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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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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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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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필드(CloverField) (7)

DUMMY

재임은 미소를 지은 채 말없이 빌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말이 안 될게 어디 있어요? 저는 오히려 더 신세를 지는 것 같아서 미안할 뿐인걸요.”


빌은 태연한 재임의 모습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제임스. 네가 나한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알겠는데, 내 생각에 이건 좀 과해.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더구나 이건 내가 선택한 길이야. 예전의 꿈을 포기한 것도 아니고, 그저.... 음~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그래! 제임스. 난 그저 예전과는 다른 꿈을 꾸는 것뿐이야.”

“다른 꿈이요?”

“그래. 다른 꿈! 그리고 사실 이 부분은 오히려 내가 너한테 미안해야 해야 할지도 몰라.”


재임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빌이 나한테 미안해할 일이라고요? 에이~~ 굳이 저를 달래려고 그렇게 말씀하실 필요 없어요. 빌의 뜻은 저도 알고 있지만, 음.... 제 생각에는 아마도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재임의 부정에 빌은 답답한 듯 가슴을 두드렸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단호하면서도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


“아니야. 내 말이 맞아! 내가 더 미안해야 할 꿈이야.”

“도대체 그 꿈이 뭔데요? 말해주세요.”


잠시 머뭇거리던 빌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휴~ 그, 그게 말할 수 없어. 아마 네가 알게 되면, 오히려 나를 탓할지도 몰라.”


재임은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는 없을 거예요. 말씀해보세요.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포기할 수 없어요.”


재임의 고집에 연신 한숨을 내쉬던 빌이 천천히 말을 꺼냈다.


“흠.... 어떻게 말해야 할까? 제임스! 난 너를 가족처럼 생각해. 네가 쫓기던 나를 구했을 때부터 말이야.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운명이라고 생각해.”


잠시 꿈을 꾸듯 과거를 그리던 빌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말을 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어, 그렇지? 그래서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내 꿈을 말이야. 난 어린 나이부터 시작한 어려운 이민 살이 속에서 항상 성공을 꿈꿔왔어. 하지만 배운 것 없는 나에게 미국은 결코 따뜻한 나라가 아니었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었고, 그나마도 허드렛일이나 힘든 일뿐이었어.”


빌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생각했지. 난 어떤 방법을 쓰든지 성공을 하겠다고 말이야. 그리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어둠을 손에 붙이는 일이었어. 너도 알다시피 도박 거간꾼 말이야. 그래, 난 그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을 싫어했지. 아마 그래서 너도 내게 더 미안해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아무튼, 난 그 일을 해야만 했어. 내 생각으로는 그 길만이 내게 성공을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여겨졌거든.”


담담히 말하던 빌이 재임을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하지만 너와 함께 하면서 바뀌었어. 힘든 속에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던 너를 보면서, 던(Dawn)가에 들어가서도 변하지 않고 노력하면서 성장해가는 너를 보면서 내게도 다른 길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사실 나는 네가 커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즐거웠단다. 마치 너를 통해서 내가 보상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 아마도 너를 보면서 나는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비록 이곳에 있지만, 나를 구한 네가, 내가 너를 구했음으로 내 힘든 삶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거든.”


재임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 모습에 빌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건 너의 변치 않은 모습 때문이기도 해. 넌 던(Dawn)가로 햇살 아래로 나섰지만, 나를, 우리를 잊지 않고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니까. 아마도 내가 유통회사를 만들기 위해서 분주히 움직일 생각을 가졌던 것도 사실은 나도 너에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는지 몰라.”


뜻밖의 고백에 재임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너는 나에게 그런 의미였어. 내 자랑이자, 나에게 그 길만이 유일한 길이 아니란 것을 보여준 사람. 내게 분발을 촉구하는 사람이었지. 아마 그래서였을 거야. 네가 래리와의 문제로 습격을 받았을 때, 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어. 그때, 난 결심했어. 아니, 꿈이 변했어. 네가 이루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겠다고 말이야. 그래! 다시 내가 그쪽으로 돌아간 이유? 네 말대로 너를 지키기 위한 것도 있지. 앞으로도 어둠 속의 위협은 계속될 것 같으니까. 하지만 단순히 너를 지키려는 이유가 너를 위한 마음만은 아니야. 조금 전에도 말했지. 난 새로운 꿈을 가지게 되었다고. 네가 만들어가는 세상을 지켜보는 것 말이야.”


