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에 이르는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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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itopia
작품등록일 :
2016.08.2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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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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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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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l Vol_Route 320. 휘감아오는 신기(神氣)

DUMMY


본능적인 파괴욕과 가득한 복수심을 품고 나아가는 길에 공허만이 남길 바라는 자, 그간의 거침없었던 행보에 제동이 걸린 것에 더욱 분노가 타오른다.


쉬리릭!-


카인벨드의 장궁을 벗어난 섬광 화살이 타나토스의 면상을 향해 또 한 번 쇄도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것의 면상에 이르기 전에 지근의 대기에서 보란듯이 타 없어져버렸다. 더욱 섬뜩한 초열을 온몸에서 발산한 타나토스, 그것에 범접한 조안나와 제르나인으로서는 그 뜨거움에 흠칫 몸 돌려 벗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무기를 쥐고 과감하게 다시 돌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크가르르르르릉!


아니, 이제 그러긴커녕 잔뜩 벼르고 있는 타나토스가 품고 있는 순간적 풍경이 실현되려는 것처럼 보였다. 당장에 자신에게 몇 방 먹인 제르나인에게 증오의 시선을 던지고 있었지만, 사실 더 나아가 그 주변을 모조리 격렬한 태고의 땅으로 만들어버리고자 결심했다.

그래, 바다와 땅이 만들어지기 전에 지각 변동이 격렬하게 일어났던 그 순간 말이다. 숨막히는 초열과 가스가 가득하고 메말라버린 대지가 이윽고 부르르 떨며 갈라지며 맹폭한 마그마를 사방에서 터뜨려올렸던 태고의 격변을 타나토스는 뚜렷이 머릿속에 품어보고 있었다.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세상에 만연한 무수한 공포와 파괴를 낳은 것은 바로 태고의 적룡(Crimson Dragon) 황제 크라고스, 지금껏 사악한 땅 깊숙히 잠들어있었던 그 존재의 피가 어느새 타나토스 로비니아에게도 배어있었던 탓에, 곧 그가 발산하는 음산한 공포는 그걸 느낄 수 있는 모든 생명에게 닿아 물들여버릴 수가 있었다. 정령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기때문에 지금 주변의 자연 속에 배어든 정령들을 모조리 장악하여 땅을 가득 울리고 숨막히는 대기로 탈바꿈해보인 것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해보이고 있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궁···


그야말로 디 아이 마법이 폭발했을 때 말고는 겪어본 적 없는 자연의 격렬한 준동이었다. 크림슨 드래곤의 증오의 눈빛이 자신에게 향한 것을 등판이 뜨거울 정도로 느끼고 있었던 제르나인은 평생 지어본 적 없는 울상을 지으며 소리쳐 달리고 있었다.


"으어허아하아! 괜한 짓 했나봐! 그걸 떠올리는 게 아니었나봐! 이젠 저놈이 나한테 그 기억 그대로 갚아주려는 모양이야! 아아아아아!


왜 나만 갖고 그래!!!"


그러나 얼마 못가 그 소리도 점점 앳된 아이만큼이나 작아져버렸다. 그의 주변에도 점점 산소가 타들어가버린 나머지, 그러한 고함은커녕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어 주변을 무력하게 허우적댈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일행이라고 대수랴.

여기저기서 그런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는 자들이 속출했다. 그마저도 절박한 심정이 제대로 담기지 않은 앳된 비명이었다. 경험 일천한 질레키스는 목을 잡고 아이처럼 뒹굴며 요동쳤고, 조안나 역시 쓰러져 숨을 쉬기 위해 땅을 긁으며 애처롭게 울부짖는 소리를 냈다. 강직한 제르나인 또한 힘주어 무릎을 버텨보았지만, 죽을 때까지 그렇게 해야겠다는 작심을 품은 것도 잠시, 어느새 무의식에 잠식되어버려 다리 근육이 순식간에 그 의지를 배신해버렸다. 그와 달리 카인벨드는 한쪽 무릎을 꿇은 모습으로 땅을 짚고 꽤나 의연하게 버티고있었는데, 그 원동력은 무식한 인내가 아닌 자신의 운명을 저릿하게 느끼는 데에서 비롯된 일종의 심신적 해방 상태라고 볼 수 있었다.

볼드윈과 아큐린스는 타들어가는 고통과 죄이는 숨통 속에 죽을 듯 겨워하면서도 서로를 향한 방향을 놓치지 않기 위한 몸부림에 필사적이었다. 그리고··· 루지아는 쓰러져 뒹굴며 도저히 견딜 수 없다고 여긴 나머지, 헐떡거리고 몸을 부르르 떨면서 어느덧 오른손을 자신의 심장을 향해 힘겹게 이끌어갔다.


"지금··· 지금··· 크흐윽!


지금이 아니면···


까흐으윽!"


그녀는 너무 힘에 부친 일처럼 느껴졌는지, 곧 비명을 지르며 몸을 마구 요동쳤다. 그렇게 마침내 제 심장이 있는 피부에 손을 가져간 그녀는 애써 힘내어 읊조렸다.


