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ior Stru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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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개
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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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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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15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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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0. 운칠기삼(運七技三) (1)

DUMMY

아버지의 뜻에 따라 몸을 추스르고 난 다음 나는 아버지를 독대하고 그간 있던 일을 낱낱이 고했다. 말도 안 되는 기행이며 추태를 무뚝뚝한 아버지 앞에서 꺼내는 건 꽤 고역이었지만, 장장 두 시진이나 되는 시간을 들여, 나는 간신히 모든 것을 말씀드릴 수 있었다.


“고생했다.”


아버지. 정천검은 여전했다. 이번에도 짤막한 한마디 뿐인 대답을 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서운함은 없었다. 어쩐지 지금은 그 한마디에 얼마나 많은 것이 깃들어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이 단순하고도 소중한 사실을 진작 깨달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자격지심을 가지고 포기하기 전에 깨달았다면 정말로 좋았을 텐데.


“그렇다면 군아.”


“하명하십시오.”


“내 너를 어찌 평하면 좋겠느냐?”


난제다. 자기 자신을 평한다는 건 맹세컨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자만하지 않되 자책해서도 안 된다.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이어야 한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였지만 나는 격전에 지친 몸을 정양하며 어느 정도 그에 대해 답을 내린 바 있었다.


“반분은 성공했으나 반분은 실패했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이냐?”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지금에서야 더 나은 길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르고 있었지만 사실 나는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그렇기에 무리하게 강호행을 택했고, 분수에 맞지 않은 협행을 강행하고 어려운 길만을 고집했다. 그 덕에 얻은 것은 많았지만, 그 덕에 잃은 게 없다고도 할 수 있을까? 조금 덜 잃으면서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나는 지난 강호행에서 그걸 깨달았다.


“좋구나.”


아버지는 만족한 것 같기도 했고 조금 아쉬운 듯 하기도 했다. 여전히 종잡을 수 없는 분이었지만 그런 혼란스러운 면조차도 정겹게 느껴진다. 아버지는 아무런 말씀도 없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 역시 차만 들이킬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무뚝뚝한 부자의 대담이 그렇게 흘러간다. 차를 다 마신 다음에,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버지.”


“군아.”


이심전심일까? 나는 웃었고 아버지도 미미하게 웃는다. 소천검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정천검이 나를 따라 연무장으로 나왔다. 언제나 내 수련을 돌보았던 연무장이다. 정천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삼 초를....”


“양보하시지요.”


누가 고수고 하수인지 불분명한 시점이지만 정천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말했다. 나도 당연하다는 듯 그에 화답했다. 두 번의 생을 살며 휘둘렀던 검보다 훨씬 오랫동안 검을 휘둘렀을 검객에 대한 예우였다. 아니, 예우가 아닐지도 모른다. 정천검의 애병인 정천(貞天)의 예리한 검신을 본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진천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제는 제법 수월하게 펼치는 절기다. 하지만 격전 속이 아니면 아직 조금의 시간은 필요하다. 고수들과의 싸움에서는 천 년이나 다름없는 그런 틈이 필요했다. 진천은 나의 훌륭함과 모자람을 이런 식으로 내보이는 절기였으며, 그렇기에 나는 감히 첫 초식으로 진천을 택했다.


쿠웅!


묵직한 파공음이 일었다. 바람 한 점 없던 하늘에서 바람이 분다. 외견상으로 보면 그저 검과 검이 한차례 부딪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 숨은 것들은 이루 셀 수 없는 것들을 내포하고 있었다. 내공 한 오라기 담지 않은 검이지만 그것은 분명 진천이었다.


“어떠십니까?”


“훌륭하구나.”


난생 처음으로 칭찬을 들었다. 아버지는 웃었고 나도 웃었다. 그와 함께 우리 두 사람은 한순간에 검을 거두었다. 안타깝지만 승부를 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내공은 내가 확연히 위다. 그리고 검은 거의 비등하다.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승부를 장담하지 못했다. 아버지도 그러했지만 나 역시 명백히 우위에 선 주제에 그럴 수 없었다. 아마 승부를 내고자 한다면 칠일 밤낮을 겨루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예감에 나는 검을 내렸다.


“하면, 소자가 뜻을 펼쳐도 되겠습니까?”


검을 거두며 나는 진심으로 조언을 구했다. 마음은 확고하다. 그러나 미혹이 없는 건 아니었으니, 나는 위대한 검객에게 물음을 던졌다. 이에 내가 아는 한 가장 올바른 검객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뻔한 대답을 들려주었다.


“네게 달린 문제가 아니겠느냐?”


“그렇군요.”


