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근절 작전 9
눈 앞에 펼쳐져있는 참혹함을 난 본적이 있다. 수일 전에도 수개월전에도 수년전에도 수십년전에도 나의 눈 앞에서는 피로 얼룩진 광경은 찰나의 순간도 날 가만히 두지 않았다.
그때도 그랬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가 살리고 싶은 사람들이 날 위해서 나보다 먼저 죽었다. 그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였다. 그들 또한 날 그만큼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들을 탓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면 세계를 탓했어야 했을까. 모든걸 이 상황까지 만들어가고 있는 이 세계 시스템 그 자체를 부정해야 했을까. 지금에 와서는 그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내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약속을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이 세계를 존속시켜야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리미트도 없이 달려왔다. 손에 피도 묻혔다. 손뿐만이 아닌 말을 하는 입에도 피를 묻혔다. 내 손짓과 행동 그 모든 것에 범벅이다. 하지만 그것도 곧 끝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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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바닥에는 3군단에서 한 이름하는 실력있는 요원들은 이미 다 쓰러져 있었다. 그들만이 쓰러져 있는 것은 아니였다. 각기 다양한 옷을 입고 있는 마력중독자들 역시 죽어가고 있었다.
서 있는 것은 오직 한 명. 그 시체로 가득한 곳에서 유독 입김을 내뿜고 있는 자, 줄리어스 풀문이 있었다. 줄리어스는 한쪽 손에 쥐어진 리볼버의 탄환을 재장전을 하고 있었다.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정교함으로 그는 아직 너무나도 건재해보였다.
다 장전을 끝내갈때쯤. 저 멀리서 구둣소리가 들려왔다. 그뿐만이 아니였다.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선전하고 있는 타는 소리도 함께였다. 안개너머로 보이는 줄리어스의 빛깔과 같은 색의 빛을 지닌 불꽃이 보였다. 누구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달늑대에서 붉은색 제복을 입는 사람은 딱 한명뿐이였다.
" 이미 실패하신거 아닙니까. "
자카스가 안개속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그의 말투에서는 그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비아냥이 섞인 조롱도 분노를 자아내려는 우롱도 없었다. 그저 사실확인만을 원하는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 그렇게 생각하나. 자카스. 아직 아무것도 결정이 나지 않았다. 거기다 난 굴복하지 않았다. 내 목숨이 그 역할을 다 하는 날. 결과를 알 수 있겠지. "
하지만 줄리어스는 그런 자카스에게 오히려 당당한 기세로 대답했다. 하지만 자카스는 여전히 무미무취무면 모든것이 변화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를 감싸고 있는 황금빛에 가까운 거의 무색에 불꽃은 주위의 안개를 끊임없이 불태우고 있었다.
딱.
자카스가 손을 들어올렸다. 엄지와 검지를 튕기며 그 특유의 소리를 냈다. 그 순간 안개는 사라졌다. 보이는 것은 그것뿐이였다. 이후 자카스의 등 뒤에서부터 한명씩 한명씩 누군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실란나,버드, 그리고 가면을 쓰고 있는 줄리어스가 누구인지 손쉽게 알아맞출 수 있는 6부대 제복을 입고 있는 요원들이였다. 줄리어스는 이내 들고 있던 총의 탄창을 다시 원상복귀 시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내가 뿌린 악이 그대로 나에게 돌아왔군. 그건 그렇고 일 대 다수의 싸움을 할 생각인가 자네들은. "
자카스도 역시 줄리어스가 일어서자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 당신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 허울 좋은 명예따위 결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요. "
줄리어스는 그 말을 듣자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하. 그렇군. 내가 호랑이새끼를 키웠구나. 너희모두를 강하게 잘라내지 못한 나의 잘못이 정말 크군. 하지만 이제 그 모든것을 바로 잡겠도록 하겠다. "
" 원로님. 투항해주십시오. 아무리 원로님이라도 승리할 수 없을 겁니다. "
듣다못한 버드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하지만 줄리어스는 버드에게 한번 눈길을 주고는 다시 자카스를 바라보고 말했다.
