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력중독6
턱.
그림자속에서 나타난 그를 확인한 슈테판의 모습은 조금은 놀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그가 나타난 이유를 모르겠거니와 애초에 복귀했을때 이 곳에 그가 없었는지에 대한 경계심이 들었던 모양이였다. 하지만 정은 그런 그의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 제대로 맞았다면 죽었을겁니다. 빈 슈테판. "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건네고 있는 정의 모습에 슈테판은 그 짧은 시간, 다시 생각에 빠졌다. 그의 의도를 읽어내려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정은 그런 긴 시간까지는 주지 않았다.
" 하고 싶은 말이 많겠죠. 일단은 저희들을 따라와주십시오. 당신들의 동료, 윈프레드 풀문이 위험합니다. "
정은 말을 끝낸 후 곧바로 뒤돌아 앞장섰다. 하지만 로지나는 랑의 요원들,슈테판과 이소은 그리고 소피가 움직일때까지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마 기다려주는 것인 것 같았다. 하지만 정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소피가 상처입은 몸을 추스리고 일어나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 윈프레드가 위험하다는게 무슨 소리죠!? "
그녀의 외침은 정은 다시 뒤돌아섰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조금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그는 지부장인척하는 마력중독자와 함께 있었습니다. 그의 추리는 대략 맞았죠. 핀트가 조금 어긋난 감이 없지않아 있습니다만, 결과는 그가 당했다는겁니다. 제가 때마침 이곳에 올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 역시 마력중독자가 될뻔했습니다. 걱정하지마세요. 저희요원중 뛰어난 요원 한명이 그를 보호해 생존자들의 피신처로 데려갔으니까 말입니다. "
소피는 그의 말에서 윈프레드의 상황을 들으며 나쁜 상황과 이후 좋은 상황으로 이어지는 말에서 엄청난 표정변화를 보여줬다. 그에 비해 슈테판은 역시나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곧 소피를 부축하고 있는 이소은의 어깨를 살포시 밀며 말했다.
" 너희들은 먼저 가라, 난 여기에 남겠어. "
어깨를 떠밀린 이소은은 갑작스럽게 고개를 돌리며 슈테판을 쳐다봤다.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정이 그녀를 대신해 말했다.
" 그녀는 포기하는게 좋을겁니다. 거기다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난 상황입니다. 당신도 안전하지 못해요. "
" 그래도!!!! "
슈테판은 수긍할 수 없었다. 이대로 이곳을 떠나게 된다면 죄책감에 짓눌려 죽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였다.
" 죄책감을 변명으로 죽을 생각입니까? "
정이 말했다.
" 뭐라고..? "
슈테판의 목소리가 떨렸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는둥의 표정을 짓고 있었고 오히려 자신을 꿰뚫어보고 있는 정의 모습에 당황하고 있었는 것인지도 모른다.
" 그녀가 죽었다고 확신할 수는 없죠. 죽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여기서 계속 버티고 있는다면 당신은 확실하게 죽습니다. "
또 한번, 정의 눈빛이 슈테판을 꿰뚫었다. 슈테판은 억지로라도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고집이 강한 그였지만 고집을 부릴 상황이 아니였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 젠장!!!!! "
슈테판이 성질을 부리며 곧 이소은이 부축하고 있는 소피를 등에 업고는 정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이소은 역시 그의 뒤를 따랐고 그제서야 로지나는 확인을 마치고 그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소피가 다른쪽으로 사라지는 로지나를 바라보고는 정에게 말했다.
" 그녀는 어디로 가는거죠? "
" 당신들의 동료중, 한명이 더 있지 않았나? "
순간 모두들 아하라고 수긍하며 정의 뒤를 계속해서 따라 걸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이동했다. 달늑대지부지역을 한참을 벗어나 나무가 가득한 숲까지 이동했다. 엄청나게 빼곡하게 심어져 자란 나무는 자연적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마치 무엇인가가 작용한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의 눈에는 그런 것은 보이지 않았다. 이내 정이 발걸음을 멈춘 곳에는 임시텐트들이 쳐져있는 진짜 생존자들의 피신처가 있었다.