미혹이 가신다. 웃기지도 않을 대답으로 사람에게 이렇게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그렇게 나는 아버지와의, 천의검문주와의 대담을 마쳤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는 언제부터 기다렸는지 모를 여인이 서성이고 있었다. 심하령이다.


“끝나셨군요.”


“예.”


“어찌 되었는지 여쭈어도 될까요?”


가뿐하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모든 것은 내게 달렸다. 내가 하고자 하면 하는 것이고 그만두자 한다면 그만두는 것이다. 그런 의미를 담아 내보인 대답에 심하령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정녕 남해로 가실 생각이신가요?”


“저어되신다면 마음 쓰지 마십시오.”


심하령은 너무나도 많이 나를 도와주었다. 매번 과분할 정도로 도움을 받아 이제는 차마 도와달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심하령은 한결같았다. 대가를 바라지도 않고 운운하지도 않으며 그녀는 늘 심하령이라는 사람으로 남아 있었다. 아마 내가 자포자기하기 전에도 그러했겠지. 이제라도 그걸 깨달아서 천만다행이었다.


“마음 쓰지 않게 해주시면 소녀로서는 더 바랄 게 없을 텐데요.”


“하하, 유념하겠습니다. 그보다 남해로 가는 일에 대해서 조금 여쭙고 싶은 것이 있는데.....”


나는 심하령과 나란히 걸어가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남해까지 며칠이 걸릴 것이며, 어느 곳을 거쳐서 갈 것인지 따위가 주가 되는 잡담에 가까웠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런 이야기조차 질시하는 자가 분명 있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자가 바로 그런 이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소문주 님.”


“백 소협.”


굳이 대화를 가로막으며 나타난 자는 백윤이다. 듣기로는 서악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나보다 한참 먼저 돌아왔다고 한다. 서악이라 하면 쓴웃음이 먼저 나오는 곳이었지만 우선 억측은 그만두기로 했다.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절대 조급할 필요 없다.


“그리고 심 소저 역시....”


“저희는 바빠서 이만 가보겠어요. 가시지요, 도 공자님.”


심하령은 서슴없이 백윤을 찬바람 맞히며 휘적휘적 걸어갔다. 슬쩍 눈웃음을 한 다음 그 뒤를 따라가니 심하령의 표정이 보기 드물게 동요해 있었다.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기분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두 분의 사이가 그전만 못하시군요.”


“어느 예전 말인가요? 전생에서는 소녀와 백 소협 사이에 깨가 쏟아지기라도 했나 보군요.”


말문이 막힌다. 사실 비처에 칩거했던 게 고작이라 둘이 얼마나 사이가 좋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 상태를 보니 아무래도 사이가 좋아지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 심하령은 그렇게 쏘아붙인 다음 가볍게 한숨을 내쉬곤 말을 이었다.


“죄송해요. 하지만 솔직히 백 소협을 별로 좋게 보고 있지는 않아요.”


“아직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말입니까?”


이상하게 지금은 백윤에 대한 분노가 일지 않았다. 그런 사실만 어렴풋이 남아있을 뿐 화가 치밀지도 않았다. 백윤의 실력을 훨씬 웃돌기에 갖는 여유라면 여유겠지.


“앞으로 잘못을 저지를 거라면요?”


“무슨 잘못 말입니까?”


“만약 백 소협이 천의검문을 삼키기 위해 서악과 내통한다면 어찌 하시겠어요?”


“그땐.......”


백윤에서 서악으로. 그리고 파천마제에까지 생각이 닿아 나도 모르게 심각한 생각이 들었다. 잠깐 마음이 동했을 뿐인데 심하령이 우뚝 걸음을 멈추고 동그란 눈에 한가득 두려움을 품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어느새 줄기줄기 뻗어나온 기세를 뒤늦게 깨닫고 기운을 갈무리했다. 고매한 척했을 뿐 아직 떨쳐내긴 이른 모양이다.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요.”


“아무렴요. 하지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 이미 우리 쪽엔 간자가 숨어 있잖아요.”


열화검 위양풍. 불현듯 그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리고 보니 돌아온 다음에도 마주한 적이 드물다. 이상하게 나를 피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까? 무림이 파멸한 다음에도 연명하며 끝내 파천마제의 주구로서 움직인 자다. 아무리 강해졌어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


“그 간자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조금 걱정은 됩니다만.....”


“기분 나쁠 정도로 잠잠해요. 하기야 도 공자께서 너무 지나친 공을 세운 덕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천검대가 공자의 무위를 칭송하는 걸 가장 가까이서 들어서 그럴지도 몰라요.”


연이은 격전을 함께한 천검대는 내 실력에 대해 절실히 깨닫고 칭송하는 자들이었다. 몸을 어느 정도 추스른 다음 감사를 위해 천검대를 찾아간 다음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쏟아지는 비무첩을 정중히 돌려주는 것도 꽤 번거로운 일이었지.