" 난 나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결과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지. 그리고 항상 내가 말해왔지 않았나. 난 너희들의 길을 존중한다. 나의 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도 좋다. 너희의 길을 가라. 그 장애물이 만약 내가 된다하더라도. 너희들의 길이 정말로 옳다면 나를 꺾어서라도 그 길을 관철해라. 그렇다면 난 인정하도록 하마. "
버드는 죄책감이 있었다. 줄리어스 풀문을 배신한 죄책감이였다. 그도 말 할 수 없는 이유로 그곳에 있었는 모양이였다. 그리고 줄리어스가 말했던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기에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버드는 그럼에도 설득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한발짝 더 앞으로 다가서려 하자 이실란나가 그를 팔을 뻗어 제지했다. 버드는 이실란나를 바라봤지만 돌아오는것은 좌우로 젓는 이실란나의 모습이였다. 버드는 이를 악물며 나온만큼 다시 뒤로 돌아갔다.
줄리어스는 이내 주위를 한번 쭉 돌아보며 말했다.
" 이제 시작하면 되겠나? "
" 아직이요. "
멀리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줄리어스의 뒷편에서부터 나타났다. 오리하와 정조준을 어깨에 메고 있는 시이네가 나타났다.
쿵.
이내 조준과 오리하는 바닥으로 던져버리듯이 내팽겨쳤다. 둘다 간소한 신음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이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 저희 부상자입니다. 너무 심하게 대하시는거 아닙니까! "
" 개소리하네. 뒤질라고 확. "
" 아 씨. "
이내 한손을 올리며 위협을 하는 시이네에게 조준은 양손을 들어오며 방어를 하는 태세를 취했다.
" 곧 끝이야. "
시이네가 검을 뽑아들었다. 곧 줄리어스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인원들이 자신들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멀리서 제 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것만큼 불합리한 싸움이 없었을 것이다. 다 늙은 원로요원을 젊은이들이 폭행하려고 하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테니 말이다.
곧 그들은 격돌했다.
줄리어스는 들고 있는 리볼버를 바로 사용하지 않았다. 손에 쥐고 있는 채로 오직 그 주먹만으로 그들과 싸우고 있었다. 제일 먼저 이실란나와 폴른이 그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줄리어스는 그 주먹을 자신의 주먹으로 분쇄해버리고는 이내 곧바로 그녀의 팔을 잡아 저 멀리 바위로 던져버렸다. 애초에 주먹이 부딪힐때부터 폴른화가 되어 있는 그녀의 주먹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이미 그때부터 정신을 잃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바위에 끼여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버드가 달려들었다. 이실란나가 당하자마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줄리어스의 배후로 이동했다. 이곳에 있는 마력중독자들 그 누구도 그를 알아채리지 못했지만 줄리어스는 곧바로 나타난 버드의 옆구리를 발로 후려찼다. 이번에도 둔탁한 소리를 내며 버드는 저 멀리 나무에 부딪혔다. 그는 정신을 잃지는 않았지만 금방 움직이지 못했다.
그 다음부터는 부서진 얼굴 6부대요원들이 그에게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효과가 있었다. 줄리어스 역시 인간이였기 때문에 한번에 여러 방향에서 오는 공격을 막지는 못했다. 비겁했지만 효과적인 수단이였다.
그럼에도 6부대 인원들은 많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줄리어스의 손에 의해서 마력의 재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들의 역할은 톡톡히 해낸듯해 보였다. 줄리어스의 몸에는 이미 수 많은 상처가 생겨났기 때문이였다. 마력에 의한 상처는 아니였는 모양이였는지 제 2 늑대사냥때와 같은 회복은 불가능해보였다. 줄리어스 자신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 이것 참.. 힘... "
탕!
한숨을 돌리려고 하는 줄리어스의 어깨가 한줄기 빛이 꿰뚫었다. 멀리서 쏜 것은 아니였다. 자카스보다 조금 뒤에 있는 정조준이 어느샌가 양손에 들고 있는 저격총의 조준경으로 줄리어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 오. 아까전에는 조금 흥분해서 잘 몰랐는데 정말 유효한데? "
줄리어스는 어깨에서 흘려내리는 피를 바라봤다. 하지만 지혈을 할려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정조준을 향해서 리볼버를 치켜들었다. 거의 무조준에 가까운 속도였다.
탕!
