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에 이르는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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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itopia
작품등록일 :
2016.08.26 19:51
최근연재일 :
2017.08.0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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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0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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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l Vol_Epilogue. 끝과 새로운 시작

DUMMY

3주의 시간을 숙고한 운명의 여신은 마침내 시간을 맞아 제 앞에 놓인 중대한 사안에 대해 무거운 마음으로 결단을 내렸다. 그만큼 인류대표의 정권 연장을 위한 중간선거는 모든 인류의 각각 앞에 드리워진 미래의 행로에 놓인 이정표의 역할을 하였던 것이었다. 당일이 되어, 전 대륙의 유권자들은 각자 제 나라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일보다도 더욱 뜨거운 열망을 품고서 투표장으로 나아가 세상의 흐름을 뒤바꾸는 중대한 선택을 행사하였다. 영웅이 되느냐, 씻을 수 없는 죄인이 되느냐. 그건 오로지 한 장의 조그마한 용지에 그려진 두 칸에 달려있었다.


흐른 세월에서 가장 뜨거웠던 또 하나의 하루가 지나고, 마침내 변화한 세상의 다섯 번째 대하루를 맞았을 무렵이 되었다.


(♬BGM on / Road To Perdition Soundtrack- Cathedral)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맥인 몰그론 거산이 지닌 무수한 최고봉들 중에 하나에 자리한, 인류의 거점이자 우주 문명과 연결하는 중개지역이었던 필라이코스 스타포트.

가뜩이나 가진 것 없던 볼드윈에게 그 날은 또 한 번 잃어버리는 날이었다. 마침내 카인벨드에게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의 심판 시간이 찾아온 것이었다. 세상이 뒤바뀐 지 나흘이 지났을 무렵에 그는 자신을 찾아온 검은 정장 한 사람의 전언을 받은 뒤 조용한 밤 아래서 술과 함께 그동안의 미련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그저 아무도 모르게 발걸음을 하여 길가에 주차된 차량에 올랐다. 그런데 그의 한 친구가 어찌 알았는지, 그의 목적지를 때에 맞춰 찾아오고 만 것이었다.


"늑대처럼 냄새맡고 찾아왔냐?"


"그 사람이 그때 말했잖아··· 결코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을 만난 것만으로도 넌 이 세상에서 숨붙이고 살아갈 이유가 사라진다고. 이젠 그 말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으니까··· 세상이 변한 그때부터 널 수소문하여 한참이나 찾아봤던 거야. 하지만 결국, 네가 여기 온다는 것밖에 알아내지 못했기에···."


볼드윈은 아직도 현실에 적응이 되지 않았는지, 눈가의 초점이 풀려있었다.


"살아있는 맛 난다.

끝까지 재수없네 내 인생, 안 그래? 진작에 이런 맛을 느껴봤으면 그 사이에 품었던 내 생각도, 규정하던 내 인생도 달라졌을 텐데말야. 하지만 정작 이럴 때··· 하하, 시부럴."


하지만 카인벨드의 그런 말 따윈 새겨지지 않았던 볼드윈은 이내 뭔가 복잡한 생각이 밀려왔는지, 한손으로 이마를 연신 문질러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마음을 크게 잡은 듯 한숨을 푹 내쉬고서 말했다.


"이 세상에 숨붙이고 살아갈 이유가 없다는 게 '두 번째 의미'라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재수가 좋은 거냐 너.

죽음으로 잃어버리는게 아니니까 좋은 거야, 그러니까··· 부디 그쪽에서도 너만의 인생을 발견하고 잘 살아봐라. 내가, 성공하면 꼭 그곳에 들를게. 아니, 꼭 이곳에 돌아올 수 있도록 힘 써볼게."


"(가벼운 웃음) 너, 그러려고 거기 들어간 거냐? 응?"


