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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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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3,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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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1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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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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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20)

DUMMY

“손님 이라고요?”


마티는 윤성의 내뱉은 단어를 곱씹더니 눈이 크게 떠지면서 재빨리 자신의 고글을 작동시켰다. 그리고 지하 탑을 올려다보았고, 경악했다.


“어, 엄청난 수의 생체 반응이 감지 돼요! 수, 숫자는 대략··· 180마리···. 아니에요!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요!”


마티의 보고에 일행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무기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블락은 칼을 손에 쥐면서 불평을 늘어놓았다.


“젠장! 역시 함정이었던 거냐!”

“아무래도 그렇지. 너희들의 목적지가 들켜버린 이상 함정에 빠지는 건 필연이라고 봐야겠지.”


기가스로 짐작되는 어마어마한 수의 생체 반응이 내려오고 있음에도 윤성은 여전히 로그의 몸에 기댄 채 여유롭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빌어먹을! 이게 다 네놈 때문에···!”

“웃기는군.”

“뭐야?!”

“궁금하군. 블락. 왜 그렇게 변했지? 예전에는 철없는 영웅심으로만 똘똘 뭉쳐 있던 사람이 이제는 남 탓만 해대는 찌질이로 격화되어 버렸군.”

“이, 이 자식이!”

“트레인의 배신이 널 그렇게 만든 건가? 아니면···.”


블락이 윤성을 노려보면서 그의 탓으로 몰고 가려 하자 윤성은 여전히 몸을 일으키지 않은 채로 블락을 향해 섬뜩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블락은 자신의 속마음을 모두 알고 있다는 듯이 슬쩍 스완을 쳐다보는 윤성의 행동에 반박하지 못했다. 그리고 윤성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블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난 너희들에게 구해달라고 한 적 없어. ···물론. 날 풀어준 건 고맙게 생각해. 하지만 너희들이 순수한 의도로 날 구해준 건 아니잖아? 내가 가진 회복력. 냉기. 그것들로 너희들의 같잖은 임무를 도와줄 수 있으니까 구해낸 것 아닌가?”


몸을 움직이진 않았지만, 윤성이 블락의 행동에 분명 짜증을 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마티와의 대화로부터 뿜어지던 목적 없는 살기가 블락을 향해 쏘아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블락은 필사적으로 손아귀에 힘을 쥐었다. 조금이라도 힘을 풀었다간 자신에게 쏘아지는 윤성의 살기에 칼을 떨어뜨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네놈도 그 작전에 동의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크윽!”


결국에는 살기에 짓눌린 블락이 무릎을 꿇어버렸다. 그 모습을 본 윤성은 마음에 든다는 듯이 이죽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아마 레기온은 너희들까지 껴서 나와 게임을 하고 싶은 걸 거야. 나에게 너희들이 온다는 걸 전해주면서 내게 희망이라는 감정을 가지게 하고, 아마 그 희망을 꺾어버리겠다는 생각이겠지.”


윤성은 기대고 있던 로그의 몸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면서 말을 이었다.


“그 변태 놈이 할만한 생각이야···.”

“···그 게임에 응할 생각인가?”


강한 살기에 짓눌려 숨을 헐떡이는 블락을 대신해서 메리가 힘겹게 입을 열면서 질문하자, 윤성은 분노와 증오로 불타는 붉은 눈으로 그녀를 쏘아보면서 입을 열었다.


“거부할 이유가 있나? 난 그 변태 놈에게 당한 만큼 돌려줄 생각이야.”


그의 시선. 그의 붉은 시선이 닿는 순간 메리는 얼어붙어 버렸다. 레기온에 대한 그의 분노가, 그의 증오가 지옥의 불이 되어 그녀의 영혼조차 태워버린 것만 같았다. 하지만 메리는 그의 붉은 눈에서 분노와 증오 외에 다른 무언가를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대단히 위험한 것임을 깨달았다. 자칫하면 그녀의 동료들이 죽음에 이를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한 것.


“···그래서 그렇게 여유로운 건가?”

“응?”


메리는 ‘탈론’이라고 불리는 자신의 저격 총을 윤성에게 겨누면서 재차 질문했다.


“그래서 그렇게 여유로운 거냐고 물었어! 지금 너의 모습을 보니 확실히 알겠군. 넌 인간이 아니야. 괴물이야.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전혀 공감을 못 하고 있어. 오랫동안 너에게 가해진 고문 때문에 넌 무너져 내린 거야! 레기온이라는 놈에 대한 복수만을 생각하는! 공감 능력이 사라진 괴물일 뿐이라고!”


