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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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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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26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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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표류하는 군도 - 구속된 괴물 (23)

DUMMY

지즈는 눈앞에 등장한 인간으로 보이는 존재에게 의문이 들었다.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낸 저 조그만 존재는 인간이라는 존재와 다를 바 없는 외형을 지니고 있었다. 조그맣고, 무기를 들지 않고는 자신에게 어떤 위해도 가할 수 없는 약한 존재. 오늘 처음 본 존재들이긴 했지만, 그것이 지즈가 내린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결론이었다.


실제로 자신이 목걸이의 장식으로 만든 녀석들은 자신이 등장하기만 해도 몸을 떨었고, 헛된 저항만을 시도했었다. 굳이 번개를 쓸 필요도 없었고, 자신이 가진 신체적인 능력만으로도 그들을 철저히 가지고 놀면서 죽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공포에 떨면서 죽어갔다. 저항하는 것을 포기하면서 말이다.


물론 바람을 타고 오는 냄새를 통해서 저 인간이 평범하지는 않다는 것 정도는 파악한 지 오래였다. 그에게선 기가스들처럼 스컬지의 향기가 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죽인 인간들이 지녔던 은빛 금속의 냄새도 났다. 눈앞에 있는 저 인간은 다른 인간과는 다른 존재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즈의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저 인간과 같은 스컬지가 심어진 존재들인 섬의 기가스들 역시 자신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과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하늘을 날 때나 포효를 내지를 때마다 기가스들은 두려워하면서 숨느라 바빴었다. 오늘처럼 굶주림에 미치지 않는 이상 그들이 자신을 공격하는 경우는 없었다. 자신은 이 섬의 하늘의 지배자이자. 번개를 일으키는 구름을 몰고 다니는 자였고, 날갯짓만으로 공포를 뿌려대는 공포의 화신이었다.


이런 자신을 보고 떨지 않는 존재는 여태껏 없었다. 오직 그의 창조주와 그들의 심복들. 그리고 그의 형제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런데 저 인간은 오만방자한 표정을 지은 채로 자신의 앞에 당당히 서 있었다. 감히 이 섬의 하늘을 지배하는 신인 자신을 향해서 저런 건방진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었다.


“너···. 뭐야···? 내가···두렵지···않나···?”


도저히 자신의 머리로는 이 희한하고 거만한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풀지 못할 것 같았던 지즈는 윤성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신의 힘이라면 저 나약한 인간을 죽이는 데에 시간을 오래 투자하지 않을 수 있었다. 저 인간의 머리 역시 자신의 목걸이에 장식으로 쓰일 것이었고, 그것은 벗어날 수 없는 저 오만한 인간의 운명이었다.


그렇기에 지즈는 저 인간을 죽이는 것보다 먼저 자신이 가진 의문을 풀기를 원했다. 저 인간이 왜 자신을 겁내지 않는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자신 같은 신적인 존재와 맞닥뜨리고 오만하게 웃음을 지을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어차피 저 인간의 삶은 자신의 손에 의해 끊길 것이 분명하기에. 지즈는 이 질문을 작은 유흥거리로 여겼다.


저 오만방자한 인간의 대답이 자신의 의문을 풀어 주고, 자신을 만족스럽게 해준다면 특별히 목걸이의 장식 중 가장 돋보이는 위치에 그의 머리를 달아줄 용의가 있었다.


윤성은 지즈의 질문을 들으면서도 얼굴에 미소를 떠나보내지 않았다. 윤성은 지즈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보다는 지즈의 생김새를 살피는 것에 주력하는 듯 보였다. 마치 어린아이가 생전 처음으로 보는 생명체를 관찰하는 것처럼. 윤성은 붉은 눈을 굴리면서 지즈의 몸 구석구석을 살폈다.


하늘의 지배자를 두고 무례한 행동을 하는 윤성이었지만, 지즈는 참을성 있게 윤성의 입에서 자신의 의문에 대한 대답이 들려오길 기다렸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것에 너무 얽매이는 경향이 있는 지즈의 성격을 창조주뿐만 아니라 그의 심복들까지도 단점으로 지목했었다. 호기심이 너무 왕성하기 때문에 일단 자신의 눈에 처음 보는 것에 시선을 빼앗겨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즈는 그들이 지목한 자신의 단점을 고칠 생각이 없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으니까. 오늘만 해도 인간들에 의해서 땅에 떨어지는 굴욕을 맛보긴 했지만, 섬에 침입한 자들은 이 지하 탑에 들어간 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추적하여 확실히 목숨을 끊어놓은 상태였다.


지즈가 계속 윤성의 대답을 기다리면서 잡생각에 빠져들었을 때쯤. 지즈를 관찰하는 것을 멈춘 윤성이 드디어 입을 열었고, 지즈를 향해 말을 건넸다.