하지만 이 주위에도 역시 마력안개는 존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피신처 주위에 나무에 박혀있는 결계석이 피신처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었다. 이소은은 그 결계석을 바라보자 한눈에 그것이 최상급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곧 정이 말했다.
" 여기까지 오면 안심이군요. 오 저기 보이는군요. "
" 윈프레드!!! "
정이 곧 엘리나가 치료를 해주고 있는 윈프레드를 발견하고 말을 하려했지만 곧 상처입은 몸임에도 불구하고 소피가 윈프레드에게로 뛰어갔다. 하지만 곧 그를 치료해주고 있는 엘리나와 마주치게 되었지만 이내 상관하지않고 그를 끌어안았다. 윈프레드 역시 그런 소피를 살포시 안아주었다. 그리고 그를 치료하고 있던 엘리나는 이내 소피까지 치료하기 시작했다.
곧 그들을 뒤따라 로지나가 야오린을 한손에 쥐고 나타났다. 야오린은 입에는 거품을 물고 기절해 있었다. 정은 이내 식은땀이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 설마...죽인건 아니겠지? "
" 설마요. "
휙. 툭.
로지나는 손에 쥐고 있던 야오린을 그대로 윈프의 옆에 있는 간이침대로 던져버리면서 대답했다. 슈테판은 그대로 주위를 돌아보고 있었다. 끔찍한 광경이였다. 주위에는 엄청난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 많았다. 흡사 전쟁터에서 막 실려온 부상자들과 같아보였다. 하지만 멀쩡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가 도와줬었던 그때의 마을사람들이였다. 곧 정이 슈테판의 옆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 이곳에 아포칼립스가 일어났다는 건 아실겁니다. 외부 아포칼립토에 근접해있던 이 지역은 안전하지 않았죠. 확실하게 폭발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아까 폐허가 된 마을에 있던 사람들처럼 마력에 중독되어버렸죠. 달늑대요원들도 예외는 아니였습니다. 하지만 일반인과는 다르게 마법사나 능력자들이 마력중독에 걸리는 경우는 이성을 잃지 않더군요. 그들은 곧 다시 인간이 되었습니다. 카모플라쥬가 가능했던거죠. "
" 저희들은 이 재난속에서 살아남은자들을 모아 이곳에 보호했습니다. 당신들에게도 말해주려고 했습니다만 그럴 상황이 아니였죠. 생존한 마을사람들을 지키는 것을 더 우선시했습니다. 당신들은 마을사람들보다는 강력하니까요. 사실 본사에서 이렇게 지원이 와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들이 요청한 것이긴 하지만 무슨 생각으로 한건지는 상상이 가질 않는군요. 이곳 상황으로는 지원요청하기는 커녕 스스로를 지키는 것만으로 벅찬 상황이라서 말이죠. "
정은 끊임없이 말을 했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된 이유와 일어났던 일등, 하지만 곧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이소은이 그의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정돈되지 않은 앞머리가 그녀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똑바로 정의 얼굴을 쳐다봤다. 앞머리때문에 생긴 그늘속으로 그녀의 눈이 보였다.
" 이 상황을 타파할 방법이나 알려주세요. "
정은 순간 당황했다. 갑작스러운 존재감 표출이라는게 이런건가 싶은 생각을 한 정은 곧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대답했다.