"타, 타올라라···."


그러나 그녀는 실패하고 말았다. 간절한 의지는 야속하게도 잠재력을 끌어올리지 못해 그녀가 생각한 마법이 펼쳐지지 못했다. 그것은 타나토스가 가득 펼쳐보인 공포에 그녀의 온몸이 저도 모르게 배어버려, 고도의 심신 활동인 이데아 활동이 일종의 동결 상태에 이르러버린 까닭이었다. 순식간에 아무것도 방해받지 않기에 이른 타나토스는 애꿎은 제르나인에게 성큼성큼 나아갔다. 그러나 그것도 열 보를 넘지 못했다.


크그그가라라라라···.


"날 좀 보세요, 주군."


적룡의 까마득한 아래에서는 어느덧 가녀린 모습으로 올려다보고있는 엘리자베스가 그 길을 막아서고 있었다. 얼마나 자신의 기운과 마력을 방출해버렸는지, 스스로 허리를 세워 운신하기조차 힘겨워보였다.


크그그가라라라···

쿠궁, 쿠궁, 쿠궁.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요.

나는 알아요. 주군이 얼만큼 나를 사랑하고 저들을 아꼈으며, 성도를 품에 안았는지··· 그렇기때문에, 잃어버렸다고 여기는 만큼 그 깊은 마음이 분노가 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이미 순결한 증오의 집체인 타나토스는 무시하며 걸음을 주고있었다. 마법에 제 말을 실어 일렀던 까닭에 결코 닿지 못할 그 귀가 아니었으나, 그걸 들어줄 조그마한 이성조차 타나토스에겐 애초에 없는 듯 보였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제는 자식들을, 아니, 눈에 보이는 존재들을 모조리 멸하기 위한 단 한 번의 광폭한 징조의 단계를 거쳐나가고있었다. 그래, 사실 제르나인에게 향한 증오는 그것의 목적이 아니라 비로소 시작될 지점쯤으로 여기고있을 정도로 타나토스가 품은 뜻은 광대했다.


"그렇게 깊었죠. 견디다 못한 주군의 심성이 그토록 가장 멀리해왔던 흉악한 힘과 벗하고마는 운명에 이를 정도로···.

그래, 당신의 분노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것만 두고 따진다면 나는 오히려 당신을 도와 함께 분을 풀고 싶은 심정입니다. 세상은 우릴 보란듯이 버리고, 나아가 시대를 이끄는 자가 아닌 거스르는 자로 치부하여 우릴 사정없이 짓밟아버렸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그렇지 않았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그대와 함께 해야 마땅하겠죠."


쿵적, 쿵적, 쿵적···.


타나토스에게서 발산된 살벌한 초열은 이제 엘리자베스의 남은 마력으로 자신의 몸에 끌어올린 항열장과, 공급하던 공기마저 마저 태워없애버릴만큼 그녀의 주변을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그 마력을 다한다면 그녀는 그대로 소리도 못지르고 불타버릴만큼 농밀했고, 또한 그만큼 괴물은 가까이 이르러있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어떠한 고통이 자신을 기다리고있든 개의치 않고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주군, 하지만 정작 우리가 마음에 담고 있는 광범위한 영역에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당신의 분노입니다. 아직 우리는 자식들을 모두 잃지 않았습니다. 세상 어느 동물 중에서도 남겨진 자식을 두고 앞서 잃은 자식의 뒤를 따라가고마는 부모는 없습니다. 주군, 가엾고 불쌍한 여기 우리 자식들은 어떻게 합니까. 아직도, 성도 에스트람이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리라 철썩같이 믿고서, 에스트람에서 살았던 때보다도 더욱 열심히 몸부림쳐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식들에게 당신의 지금같은 분노는 마땅한 겁니까? 주군! 당신은 결국 뭘 바라고 있습니까?! 우릴 다 죽이고, 당신이 파멸하길 원하는 존재들을 모조리 없앤 다음에는 결국 어떤 자리가 주어지는 것입니까? 혹시 그것이 가슴 아픈 추억이 영원토록 찔러드는 어둠의 무저갱은 아닙니까? 그곳에서 비록 한없이 시련을 겪는 것이 상관없는 일이라 해도 그것보다 나은 선택이 있다면, 현명한 그대는 지금이라도 자중하여 태도를 바꿔야하는게 맞지 않습니까?! 주···


······커어흑!"


목청높여 애써 부르짖는 엘리자브였지만, 본능의 짐승은 무자비한 공허의 대답만을 들려주었다. 이어 그녀의 호흡을 뺏고 육신을 화하여 잔여 생명을 거두어나가던 살벌한 초열의 대기는 한결같은 기세였다.


