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프림 리그(supreme league) (1)<--소제목 변경
“마저 읽어봐~”
모세의 재촉에 재임은 잠시 의문을 접고 보고서를 읽기 시작했다. 보고서에 적혀있는 것은 야구와는 다른 또 다른 스포츠에 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재임에게는 야구만큼이나 아니, 야구보다 더 생소한 스포츠이기도 했다.
보고서를 다 읽은 재임은 더 궁금증이 깊어진 표정으로 모세를 바라봤다.
“축구를 하자는 거야?”
“그래. 더 정확히는 축구리그를 만들자는 거지.”
“축구리그를?”
모세가 쓴 보고서는 축구에 대한 전반적인 역사와 유럽에서의 축구의 인기에 대해서 적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얻어낼 수 있는 이익, 특히 축구를 도시 연고로 창단함으로써 도시민들의 단합된 모습을 끌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로 매듭짓고 있었다.
“하지만 네가 보고서에서 썼다시피 굳이 축구는 상대적으로 미국에서 인기가 있는 스포츠가 아니잖아. 단순히 인기와 사람들의 호응도를 보면 미식축구가 더 낫지 않아?”
모세는 자신의 보고서에 미래에 대한 구상을 담아내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현실에 대한 고찰까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미국에서 축구는 그다지 인기 있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물론 축구협회를 비롯해 축구국가대표를 뽑고 있고 월드컵에서 나간 적이 있지만,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일부 유럽 이민자들과 축구에 관심이 있는 이들만으로 이루어진 상대적으로 소수의 모임을 뿐이었다.
“그렇기는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축구를 추천한 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이점이 있어서 그래.”
“두 가지 이점이라고?”
재임의 반문에 모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는 네가 야구를 통해서 브루클린 전체에 대한 소속감을 장려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브루클린 내부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야. 축구는 이 문제에 한 가지 해결방법이 될 수 있어.”
“축구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데? 여기 보고서에 보면 크게는 도시별, 작게는 구역별로 팀을 모집한다고 했잖아. 만약에 보고서에 적힌 대로 축구의 잠재력이 크다면, 내 생각엔 오히려 도시민 간에 불화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재임의 지적에 모세는 수긍했다.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너무 극단적인 상황일 경우의 이야기이고, 나는 오히려 이 점이 내부 갈등을 효과적으로 표출하는 방법이 될 거라 생각해서야.”
“내부 갈등을?”
“그래. 지금 추진하고 있는 야구를 예로 들어볼까? 우리가 부르클린 다저스.... 아~ 미안, 이제 브루클린 루스터스지? 아직 새 이름이 입에 붙질 않아서.... 아무튼, 루스터스와 양키스와의 더비를 생각해봐. 너도 경기를 관람했으니 느꼈을 테지만, 경기를 시작하기 앞서서 내외에 두 팀 팬들의 관계는 무척이나 험악하잖아? 경기를 응원할 때 정말 온 힘을 다해서 응원하고. 그러는 가운데 서로 일치감도 느끼게 되고 말이야.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나서까지 그러는 것은 아니잖아. 야구장에서의 응원의 그들의 불만과 해소되지 못한 욕구를 배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
“흠~ ”
“나는 이것이 브루클린 내부의 불만을 서로 건전한 방법으로 풀 기회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온 힘을 다해서 응원하다 보면,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나 감정의 골의 대부분을 경기장에서 쏟아내게 만드는 거지.”
재임이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보고서를 뒤적이더니 한 지점을 지적하며 물었다.
“하지만, 네가 예로 든 영국의 경우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잖아. 여기 적힌 대로 읽어보면, 훌리건들로 인해서 축구경기 전후로도 사람들이 서로 싸운다고 되어 있는걸? 솔직히 팬의 입장에서 보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도시를 경영하고 전체를 봐야 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모세는 필요 이상으로 상세히 작성한 자신의 보고서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재임을 잘 알기에 재임에게 다가가는 방법 중에 진실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기에 작성한 보고서였다.
하지만 그동안 이런 류의 재임의 반문이 있을 때마다 후회하는 마음이 드는 모세였다.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어. 실제로 영국에서는 훌리건들의 다툼으로 소란이 발생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난 이것 또한 괜찮다고 생각해. 물론 폭력은 어떤 의미에서든 정당화될 수는 없는 거지만, 실제로 작은 폭력은 큰 폭력의 위험을 감소시키기도 하니까 말이야. 이 부분은 사실 여러 가지 규칙이나 규제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어. 건전한 응원문화를 정착시키면 되는 부분이니까.”
재임이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 모세가 급히 말을 이었다.
“사실 어떻게든 브루클린 도시민들의 불만은 생길 수밖에 없어. 인종 문제는 잠재적인 뇌관이나 마찬가지인 것을 너도 알잖아. 어떻게든 이를 해소할 여건이 필요하잖아. 네가 축제를 준비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고. 하지만, 평화적인 축제만으로 사람들의 불만을 해결하기에는 불충분할 거야. 사람은 원초적이란 말이야. 아무리 대리만족이라도 조금은 거친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말 그대로 남자들은 말 그대로 싸우지 못해서 안달한 족속들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축구는 작은 전쟁이라 볼 수 있어. 야구와는 달리 실제로 몸을 부딪치면서 하는 운동이니까.”