빌의 말에 재임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하하하~~ 그래, 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게는 아니야. 우선 넌 내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고, 돼지우리 같은 현실의 진창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던 사람이었으니까.”


연신 쑥스러워하는 재임을 보며 빌은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


“하, 하지만....”

“이건 내 마음이니까. 너도 뭐라고 하면 안 되지. 아무튼, 나는 스스로 선택한 거야. 너를 지켜보는 꿈을 꾸면서 말이야. 이건 내 꿈을 너한테 떠넘긴 거기도 해. 무슨 말인지 알겠니? 난 네가 너의 꿈을 이루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려는 것이니까 말이야. 오히려 고생해야 하는 쪽은 너야. 그런 너를 위해서 이런 선택은 어쩌면 당연하기도 하고.”


빌의 말에 재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그의 생각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아니 사실 던(Dawn)가보다 먼저 가족이 된 사람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고마우면서도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빌! 꿈이 바뀌었다고 했죠? 저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실 거라고요. 사실 전 빌이 생각한 것만큼, 아니 빌에게 그런 평가를 받을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오히려 한참 모자란 사람이죠. 저에게 항상 당당해 보인다고 하셨지만, 전 항상 부족하고 어렵기만 해요. 그래서 도움을 요청하는 거예요.”

“도움이라고?”

“네. 저는 빌이 말하는 것처럼 좋은 사람이 아닌가 봐요. 빌에게 재개발 회사를 세우라는 말은 빌을 양지로 끌어내기 위한 것도 있지만, 사실 돈이 필요 해서기도 해요. 브루클린을 재개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거든요.”


재임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더구나 재개발을 맡긴다는 의미는 거기에 파생된 온갖 문제까지 떠넘길 거란 말도 된다고요. 그러니, 말이 안 된다는 말이나 저에게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 아셨죠? 오히려 제가 속물처럼 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니까요.”


잠시 재임을 바라보던 빌이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아내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하하하~ 그렇단 말이지? 네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어. 하지만 이 일은 단순한 일이 아니야. 지금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내가 나서는 것이 나중에는 너와 던(Dawn)가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 갱들과 연결된 던(Dawn)가이라는 오명을 쓰고 싶은 거야?”


재임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오명이요? 전 한 번도 빌을 오명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빌! 제가 이루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꿈이라고 하셨죠? 지금도 어두운 곳에서 고생하시는 것 알아요. 하지만 더 미안하지만, 부탁드리고 싶어요. 염치없지만, 저를 도와주세요. 저를 지켜보지만 마시고 앞으로는 함께 해주세요. 이번이 절호의 기회에요. 부탁드려요.”


염치없다며 거듭 부탁을 해오는 재임에 빌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재임은 오히려 자신이 나를 이용하는 것이라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사실 빌은 재임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


아니, 모를 수가 없었다. 이미 숀과 모세를 통해서 재개발에 따른 사정을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임은 자금적인 문제로 빌을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지만, 사실 충분하지는 않다고 해도 던(Dawn)가는 주도적으로 개발할 여력이 있었다.

물론 자신의 자금이 들어간다면, 더 여유롭게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더불어 재임은 던(Dawn)가를 대신해 오명을 받아줘야 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사실 이것도 던(Dawn)가 자체로도 충분히 해결할 방법이 있었다.

장악한 브루클린 자치행정부를 내세운다면, 굳이 던(Dawn)가가 욕을 먹거나 루스벨트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아니라고 해도 빌은 재임이 자신을 위해 배려하고 준비한 일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빌은 더욱 이 일을 수락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자신을 위하는 재임을 위해서라도 자신은 여전히 어둠에 속해 있어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재임의 바람을 무작정 반대하거나 무시할 수도 없었다. 재임의 진심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빌은 타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재임이 말한 자금적인 부분을 분담하고 대표로 오명을 떠안을 회사를 설립하기로 한 것이었다.

대신에 빌은 회사 대표로 애런을 임명하면서 자신은 고문에 취임했다. 직접적으로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재임의 바람대로 양지로 한 발짝을 걸치기 위해서였다.


재임은 이런 빌의 결정에 아쉬워하면, 거듭 설득했지만, 빌은 결정을 뒤집지 않았다. 재임은 한 발짝 물러나야만 했다.

하지만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빌미로 조금씩 빌을 양지로 끌어내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클로버필드(Cloverfield)’ 개발회사가 설립되었다. 싱그러운 초록색 클로버가 초원을 뒤덮듯이 브루클린을 뒤덮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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