볼드윈에게도 그새 인생의 기로에 큰 변화가 있었다. 그것은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난 뒤 바로 발생한 것이었다. 그 변화는 볼드윈이 그동안의 시간동안 들인 노고와, 잃어버린 가치들에 대한 넉넉한 보상이라고 보아도 좋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굉장하고 멋진 일이었다. 게다가 절대 끊어지지 않을 동아줄이었다.


"어, 음··· 그 정도 해주는 건 일도 아니라 이거지. 내가 원하는 걸 이룬다면야.

어쨌든 너, 내가 이제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는데 넌 나하고 역행하면 안 된다, 응? 가서 헛소리꾼이라든지, 운명비관자라든지, 옛날처럼 너가 누군지도 모르고 정체된 삶을 살지 말란 말야. 아니, 설령 모르더라도 마냥 멈추지는 마라. 그저···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던 그때 팜필로니아 시절이라도 떠올려 봐."


"글쎄··· 황량한 타이타닉 행성에 내 헛소리와 운명 비관을 들어줄 생명이나 있을런지 모르겠다. 유리병에 갇혀 거인 놈들의 관상용 벌레취급이나 안 당했으면 바랄 게 없겠다만···."


가고자 하는 그곳은 프리셔스 본성보다 오십 배는 커다란 행성이니, 그곳에는 그만큼 커다란 거인족이 산다는 설이 있었다.


카인벨드의 그 말끝에는 가벼운 웃음이 길게 남았다. 등을 가볍게 떠밀며 앞을 재촉하는 공안 경찰때문에 그는 마저 아쉬움으로 그 웃음으로 대신했던 것이었다. 그가 향하는 곳은 가까운 우주와 프리셔스 세계를 왕복하는 우주선이었다. 그의 뒷모습이 작아지는 것으로 볼드윈은 다시는 그를 보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죄수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아쉬운 눈길을 거둘수 밖에 없었던 볼드윈에게 그걸 다시 끌어들이는 한 모습이 그 행렬 중간에 있었다. 그 자와 시선이 마주하였지만, 볼드윈과 그 자 사이의 교류는 결국 그 얼어붙은 시선만이 전부였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이펠 놈의 모습이 분명했다. 볼드윈은 무거운 한숨을 쉬면서 잠시나마 그 운명의 경위를 헤아려보았다. 카인벨드와는 질 다른 태생의 사이코패스였던 그는 어쩌면 그런 최후를 맞는게 당연하겠지만, 아무래도 연장된 정부의 정권이 쇄신 정책의 일환으로 사회 정화사업을 시작할 무렵에 그 성과를 어떻게든 보여줘야했던지라, 그동안에 구금하고만 있었던 중범죄자들을 지금 이렇게 때늦어서야 처벌하게 된 것이리라는 생각이 들어왔다. 정말, 그 무수한 행렬에는 어쩌면 알 것만 같은 중범죄자들이 수두룩했다.

그리고 멀찍이 뒤에서 따로이 털래털래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마저 우주선으로 향하기 전, 미련이 남은 세상을 찬찬히 주욱 둘러보더니 이내 수척한 입을 열었다.


"담배 한 대만 좀 피웁시다."


인물이 인물이었던지라, 대동한 경찰이 주저없이 그에게 특별한 호의를 베풀어주었다. 그의 품에서 꺼내진 것은 시중에 널리고 널린 종류였지만, 담뱃불이 붙자마자 상대는 마치 인생에서 가장 귀한 것처럼 깊이 음미하며 맛깔스럽게 피워대기 시작했다. 그것이 다섯 모금째 나올 무렵에 그는 가벼운 미소를 띠며 진심을 꺼내보였다.


"여태까지 피운 것중에 가장 맛이 좋군그래, 흠흐흐흐···.


이보게 자네, 이 은혜는 잊지 않겠네."


꽁초를 튕겨낸 그는 곧 세상을 등지고 제 갈길을 나아갔다. 고개가 돌려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검은 머리의 청년이었고, 짧게나마 그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곧바로 입줄이 살며시 가로로 늘어지는 가벼운 미소를 머금어보였다.


