세요.”


정한이 울분을 뱉어내고는 말에 올랐다.


“네가 이러면! 정감원 그 기생년이 무사할 것 같으냐? 그래. 결국 그 년이 널 이렇게 만든거야. 그년이!! 아이고 내 속아...!!”


정한의 모친이 바닥에 주저앉아 땅을 치며 외쳤다.


“어머니, 그 아이를 건드시는 순간 이 집안의 유일한 혈육을 영원토록 잃게 되실 겁니다.”


정한이 차갑게 말을 내뱉고는 말을 몰아 시야를 벗어났다. 뒤에서 정한의 모친이 다급하게 불렀지만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려 나갔다.



**



“잠깐..”


“대감. 어찌 멈춰 세우십니까?”


사인교를 멈춰 세운 윤에게 수행집사가 물었다.


“잠깐 내려주게.”


사인교가 땅에 내려지고 윤이 바닥으로 내렸다.


“자네는 먼저 들어가게.”


“예? 대감..지금 입궐하시는 길이 아니시옵니까?”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집사에게 윤은 고개를 젓고는 가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윽고 집사가 사인교와 함께 사라지고 나자, 윤은 저자거리 으슥한 골목 끝에 자리한 허름한 초가 마당으로 들어섰다. 들풀이 무성하게 자라있는 마당을 걸어 나갈 때마다 물기를 머금은 들풀이 짓 밟혀 바닥으로 가라앉는 것이 감촉 하나조차도 몹시 스산하게 느껴졌다. 때마침 달이 자취를 감추고 밤하늘은 새까맣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윤은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았다. 쇠고랑이 전해주는 차디찬 감촉에 윤은 눈을 찡그렸다. 안에서는 좀먹은 창호지를 뚫고 밝혀둔 불빛이 연약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는데, 한 여인의 그림자가 져 있는 것이 보였다. 윤은 헛기침을 두어번하고서는 문을 열었다. 때마침 고고하게 흐트러짐 없이 앉아있던 여인이 문쪽을 황급히 돌아보았다.


“다..당신!”


여인이 잠겨 있던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놀란 눈치였지만 이내 붉어진 고개를 윤의 반대방향으로 돌렸다. 윤은 방 안으로 들어서서 문을 닫았다.


“정말 불을 밝히고 기다리고 있었군. 오늘이 처음은 아닐터.”


“그를 어찌 장담하십니까?”


“미안하게 됐소. 워낙 번다한 일이 많아 이제야 발걸음을 하게 되었소.”


“마침 제가 나리의 행차를 오매불망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겁니까?”


여인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로 차갑게 말했다.


“그것은 상관없소. 어차피 오늘 밤은 그대를 만났으니 말이오.”


여인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열기를 잠재우려 노력을 하느라 고개를 틀어 윤을 바라보지 못했다.


“어찌 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것이오? 군부인.”


“군부인...?”


여인은 마침내 놀란 눈으로 윤의 얼굴을 쳐다봤다.


“당신 어찌 나를 알고 있소?”


“그게 중요한가? 어차피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고 헤어지면 그만인 밤 아니오?”


윤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자 군부인 박씨는 긴장이 되는지 침을 꿀꺽 삼켰다.


“자, 그대가 내게서 얻으려는 건 무엇이오? 그대가 그토록 기다리던 흑범이 아니오?”


윤의 말에 군부인 박씨가 말끝을 흐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가 윤의 외관을 하나하나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잠시간 침묵 후에 그녀가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다.


“내게는 어찌하여 흑범의 모습으로 오지 않으신 겁니까?”


박씨의 말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은 윤은 표정 없이 앉아 있다가 한 차례 코웃음을 뱉어냈다. 그러다 그가 가볍게 웃기 시작했다. 지쳐 있는 기색에 매끈하게 감겨드는 윤의 목소리에 박씨는 저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는지 허리를 곧게 세웠다. 곧 윤이 그녀에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가 허리를 박씨쪽으로 숙이는 통에 박씨는 등골부터 저릿하게 올라오는 느낌으로 인해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 되었다. 윤은 다시 고개를 빼고는 허리춤에서 작은 탈을 꺼내들었다. 해괴한 흑범의 모습을 하고 있는 탈을 본 순간 박씨는 흠칫했다.


“이것 말인가? 왜? 민낯이라 위엄이 느껴지지 않는 것인가? 그러니까..그쪽이 뭘 기대한 건지 모르겠소.”


상당히 경직되어 보이는 박씨의 모습으로 인해 윤은 한 발짝을 멀게 앉았다. 박씨는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간 매일 밤 찾아왔던 이 허름한 초가에서 마침내 윤을 만난 것이다 보니 막상 윤과의 만남을 마주하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버렸던 것이다. 박씨가 한동안 뜸을 들이고 있자 보다 못한 윤이 적막을 깨고 입을 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땐, 그저 본능에 맡기는 것이 해답일 것이오.”


“뭐요..? 악!”