이번에는 줄리어스의 리볼버가 빛을 내뿜었다. 황금빛을 머금은 탄환이 정조준을 향해 날아갔고 정확히 적중했다. 정조준은 그 공격을 방어하려 자신의 앞에 전력을 분사시켰지만 탄환은 그 방어막을 뚫고 정조준의 폐를 정확하게 관통했다.
" 흐으으으윽! "
순간 호흡에 문제가 생겨버린 듯한 조준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는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 어째서 단순한 총알이...컥컥. "
자카스는 그런 정조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 아무리 그래도 너무 방심한 거 아닙니까. 이실란나도 버드도 그렇고 동화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자기를 너무 과신한겁니까. 줄리어스 풀문의 마력은 이미 기적급입니다. 당신들도 죽을 수 있다는 거죠. "
그는 작은 숨을 내쉬었다. 무표정이였지만 그것은 한숨이였다. 하지만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습관에 가까워보였다.
탕!
줄리어스 다시 한번 조준을 향해서 총을 쐈다. 그 순간 시이네가 조준의 앞을 서며 총알을 막아냈다. 깡하는 소리와 함께 시이네의 검이 크게 울렸다. 이내 오리하가 앞으로 나섰다. 쿄우를 상대했던 거대한 검을 뽑아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손으로 그것을 들었다. 나머지 한손에는 그녀가 달늑대에서 사용하던 특제 권총이 들려있었다. 오리하는 이내 시이네에게 눈빛을 건넸다. 그녀들은 곧 줄리어스를 향해서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꽤나 장기전이 되어가고 있었다. 단 한치의 방심도 하지 않고 서로의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니 오리하와 시이네만이 전력으로 싸우고 있었다. 상처를 입고 있음에도 줄리어스의 기력은 낮아지지 않았다.
시이네가 그나마 틈을 보인 줄리어스에게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검은 줄리어스에게 닿지 못했다. 오히려 줄리어스는 그 틈을 노렸다는 듯이 그녀의 손목을 쥐어잡았다. 그 순간 시이네는 당황했고 곧 줄리어스는 시이네의 손목을 비틀었다.
" 큭! "
시이네는 그대로 검에서 손을 놓고는 거리를 벌리려 했다. 하지만 이미 잡혀버린 손목을 절단하는 것 외에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할쯤. 줄리어스는 그대로 시이네를 후려찼다. 시이네는 멋지게 하늘을 날고는 바닥에 추락했다. 하지만 금새 일어나며 오리하에게 말했다.
" 오리하! 칼! "
곧 시이네의 손으로 검은 안개가 생겨났고 새로운 모습의 도가 나타났다. 시이네는 그걸 보여잡고는 다시 전투태세를 갖췄다.
하지만 줄리어스는 시이네가 놓아버린 검을 주워들었다. 그가 검을 집자 검은 곧 황금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 이건 쓸만하겠군. "
그리고 다시 전투가 개시됬다. 검을 획득한 줄리어스는 아까와는 다른 적극적인 반격을 하고 있었다.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줄리어스는 시이네를 순식간에 들고 있는 도 째로 베어넘겼다. 짧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시이네는 그 자리에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오리하가 곧바로 줄리어스의 배후에서 그를 급습했지만 금새 검으로 막혀버렸다. 줄리어스는 들고 있는 리볼버로 그녀가 들고 있는 또 다른 손에 있는 총을 쐈다. 총은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지며 폭발했다. 물론 그 파편이 오리하의 온몸으로 튀었고 그곳에서부터는 피가 철철 흘러넘쳤다. 줄리어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그녀가 들고있는 검째로 그녀에게 총을 쐈다. 정말 말도 안되게도 그녀가 들고 있는 검 역시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그 파편이 그녀에게 날아가 큰 상처를 주었다. 이미 치명상이였다. 줄리어스는 일어서있는채 온몸에 철의 파편이 박혀있는 오리하의 머리를 향해 리볼버의 총구를 들이밀었다.
탕!
오리하가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 추락했다. 추락한 대지에는 그녀의 피로 흥건히 물들었다. 그녀의 모습이 재로 변하지 않는 것을 보니 아직 그녀는 죽지 않은 모양이다.
줄리어스는 곧바로 뒤를 돌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자카스를 향해 마지막 탄환이 남은 리볼버를 겨냥했다.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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