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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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연(靑燕)
작품등록일 :
2013.02.07 21:06
최근연재일 :
2013.05.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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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2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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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제 1장 잃어버린 시간 - 10막 비밀(祕密)~2

상실(喪失) - 청연(靑燕)

감사합니다.




DUMMY

“ 앗싸뵤~! 집에 간다! ”


퇴원 하는 날 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승아는 병실 여기 저기를 부산하게 움직이며 짐을 챙기고 있었다. 그렇지만 딱히 짐이랄 것도 없었다. 이미 며칠 전에 집사가 병실에 다녀가면서 자잘한 몇 가지의 짐을 챙겨가기도 했지만 VIP병실에는 개인물품이 전혀 필요가 없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현재 병실에 남아있던 짐이란 그저 누군가가 놓고 간 것인지도 모르는 단 한 번도 펼쳐보지 않았던 패션 잡지책 두어 권과 잡동사니 몇 개, 그리고 승아의 스마트폰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잡지책과 잡동사니들은 버리고 갈 생각이었는지 승아는 그것들을 발끝으로 툭툭 밀어서 침대 밑 구석으로 처박아버렸다.


불과 10분 전에 병실로 들어와서 ` 빠트린 물건은 없는지 잘 살펴보세요 ` 라는 말을 하고 나갔던 간호사의 말에 오히려 천방지축 말괄량이 같은 표정으로 ` 내가 뭔가 병원의 물건을 더 가져가는 건 없는지 봐 줄래요? ` 라며 농담까지 했던 승아였지만 사실 스마트폰 말고는 전부 버리고 갈 심산이었다. 승아에게 짐은 말 그대로 정말 귀찮고 필요 없는 혹 덩어리일 뿐이었다.


입원해 있는 동안 입고 지냈던 느슨한 환자복을 바닥에 아무렇게나 훌훌 벗어버린 승아는 브래지어와 팬티만을 걸친 가벼워진 몸으로 병실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아무도 없는, 승아 혼자만의 공간이긴 했지만 어느 순간 누군가가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 자체는 아예 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자연인으로 돌아가 병실을 배회하던 승아는 책상 옆으로 우뚝 서있는 전신거울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거울에 비친 오랫동안 햇빛 한번 보지 못했던 승아의 속살은 마치 우유를 가득 머금은 듯 뽀얗고 부드러워 보였다.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비추던 백열조명 빛이 그 속살의 싱싱함을 더욱 배가시켜주었다. 작품을 감상하듯이 자신의 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 본 승아의 얼굴엔 ` 매우 만족 ` 이라는 감탄의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진우의 꿈을 만들어 낸, 혹은 실제로 있었는지도 모르는 진우를 승아의 머릿속에서 지워지게 만들었던 사고의 상처였다. 승아의 배꼽에서 5센티미터 아랫부분에 가로로 길게 이어진, 약간 붉고 돌출된 메스 자국이 환상적인 처녀의 몸맵시를 망가트려 놓는 옥의 티였다.


“ 아…… 까비! ”


상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승아의 입에서 터져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억양의 투와 세기로 봐서는 그렇게까지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지 않은 모양새였다. 오히려 얼굴에 장난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 승아의 머릿속에서는 뭔가 기발한 생각이 떠오른 듯 했다.


“ 이렇게 하면…… 됐지? 오케이! 딱 이다! 됐어! 훌륭해! 멋져! 이뻐! ”


승아는 입고 있던 팬티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그러자 팬티의 탄력 있는 밴드가 보기 흉한 상처를 덮어서 가려주었다. 가로로 이어진 상처는 팬티의 고무줄 라인과 하나가 됐고 이제야 비로소 군더더기조차 하나 없는 완벽하고 아름다운 몸이 되었다. 하지만 하나의 득이 있다면 또 하나의 실도 있는 법.


승아가 보지 못한, 거울에 비추어지지 않은 뒷모습은 차마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끔찍했다. 상처를 지워 주었던 끌어올린 팬티 덕에 승아의 엉덩이 가운데 골짜기가 마치 팬티를 씹어 먹고 있는 듯 하였다는 것을 당사자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 아! 내 정신 좀 봐! 집에 가야지! ”


몸매를 감상하던 승아는 옷장 문을 열고 나란히 걸려있던 옷을 몽땅 꺼내었다. 그리고 하나씩 입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으로 스키니-진부터 입었고 그 위에 얇은 흰색 반팔 티셔츠를, 그리고 짙은 빨강색 카디건을 걸쳐 입었다. 하얀 얼굴 위에 빨간 입술을 가진 예쁜 승아는 하얀 티셔츠 위에 입은 빨간색 카디건이 정말 예쁘게 잘 어울렸다.