“너 더럽게 못생겼네.”


한참 동안 지즈를 관찰하던 윤성이 처음 내뱉은 감상평이었다. 이에 지즈의 붉은 눈에 검은색의 핏줄이 돋아나왔고, 지즈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 작은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를 알고 싶어서 참을성 있게 그의 대답이 들려오길 기다렸던 지즈는 자신을 못생겼다고 말하는 이 오만한 존재에게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이···노···오오옴···!”


지즈는 온몸이 떨릴 정도로 분노하기 시작했고, 하늘의 지배자가 내뿜는 분노를 감지한 것인지 주변의 공기가 다급하게 윤성의 몸을 때리면서 그를 책망하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찬란하게 빛나던 태양은 어느샌가 다가와 그의 축복을 가리는 검은 구름에 의해 모습을 감췄고, 빛 하나 들어오지 않을 것 같은 짙은 어둠의 공간이 지즈와 윤성의 주변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아하. 네 능력이 이건가 보네. 구름으로 위장한 생체 병기들을 다루는 것. 맞지?”


이번에는 윤성이 지즈가 불러 모은 구름을 감상하면서 질문을 던졌다. 이에 지즈는 자신도 윤성을 모욕하는 대답을 하는 것으로 복수할까 잠시 생각했었지만, 하늘의 지배자인 자신이 저런 조그만 인간과 같은 대응을 해서야 신으로서의 위엄이 살아나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렇···다···.”


지즈는 자신의 능력에 윤성이 감탄하고 있다고 여겨 우쭐한 마음이 들어서 조금이나마 분노가 가시고 있었지만, 윤성은 지즈의 대답을 듣자마자 더 이상은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폭소를 터트리며 지즈에게 말했다.


“푸하하! 근데 너 말하는 꼬락서니가 왜 그러냐?”


또다시 생각지도 못했던 윤성의 말을 들은 지즈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멍하니 윤성을 바라보다가 입을 벌리며 자신이 가진 분노를 토해냈다. 감히 두 번이나 자신을 모욕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크아아아아!”


더는 윤성과 말을 섞지 않겠다는 듯이 지즈는 전투기도 잘라버리는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앞발을 휘둘러 윤성을 공격했다. 공간마저 잘라버릴 것 같은 날카로운 공격. 자신의 분노를 담아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내려친 지즈의 앞발은 윤성이 있던 곳을 정확하게 내리쳤다. 자신의 앞발에 느껴지는 묵직하고, 촉촉한 감촉에 지즈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혀를 내밀며 입맛을 다셨다.


주변을 감싸고 있던 검은 구름이 지즈의 앞발이 만들어 낸 바람에 의해서 흩어지면서 지즈의 앞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즈의 앞발을 비롯해 주변에 방대한 양의 피가 흩뿌려져 있는 것을 목격한 지즈는 남은 앞발로 목걸이를 만져대면서 윤성의 머리를 어디에 장식할지를 고민했다. 하지만 자욱하던 흙먼지가 가라앉으면서 드러난 광경에 지즈는 놀라고 말았다.


윤성은 양팔을 교차하여 머리 위로 향한 채로 지즈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지즈의 힘을 정면에서 받아냈기 때문에 터져나간 핏줄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윤성은 여전히 미소를 잊지 않은 채로 지즈와 눈을 마주쳤다.


“겨우 이 정도?”


아무리 스컬지를 지니고 있는 인간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공격을 막아냈다는 사실에 지즈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가진 가장 강한 능력이라고 한다면 전기를 발산하는 검은 구름 들이긴 했지만, 지즈 본인이 지닌 신체 능력도 보통이 아니었다. 이 섬에 서식하는 모든 기가스 들을 데려와도 자신의 앞발을 막아낼 수 있는 존재들은 없었다. 창조주가 아끼는 기사들 역시 자신의 앞발 한 방이면 순식간에 다진 고기로 만들어 낼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평범해 보이는 인간이 자신의 앞발을 막아냈다. 피를 흘리곤 있지만, 목숨이 붙어있는 채로 자신의 공격을 막아냈다.


윤성을 내리찍고 있던 지즈는 앞발을 거둬들이고, 잠시 뒤로 물러나 윤성을 살폈다. 그리고 윤성이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깨달았다. 윤성의 피가 튄 발톱을 혀로 핥으면서 지즈는 입이 점점 길게 찢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이 기묘한 곡선을 그리면서 지즈는 희열에 찬 섬뜩한 미소를 만들어냈다.


