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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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dbleu
작품등록일 :
2016.10.22 21:14
최근연재일 :
2017.10.2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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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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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
글자수 :
1,636,485

작성
17.07.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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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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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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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39. 친왕 전하께 이 꽃다발을

DUMMY

마력의 흐름이 불온해졌다. 아이언이 만들어 낸 황무지의 공간이 소멸되면서 두 대마법사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밀렌다 군인들이 호각소리에 따라 창칼을 들었다. 하지만 함부로 끼어들지 못했다. 마법에 소양 없는 일반인도 압박감에 숨쉬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즈리엘은 아이언의 손에 목을 졸려 얼굴빛이 새파랗고, 아이언의 상의는 피에 물들었다. 목을 졸린 상태에서도 즈리엘의 눈빛은 뜨겁고 생생하게 불타올랐다.

아이언은 곧 즈리엘의 목을 놓았다. 더 공격했다가는 자신의 상처도 깊어지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또한, 충분히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기도 했다.

두 마법사는 순식간에 10여 미터 거리를 두고 물러서서 숨을 가다듬었다. 서로가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확인하자 비로소 대화가 시작되었다.


-다시 묻겠다. 아이언 메타, 나를 막는 것은 마리엔의 뜻인가?

-국왕한테 말할 시간도 없이 뛰쳐나왔는데 무슨 소리냐.

-그렇다면 네 개인의 뜻이란 말이지?


아이언은 마리엔 궁정에서 일한 지 5년째였다. 정치 감각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내 뜻이 국가의 뜻이 되는지는 지금 당신 행동에 달렸지, 즈리엘 타마센.


즈리엘이 크렐라인 초토화까지도 사후 추인받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온 것처럼, 아이언도 마리엔에서 그 정도의 위치에 있었다. 입장이 같다는 사실을 알자 즈리엘은 미소 지었다. 마법사의 얼굴 위로 협상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너와 더 싸우고 싶지 않다. 스필레인도 마리엔을 적대할 생각이 없다. 밀렌다와 풀어야 할 숙제가 있을 뿐.

-글쎄, 스필레인과 밀렌다의 분쟁은 마리엔에겐 남 일이 아니지.

-그렇다면 스필레인과 평화 협정을 맺는 것은 어떤가? 너와 내가 평화의 담보물이 되는 거다. 우린 어차피 서로를 완전히 굴복시킬 수 없다. 불가침을 약속하도록 하지.


아이언은 천천히 팔짱을 끼었다. 생각에 잠긴 얼굴. 그의 상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언동은 멀쩡했다.

그가 입을 열어 말했다. 밀렌다 어였다.


"불가침이라. 그 약속 밀렌다와도 했었잖아."


즈리엘이 뻔뻔하게 대꾸했다. 역시 밀렌다 어였다.


"제이드 라피트가 살아 있을 때의 이야기지."


회색 눈이 깊어졌다. 여기와 저기를 똑같이 보는, 그러나 여기에도 저기에도 없는 공허한 눈이었다. 무한한 마력을 암시하는 그 눈빛에 즈리엘은 긴장해서 다시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곧 회색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맞아. 그놈 죽었지. 유일한 친구였는데. 네가 죽인 거다, 즈리엘 타마센."


그가 빙긋 웃자 사람들 사이에 오한이 휩쓸고 지나갔다. 즈리엘은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호전적인 본성을 드러내며 물었다.


"이 자리에서 결판을 내자는 말인가?"

"생각 중이다."


완연히 날이 밝았다. 크렐라인 수도방위군이 출동한 지 이미 한 시간이 넘었다. 군은 가도 일대를 포위한 채 두 대마법사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 주시했다. 방위군 사령관은 물론이고 마슈트 스파르키스 국방장관과 현재 행정부 최고 결재선인 키센 라인델 국무부총리도 달려왔다. 하지만 포위망 안에 즈리엘과 아이언뿐 아니라 밀렌다 국민들도 여럿 남아 불안에 떨고 있었고, 그들 중에는 예비 부마와 그의 누나, 조카 등 중요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함부로 진입하지 못했다.

외무부에서는 자다가 벼락을 맞은 라이브릴 장관이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급히 스필레인 앞 항의 서한과 마리엔 앞 설명 요구 서한을 작성하느라 부서 분위기가 끓는 솥 같았다. 내궁에서는 라옌 시종장이 난리를 쳤다. 그는 국왕 일가에게 혹시 모를 급변에 대비해 몸을 피하시라 읍소했다. 라자루크 게르티스 2세는 이 제안을 거부했다. 리스테라 왕비는 후계자인 세실 공주를 데리고 피신하려 했으나, 공주가 어머니의 명을 따르지 않았다. 알렌이 위험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사실을 알자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즈리엘과 아이언이 각각 스필레인과 마리엔을 대표한다면, 이 자리에서 밀렌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은 대공주의 약혼자인 아르미렌 로엔 피에타스 라피트 백작뿐이었다. 그는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

레나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동생을 보았다. '내가 할까?' 알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라디가 엄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려는 것처럼 결사적으로 그녀에게 매달려 있었다.

늙은 집사가 눈물이라도 흘릴 듯한 얼굴로 무언의 호소를 보냈다. '그냥 가만히 계십시오.' 알렌은 그 시선을 외면하며 라스카를 바라보았다. 라스카는 아기를 겉옷으로 감싸 조심스럽게 땅에 내려놓았다. 그녀는 아기의 이마에 마지막으로 키스했다.

알렌은 몸을 돌렸다. 그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낭랑했다. 회의를 주재하고 명령을 내리던 목소리였다.


"스필레인의 즈리엘 타마센, 지난밤 저지른 파괴 행위에 대한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다."


어젯밤과 마찬가지로 즈리엘은 그를 무시했다. 이것도 전략이었다. 만약의 경우 즈리엘과 스필레인 정부를 분리하기 위한 술수였다.

그녀는 이번 작전에서 로트렉을 전면에 내세우고 본인은 마법사들과만 이야기했다. 정식 직위를 갖춘 사람들과 교섭하면 나중에 즈리엘의 단독 행동이었다고 발을 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이언이 나타나면서 그녀의 계획은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는 스스럼없이 알렌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이야, 백작."

"오랜만입니다."

"형의 일은 유감이다. 죽어서까지 내게 뒷정리를 시키다니, 백작이 대신 내게 사례해야 할 거야."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오셨습니까?"

"알기 싫어도 알게 됐지. 그의 죽음은 큰 사건이니까. 그러나 정상적인 죽음이 아니었기 때문에 부랴부랴 뛰어왔다."

"정상적인 죽음이 아니었다니, 무슨 뜻입니까?"

"나중에 설명해 주지."


대답을 회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알렌의 뒤에서 라스카가 걸어 나왔다.


"제게도 설명해 주시겠죠?"

"아아, 라스카. 잘 지냈나?"


라스카는 미소로 그 질문을 흘려보냈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맑고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리엔은 평화를 원한다. 또한 우방국의 수도에서 일어난 비극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


즈리엘이 피식 웃었다. "넌 뭐냐?" 그녀에게 라스카는 제이드 라피트의 제자이자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었을 뿐 정치적인 의미가 없었다.

아이언은 표정이 변했다. 처음에는 놀라움, 다음에는 재미있어 하는 표정이었다. 라스카는 그에게 요청했다.


"저를 국왕 전하께 데려다주세요."


마리엔의 궁정마법사는 빙그레 웃으며 되물었다.


"무슨 자격으로?"

라스카는 마리엔 어로 대답했다.


“Mina Hilia(왕녀의 자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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