옷을 입고나니 기분이 한결 더 좋아짐을 느낀 승아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아까와 같이 병실을 종종 걸음으로 빙글빙글 누비고 있었다. 하지만 길고 까만 자신의 생머리가 카디건에 쓸려 ` 타닥- 탁 ` 하고 정전기가 튀는 것을 승아는 미련하게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기분이 들떠서일까? 조금 전에 팬티도 그러더니 머리카락까지…… 오늘 승아는 멍청하리만큼 감각이 둔했다.


걸음을 걸을 때마다 승아의 머리칼은 정전기에 의해 점점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 아~ 기분 좋다! 오늘 기분 짱이다! ”


이런 정신 나간 소리나 지껄여대며 병실을 누비던 승아는 하늘로 점점 떠오르는 머리카락의 양 만큼 자신의 머리가 점점 개운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빨간 옷에 산발을 하고 ` 기분이 짱 ` 이라며 중얼거리던 허여멀건 한 얼굴의 여자.

두 팔을 비행기 날개처럼 좌우로 펼치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뒤뚱뒤뚱 걸어 다니고 있는 여자.

아마도 이런 광경을 누가 보았더라면 단단히 미친 여자인줄 알았을 모습이었다. 다행히 병실에는 승아 말고 다른 사람은 없었다.


승아는 병실을 돌다 말고 창문을 열었다. 멀리서 아버지를 태운 철기의 검정색 세단이 병원을 향해 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세단은 병원 입구를 지나서 주차장으로 들어가지 않고 로비 입구까지 도착해서야 정차를 했다. 운전석으로 내린 철기가 대신 열어준 세단의 뒷문으로 재규가 내리고 있는 모습이 승아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재규가 하차함과 동시에 병원 관계자 몇 명이 부리나케 뛰어 나와서 수안그룹의 회장님을 맞이했다.


승아는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고 정말 열심히도 흔들어댔다. 반가운 마음에 아빠가 자신을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서였다.


“ 아빠!! 아빠!! 여기~~!! ”


회장님을 영접하러 나온 무리의 사람들은 승아와 재규가 부녀지간 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승아의 얼굴을 모르는, 단 한 번도 승아를 본 적이 없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그 사람들 중에서 나이가 지긋하게 든 오성병원의 부 병원장이라는 사람이 창 밖으로 소란을 피우고 있던 승아를 발견하고는 혀를 끌끌 찼고 이어서 옆에 서있던 남자한테 말을 했다.


“ 쯧쯧. 이봐! 저 미친년 뭐야? 저거 빨리 안으로 집어 넣으라고 해! 아이고 회장님! 소란스럽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


얘기치 못한 갑작스런 소란에 수안그룹 회장 앞에서 깍듯이 머리를 숙인 부 병원장의 뒤로 승아의 얼굴을 이미 알고 있었던 다수의 사람들이 내는 헛기침 소리가 연거푸 들려왔다.


“ 음! 흠! 으흠! ”


하지만 ` 닥쳐 ` 라는 뜻을 헛기침으로 전달 하려고 했던 주위 사람들의 신호를 부 병원장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오히려 부 병원장은 승아를 올려다 보며 마치 새라도 쫓아내듯이 입으로는 ` 훠이~ 훠어이~ ` 하는 소리를 내며 손을 경박하게 흔들어 댔었다. 그러자 무리의 사람들은 ` 제발 좀 ` 이라는 간절한 뜻을 담아 더욱 크게 헛기침 소리를 내었다.


재규의 손이 아래 위로 팔을 휘젓던 부 병원장의 어깨를 잡았다. 그러자 무리의 사람들은 서로들 재규의 눈치를 살피느라 바빴다.


재규는 부 병원장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잠시 망설였지만 이어 담백하고 간단 명료하게 말을 했다.