대륙정세조사실장 존 월리스.

한때 세계정부 최고의 실권자로서, 인류대표의 은밀한 총애를 듬뿍 받으며 안하무인으로 권력을 휘두르고 공작을 벌여댔던 이 대단히 소란스러운 인물은 결국 응보를 받고 말았다. 아니··· 사실은 자청한 것이었다. 대외비 문건 유출과 여러 각도에서 실행한 공작을 두고 D.F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고, 야당의 집요한 추적을 받으며 궁지에 몰렸던 그는 중선이 있기 얼마 전에 그 스스로 '핵폭탄'을 터뜨리며 자폭해버리고 말았던 일이 있었다. 궁지에 몰린 공직자에게 양심선언이라는 히든 카드가 있는 것처럼, 그는 종국에 마침내 대륙정세조사실이 수행한 공작을 다룬 문건을 모두 공개해버리면서 그 명과 암에 관한 판단과 최종 결론을 세계 시민들이 내릴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파장으로, 볼드윈이 저택에서 보낸 42일 간의 시간동안에 세계권 탑 이슈는 내내 그 '대공개'에 치중되곤 했다. 방대한 양의 문건은 언론사별로 할당되어 공개될 정도로 그야말로 끝이 없었는데, 그곳에 관심을 둔 사람들은-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지만- 천재가 아니고서야 그 내용을 전부 헤아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사실 양은 중요하지 않았다. 두 달이 조금 안되는 시간동안에 제 일상에서 짬을 내어 문건들을 살펴보았던 '대다수의 보편적 이성체'들은 월리스의 스타일과 업무에 있어 궁극적 지향점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서적으로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게 합법이든 불법이든, 사람들은 마침내 감정적으로 그 사태에 대한 자신들의 확고한 의견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물론, 온갖 공작의 피해 당사자라거나 법조계, 청렴 정치인에게는 두말 할 것 없이 경멸을 받겠지만, 사실상 대다수의 '어리석고 순박하고 감성적인 인류'에겐 최종적으로 감동을 일으키는 일이 된 것으로서 결국, 그들 대다수는 이번 정권을 두고 내린 판단의 중요한 하나의 근거에 그 감동을 포함시키게 된 것이었다. 비난과 박수가 무수히 쏟아지는 혼란스런 분위기 가운데, '대다수 보편적인 이성체'인 민중은 그 와중에서도 세상의 흐름에 필요한 가치를 진지하고 정확하게 짚어낼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월리스는 기밀 정보를 다루는 정보기관 공직자로서 저지른 위법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되었다. 거의 체제전복 기도와 반역에 가까울만큼 행정상 실책을 자조했던 그는 낱낱이 죄목에 대해 까다롭게 해석한 법정에서 최종적으로 사형을 언도받았으나, 잠시 민의를 살펴본 위트린 대표가 그의 형량을 조정하여 '외행성 추방'으로 결론지어버렸던 것이었다. 사실 그것 또한 사형과 다를 바 없는 중형으로, 머나먼 바다의 외딴섬으로 쓸쓸히 유배보내지는 일과 다를 바 없었다.


세계정부의 중추, 마그나 마제스티아(Magna Majestia).

그렇게 총애했던 자가 죄인이 되어 떠나가버려 어느덧 곁이 공허하게 느껴진 새로운 시대의 주신은, 반듯하게 뒷짐을 지고 서서 창밖을 하염없이 내어다보며 밀려오는 정념을 감내하고 있었다. 이제 중선 대비 체제도 마무리지어지고, 새로이 해야할 일이 그녀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있었지만, 그녀는 마침 아무것도 일에 잡히지 않았던 참이었다.


!


정적 속에서 우아한 그녀의 방 정문이 닫히며 제법 소음을 내었다. 그녀가 속을 달랠만한 차가운 주스를 주문했기에 내어져오는 와중이었는데, 마침 그 잔을 들고 온 것은 수행비서가 아닌 반텔 수석비서실장이었다. 위트린 대표는 우아한 뒤태를 돌려보지도 않고서도 그가 온 것을 알아챘는지, 그대로 입을 열었다.


