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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긴 하지만 말이야."
소년, 베니 에거드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우리 어쩌면 이번에 진짜 큰일난 걸지도 몰라."
"···큰일난 건 너 혼자겠지."
담서은이 말했다.
담서은은 숙였던 허리를 펴고 베니 에거드의 정수리를 내려쳤다.
"대체 왜 시비를 걸어서 이 난리야?"
"내가 설마 이렇게 될 줄 알았겠냐? 나도 몰랐어."
"몰랐어? 그럼 가만히 있었어야지, 이 멍청한 놈아. 근데 왜 또 그런 거야? 응? 넌 누구한테든지 일단 나대고 보는 게 네 인생 철학이냐? 어? 너 진짜 멍청이에 바보야? 넌 진짜 생각이란 게 없어? 대체 어깨 위에 있는 대가리는 왜 들고 다니는 거야? 너 그거 안 무겁냐?"
"···아니, 그 정도까지는··· 그, 아닌데."
"아니면 뭐. 이제 그 정도가 되기 직전인 거야? 설마 멍청해서 자기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는 건 아니지?"
"아니라니까."
베니 에거드가 말했다.
"그리고 애초에 이 상황을 만든 건 네 파트너랑 너잖아! 데려온다고 데려온 사람이 사실은 엄청 쎄다고, 그 괴물 같은 아저씨는 비교도 안 되게 쎄다고 하면 누가 믿겠냐? 어?"
"···난 믿었는데."
다나 클로에가 말했다.
"뭐?"
베니 에거드가 다나 클로에를 보았다.
"믿었다고. 안 그래도 맨해튼 침공 때··· 한서준 옆에 쟤가 따라다녔었거든. 그 막··· 순간이동? 같은 것도 했고 말이야."
"뭐라고? 왜 나한텐 말 안 했어?"
"그럼 넌 걔한테 달려갔을 테니까."
다나 클로에가 소년에게 말했다. 다나 클로에는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그리고 넌 단순히 빨리 움직이는 거잖아. 쟤는 아예 순간이동이고. 그래서··· 넌 아예 상대도 안 될 게 뻔했거든."
다나 클로에는 고개를 돌려 구석의 탁자에 자리를 잡은 소녀를 보았다. 소녀는 자주빛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고 한서준의 옆에 앉아 있었다. 소녀는 보라색 액체가 담긴 맥주잔을 들고 있었다.
"근데 실제로도 졌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다나 클로에가 말했다.
"그것도 한 방에 뻗어 버렸고. ···아, 한 방도 아닌가? 너 뛰어가다가 넘어져서···."
"아니야. 나 안 넘어졌어."
베니 에거드가 말했다.
"나 혼자 넘어진 게 아니야. 정말이야. 뭔가가 발을 걸었다고."
"네 왼쪽 발이 오른쪽 발을 건 게 아니고?"
다나 클로에가 물었다.
"그런 멍청한 짓을 내가 왜 해?"
베니 에거드가 다나 클로에를 보며 물었다.
"글쎄? 넌 멍청하니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긴데? 멍청이는 너무 멍청해서 자기가 숨을 제대로 쉬고 있는지도 모르고 죽는다고 하잖아. 그게 딱 너야."
담서은이 말했다.
"···가끔 생각하지만 넌 입으로도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아."
베니 에거드가 담서은을 보며 말했다.
"어, 칭찬 고맙다. 아무튼, ···하, ···아무튼···, 일단 사과할 방법이나 빨리 찾아 놔. 저 인간, 아저씨 말처럼 엄청 쎈 거 맞으니까."
담서은이 말했다.
"나 이번엔 진짜 심각해."
"···야, 갑자기 무섭게 왜 그래. ···쟤가 진짜 네 파트너보다 쎄다는 거야?"
"그럼 내가 괜히 그런 소리를 하겠냐? 진짜니까 이러지. 그리고··· 아니, 됐다."
담서은이 말했다. 담서은은 얼굴을 쓸어내리고 베니 에거드를 보았다.
"여하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거 진짜 장난 아니야. 위트니 국장이 문제가 아니라고. 너··· 이번엔 진짜 사과 준비하고 있어. 저 인간이 내가 생각하는 그게 맞다면··· 너 진짜, 진짜! 큰일날 테니까. 저 인간은 아저씨도 못 막는단 말이야."
"···서은이 말에 '진짜'가 엄청 들어가는 걸 보니··· 이거 진짜 국장님이 아니라 저 사람 자체가 심각한 모양인데?"
다나 클로에가 베니 에거드를 보며 말했다.
"···야, 진짜로? 그, 그렇게 위험한 사람이야?"
베니 에거드가 담서은에게 물었다.
"···내가 또 말해야 돼? 내 파트너보다 위험한 사람이라니까. 국장이 문제가 아니라고."
"그, 그럼··· 그런 사람이 왜 내··· 내 말을 들은 거지?"
"그야···, 내가 생각한 게 맞다면 그냥 심심풀이로··· 일걸?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 맞다면 말이야."
담서은이 말했다.
다나 클로에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짓했다. 식당 안으로 들어온 권지아는 다나 클로에를 보며 고개를 저었고 한서준을 가리킨 뒤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됐어. 나도 저기로 갈래. 일단 말은 해 봐야지."
권지아를 바라보던 담서은이 말했다. 담서은은 들고 있던 컵을 비우고 다나 클로에를 보았다.
"다나. 너는?"
"물론··· 나도 지아 양을 따라가고는 싶지."
다나 클로에가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굴리는 베니 에거드의 머리를 토닥였다.
"하지만 이 멍청한 애를 돌보는 게 내 역할이라서 말이야. ···오늘처럼 밖으로 안 튀어 나가게 잘 잡고 있어야 되거든. 게다가··· 서은. 네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같이 사과문 고민은 좀 해 줘야 될 것 같아서 말이야."
"아··· 그래. 고생이 많네. 그럼 먼저 실례할게."
담서은은 한서준이 앉아 있는 탁자로 가 보랏빛 눈동자의 소녀 앞, 한서준과 권지아 사이의 비어 있는 의자에 앉았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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