모세의 말에 재임이 이의를 제기했다.
“.... 몸을 부딪친다는 면에서 본다면 미식축구가 더 낫지 않아?”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네가 거느리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야지.”
“거느리고 있는 사람들?”
“그렇지. 너는 표현이 좀 그렇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실상 네 영향력 아래에 아이리시와 한인이 있는 것이 사실이잖아. 나는 솔직히 한국인들은 잘 모르겠어. 최근 들어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지만, 아직 판단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대신에 아이리시는 제법 알고 있지. 그리고 내 생각에 지금은 아이리시에 더 관심을 가지고 다독여야 한다고 생각해.”“아이리시를?”
재임은 뜻밖에 등장한 이름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문제점이라도 생긴 거야?”
“문제점이라기보다는.... 좀 더 배려를 해야 한다는 말이야. 너는 잘 모르겠지만, 실생활에서 가장 최선에서 던(Dawn)가를 지지하고 한인들의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이들이잖아.”
“아~~”
재임은 모세의 말에 그동안 자신이 놓치고 있던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이리시는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던(Dawn)가의 가장 큰 지지세력이자 기반이었다.
던(Dawn)가의 성공은 물론이거니와 이렇게 브루클린 재개발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아이리시 들의 지지와 성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름대로 아이리시 커뮤니티의 후원에 여러 가지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기에 잠시 방치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순간 자책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재임은 다시 자리를 고쳐 앉았다. 새삼 보고서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축구가 그들을 위로하는 방법이 될 거라고?”
“그럼. 거기에도 적혀있지만, 유럽인들의 축구사랑은 대단하거든. 거기에서 아이리시도 예외는 아니고 말이야. 거기다 한 가지 숨은 장점이 하나 더 있어.”
“뭔데?”
“바로 서로 간에 함께 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지. 너도 알겠지만, 사실 한인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해. 축제도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갑자기 한인들이 등장한다면 보통 사람들은 그들을 축제에 참여한 이방인들로 여길 가능성이 커. 물론 접촉면을 넓힌다는 면에서는 좋은 방법이겠지만, 효과를 발휘하기에는 제법 시간이 걸릴 거야. 생각외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잠시 말을 멈추고 자신의 말에 집중하고 있는 재임의 표정을 살핀 모세가 말을 이었다.
“그에 비해서 축구는 좀 더 내부결속을 다질 수 있는 직접적인 방법이야. 일 년에 몇 번 열리는 축제와 매주 열리는 경기만 비교해봐도 알 수 있는 일이잖아. 거기에 같은 팀을 응원할 기회까지 제공한다면, 금상첨화일 테고 말이야.”
재임은 조금 더 솔깃해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흠...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치고 나머지 하나의 이점은 뭐야?”
일단 문턱을 넘었다는 생각에 모세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대답했다.
“축구리그를 만들면서 한 가지 더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바로 영향력이야.”
“영향력?”
재임은 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 말대로 미국에서 축구는 그 역사가 깊지 않아. 하는 사람도 많이 없는 것도 사실이고 말이야. 축구협회라고 있지만, 그다지 영향력이 있다고 볼 수 없지.”
“그럼 더 문제가 되는 거 아니야?”
“아니, 난 그게 더 장점이라고 생각해.”
“장점?”
“그래. 이렇게 기반이 약한 종목이기에 우리가 리그를 창설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거지.”
재임의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규모가 크고 체계를 갖춘 야구와는 달리 축구의 경우는 아직 열악했기에, 지금 자신과 던(Dawn)가의 지원을 통해서 충분히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너나 던(Dawn)가의 또 다른 아군을 만들 기회가 될 거야.”
“아군이라고?”
“그래. 축구협회를 장악하게 되면, 미국 국가대표를 선출하는 일에 한발 걸칠 수 있는 거라고. 이는 전미 축구인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그들을 잠재적인 아군으로 삼을 기회란 말이야. 더구나 너한테도 이제 한 가지 타이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타이틀?”
“그래. 단순히 던(Dawn)가의 가주나 브루클린의 막후 지휘자 같은 암막 속의 이름 말고 말이야. 너를 대표할 수 있는 또 다른 타이틀로 말이야.”
“하지만 난 던(Dawn)가의 가주만으로도 충분한걸?”
“그게 바로 네 문제야.”
재임의 말에 모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는 좀 더 너의 위치에 대해서 자각을 해야만 해. 이제는 어느 정도 영향력 있는 공식적인 직함도 필요하단 말이야. 가끔 보면 넌 네가 벌이는 일과 너를 분리하는 경향이 있어. 심지어는 던(Dawn)가와도 말이야. 하지만 그래서는 안 돼. 이제는 네가 바로 던(Dawn)가이고 자신을 스스로 높이는 것이 바로 던(Dawn)가를 높이는 것이란 걸 알아야만 해! 그리고 그게 너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단 걸 말이야.”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