“ 저…… 원장님! 저 아이가 제 딸아이 입니다 ”


재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경박하게 손목의 상하 스냅으로 손등을 보이며 흔들어대던 부 병원장의 팔은 어느새 손바닥을 보이며 좌우로 흔드는 ` 안녕 ` 이라는 뜻의 손 인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목덜미 뒤로 한줄기의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 내리는 것을 부 병원장은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어쩔 줄 모르던 눈알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무리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각자의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부 병원장의 눈알은 ` 도와줘 ` 라는 뜻을 담아서 누군가의 시선과 맞추려고 노력했고 다른 사람들의 눈알은 그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피해서 이리저리 도망을 다니느라 바빴다.


재규의 눈으로 바라본 그들의 눈알 굴리기 묘기는 신기에 가까웠다. 총을 쏘면 피하고 또 총을 쏘면 잽싸게 피하는 마치 SF영화에서나 나올 듯 한 경이로운 장면이었다. 그들이 느끼고 있는 부담을 알아차린 재규는 ` 허허 ` 하고 웃으며 말했다.


“ 저는 괜찮습니다. 이해합니다 ”


이들이 치르고 있던 총알 없는 전쟁을 지켜보던 재규는 이말 한마디로 ` 눈치의 전쟁 ` 을 종결시켰다. 하지만 그들이 느끼던 무안한 마음은 아직까지 여운이 남아있었는지 서로 이러지도 또 저러지도 못하며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던 휴전 상태인 사람들 사이에서 재규는 다시 한 번의 결단을 내려주어야만 했다.


“ 이제 그만 가시죠! ”


무리의 사람들 중 의사 한 명이 앞장을 서서 나머지 사람들을 에스코트했다. 그 뒤를 재규가, 그 뒤를 나머지 사람들이 줄지어 이동을 했다. 철기는 무리의 옆으로 1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움직였다. 재규는 철기에게 가까이 오라며 손짓으로 신호를 주었고 철기는 재규 옆으로 바짝 붙어서 걸었다.


“ 저번에 그거, 다시 한번 알아봐 ”


재규는 조용히 들릴 듯 말듯 한 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설령 주위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누군가가 그 소리를 들었어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할 말이었지만 재규는 신중했다. 철기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기만 할 뿐, 시선은 이동하는 방향 그대로 포커스를 맞추었다. 그리고 두 세 걸음 걷는 짧은 시간에 무리의 사람들 사이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기역자로 굽어진 복도 끝을 돌자 조금 전에 창 밖으로 미친 듯이 손을 흔들어대던 빨간 카디건에 산발을 한 승아가 서 있었다.


“ 아빠! ”

“ 그래~ 우리 딸! 왜 나와있어? 감기 들면 어쩌려고!! ”

“ 이 날씨에 감기는 무슨! 빨리 집에 가자 아빠~ 나 집에 가고 싶단 말야~ ”


24살의 성숙한 처녀는 아빠 앞에서 7살의 어린이가 되어 있었고 재규는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딸을 보듬어 주었다.


그때였다. ` 탁탁탁탁 ` 하는 요란한 구둣발 소리와 함께 복도 끝에서 철기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가 무리의 사람들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 남자를 향했다. 곧이어 그 남자는 재규의 앞에 멈춰 섰고 머리가 땅에 닿을 듯 몸을 숙여 인사를 했다.


“ 아! 회장님! 오셨습니까? ”

“ 오오! 그래! 자네 오랜만이군! 김 박사님은 어찌 지내시나? ”

“ 조금 있다가 이쪽으로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10분 정도면 도착 하실 겁니다. 회장님! ”

“ 아니…… 아닐세! 내가 가야지! 김 박사님께서는 어디에 계신가? 안내하게 ”

“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


재규가 움직이자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동행했던 무리의 사람들도 우르르 몰려서 재규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재규는 다시 자리에 멈추어 서서 겸연쩍은 듯한 표정으로 일행들을 둘러 보다가 입을 열었다.


“ 아 참! 내 정신 좀 봐! 허허허. 누가 내 딸 좀 차있는데 까지 데려다 주겠나? ”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자기가 아가씨를 모시겠다며 난리를 치는 일행들 사이로 앙칼진 승아의 외침이 울렸다.