메리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윤성의 본질을 알렸다. 그녀가 윤성의 붉은 눈을 통해서 본 것은 공허였다. 모든 찬란한 것을 빨아들이는 끝이 보이지 않는 공허. 그녀는 오랫동안 ‘BIRD’로 일하면서 이런 눈을 가진 자들을 몇 명이나 봐왔다. 그리고 그런 눈을 가진 자들은 어김없이 사람을 죽이는 괴물의 모습을 보여주었었다. 사람들을 대량학살하는 괴물의 모습을.


메리는 각오했다. 자신이 그의 본질을 까발렸으니 윤성이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다. 아마 당장에 그녀를 죽이려 들 것이 분명했다. 저런 공허의 눈을 가진 자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것을 죽도록 싫어했다. 하지만 메리는 후회하지 않았다.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동료들이 그가 어떤 괴물인지를 잘 알게 되었을 테니까.


“그래.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윤성의 대답은 그녀의 예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난 괴물이야.”


윤성은 스스로 공허의 눈을 가진 괴물임을 자백했다. 이에 메리는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이제까지 겪었던 다른 괴물들과 윤성은 달랐다. 그는 스스로 괴물임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가 괴물임을 인정할 때 그의 붉은 눈에서 슬픔이 내비쳐지고 있었음에 메리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넌 대체.”

“인제 그만 하세요. 레이븐. 지금은 우리끼리 이럴 때가 아니에요.”


어느샌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온 마티가 그녀의 저격 총의 총구를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레이첼 역시 그녀와 윤성의 사이에 서면서 입을 열었다.


“지금은 힘을 합쳐서 빠져나가는 것을 우선시해야 해요. 아닌가요? 선배?”


자신이 유일하게 마음을 열었고, 인정했던 파트너인 레이첼의 말에 메리는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들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윤성이 스스로 괴물이라는 것을 인정한 이상. 그녀가 그를 막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물리적으로도 그를 죽이는 건 불가능해 보였으니까. 머리가 터져나간 상황에서 그가 보여준 회복력은 그가 생물이 맞는지조차 의심스럽게 만들었었다.


“···좋아.”


메리는 마티와 레이첼을 천천히 훑어본 후에 저격 총을 완전히 치우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내가 널 신뢰할 일은 없을 거야.”


마지막 경고를 날리면서 메리는 마티와 함께 쏟아져 내려오는 기가스들의 정확한 수와 진입 경로를 확인하려 했다.


“괜찮아?”


블락과 메리가 연이은 비난을 퍼부은 상황에서 묵묵히 그들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던 스완이 윤성에게 물었다. 이에 윤성은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스완에게 대답했다.


“너야말로 저 녀석들의 대장을 하느라 많이 힘들겠군.”


스완은 윤성의 밝은 미소가 만드는 그림자 속에 감춰진 그의 슬픔을 보았다. 하지만 굳이 그것에 대해 더 떠들진 않았다. 그가 악마에게서 만들어진 괴물이라는 사실은 영혼에 새겨진 낙인처럼 결코 떼어낼 수 없는 진실이었고, 그것은 어떤 말을 한들 치유가 될 수 없는, 윤성이 안고 가야 하는 그의 운명이었으니까.


“자. 이제 저 녀석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스완은 자신들을 노리고 내려오는 괴물들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자 입을 열었지만, 실험실의 입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는 윤성에 의해서 말이 막혀버렸다.


“그건 간단해. 나와 로그가 앞을 막고, 너희들이 후방을 맡으면 되는 일이야. 너희가 가진 무기들은 거의 원거리 장비들이잖아?”

“화, 확실히 그렇지만···.”

“너무 위험해요.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게다가 무기도 없잖아요!”


윤성은 레이첼과 마티가 자신을 걱정해 주는 것에 고마움을 느꼈고, 그 고마움을 미소로 전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이유를 밝혔다.


“괜찮아. 난 괴물이니까.”


그 말을 끝으로 윤성의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벌어질 전투에 대한 두려움, 또는 희열. 그런 감정으로 인해 몸이 떨리는 것이 아니었다. 윤성의 육체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의 팔과 다리의 살갗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그 틈 사이로 피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윤성은 개의치 않았다. 무엇을 하는 건지 짐작할 수는 없지만, 그는 자신의 육체에 고통을 일으키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그의 뼈가 근육과 피부층을 뚫고 바깥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


윤성은 포효를 내질렀다. 그의 포효에 굶주림과 갈증에 이끌려 거침없이 최하층으로 향하던 슬레이어 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추고 몸을 떨었다. 이 밑에 무언가 있다. 그것도 자신들에게 본능적으로 도망치라고 경고하는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슬레이어 들은 즉각 행동을 개시했다. 이 괴물들은 명령을 받았다. 그들의 창조주에게서, 유전자에 새겨진 절대복종을 토대로 한 명령을. 이 앞에 어떤 강대한 존재가 있든지 간에. 자신들을 온 힘을 다해 그것을 상대해야 했다. 그것이 거스를 수 없는 창조주의 명령이었으니까.