"오늘은 계속··· 이렇게 있어야 할 지도 모르겠네요."


"···감회때문만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그건 결국 시간이 지나면 아물어질 터."


잠시 뜸을 들이다가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각하, 그렇다면 소감은 어떻습니까."


"이제는··· 날 끌어내리기 위한 모험들이 시작되겠군요."









(♬Ending Track / Celine Dion - A New Day Has Come)




FIN_





본작은 세계관을 이야기로 차츰 풀어내려는 컨셉이기도 합니다.


작가의말

 마지막 권 분량이 무려 38만 자나 되었습니다... 사실 오랫동안 고착되어왔던 계획에는 원래 8권으로 종결지을 예정이었습니다만. 하지만, 이것저것 벌여놓은 일을 처리하다보니 이리 내용이 길어지게 되었고, 그것마저도 딱히 9권이라고 붙일 것도 없이 대략 10여 만 자 정도를 추가하면 될 줄 알았으나... 어쩌다보니 이렇게 길어져버렸네요. 역시, 무슨 일이든지 속단은 금물인 법입니다. 



 한 편의 기나긴 여정, 조금이라도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할 뿐입니다. 

 비록 스쳐지나간 분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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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 ...그리고 저의 끝과 새로운 시작 +2 17.08.08 230 3 9쪽
» Final Vol_Epilogue. 끝과 새로운 시작 17.08.08 97 0 11쪽
354 Final Vol_Route 346. 그동안 남겨진 것 17.08.07 83 0 17쪽
353 Final Vol_Route 345. 돌아온 세계 17.08.06 88 0 19쪽
352 Final Vol_ROute 344. 세퀜스 카페_(하) 17.08.05 82 0 14쪽
351 Final Vol_Route 343. 세퀜스 카페_(상) 17.08.04 118 0 14쪽
350 Final Vol_Route 342. 요람 속 아기 17.08.03 118 0 10쪽
349 Final Vol_Route 341. 더해져왔던 음악 17.08.02 101 0 11쪽
348 Final Vol_Route 340. 하늘의 천명 17.08.01 86 0 10쪽
347 Final Vol_Route 339. 응보와 자비 17.07.31 88 0 14쪽
346 Final Vol_Route 338. 거룩한 존재를 맞아 17.07.30 111 0 12쪽
345 Final Vol_Route 337. 흘러내린 두 모래 17.07.29 131 0 13쪽
344 Final Vol_Route 336. 모래마물의 성심 17.07.28 108 0 12쪽
343 Final Vol_Route 335. 전신의 추격 17.07.27 104 0 14쪽
342 Final Vol_Route 334. 착륙을 앞두고 17.07.26 103 0 12쪽
341 Final Vol_Route 333. 전신(戰神) 바르테노스 17.07.25 121 0 14쪽
340 Final Vol_Route 332. 세 군데의 바다를 넘어 17.07.24 144 0 14쪽
339 Final Vol_Route 331. 다른 길, 같은 이상 17.07.23 86 0 11쪽
338 Final Vol_Route 330. 조작된 임기응변 17.07.22 102 0 11쪽
337 Final Vol_Route 329. 스피츠 경의 기억 17.07.21 114 0 13쪽
336 Final Vol_Route 328. 계승된 의지 17.07.20 113 0 11쪽
335 Final Vol_Route 327. 창세기 정원으로 17.07.19 110 0 13쪽
334 Final Vol_Route 326. 새로운 시야와 새로운 기회 17.07.18 83 0 14쪽
333 Final Vol_Route 325. 섬광의 괴물 17.07.17 126 0 11쪽
332 Final Vol_Route 324. 할 수 없는 선택 17.07.16 155 0 13쪽
331 Final Vol_Route 323. 그리고 그녀 17.07.15 16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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