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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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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9,628

작성
18.08.1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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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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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5쪽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DUMMY

《걸어가려고?》


"···달리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육중한 무게에서 비롯된 발걸음 소리가 사방으로 떨려 나갔다 흩어졌다. 한서준은 철교의 끝에서 새로운 철교를 만들어 내었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데 말이지···.》


철교는 다시 철교를 낳았다. 하나의 철교엔 서른 걸음 정도가 사용됐지만 철교는 이 잠깐의 걸음을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철교를 마련했다. 중간중간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기둥도 하나씩 세워졌다.

한서준은 계속 걸어갔다. 검은색 물질이 끝도 없이 펼쳐진 맨해튼의 상공은 그리 대단한 것도 없었다.

하늘은 푸르렀고, 윤곽선은 없었다. 오직 태양만이 허공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존재를 조용히 지켜보기만 할 뿐, 철교를 경계로 아래와 위는 몇 시간이 지나도록 똑같은 광경이었다.


《제자리 걸음.》


권지아가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한서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아무튼··· 난 이만 잘게. 내가 없어도··· 문제는 없지?》


"아마··· 그럴 거다."

한서준이 짧게 말을 끊었다.


《응. 그럼 이따 봐.》


잇따르는 권지아의 대답도 짧았다.

세상이 온통 발걸음 소리로 도배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한서준은 더 이상 쓸데없이 입을 열지 않았다. 생명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한서준의 작업은 멈추는 일이 없었다. 그는 반복적으로 철교를 만들었다. 반복적으로 기둥을 세웠고 반복적으로 발을 움직였다. 이따금씩 발을 멈추고 의족의 배터리를 교체하기도 했다.

그렇게 거듭 저녁이 찾아왔음에도 한서준은 입을 열지 않았다. 생명체도 매한가지였다.

그러다 한서준이 문득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있나?"

잠시 침묵을 지키던 한서준이 또 품안의 담배를 꺼내 들었다. 이번엔 두 개였다. 그중 하나는 사탕으로, 하나는 라이터로 변환시킨 그가 사탕을 생명체에게 건네주었다. 라이터로는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였다.

생명체는 여지없이 사탕을 흡수했다. 한서준도 연기를 길게 흡수했고 몰려나온 잿빛 연기는 바람에 녹아 흐드러졌다. 연기는 정확히 두 번 피어났다 사라졌다.

세상은 어둠에 젖어들었다. 모호하게 구체를 이룬 달이 드문드문한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으스름달이었다.

한서준은 거듭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런 뒤 뒤를 돌아보았다. 여러 시간이 흐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끝없는 강철 고속도로가 그의 눈에 비춰졌다. 고개를 돌린 그가 이번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색 바다가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 고여 있었다.

한서준은 정면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잿빛 콘크리트 벽이 그의 시선을 가로막았다. 한서준은 눈만 살짝 움직여 콘크리트 벽과 물질을 차례대로 뜯어보았다.

마치 투명한 막에 가로막힌 것처럼 벽과 물질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서준은 멈췄던 걸음을 옮겨 콘크리트 벽에게 다가갔다.

150m에 달하는 높이로도 전혀 넘볼 수 없는 거대 콘크리트 벽과 물질의 사이는 그의 쉰 걸음 정도에 해당했다. 철교를 두 번이나 더 깔고 나서야 마침내 콘크리트 벽을 만진 한서준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다른 어떤 것보다 150m라는 높이가 먼저 그의 눈에 새겨졌다. 시커먼 바다와 잿빛 콘크리트 사이의 특색 없는 배경은 그 다음이었다.

건물을 제외한 모든 사물이 그저 새카만 벌레처럼 보이는 상공에서 그는 입술 사이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런 뒤 막연히 기둥을 세웠던 것처럼 지면과 한번에 이어지는 나선형의 계단을 만들었다. 계단은 정확히 다섯 번의 변환 끝에 완성되었다.

한서준은 필터만 남은 담배를 아무렇게나 내던지고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 사이사이에 젖어든 어둠은 지면과 점점 가까워질수록 짙어져 갔다. 계단을 스치는 바람이 괴이한 소리를 토해 냈으나 한서준의 움직임엔 변화가 없었다. 그는 계속해서 발을 움직였고 오래지 않아 지면 위에 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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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 멕시코에서 18.12.11 74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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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 일반 퀘스트 18.12.06 74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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