이윽고 슬레이어 들은 자신들이 목표하던 최하층에 도착했다. 거대한 문은 그들을 환영하는 것처럼 열려있었고, 안에서 풍겨오는 살아있는 인간들의 냄새가 그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더 이상 살육의 본능을 억제할 수 없었던 슬레이어 들은 앞다투어 자신들을 맞이하는 실험실의 문으로 달려들었다.


가장 먼저 실험실 안으로 달려들었던 슬레이어는 가장 먼저 살육의 순간을 맞이한다는 것에 기뻐하고 있었다. 자신의 이빨과 손톱으로 그들의 생명을 거둘 수 있다는 것에 흡족해했다. 하지만 그 슬레이어는 머리가 깨지는 둔탁한 음성과 함께 다시 실험실 바깥으로 튕겨 나오고 말았다.


“크륵?”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동료의 모습에 슬레이어 들은 일순간 살육의 광기를 잊은 채 일제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히 실험실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멀쩡했던 그의 머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머리가 거대한 둔기에 얻어맞은 것처럼 터져있었다.


“욕심이 많은 놈이 가장 먼저 죽는 법이지.”


실험실 안에서 슬레이어 들을 향해 교훈을 말해주면서 앞으로 나온 윤성의 모습은 실험실 안에서 보던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의 외형은 더이상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형태였다. 팔과 다리는 찢긴 살갗 사이로 뼈가 드러나 있었는데, 그 뼈는 금속성의 느낌이 나는 은색 빛깔을 하고 있었다.


윤성의 팔과 다리에서는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바깥으로 튀어나온 뼈들을 남은 살갗과 근육이 감싸고 있는 형태였다. 그렇게 튀어나온 뼈들의 형태도 날이 안 선 칼날 같은 형태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팔과 다리보다 윤성을 괴물처럼 보이게 하는 부분은 바로 입 부분이었다.


그의 입 주변은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이질감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도저히 뼈라고 보기엔 힘든 은색 빛깔의 금속성 가면이 그의 입을 감싸고 있었다. 그 가면은 인간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날카로운 송곳 같은 이빨이 뒤틀린 채로 솟아나 있었다.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윤성은 목을 풀면서 슬레이어 들을 향해 섬뜩한 시선을 보냈다. 얼굴의 아래가 가면 같은 것으로 뒤덮여 있으니 그가 미소를 짓고 있는지 확인하기는 힘들었지만, 필시 그는 웃고 있을 것이다. 저 붉은 눈에 보이는 섬뜩함이 그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자. 축제를 벌여보자.”


윤성의 음성을 들은 슬레이어 들은 일제히 주저하기 시작했지만, 훨씬 수가 많은 자신들의 힘을 믿고, 윤성에게 돌격해 들어갔다. 그리고 윤성은 그런 슬레이어 들의 행동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눈웃음을 지으면서 피에 굶주린 그들의 한복판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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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3부 표류하는 군도 - epilogue 17.12.23 327 5 13쪽
243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8) 17.12.21 219 2 15쪽
242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7) 17.12.19 184 4 14쪽
241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6) 17.12.16 176 2 15쪽
240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5) 17.12.14 200 2 13쪽
239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4) 17.12.12 199 3 13쪽
238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3) 17.12.09 215 2 12쪽
237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2) 17.12.08 215 3 13쪽
236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1) 17.12.05 169 2 13쪽
235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3) 17.12.02 190 2 18쪽
234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2) 17.12.01 217 3 16쪽
233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1) 17.11.28 205 3 12쪽
232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0) 17.11.21 184 2 17쪽
231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9) 17.11.18 201 3 14쪽
230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8) 17.11.16 214 2 16쪽
229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7) 17.11.14 209 2 15쪽
228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6) 17.11.13 221 3 15쪽
227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5) 17.11.09 228 2 15쪽
226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4) 17.11.07 200 4 13쪽
225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3) 17.11.04 210 2 13쪽
224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2) 17.11.02 210 3 13쪽
223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 17.11.01 233 2 15쪽
222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12) 17.10.28 249 3 17쪽
221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11) 17.10.26 197 2 14쪽
220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10) 17.10.24 216 3 14쪽
219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9) 17.10.21 231 3 15쪽
218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8) 17.10.19 243 2 13쪽
217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7) 17.10.17 231 3 15쪽
216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6) 17.10.14 23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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