“ 싫어! 나 아빠랑 같이 갈 거야! ”

“ 아빠 금방 갈 테니까 먼저 내려가 있어 ”


단호하게 거절하는 재규의 말에 승아는 입을 삐죽거렸다. 아빠 없이 다른 사람과 걷기는 싫어서였다. 거기에다가 서로 오성병원의 대주주 ` 한 회장 ` 에게 잘 보이려고 애 쓰는 사람들의 모습이 승아에게는 역겨워 보였다. 언제는 미친년 취급을 하더니 이제 와서 저 난리 부르스를 추고 있는 사람들, 개인의 능력도 안되면서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점수를 따고 또 좋은 자리를 한 건 올리려고 하는 사람들, 그들은 승아의 눈에 꼴불견으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승아 성격의 말을 잠시 빌리자면 ` 재수 똥!! ` 이었다.


승아는 아빠인 한 회장 라인에 흔한 말로 줄을 타려는 사람들이 싫었다. 물론 승아는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번도 비굴하게 아첨이나 아부 따위를 해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유복하게 자랐던 승아가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겠지만 만약에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 할지라도 그러지 않았을 것이었다.


빨간 옷을 입고 머리카락을 공중으로 띄운 산발한 여자의 독기는 무서웠다. 흡사 그리스 신화에나 나오던, 보기만 해도 돌이 될까 무서워서 쳐다보지 못한다는 메두사 같았다.


승아가 외쳤다.


“ 아, 됐어! 다 필요 없어! 나 혼자 갈 거야! 다 따라오지마! ”


씩씩대던 승아는 경보를 하듯 빠른 걸음으로 꺾어지는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버렸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고 승아의 움직임이 너무나 빨라서 사람들은 미처 승아를 잡을 엄두도 못 냈다. 복도에 남아있던 무리의 사람들은 다시 재규의 눈치를 보며 하나 둘씩 흩어졌고 결국 그 자리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을 때, 재규는 그 남자를 따라서 이동했다.


김 박사의 연구실로 안내를 한 남자는 자기가 맡은 일을 이제야 다 했다는 듯이 다시 제 갈 길을 갔고 재규는 연구실의 문을 ` 똑똑똑 ` 하고 두드렸다.


문이 열리면서 머리가 하얗게 쉰 백발의 남자가 재규를 웃으며 반겼다.


“ 아이고! 한 회장님~ ”

“ 안녕하셨어요? 김 박사님! ”


소파에 마주앉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여분의 담소를 나누던 두 사람 사이에 아주 찰나의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잠시 뒤 어색한 침묵을 먼저 깨고 김 박사가 말했다.


“ 저…… 회장님! 아가씨 일 때문에 찾아오신 거 맞지요? 이제 어쩔 생각이세요? ”

“ 글쎄요.. 어쩌면 좋을까요? ”


마음속으로는 이미 모든 결정을 내렸었지만 재규는 자신의 결정을 뒷받침 할 만한 확신이라는 게 없었다. 그래서 김 박사를 만나러 온 것이고 다시 김 박사에게 되묻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또 한번의 침묵이 흘렀다. 이번에도 먼저 침묵을 깬 건 김 박사였다.


“ 승아 아가씨 말인데요.. 기억이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회장님 ”

“ 그 반대로 돌아올 수도 있는 거지요? ”

“ 당연하지요. 하지만 얼마나 많은 영겁의 시간이 걸릴지는…… 두고 봐야겠지만요 ”


잠시 머뭇거리던 김 박사는 재규에게 물었다.


“ 헌데 회장님께서는 아가씨의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시는 거…… 아니던가요? ”


조심스럽게 내 뱉은 김 박사의 말은 재규의 이맛살을 움찔거리게 만들었다.


“ 박사님! 누가 듣습니다! 말씀 조심하세요! ”

“ 험험…… 아이고 이런! 죄송합니다 ”


재규에게 그것은 어차피 엎질러진 물 이었고 이제는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결정을 내렸던 것은 사랑하는 딸을 위해서였다. 언제가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에 재규의 결정을 승아가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때는 승아가 이해해 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적어도 그럴 것이라고 스스로는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이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재규가 다시 입을 열었다.


“ 그러면 기억이 돌아오게 하는…… 그런 좋은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


딸의 기억이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던 재규의 바램을 알고 있는 김 박사는 ` 기억을 돌아오게 하는 좋은 방법 ` 이라는 말을 듣고 ` 무슨 뜻이지? ` 라는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눈만 꿈뻑거렸다. 재규의 의도를 전혀 이해 할 수가 없어서였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잠시 고민하던 김 박사는 한 박자씩 쉬어가며 말했다.