순간 윤이 박씨를 바닥에 눕힌 탓에 박씨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박씨의 시야 앞으로 윤의 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그가 웃옷을 벗고 있었던 것이었다. 박씨는 눈앞이 아찔하게 가려졌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쉴 새 없이 흐르고 있었던 탓이었다. 그러나 눈앞에서 그녀의 두 팔을 제압하고 엎드려 있는 윤의 얼굴은 매 마르기만 할 뿐이었다. 박씨는 단전에서부터 호흡이 가빠져 왔지만 그것을 맘 편히 내뱉을 수 없었다.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마주해보는 사내의 거친 숨결 앞에 그녀는 숨을 죽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엎친데덮친 격으로 가슴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박씨는 이제 붉어진 얼굴을 가릴 수도 없음을 알고는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이제 윤의 고개가 박씨의 얼굴 살결에 맞닿는 것이 느껴졌다. 타들어가는 사내의 내음이 코끝을 건드리고 윤의 건조한 숨결이 전신으로 땀을 뿜고 있는 박씨의 이마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도록 다음으로 행동이 진척을 보이자 않자 박씨가 서서히 눈을 떴다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윤의 새까만 눈동자가 그녀를 수직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박씨는 순간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이내 참기 시작했다. 그런데 때마침 그녀의 눈앞에서 말을 건네는 윤으로 인해 그대로 화석처럼 몸이 굳어버릴 것 같았다.


“내게서 뭘 얻고자 하냐니깐?”


윤의 건조한 목소리가 제법 촉촉해졌다. 박씨는 침을 꿀꺽 삼키고 난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억지나 목이 메는지 절로 두 세 갈래로 갈라진 목소리가 목구멍을 타고 빠져 나왔다.


“사내의 욕정.”


윤의 눈동자에 힘이 들어갔다. 박씨는 또 한 번 침을 삼키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사내의 연정. 오늘밤을 통해 그것들을 받고자 하오.”


말을 마친 박씨가 멈칫하고 있는 윤을 제치고 팔을 들어 윤의 고개를 잡아 당겨 입을 맞추었다. 창백하던 윤의 얼굴이 박씨의 얼굴과 포개어지면서 그녀는 마치 화롯불 위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뜨거움 속에 갇히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이 파르르 떨리면서 윤의 얼굴을 간신히 붙잡고 있었는데 이를 눈치 챈 윤이 박씨의 팔을 제압하고 박씨의 옷고름을 단번에 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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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마지막 외전. 흑범과 백여우. +1 17.08.26 260 2 10쪽
102 마지막회. 이제 각자의 삶을 살아가겠지. 17.08.26 209 2 22쪽
101 93회. 결국 당신을 놓아주게 되었군요. 17.08.13 168 3 24쪽
100 92회. 모든 것을 제 자리로 돌려놓을 것이다. 17.08.04 188 4 18쪽
99 91회. 내게는 한 번도 보여준 바가 없는 얼굴이야. 17.07.27 196 2 16쪽
98 90회. 형조판서 이 윤이다. 17.07.16 234 2 16쪽
97 89회. 나 끝까지 가보려고 해. 17.07.09 228 1 19쪽
96 88회. 전하, 친국을 여시옵소서. 17.07.01 193 1 15쪽
95 87회. 어느 쪽을 위해서든 그 여인은 죽어야 합니다. 17.06.21 284 2 17쪽
94 86회. 그 사람을 구해야겠어. 17.06.17 254 0 17쪽
93 85회. 끝내 지키지 못했어. 나란 놈. 17.06.11 350 3 13쪽
92 84회. 나의 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17.06.03 484 3 14쪽
91 83회. 색(色)의 기록, 정사일지(情事日誌) 17.05.30 540 1 12쪽
90 82회. 저의 마지막 부탁입니다. 17.05.27 384 2 12쪽
89 81회. 백여우라는 계집을 버리거라. 17.05.20 420 2 12쪽
88 80회. 이렇게 재회하게 되다니 유감이오. 형조판서. 17.05.14 369 2 14쪽
87 79회. 그 여인을 만나러 가시면 나리도 죽습니다. 17.05.05 398 2 13쪽
86 78회. 설마 나와 정분이라도 나눌 작정이었던가? 17.04.29 300 2 12쪽
85 77회. 자, 이제 말해보게, 자네의 정체가 무엇인가? 17.04.18 317 2 19쪽
84 76회. 지금 당장 형조판서와 요망한 계집을 잡아들이시오! 17.04.12 352 3 14쪽
83 75회. 그 두 요괴 연놈들의 이름이 백여우와 흑범이라 합니다. 17.04.07 297 4 17쪽
82 일곱 번째 외전. 불타는 오룡골에서 조선의 미래는 잠들다. 17.04.04 285 2 18쪽
81 74회. 땅거미 지고 난 후, 해의 그림자 속으로 17.04.01 513 1 22쪽
80 여섯 번째 외전. 청명한 하늘을 메웠던 너와 나의 곡조에 기대어 17.03.27 555 1 5쪽
79 73회. 옷을 벗어라. 17.03.25 751 1 21쪽
78 72회. 그쪽은 무엇을 찾고 계시오? 17.03.18 378 1 20쪽
77 71회. 반드시 잡아서 죽여야 할 것이야. 17.03.11 433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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