" 사실, 아포칼립스가 일어난 직후 그 폭발의 심부에는 마력중독자가 있었습니다. 아니 일어난 후에 나타났다고 표현하게 더 낫겠군요. 저희는 생존자들을 구조하는 동시에 마력중독자들도 제거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운이 좋게 만났다고밖에 말할 길이 없겠네요. 그 마력중독자를 제거하려했습니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어요. 물리현상자체도 왜곡시키는 강한 마력이였습니다. 지금의 저와 동료들로써는 답이 없다고 생각해 방치해두고 있었습니다만, 아마 그 마력중독자가 이 강한 마력안개를 내뿜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
정의 말을 듣고 있던 이소은은 이내 슈테판을 바라봤다. 슈테판의 심각한 표정을 보아하니 지금이야기를 안듣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곧 이소은은 정에게 다시 말했다.
" 아까 놔두고 간 우리 동료를 다시 구하러 가야해요. "
그 말을 듣자마자 슈테판은 거짓말처럼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
" 그래! 충분히 쉬었어. 지금 당장 구하러 가야해! "
이소은은 한숨을 쉬었다. 정은 그 둘을 향해 양손을 저으며 대답했다.
" 이곳에 도착한지 얼마되지도 않았습니다. 이곳의 마력안개는 매우 위험한 수준이니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가시는 것이 좋을겁니다. 기왕이면 저기 입에 게거품을 물고있는 치유사와 함께 가는 것이 더욱 좋겠죠. 낙오된 동료들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말입니다. "
순간 슈테판의 눈에 살기가 띄었다.
" 낙오된게 아니다. "
슈테판의 모습을 확인한 정은 곧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사과했다.
" 이런 제가 말실수를 했군요. 어쨌든 지금 당장 되돌아가도 의미는 없을겁니다. 모두가 안정을 취한 뒤에 그때 가시는게 좋을겁니다. "
말을 끝내고는 정은 피신처의 안쪽 깊숙한 곳으로 사라졌다. 이소은 역시 그가 사라지자 가까운 간이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서 있는 슈테판을 바라보며 이소은이 말했다.
" 틀린 말은 아니야. 그렇게 분해할 시간에 휴식을 하는게 어때? "
그녀의 말대로 틀린 말은 아니였다. 슈테판은 곧 이소은의 옆자리에 신경질내듯이 앉았다. 그리고 그때가 되서야 자신들이 구해주었고 자신들을 구해준 요원들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았다.
왜 이제서야 신경을 쓰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저 눈만을 가리는 어디 무도회장에서나 볼 수 있는 가면이였다. 그런 가면을 쓰고 있는 엘리나와 로지나를 슈테판은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곧 시선을 느낀 로지나가 슈테판을 바라보며 말했다.
" 하고 싶은 말이 있나봐요? "
" 그 가면은 왜 쓰고 있는겁니까? "
생각외의 질문에 로지나는 잠깐 침묵했다. 하지만 오랜시간이 지나지 않아 자기들끼리 껴앉고 있는 윈프레드와 소피를 치료하고 있던 로지나가 그가 들린 정도의 적당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마력차단. "
" 뭐라고요? "
" 우리들은 당신들처럼 마력순도가 높지 않으니까, 도구가 필요한것뿐이야. 모양이 문제라면 그것은 단순히 정의 취미. "
술술 대답하는 엘리나의 말을 듣자 곧 솟아오르는 의구심이 확하고 사라졌다. 슈테판은 그대로 눈앞에 있는 탁자에 엎드렸다. 휴식을 취해야한다는 압박관념에 사로잡힌것처럼 심각한 모습이였다. 이소은 역시 그를 바라보며 안쓰럽게 바라보았지만 어쩔도리가 없었다. 그때
푹.
" 억. "
슈테판의 속삭이는 듯한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엎드리고 있는 슈테판의 목에다 엘리나가 주사기를 꽂아넣었던 것이였다. 그 순간 슈테판의 시야는 점점 희미해져갔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이소은은 그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엘리나를 바라보고 있을뿐이였다. 곧 엘리나는 두번째 목표를 이소은으로 삼았던 모양이였는지 그녀를 돌아봤다. 슈테판의 목에 박아넣었던 주사기를 놓고는 겉옷의 속주머니에서 또 다른 주사기를 꺼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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