“ 그게…… 음…... 자연스럽게 돌아온다면 모를까요…... 음...... 딱히……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회장님! ”

“ 그러면 말이죠. 과거의 물건이나 사진 같은…… ”


재규의 말을 끊어버리고 놀란듯한 말투로 김 박사가 빠르게 말했다.


“ 아! 그건 안됩니다. 그건 위험해요. 자칫 잘못해서 기억이 엉켜버릴 수도 있거든요 ”

“ 기억이 엉키다니요? ”


` 기억이 엉키다 ` 라는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재규가 의아해하며 다시 김 박사에게 되묻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기억이 잊혀지거나 돌아오거나 둘 중에 하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엉켜버릴 수 도 있다는 김 박사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였다.


“ 음…... 잘 들어보세요! ”


몸을 앞으로 내밀며 이야기 하는 김 박사와 같이 재규도 몸을 앞으로 숙이며 김 박사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잠깐의 시간 동안 김 박사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했고 다시 종합해서 말을 길게 이었다.


“ 기억을 담당하는 뇌세포는 가지고 있던 기억을 스스로 지우지는 못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일 뿐이지 기억 자체가 지워진 것이 아니라고 말씀을 드리면 이해가 빠를까요? 생각과 기억의 차이에요. 생각만 한다면 기억은 언제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어요. 하지만 아가씨의 경우는 달라요. 아가씨처럼 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게 된 사람들의 대부분은 기억을 저장해 놓은 뇌세포 자체가 죽어서 없어지거든요. 하지만 전부 다 없어졌다고 보시면 안 되요. 아마도 중간 중간에 잃어버린 기억의 일부를 저장한 채로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들도 있을 테니까요. 그러면 왜 그것마저 기억이 나지 않느냐 의심을 하실 수도 있어요. 그건 간단해요. 일종의 동영상 필름이라고 생각 하시면 될 것 같네요. 어떤 영상이 있는데 90%를 지운 나머지의 영상만 드문드문 보여주면 그게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지요? 바로 그거에요.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뭔지를 모르는 거에요. 헌데 그 상태에서 그 기억의 일부를 아까 회장님께서 말씀하신 사진이나 그런 어떠한 형태로든 강제로 주입을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기억의 자체가 왜곡이 되어버리는 거에요. 좋은 기억이 나쁜 기억이 될 수도 있고 나쁜 기억이 좋은 기억이 될 수도 있어요. 어찌됐든 그것은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


박사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던 재규는 그의 말을 전혀 이해 하지 못했지만 ` 살아있는 뇌세포 ` 라는 말을 듣고 나서는 딸이 꾸었던 꿈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문득 딸이 매일 똑같은 꿈을 꾼다고 했던 말이 생각이 나서였다. 그때는 승아가 정확한 내용을 이야기 해주지는 않았지만 재규는 직감적으로 ` 진우 ` 에 대한 기억의 일부가 꿈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났다라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아챈 것이다.


“ 박사님. 그렇다면 제 딸이 꾸었던 꿈이 살아있는 기억의 일부일 수도 있는 건가요? ”

“ 네! 그럴 수도…... 또 아닐 수도 있겠지만 어찌됐든지 확률은 있지요. 그 기억은 어떠한 형태로든 살아있을 테니까요 ”


말을 하던 김 박사의 눈에 탁자 위에 올려져 있던 어항이 보였다. 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항에 손을 넣어서 거품이 뿜어져 나오던 여과기를 끄집어 내었다. 그리고 여과기 내부에 들어있던 베이지 색깔의 스폰지 필터를 꺼내었다.


“ 회장님! 여기 보세요. 이 스폰지는 하나의 커다란 종합적인 기억 덩어리에요. 동영상이라고 하죠. 그리고 스폰지의 작은 입자는 뇌세포라고 보시면 되고요. 필름이에요. 어항의 물은 기억을 이루는 부분적인 장면들 이라고 해 볼게요. 사진이에요. ”


박사는 스폰지를 어항에 담갔다가 빼내었다. 스폰지는 어항의 물을 촘촘한 입자 사이사이로 흠뻑 빨아들였다.