“요컨대 지금 천의검문은 도 공자를 중심으로 떠들썩해요. 아니, 천도 일대가 요동치고 있죠. 천도 한가운데서 나타나서 펼친 신검에 대해 벌써 호사가들의 노래를 만들고 있는 건 아시나요?”


“무림사에 회자할 영웅이 된다는 게 기분 나쁘지는 않더군요.”


마냥 농담처럼 던진 말이 아니라 조금은 우쭐해지는 건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정말로 어깨가 으쓱해졌느냐면 그건 또 아니다. 안타깝게도 내 눈은 이제 무림을 넘어 더 먼 곳을 향하고 있었다. 평생에 자족하면서 지낼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검문에 돌아와서 내가 할 일은 희한하게도 별다른 게 없었다. 어느 정도냐 하면 내가 당장에 훌쩍 남해로 떠난다 해도 문제시될 게 없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일거리가 전혀 없는가 하면 그것 역시 아니었다. 정확히 말해서 내게 일거리를 주지 않았을 뿐, 이래저래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분명 있었다. 이를테면 남해로 가는 준비 따위가 그러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나 도움을 주고 싶어 찾아가서 받은 건 박대뿐이었다. 심하령은 바삐 붓을 놀리며 축객령을 내렸고 나는 별수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손을 보태겠다 해도 믿음이 가지 않았던 것일까? 모를 일이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흠.........”


그래서 돌아온 모처의 가옥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으려니 영 마음이 심란하기 짝이 없었다. 무공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집중을 못 해서 처음으로 수련을 등한시하고 가만히 침상에 누워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비무첩을 몇 개 남겨둘 걸 그랬나...”


지금 기억 나는 비무첩만 해도 다섯은 된다. 가볍게 비무를 하고 나면 조금 기분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비무를 하고 싶은 기분도 들지 않았다. 압도적으로 승리하고 겸양하는 장면이 떠오를 뿐이다. 어쩌면 나보다 수백 배 노력하고 뛰어날 검객을 그렇게 짓밟는 건 영 내키지 않았다.


“하아...”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너무 숨 가쁘게 달려오다 갑자기 생긴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는 꼴이라니. 참다못한 내가 침상에서 내려온 순간, 문득 들려온 인기척에 나는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고 손님을 맞이하러 나갔다.


“마침 계셨군요. 소문주.”


“위 장로님. 그리고 백 소협까지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평온하던 시간을 지루해하는 것도 잠시, 이 두 사람의 방문으로 나는 속물스럽게도 다시 지루함을 갈구하게 되었다. 거침없이 모옥으로 들어온 두 사람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내게 주어진 작은 가옥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여기가 소문주님의 처소입니까?”


“지금은 그렇습니다.”


백윤과의 비무가 끝난 다음 곧장 얻어낸 가옥이다. 필요한 것 외에는 일절 배제된 살풍경함에 위양풍이 살짝 고개를 저으며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쯧쯔. 시비도 하나 없다니. 소문주꼐서 이런 누추한 곳에 머무시는 건 이 위 모의 불찰이외다. 내 조속히 필요한 것들을 보내 드리고 시비도 몇 붙여 드리리다.”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저는 지금 이게 더 편합니다.”


“과연, 진천을 완성하신 마음가짐에 어울리는 청빈함입니다. 존경합니다. 소문주.”


마치 순진무구한 소년처럼 백윤이 눈을 빛내며 가옥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린다. 나를 윽박지르고 끝내는 체념해버린 소년의 모습이 꽤 낯설다. 위양풍이 그런 백윤을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있다. 아주 잠시여서 두 사람의 정체를 모른다면 결코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헌데 두 분께서는 어찌 이 누추한 곳까지 행차하셨습니까? 기별을 주셨다면 직접 찾아뵈었을 텐데요.”


“아아, 다른 것이 아니오라, 소문주님과 중원무림의 정세를 논해 보고자 부득이하게 눈을 피해 찾아왔소이다. 안타깝게도 문주께서는 바쁘다 하시니 소문주께서 대신 이야기를 들어 주시겠습니까?”


위양풍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는 네놈 따위가 정천검을 대신할 수 있겠느냐 하는 분명한 조소가 담겨 있었다. 그 순간 심하령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라면 뻔뻔하게 위양풍을 내쳐서 불미스러운 일을 넘겨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한다. 아니, 그럴 생각도 없었다. 언제까지고 천의검문의 일을 심하령에게 의존할 순 없으니까.


“하하, 필요하다면 아버지를 대신해 제가 얼마든지 대답해 드려야지요. 무엇을 논하고자 하십니까?”


