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목적 1
저벅.
진흙이 가득 묻혀있는 구두소리가 들려왔다. 많이 늦은 시간 그가 걸어가고 있는 곳은 다름이 아닌 그가 속해있는 집단인 달늑대의 본사건물이였다.
구두뿐만이 아니라 몸전체가 많이 더럽혀져있는 모습이였다. 마치 방금 전쟁이라도 하고온것마냥 그의 모습은 초췌해보였지만 그의 눈은 차갑게 타오르고 있었다.
끼이이이익...
어느새인가 그는 14층의 문 앞에 서더니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이렇게 늦은 시각이지만 아직 자신의 책상에 앉아있는 그의 상관인 유안 풀문이 의자에 기댄채 들어온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 12월 2일부터 지금까지. 근 한달간 어디에서 뭘 하고 있었나. 자카스. "
유안의 목소리 역시 자카스 못지않은 진지한 중저음의 톤이였다. 자카스는 이내 유안을 바라봤다. 마치 자신에게 할말이 없냐고 말하는듯해보였다. 하지만 유안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않았다.
그런 무거운 분위기가 지속되자
" 알고 계셨습니까? "
분위기를 깨고 자카스가 먼저 말했다. 자카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유안 역시 숨을 한번 내쉬고는 대답했다.
" 뭘 말이냐. "
" 저희 부모님에 대한 것 말입니다. "
" 해질녘에 대해서 더 말할게 남아있었나? 해질녘사건에 대한 기록은 모두 기록보관소에 있는 그대로다. 열람자격은 자네도 가지고 있을테지. "
" 줄리어스 원로님에 대한것도 알고 계신겁니까? "
자신의 아버지의 이름이 나오자 유안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그것에 대해서는 유안 자신도 어떻게 확답을 내려줄수 없었기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유안을 바라보며 자카스는 뒤돌아섰다.
" 자카스 세르파. 특수임무를 마치고 지금 복귀했습니다. 정상적인 보고서는 내일 제출할테니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
꽝.
자카스는 그대로 문을 닫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실란나-
따사로운 햇빛같은 것이 내 발앞을 내려쬐고 있다. 내가 지금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냐면 지금 내 눈 앞에서 버드녀석이 거울을 들고는 날 향해 조준하고 있는 것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슬금슬금 거울의 각도가 점점 올라가기 시작한다. 마치 그 빛은 버드녀석의 눈빛마냥 기분나쁘게 내 몸을 타고 올라왔고 나는 더 이상 그걸 참지 못하고 녀석에게 달려갔다.
내가 달리기 시작하자 녀석도 달리기 시작했다.
" 야. 이..씨..너 거기 안서 ? "
" 너같으면 서겠냐? "
" 아..오...씨... "
" 케헤헤헤헤! "
정말 분한것은 저녀석이 나보다 발이 빠르다는 점이다. 하지만 체력에서는 자신이 있다. 그리고 저 녀석은 아주 저질체력이지. 나는 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버드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뛰고있는 곳이 문제였다. 달늑대본사의 정원이였고 그 곳에는 수 많은 달늑대요원들이 휴식을 취하는 장소였다.
한 10초를 달렸을까. 버드는 길을 지나가고 있던 조준에게 잡혀버리고 말았다. 나는 그대로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주먹을 꽉 쥐고는 그대로 버드의 얼굴을 가격했다.
빠각.
쎄게 때린건 맞는거 같은데 이런 소리가 날 정도였나. 고개를 돌려 버드의 얼굴을 보니 입에 거품을 물고 기절해있는 상태였다. 기절한 버드를 잡고있던 조준은 이내 괴물보듯이 날 바라보며 말했다.
" 적당히 하지 그랬냐. "
" 동감이야. "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있자 정원의 입구에서 차가운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니 겨울이니까 추운건 맞긴한데 격이 다른 추위라고 말해야될까. 제주도 겨울에서 강원도의 겨울로 바뀐듯한 느낌이였다.