“ 자! 필름 안에 사진들이 가득 찼어요. 이것을 빠르게 재생시키면 하나의 동영상이 되겠죠? 이것을 기억의 완성체라고 생각해 보세요 ”


다시 박사는 스폰지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어서 물을 짜내었다. 물을 가득 머금었던 스폰지의 물은 박사의 주먹 사이를 비집고 흘러내렸다. 물이 어느 정도 짜지자 박사는 스폰지를 쥐고 있던 주먹을 폈다.


“ 보세요! 기억이 전부 사라졌어요. 하지만 스폰지가 아직도 축축한데요? 이건 남아있는 기억의 조각이겠네요. 그래도 스폰지에 물이 있던 없던지 간에 스폰지 자체가 변하는 건 없어요. 지워진 필름에는 다시 새로운 것을 새길 수가 있으니까요. 아가씨의 기억도 마찬가지에요. ”


박사는 만년필을 꺼내었다. 그리고 스폰지에 ` 푹- ` 하고 펜 끝을 찔러 넣었다. 만년필에서 나온 잉크가 스폰지로 빠르게 흡수되고 있었다. 베이지 색이었던 스폰지는 만년필을 중심으로 점점 검게 물들어 갔다. 스폰지가 절반 정도 검게 색이 변했을 때 박사는 다시 스폰지를 어항에 담갔다가 빼내었다.


“ 이건 왜곡된 기억이에요. 베이지색의 기억이 검은색의 다른 기억으로 바뀌었어요 ”


박사는 다시 손에 힘을 주어서 스폰지가 머금고 있던 검정색 물을 짜냈다. 박사의 주먹을 타고 흘러 내리던 검정색 물이 어항 전체를 혼탁하게 만들었다.


“ 이제 어항에는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어 버렸네요. 기억이 왜곡되어 버리면 이렇게 됩니다. 너무 위험해요. 그러니까 승아 아가씨의 기억도 자연의 이치에 맡기세요. 회장님! ”


재규는 솔직히 딸의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 편을 바랬지만 박사의 말 대로라면 자연스럽게 언젠가는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헌데 그게 언제가 될 지가 미지수였다. 박사의 말을 전부 알아들은 재규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승아의 기억을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받아들였다. 어찌됐든지 승아가 지금은 기억을 못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규는 계속 그렇게 되기를 바랬는지도 모른다.


“ 음…… 박사님! 아무튼 그때 그 일…… 그리고 모든 것은 비밀로 해주셔야 합니다 ”

“ 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


재규는 자리에서 일어나 김 박사의 방을 나갔다. 김 박사는 재규가 나간 문 쪽을 한참 동안이나 쳐다보았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 에휴~ 나중에 대체 어쩌려고…… ”


재규는 로비로 나왔다. 이미 세단에는 철기와 승아가 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를 태운 세단은 유유히 병원 밖으로 빠져나갔다.


멀리 떨어진 건물 모퉁이에서 멀어져 가는 세단의 모습을 지켜보는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딸을 데리러 온 재규가 병원 로비에 도착 했을 때부터 계속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이 타고 가는 세단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의사가운을 입고 있는 여자가 그의 뒤로 기웃거리며 걸어왔다. 그리고 그의 등을 살짝 건드리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 저…... 혹시…… 최 선생님 아니세요? ”

“ 아! 아, 아닙니다 ”


남자는 그 여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여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듯이 뛰어가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 어? 맞는 것 같은데? `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지긋지긋한 병원 씬!!

지루할 수도 있던 장면을 코믹하게 연출했습니다.

웃음 코드가 다르신 분들..... 뭐 어쩌겠습니까? 작가 마음이지요.

 

10막.

정말 고심을 많이 했던 장면이구요. 생각을 많이 했던 장면이기도 합니다.

승아의 기억을 어디다가 비유를 하고 싶었는데, 딱 어항이 떠오르더군요.

 

현재 제가 쓴 ` 막 ` 단위의 연재작 중에 최고의 글자수를 자랑합니다.

 

주인공 아버지의 마음을 알 수 있던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뭔가

수상한 남자를 하나 던져놨습니다. 정체가 곧 밝혀질테니 기대해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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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일
    13.03.15 15:06
    No. 1

    부원장의 순발력이 대단하네요.
    그나저나 글을 잘쓰시네요.

