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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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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최근연재일 :
2019.11.1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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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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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25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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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UMMY

덥지도 춥지도 않은, 구름이 낀 듯 화창하기도 한 듯한 애매하기만 한 어느 오전과 오후의 경계.

이런 어중간한 시간에 어중간하게 백수인 나는 어중간하게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중간한 백수는 또 뭐냐고.

이런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주말이었기에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솔직히 이런 북적거리는 때에 나오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집에서 쫓겨났거든.

평온한 주말을 안락한 내 방에서 보내려던 계획이었건만 여동생의 친구들이 집에 놀러온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 때문에 강제로 출가당해 버렸다.

그냥 얌전히 내 방에만 있겠다고 빌어보았지만 문답무용으로 퇴출. 친구들한테 그렇게 오라버니를 보여주기가 싫었니? 설마 내 여동생이 브라콘!? 꺄아 몰라 부끄러워.

뭐 그런 이유라면 어쩔 수 없지. 정말 곤란한 여동생이라니까.

그건 그렇고 지금부터 어떻게 할까...

이렇게 한가할 때 부를 수 있는 친구가 있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런 친구 같은 건 없다구 하하!

왠지 모르게 다리에 힘이 빠져 벽을 짚고 멈춰 섰다. 왜 눈물이 날 거 같은 거지?

젠장. 친구 따위 없어도, 여동생이 나를 업신여겨도 나는 슬프지 않은걸...

내 인생을 돌아보며 고독을 곱씹고 있을 때 문득 바지를 당기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렸다.

돌아보니 그 곳엔 까만 정수리와 꼬리 같은 두 갈래 머리. 그 아래에서 빛나는 동그랗고 커다란 눈이 나를 올려 보고 있었다.

이른바 ‘어린’ 여자아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해서 말하자면 ‘매우 어린’ 여자아이다.

내가 말하는 것도 어떨까 싶지만 입에 담은 것만으로도 범죄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여자아이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헤 벌리고 내 바지자락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어어, 이건 그건가? 남자의 인생에 한번쯤은 찾아온다는 체포 시추에이션인가?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주고 성추행범으로 몰렸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이젠 그걸 넘어서 저쪽에서 먼저 어택 해 올 줄이야. 정말로 살아가기 무서운 세상이 돼버렸어.

아무리 생각해도 함정이란 생각밖엔 들지 않는다. 이럴 땐 무시하고 자리를 뜨는 것이 상책이지.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여자아이의 손을 뿌리치고 뒤돌아 가려 마음먹은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여자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쪼그려 앉은 뒤였다.

아뿔싸. 나도 모르게 오라버니 스킬이 발동되고 말다니.

오랜 기간 여동생을 둔 오빠들은 자연스럽게 연하의 여자애들에게 무른 반응을 보이고 만다고 한다. 그저 뜬소문인줄로만 알았었는데...

눈높이가 같아진 나를 보며 여자아이는 꼬물꼬물 손을 움직여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

이래선 이제 도망치긴 글렀구나.

“왜 그러니?”

“아저씨 미아야?”

최대한 평정을 가장해서 물었더니 또 다른 물음으로 돌아왔다.

얘야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는 건 좋지 않단다. 그리고 난 아저씨가 아냐.

그건 그렇고 미아라. 이 나이에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보지만 사실 인생이란 길에서 발을 헛디뎌 버린 나는 이미 어엿한 미아일지도 모른다. 아니, 오히려 올바른 길을 나아가고 있다고 확신 할 수 있는 사람 따윈 없는 것이 아닐까?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이 세상 사람들은 모두 길을 잃고 헤매는 미아인 것이다.

당장 나만 해도 집에서 쫓겨나 갈 곳 없이 헤매는 신세고 말이지.

이 장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참지 못했는지 여자 아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기 있잖아. 리아는 미아야. 길 잃어 버렸어.”

“으,응 그렇구나...”

“그래서 말야. 리아 말야. 길 찾아야...흑... 되는데 우으....”

이어 나가던 말의 틈새에 물기가 섞이기 시작한다. 이건 그거다. 침착해라 국가공권력의 함정이다.

금방이라도 그 커다란 눈에서 물방울을 떨굴 듯한 여자아이를 보며 멀리서 달려오는 쇠고랑을 든 아저씨들이 떠올랐다.

애가 울기 시작하면 여러 가지로 끝이다. 과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요새 세상이 흉흉하니 농담으로만 치부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줬다가 아이 부모에게 신고 당한 사례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이 세상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아니, 지금은 그것보다도 이대로 가다간 나야말로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른다고.

왠지 모르게 초조해져서 손에 식은땀이 났다. 손을 바지에 닦으려고 문지르는데 뭔가 튀어나온 것이 만져졌다.

......아니아니, 그런 수상쩍고 모자이크가 필요한 게 아니라니까.

주머니에 손을 넣어 속에 든 것을 꺼내 보니 딸기맛 사탕이었다. 내가 언제 이런 걸 주머니에 넣어 뒀었지?

어찌 됐건 이 상황에선 반가운 일이다. 예로부터 여자와 아이는 단 것을 좋아한다고 정해져 있다. 여자에다 아이라면 효과는 두 배!

신의 계시처럼 기적 같은 타이밍에 튀어 나온 사탕을 여자아이의 눈앞에 들어 보였다.

“사탕 먹을래?”

더 괜찮은 말이 없었을까 뒤늦게 생각해봤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뭔가 유괴범 같아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닌 기분이 들지만 말 그대로 기분 탓이겠지.

“이거... 주는 거야?”

울먹이던 여자아이가 믿을 수 없는 것이라도 본 것마냥 눈을 크게 떴다. 뭐지? 설마 이상한 걸 꺼낸 건가?

다시 한 번 봐도 내 손 위에 있는 것은 평범한 딸기맛 사탕이었다.

나는 꺼림칙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되묻는 여자아이에게 재차 고개를 끄덕이며 재촉하듯 손을 내밀었다.

여자아이는 몇 번이나 망설이는 듯이 손을 꼼지락대다가 겨우 사탕을 집었다.

“고마워 아저씨.”

눈꼬리에 물방울을 매단 채로 여자아이는 환하게 웃었다. 정말 무서울 정도로 기분이 휙휙 바뀌는 구나.

예상보다 사탕의 효과가 강력해서 얼떨떨했지만 결과가 좋으니 잘 된 걸로 치기로 하자.

사탕 덕분에 여자아이도 진정된 거 같으니 나도 이만 갈 길을 가도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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