그곳을 쳐다보자 그곳에서 처음보는 여성요원이 걸어오기 시작했다. 미소를 지으면서 한손을 흔드며 다가오고 있는데 나에게 하는건 아니지?
고개를 돌려 조준을 바라보자 조준 역시 그녀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역시 나한테 하고 있는건 아니였어.
그녀는 이내 우리의 앞까지 왔고 그제서야 그녀는 날 알아보고는 이내 입에서 안녕이 다 나오기도 전에 조준의 손을 낚아채고는 몇미터 떨어져있는 나무로 가더니 말했다.
" 잠깐잠깐. 누구야 저 시원하게 잘 빠진 미인은. 설마 한달전에 새로 입사한 랑요원이야? "
" 잠깐만 아샤. 이 손좀 놓고 말해줄래. 아무리 불안해도 나보다 키가 큰 너가 나의 멱살을 잡으면 숨이 막혀. "
아샤라고 불린 그녀는 이내 아 미안이라고 말하고는 이내 잡고있던 멱살을 놓았다. 다시 지상을 돌아온 조준이 말했다.
" 그때 임무를 막 나가고 막 복귀했었으니 만날일이 없었겠지. 맞아. 그녀가 우리 랑에 새로 편입해서 들어온 이실란나야. 생긴건 저렇게 생겨도 상싸움꾼이야. "
" 잠깐만 잠깐만. 랑은 팀제잖아? 자카스씨랑 팀인거 아니야? "
" 정말 다행이게도 자카스도 장기간 개별임무를 맡아서 너가 생각하는 그런일은 없었단다. "
조준의 말에 순간 발끈한 아샤가 조준을 노려봤다.
" 그런일이 뭔데? "
하지만 아샤의 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조준이 주절주절 말하기 시작했다.
" 아항. 팀으로 임무에 나가서는 뭐 역경과 고난을 같이 헤쳐나가고 거기서 사랑이 싹튼다던가? "
그 순간 조준의 볼 옆으로 날카로운 얼음조각이 날라왔다. 그리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그 조각은 조준의 뒤에 있던 나무에 박혔다.
" 뭐라고..? "
"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없었어요. 진짜. 레알. 찍고. "
그 말을 듣자 안심을 했는지 아샤는 이내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그러면 다행이고. "
그리고 그둘은 이내 다시 버드를 들고있던 나에게 다가오고는 인사했다.
" 안녕하세요. 이실란나씨. 저는 아샤 썬소로우입니다. 반가워요. "
" 네. 반가워요. 썬소로우씨. 저는 이실란나 이리노스카야 이바노프입니다. "
아샤는 이내 내가 들고있던 버드를 뺏고는 그대로 조준에게 던져버리고는 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 정말 반가워요. 달늑대에는 여성요원이 정말 적은데 우리 잘 지내봐요. "
" 네. 그래요. 잘 지내봐요. "
조준은 이내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버드를 들쳐메고는 정원의 끝으로 사라졌다.
나와 아샤는 이후로 정원의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 어머 그러면 언니시네요. 언니라고 불러도 되죠? "
" 응. 그래. 괜찮아. "
그녀에게서 풍겨져오는 한기에 비해 그녀는 붙힘성이 아주 좋은 아이였다. 나이를 들어보니 아직은 미성년이였다. 몸은 절대로 성인인것처럼 보이는데.
" 그러고보니 언니는 왜 랑에 입사하신거에요? 세계정부에도 특무대가 있지 않았나요? "
" 꼭 알아내야할 일이 있거든. 근데 세계정부에서는 생각외로 잘 안됬어. "
조금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하자 아샤는 나의 손을 잡고는 말했다.
" 언니. 힘내요. 달늑대는 생각외로 유동적인 집단이에요. 절대안되같은건 없어요. 언젠간 언니가 원하는걸 얻을수있을꺼에요. "
" 어..? 응..그래.."
뭐랄까. 이 얘의 속성이 대충 뭐인지 알거 같기도 하다.