    원래 묘사가 많으면 저같이 장르소설에 익숙한 사람들은 자칫 지루함을 느끼기쉬운데 그닥 지루하지않아요. 스토리가 잘짜져서 돌아가는듯해요. 거기에 그 묘사마저도 묘사를 위한 묘사가 아닌(처음에 글욕심많은 습작하시는 분들이 자주 범하는듯, 내용과의 연관성보다 문장자체를 예쁘게 만들기위한 묘사를) 내용과 척척 맞아들어가니 참 쉽게 읽히는듯.

    그냥 저도 한자한자 배우는 입장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래서 습작생들은 많은글을 읽어봐야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한 제 의견을 말씀드리면서도 저도 같이 깨우치고 배운다니까요.
    이것 참 좋은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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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청연(靑燕)
    작성일
    13.03.15 15:22
    No. 2

    먼저 영화를 보듯이 장면을 먼저 머릿속에 떠올리고 글을 쓰는 편입니다.
    그래서 묘사를 많이 표현 하는 것 같아요.

    그냥 보이는 대로 써 내려가면 왠지 ` 일기 ` 가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있어서요.

    정말 솔직히 억지로 짜 맞춘다(?) 라는 표현이 알맞을 듯 싶어요.
    하지만 그렇게 해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쓰려는 노력은 충분히 합니다.
    좋게 봐 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도 윈드윙님 작품에서 모방할 것을 보았나이다~
    물론 그대로 가져오진 않겠나이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동방존자
    작성일
    13.04.26 23:17
    No. 3

    개그 코드와 무관하게 '~'의 남발은 소설에서 금기가 아닐까 싶슴다. 사소한 걸로 글의 가치가 떨어질 듯한.. 현장감 있는 분위기를 위한 비속어 사용은 적절하면 맛깔스럽지만, 자칫 오바하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어 보여요.승아의 대사가 전반적으로 좀 그렇네요. 굳이 승아를 이용해서 글의 분위기를가볍게 할 필요는.. 다른 감초를 투입하시는 게..
    지금까지 보면, 전형적인 캐릭터인 철기와 임연수인가요? 그 친구는 자연스러운데, 나머지는 조금 부자연스러워 보이네요. 회장도 말하기 전에는 진중한 느낌인데 입을 열면 성깔만 있어 보이는..^^;;
    참, 진짜 사소한 건데.. 스펀지를 활용한 설명.. 설명은 참 좋은데, 따지고 보면 그리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는 아닌 것을 회장씩이나 되는 양반 앞에서 스펀지 적시고 짜고 만년필액 넣고 한다는 게 좀.. 화면 연출이라 해도 이 정도 액션이 나오려면 꽤 역할 있는 의사거나, 의사가 더 위거나, 그래야 어울리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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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청연(靑燕)
    작성일
    13.04.27 00:38
    No. 4

    아... 정말 고심하며 쓴 건데
    그런 느낌이었군요. 이상하게도 제가 쓴 글은 제 스스로 캐치하기가
    매우 힘이 들더라구요. 아, 이 글 뿐만이 아니고 연재하지 않고 있는
    다른 것들과 연재 중인 다른 작품에서도 그렇습니다.

    다른 분들이 쓰신 글을 읽으면 그렇지 않은데...
    왜 그런지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추측이지만
    스토리를 알고 있기에 그렇지는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제 것이니까요.. 그게 제일 큰 함정 같아요. 저에게는요 ㅠㅠ

