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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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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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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08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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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DUMMY

《놀라기도 하는구나.》


고개를 끄덕인 한서준이 오른손을 움직여 생명체의 머리카락을 건드렸다. 그러자 머리카락이 자석처럼 검지에 달라붙었다.

"···이것도 능력인가?"

재차 오른손이 봉인된 한서준이 물었다. 생명체의 두 손이 다시 머리카락을 회수했다.


《말하자면··· 그렇겠지. 능력 그 자체가 유형의 물질이 됨으로써··· 발동 조건이 바뀐 것 같아. 그러니까 진화 말이야. ···저 생명체는, 조금 사기 같지만··· 순전히 죽은 시체 말고도 직접 만지는 것에 한해서··· 흡수를 할 수 있는 것 같아. 그게 어떤 것이든 간에··· 말이야. 그래서 머리카락이 저러는 거야. 붙잡는 역할이지. 물론 지금은··· 컨트롤이 익숙치 않다는 것도 한몫 했겠지만.》


머리카락은 빠르게 떨어졌다.

한 올 한 올이 부드럽게 흔들리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바람은 다시 불지 않았고 머리카락도 다시 엉겨붙지 않았다. 생명체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양쪽 겨드랑이 사이에 끼워 고정했다.


《자기한테··· 문제점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모양이야.》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인 한서준이 눈을 들었다. 질감을 가진 어둠이 콘크리트 골짜기 곳곳에 박혀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전체적으로 싸늘하게 식어 있다는 것 외에 어둠은 형태부터가 천차만별이었다. 심지어 꿀렁댔고 크기마저도 달랐다.


《···몬스터··· 라고 부르기도 뭐한데···.》


머리카락이 모두 떨어진 오른손으로 가까운 어둠을 한 움큼 뜯어낸 한서준이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건물에 붙어 있던··· 검은색 물질이잖아.》


어둠이 부르르하고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어둠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내렸다.

살짝 손을 털어 피부 위의 어둠을 벗겨 낸 한서준이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붙어 있는 것을 넘어 움직이기 시작한 검은색 물질은 어느새 사방을 점령한 상태였다

그때 붉은 선이 나타났다. 선은 정확히 아래로 뻗어가고 있었다. 한서준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어디선가 흘러 나온 검은색 물질이 발을 뒤덮고 있었다.


《···어, 이게 뭐지?》


가만히 그것을 쳐다보던 한서준이 발을 움직였다. 물질이 부드럽게 미끄러져 내렸다.

물질은 발이 옮겨질 때마다 크게 들썩이며 흘러 내렸다. 그러나 부서지진 않았다. 물질 그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라도 된 양 멀어질수록 가늘어지긴 해도 끊어지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달라붙는 일도 없었다.


《상황이 안 좋은데. ···이거, 아무래도···.》


그의 걸음은 계속됐다. 물질도 계속 움직였다. 붉은 선의 도형도 계속해서 나타났고 모호하게 말을 끊은 권지아의 침묵도 계속됐다.

어느덧 물질은 무릎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그것을 무심하게 쓸어본 한서준이 입술 사이의 담배를 빼냈다. 한서준은 담배를 담뱃갑 안에 집어넣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곳엔 건물 하나가 서 있었다. 허리의 뼈대가 훤히 드러나 있는 10층 빌딩이었다.


《...맞아. 아무래도··· 맞는 거 같아.》


잠시 침묵을 가지고 있던 권지아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허리까지 넘보게 된 물질을 헤치며 나아가던 한서준이 마침내 건물에 손을 대었다.


《이거 몬스터야.》


권지아가 말했다. 한서준의 손이 건물의 살점을 뜯어냈다. 살점은 곧 빛을 발했다.


《Earth급. 알지?》


권지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한서준은 눈앞의 계단을 올라가려던 동작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물질은 여전히 차오르고 있었다. 골목골목마다 물질은 넘쳐 흘렀고 물질의 공급소라 할 수 있는 건물의 외벽은 시커멓게 범벅이 되어 있었다. 바닥에 깔린 각종 가구와 자동차, 고깃조각은 흔적조차 남지 않았으며 물웅덩이 또한 다를 바가 없었다.

계단도 벌써 두 칸이 먹힌 상태였다. 한서준은 멈췄던 동작을 다시 재개했다. 그렇게 건물의 옥상에 이를 때까지 한서준은 단 한 마디도 내뱉지 않았다. 그건 권지아도 마찬가지였고 생명체도 더 이상 도형을 그리지 않았다.

"···Earth급이라··· 진짜로 있긴 한 모양이군."

옥상 난간에 기댄 채 아래를 내려다보던 한서준이 말했다.

계단의 절반은 이미 시커먼 물질에 잠겨 있었다. 그럼에도 물질은 끊임없이 차오르고 중이었고 대부분의 건물은 먹힌 지 오래였다. 울퉁불퉁하던 지면도 평면이 되어 가고 있었다. 끝부분만 살짝 남은 건물 외엔 물질 위에 아무것도 떠 있지 않았다. 오직 검은색 물질만이 오롯이 존재했다.


《진짜 있어.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지구급 몬스터는 그렇게 공격적인 몬스터가 아니야. ···뭐, 다른 몬스터들에 비하면 그렇다는 얘기지만.》


한서준은 왼손을 움직여 습관적으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생명체는 이미 왼쪽 어깨 위로 자리를 옮긴 후였다. 그는 다시 왼손으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한 모금을 빨기도 전에 그는 담배를 집어들었다.

한서준은 곧 담배를 사탕으로 바꿔 입에 물었다. 그런 뒤 라이터도 마저 사탕으로 바꾸고 어깨 위의 생명체에게 건네주었다. 생명체가 얼떨떨한 얼굴로 사탕을 받았다. 사탕은 생명체의 머리가 가려질 만큼이나 컸다. 그러나 생명체는 문제없이 사탕을 먹었다.


《먹는다는 개념 자체가··· 다른 것 같은데.》


권지아의 감상처럼 생명체는 입을 사용하지 않았다. 생명체는 두 손을 이용해 한 차례 사탕을 쓸어내렸다. 사탕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흩날렸고 잠시 후 전신에 흡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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