이내 곧 아샤는 임무보고를 하러가야된다면서 자리를 떳고 나도 랑의 사무실로 이동했다. 사무실의 문을 열자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쇼파에서 아직까지도 기절해있는 버드였다.
세상에...아직까지 못깨어나고 있을줄이야. 생각치도 못했다. 이내 날 발견한 라라란이 나에게 쫄래쫄래 다가오며 말했다.
" 이실란나씨. 어서와요. 오늘이 새로운 임무를 맡는 날이였죠. 자리에 앉으세요. 버드씨는 미리 와있네요. "
기절해있는 버드를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소리를 하는 너도 대단한 아이야. 아샤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이 집단의 미성년자들은 대단한걸. 아직 2명밖에 못 만나봤지만.
" 이번 임무에는 4인팀이 될꺼에요. 버드랑 이실란나씨 그리고 자카스씨와 아샤씨가 될껍니다. "
" 잠깐. 아샤는 랑요원이 아니지 않아? "
" 맞아요. 하지만 그녀는 1군단에서도 상위랭커니까요. 사실 그녀도 랑에 들어왔었어야했는데 딸바보이신 분이 있어서. 대장도 참 곤란했죠. "
" 그거 참 재미있을거 같아. 이야기해주지 않을래? "
" 특별한건 아니였어요. 아샤의 아버지는 크로노스 썬소로우라고 1군단의 장이거든요. 자식사랑이 정말 지나쳐서 임무에는 동원할수있지만 부대이동은 절대 안된다고 못을 막아버리는 바람에...거기다 에우리야 사건때도 뭐... "
" 에우리야 사건..? "
" 기록보관소에서 열람해보시는걸 추천해드릴께요~. "
라라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사무실의 문이 열렸고 그곳에서 자카스와 아샤가 들어왔다. 둘이 동시에 온걸보니 오는 도중에 만났다보다.
근데 뭔가 아샤의 표정이 이상하다. 아니 얼굴색이 좀 빨간거 같은데 속이 안 좋나.
그리고 모두가 쇼파에 앉았고 반대편쇼파에 앉은 라라란이 그들에게 서류를 한장씩 나눠주며 말했다.
" 다들 오셨으니 자 이 서류들을 받으세요. 이번 임무는 생각외로 위험한 임무가 될꺼에요. 임무에 대한 내용은 간단해요. "
라라란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뭔가 가녀린 포즈를 지으면서 말했다.
" 마왕에게 붙잡힌 공주님을 구하는 임무랍니다! "
하지만 나와 자카스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고 버드는 여전히 기절해있는 상태 그리고 아샤는 정말 작은소리로 와...라고 속삭였다. 반응이 미적지근하자 라라란은 금새 다시 서류를 바라보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정말...호응이 나쁘네요. 이번 임무는 북미아포칼립토(apocalypse + 土 )에서 소규모아포칼립스가 일어났던 지역에 갇혀있는 세계정부 고위관료의 딸을 구해내는 임무입니다. 소규모 아포칼립스가 일어났던 지역인만큼 마력안개의 농도도 짙은 편이기에 여러분들이 선택되었습니다. 끝. 자세한 내용은 여러분들의 단말기로 보내놨으니 이동하면서 봐주길 바랍니다. "
항상 생각하지만 이 집단. 밖에서 보는것과는 다르게 정말... 나는 이번 팀의 멤버들을 둘러봤다.
자카스는 생각외로 아무런 표정도 없이 서류를 읽고 있었고 그런 자카스를 아샤는 여전히 붉어진 얼굴인채로 보고 있었다.
어 음. 아픈게 아닌가.
자카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그렇다면 바로 출발하자. 2시간 뒤에 공항에서 보자고. "
- 작가의말
“ 그가 다 알아내버린 것은 아닌가? 자네도 모르고 있는걸 말일세. ”
“ 제가 모르는걸 그가 알리가 없지 않습니까. ”
“ 만약에 그가 모든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할 셈인가. ”
“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모르겠다라는 말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군요. 전 아버지를 아직 믿고 있으니까말입니다. ”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