    감사합니다. 그리고 실례가 되지 않으신다면 계속 부탁 드리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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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8 제 3장 나의 그리움은 너의 뒤에 - 10막 계륵(鷄肋) ~ 3 +8 13.05.27 517 5 10쪽
47 제 3장 나의 그리움은 너의 뒤에 - 9막 계륵(鷄肋) ~ 2 +4 13.05.19 320 12 8쪽
46 제 3장 나의 그리움은 너의 뒤에 - 8막 계륵(鷄肋) ~ 1 +4 13.05.09 447 6 10쪽
45 제 3장 나의 그리움은 너의 뒤에 - 7막 교우(膠友) +6 13.05.06 438 4 10쪽
44 제 3장 나의 그리움은 너의 뒤에 - 6막 내면(內面) +6 13.05.01 360 8 10쪽
43 제 3장 나의 그리움은 너의 뒤에 - 5막 우연(偶然) ~ 2 +10 13.04.29 495 11 9쪽
42 제 3장 나의 그리움은 너의 뒤에 - 4막 우연(偶然) ~ 1 +6 13.04.25 544 11 10쪽
41 제 3장 나의 그리움은 항상 너의 뒤에 - 3막 해후(邂逅) ~ 4 +7 13.04.21 410 6 11쪽
40 제 3장 나의 그리움은 항상 너의 뒤에 - 2막 해후(邂逅) ~ 3 +6 13.04.19 437 12 8쪽
39 제 3장 나의 그리움은 항상 너의 뒤에 - 1막 해후(邂逅) ~ 2 +6 13.04.18 316 6 9쪽
38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26막 해후(邂逅) ~ 1 +8 13.04.18 301 7 3쪽
37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25막 상기(想起) +6 13.04.17 470 6 12쪽
36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24막 추억(追憶) ~ 2 +7 13.04.16 419 5 10쪽
35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23막 추억(追憶) ~ 1 +6 13.04.15 331 5 13쪽
34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22막 진실(眞實) ~ 6 +6 13.04.12 458 6 17쪽
33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21막 진실(眞實) ~ 5 +6 13.04.11 295 6 13쪽
32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20막 진실(眞實) ~ 4 +6 13.04.10 494 6 11쪽
31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19막 진실(眞實) ~ 3 +6 13.04.09 365 7 10쪽
30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18막 진실(眞實) ~ 2 +6 13.04.08 526 6 10쪽
29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17막 진실(眞實) ~ 1 +8 13.04.06 388 6 10쪽
28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16막 흔적(痕跡) ~ 3 +4 13.04.05 432 5 11쪽
27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15막 흔적(痕跡) ~ 2 +4 13.04.02 471 4 12쪽
26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14막 흔적(痕跡) ~ 1 +4 13.04.01 423 12 13쪽
25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13막 조력자(助力者) +6 13.03.31 420 13 9쪽
24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12막 흑백(黑白) +6 13.03.30 385 7 8쪽
23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11막 접선(接線) +8 13.03.28 570 8 17쪽
22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11막 계교(計巧) ~ 2 +6 13.03.28 473 11 13쪽
21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10막 계교(計巧) ~ 1 +5 13.03.25 377 6 9쪽
20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9막 업보(業報) ~ 2 +4 13.03.21 534 5 11쪽
19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8막 업보(業報) ~ 1 +4 13.03.21 387 9 16쪽
18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7막 위작(僞作) ~ 6 +4 13.03.19 386 9 15쪽
17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6막 위작(僞作) ~ 5 +5 13.03.16 476 7 10쪽
16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5막 위작(僞作) ~ 4 +6 13.03.15 524 10 12쪽
15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4막 위작(僞作) ~ 3 +4 13.03.14 496 8 11쪽
14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3막 위작(僞作) ~ 2 +7 13.03.13 385 7 10쪽
13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2막 위작(僞作) ~ 1 13.03.12 535 5 11쪽
12 제 2장 흔적은 머물렀다 - 1막 선물(膳物) +2 13.03.05 572 8 13쪽
11 제 1장 잃어버린 시간 - 11막 비밀(祕密)~3 +2 13.02.28 655 8 12쪽
» 제 1장 잃어버린 시간 - 10막 비밀(祕密)~2 +4 13.02.27 555 6 23쪽
9 제 1장 잃어버린 시간 - 9막 비밀(祕密)~1 +2 13.02.26 570 8 6쪽
8 제 1장 잃어버린 시간 - 8막 해방(解放) +2 13.02.23 390 5 16쪽
7 제 1장 잃어버린 시간 - 7막 다크문(黑月) ~ 2 +2 13.02.22 494 7 17쪽
6 제 1장 잃어버린 시간 - 6막 다크문(黑月) ~ 1 +5 13.02.21 599 6 12쪽
5 제 1장 잃어버린 시간 - 5막 연리지(連理枝) +4 13.02.21 631 7 9쪽
4 제 1장 잃어버린 시간 - 4막 시작(始作) ~ 2 +7 13.02.20 492 6 6쪽
3 제 1장 잃어버린 시간 - 3막 시작(始作) ~ 1 +8 13.02.19 521 9 9쪽
2 제 1장 잃어버린 시간 - 2막 삭제(削除) +14 13.02.19 611 7 9쪽
1 제 1장 잃어버린 시간 - 1막 악몽(惡夢) +18 13.02.19 1,133 1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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