그렇지만 공허의 대답은 사실 지금 더 많은 의미를 품고 있었다. 가녀린 그녀를 태워나감으로써 그녀의 말을 분명 헤아리는 건 아니었으나, 분명 증오를 가득 품고 있는 내심에 어떠한 속삭임이라도 밀려오는 듯, 이리저리 안절부절 못하며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이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이라는 건 곧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고함으로 증명되었다. 엘리자베스는 마침내 희망의 한줄기를 발견한 것을 알아채고서는, 타들어가는 고통 속에서 마저 기운을 다 내어 목소리를 쥐어짜내려 애썼다. 하지만 그녀가 이해하고 있는 상황과는 엄연히 다른 것으로, 분명 제 살을 깎아먹는 짓과 다를 바 없었다.


안절부절 못하는 그 덕분에 초열이 사그라들고, 그만큼 다시 신선한 공기가 그들의 공간을 메우기 시작했다. 더불어, 알 수 없지만 찬란한 느낌만큼은 확실히 밀려오는 새로운 공기가 어느덧 타나토스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을 괴롭히는 환경이 점차 거두어짐에 반비례하여 목소리를 다시금 높여나가 칼리스토에게 닿았다. 하지만 그녀가 무어라고 말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분명 그녀의 판단은 지금 오해로 남고 있었으며···


"꺼흐읏!"


어느새 몸이 기울어져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가냘픈 손은 어느새 강직한 한 사내에게 이끌려버렸다. 심한 화상을 입은 듯 그 몸은 여전히 불그스름했지만, 그렇다고 아직 몸부림의 여지까지 타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볼드윈 군! 저기 잠시!··· 안 돼요 볼드윈 군!"


"엘리자베스님이야말로 안 됩니다. 당신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겁니다. 주변을 좀 둘러보세요."


볼드윈의 그 말을 좇은 엘리자베스는 당장에는 이해할 수 없는 억눌린 기분이 밀려왔다.


"도대체···."


"지금이 기회입니다. 서둘러 여길 빠져나가요. 우린 빨리 그곳에 당도해야 합니다."


그렇다는 것을 다들 동의하는 듯, 일행 모두 어느새 기력을 수습하고서 한 방향으로 힘겨운 걸음을 주고 있었다. 그곳은 눈앞을 가득 채워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게 펼쳐진 신수의 광경이었다. 모두가 지금 이해하고 있는 진실된 내막은 바로 주변에서 전해지는 위압감이었는데, 지금에 이르러 저 사악한 용을 휘감고있는 것으로 보아 하나밖에 없을 거라고 여겼다,


아르케 오리진, 그것이 분명히 지금 영묘한 대기의 흐름으로 타나토스를 정화해나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To be Continued_





본작은 세계관을 이야기로 차츰 풀어내려는 컨셉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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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 ...그리고 저의 끝과 새로운 시작 +2 17.08.08 230 3 9쪽
355 Final Vol_Epilogue. 끝과 새로운 시작 17.08.08 97 0 11쪽
354 Final Vol_Route 346. 그동안 남겨진 것 17.08.07 83 0 17쪽
353 Final Vol_Route 345. 돌아온 세계 17.08.06 88 0 19쪽
352 Final Vol_ROute 344. 세퀜스 카페_(하) 17.08.05 82 0 14쪽
351 Final Vol_Route 343. 세퀜스 카페_(상) 17.08.04 118 0 14쪽
350 Final Vol_Route 342. 요람 속 아기 17.08.03 118 0 10쪽
349 Final Vol_Route 341. 더해져왔던 음악 17.08.02 101 0 11쪽
348 Final Vol_Route 340. 하늘의 천명 17.08.01 86 0 10쪽
347 Final Vol_Route 339. 응보와 자비 17.07.31 88 0 14쪽
346 Final Vol_Route 338. 거룩한 존재를 맞아 17.07.30 111 0 12쪽
345 Final Vol_Route 337. 흘러내린 두 모래 17.07.29 131 0 13쪽
344 Final Vol_Route 336. 모래마물의 성심 17.07.28 108 0 12쪽
343 Final Vol_Route 335. 전신의 추격 17.07.27 104 0 14쪽
342 Final Vol_Route 334. 착륙을 앞두고 17.07.26 103 0 12쪽
341 Final Vol_Route 333. 전신(戰神) 바르테노스 17.07.25 121 0 14쪽
340 Final Vol_Route 332. 세 군데의 바다를 넘어 17.07.24 144 0 14쪽
339 Final Vol_Route 331. 다른 길, 같은 이상 17.07.23 86 0 11쪽
338 Final Vol_Route 330. 조작된 임기응변 17.07.22 102 0 11쪽
337 Final Vol_Route 329. 스피츠 경의 기억 17.07.21 114 0 13쪽
336 Final Vol_Route 328. 계승된 의지 17.07.20 113 0 11쪽
335 Final Vol_Route 327. 창세기 정원으로 17.07.19 110 0 13쪽
334 Final Vol_Route 326. 새로운 시야와 새로운 기회 17.07.18 83 0 14쪽
333 Final Vol_Route 325. 섬광의 괴물 17.07.17 126 0 11쪽
332 Final Vol_Route 324. 할 수 없는 선택 17.07.16 155 0 13쪽
331 Final Vol_Route 323. 그리고 그녀 17.07.15 16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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