대범하게 아버지를 대신한다는 말을 꺼내니 위양풍이 조금 뜻밖이라는 듯 입술을 씰룩였다. 그러나 곧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고개를 끄덕인다.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을지 속을 열어보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웃음이다.


“다름이 아니고 사방의 제왕에게 천의검문에서 사람이 간 일을 잘 아시리라 압니다.”


“동평에는 제가. 서악에는 여기 백 소협꼐서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바로 그 일에 대해 조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여기 백 소협은 단신으로 서악을 찾아가 불가침의 맹약을 받았습니다. 참 대단하지요. 그 험한 곳에 홀로 찾아가 임무를 완수하다니요.”


단신이라. 한상염과 심하령 등을 이끌고 간 나를 탓하는 건가? 더욱이 그 여정에서 한상염이 크게 다쳐버렸다는 건 장차 천의검문을 이끌 자에겐 큰 흠이다. 그렇기에 조금 긴장해서 이어질 말을 기다렸지만, 위양풍은 맥빠지게 그런 것에는 전혀 뜻을 두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이어갔다.


“허나, 그 맹약이 지금 흔들리고 있다면 어찌 생각하십니까?”


“서악에서 약속을 깼다는 말씀이십니까?”


“서악은 그렇게 만든 게 소문주라는 의심을 하고 있더군요.”


“당치도 않습니다!”


나를 해치려 들고 내 주위의 많은 이들을 해친 게 서악이다. 그런데 그따위 소리를 해?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 소리를 지르니 작은 가옥이 우르릉 흔들리며 달그락거리고 삐그덕대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위양풍의 표정이 한순간 딱딱하게 굳는다.


“진정하시게 소문주. 서악이 소문주를 해하려 한 것은 나 역시 잘 알고 있으니.”


“그렇다면 어떤 대답을 들려주어야 하는지도 아시겠군요.”


당장이라도 위양풍이 좋아하는 그 혈혈단신으로 서악으로 달려가 모조리 때려 부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넘쳐흐르다 못해 그런 감각도 무뎌지고 있는 강대한 힘. 단언컨대 이 힘에 대항할 이는 많지 않다. 설령 있다 한들 내가 서악왕의 목을 맹목적으로 노린다면 나를 막을 순 없으리라.


“서, 설마 서악과 정면으로 충돌하시겠다는 의미십니까?”


백윤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더듬거렸다. 나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려다 위양풍의 얄팍한 미소를 보고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런, 실언을 할 뻔했다. 내가 그런 소리를 했다가는 서악과의 불가침 맹약은 정말로 허사가 된다. 정신 차려라. 나는 천의검문의 후계자. 지금은 문주를 대신해 대담을 나누고 있는 처지다.


“그건 아닙니다. 다만, 사실을 명백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지요.”


“바로 그겁니다. 소문주. 서악에서 원하는 건 명백한 사실. 정녕 천의검문이 남해와 손잡고 있는 게 아니라는 확답을 받길 원하고 있습니다.”


“남해라면..... 설마 심가장과의 관계에 대해 갑자기 의문이라도 생겼다는 의미는 아니겠지요?”


문득 백윤과 심하령의 혼약이 떠올라 조금 위협적으로 백윤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햇다. 백윤은 깜짝 놀라며 시선을 돌렸고, 그 대신 위양풍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천의검문이 손을 잡는 건 남해가 아니라 심가장에 한한 것임을 분명한 일입니다. 서악은 새삼스레 끝난 일을 왈가왈부 하는 것이 아니라, 공자께서 동평에 다녀오셨을 때 하신 일이 대한 해명을 원합니다.”


“무슨 일 말입니까?”


“화포. 그리고 이선엽. 소문주. 나 위양풍이 천의검문의 장로로서 묻겠소이다. 대체 그 무서운 것들과 어떻게 얽혀 있는 겝니까? 왜 그것들이 남해의 손아귀로 흘러들어갔는지 소문주께서는 알고 계십니까?”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오랜만인데 분량은 좀 적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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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10. 운칠기삼(運七技三) (9) +4 18.05.25 425 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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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10. 운칠기삼(運七技三) (2) +5 17.03.20 588 10 19쪽
» 10. 운칠기삼(運七技三) (1) +6 17.01.15 743 10 17쪽
213 9. 넘고 넘어서, 돌고 돌아서 (5) +3 16.12.18 871 14 20쪽
212 9. 넘고 넘어서, 돌고 돌아서 (4) +6 16.12.03 682 13 25쪽
211 9. 넘고 넘어서, 돌고 돌아서 (3) +5 16.11.02 1,007 10 25쪽
210 9. 넘고 넘어서, 돌고 돌아서 (2) +7 16.09.12 831 11 36쪽
209 9. 넘고 넘어서, 돌고 돌아서 (1) +5 16.06.13 923 10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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