자신이 태어난 이후로 이렇게 자신의 공격을 버틸 수 있는 자는 형제들 외에는 처음이었다. 언제나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를 유린하던 지즈는 생전 처음으로 전투라는 행위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고양되어 갔다. 자신의 앞발을 버텨내고, 그 행동 중에 일어난 상처를 급속도로 회복시키는 윤성의 모습을 보면서 지즈는 환희를 느꼈다. 생전 처음으로 창조주의 이름으로 허락된 학살 중에 자신의 힘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난 것이다.


생전 처음으로 치르는 전투라는 행위가 주는 환희에 지즈는 몸을 떨었다. 그런 지즈의 상태를 본 윤성은 얼굴에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속마음은 전혀 달랐다.


‘망할! 더럽게 세군. 죽는 줄 알았네···. 다행히 레기온 녀석이 지껄인 대로 저 지즈라는 녀석의 단점을 파고들어서 나에게 이목을 집중시키긴 했지만···.’


윤성은 지즈가 바깥에서 대기하는 중이라는 것을 알아챈 후에 급히 스완 일행과 작전을 짰었다. 스완 일행이 ‘움직이는 뇌운’이라고 부르는 괴물에 대해서는 레기온에게 지겹도록 들은 바가 있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전기를 일으키는 검은 구름 같은 생체 병기들을 다루는 괴물. 섬을 지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세 마리의 기가스 중에 하나.


지즈에 대한 정보를 떠올린 윤성은 레기온이 푸념을 늘어놓듯 중얼거리던 지즈의 약점도 기억해 냈다. 육체적으로는 약점이 있다고 하긴 힘들지만, 생체 병기답지 않게 호기심이 왕성하다는 것과 워낙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어서 전투라는 행위에 대한 동경을 지니고 있다는 것. 윤성은 그 정보를 토대로 작전을 짰다.


먼저 윤성이 지즈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 그를 도발해서 자신에게 집중하게 하는 게 첫 번째였다. 다행히 지즈가 말을 할 줄 알고, 알아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윤성은 일부러 지즈를 자극하는 말을 했고, 그를 분노케 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다음이 가장 힘든 문제였지만, 윤성은 물러서지 않고 지즈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내었다. 그 행동으로 인해 지즈가 가지고 있던 전투라는 행위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켰고,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든다는 임무에 성공했다.


윤성이 지즈의 시선을 끌고 있는 사이에 남은 일행은 다른 길을 통해 지하 탑을 빠져나와 지즈를 상대하기 쉬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윤성이 지즈를 상대하는 사이에 남은 일행이 지즈를 공격하는 것. 그것이 일행이 지즈를 공략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물론 허술한 작전이었고, 그 작전으로 지즈를 공략할 수 있을 확률은 매우 낮았다. 하지만 괴물들이 가득한 섬에서 일행들이 내놓을 만한 방법은 오직 이것뿐이었다.


모두 심장에 불안감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들은 작전대로 자신들의 위치에 가서 지즈를 요격할 준비를 마쳤다. 떨리는 손을 억지로 움직여 방아쇠에 손가락을 넣었다. 그리고 그들은 일제히 심호흡했다. 떨리는 몸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이 작전이 성공할지 말지 고민하는 것도 그들에겐 사치였다. 어떻게든 여기서 지즈를 죽여야만 했다. 임무만이 아닌,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


작가의말

약간의 수정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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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3부 표류하는 군도 - epilogue 17.12.23 328 5 13쪽
243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8) 17.12.21 219 2 15쪽
242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7) 17.12.19 184 4 14쪽
241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6) 17.12.16 176 2 15쪽
240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5) 17.12.14 200 2 13쪽
239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4) 17.12.12 199 3 13쪽
238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3) 17.12.09 215 2 12쪽
237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2) 17.12.08 215 3 13쪽
236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1) 17.12.05 169 2 13쪽
235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3) 17.12.02 190 2 18쪽
234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2) 17.12.01 217 3 16쪽
233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1) 17.11.28 205 3 12쪽
232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0) 17.11.21 184 2 17쪽
231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9) 17.11.18 201 3 14쪽
230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8) 17.11.16 214 2 16쪽
229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7) 17.11.14 209 2 15쪽
228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6) 17.11.13 221 3 15쪽
227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5) 17.11.09 228 2 15쪽
226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4) 17.11.07 200 4 13쪽
225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3) 17.11.04 210 2 13쪽
224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2) 17.11.02 210 3 13쪽
223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 17.11.01 233 2 15쪽
222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12) 17.10.28 249 3 17쪽
221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11) 17.10.26 197 2 14쪽
220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10) 17.10.24 216 3 14쪽
219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9) 17.10.21 231 3 15쪽
218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8) 17.10.19 243 2 13쪽
217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7) 17.10.17 231 3 15쪽
216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6) 17.10.14 23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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