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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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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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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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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2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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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UMMY

한숨 돌리며 몸을 일으키려는데 여자아이가 다시 소매를 잡고 쭉쭉 당겼다. 야야. 그만해 옷 늘어나면 이 나이에 엄마한테 혼난단 말이야.

“리아는 말야. 리아라고 해. 잘 부탁드립니다.”

한손에는 내가 준 사탕을 꼭 쥐고 다른 손으로 내 소매를 늘리면서 여자아이-리아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뭐야 이거 귀엽잖아.

무심코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 주고 싶어지잖아. 에잇 이렇게 된 이상 이젠 쓰다듬을 수밖에 없어!

“꺄하핫!”

까맣고 반질반질 윤이 나는 정수리를 약간 거칠게 쓰다듬었더니 즐거운 듯이 꺄르륵 댔다. 이거 점점 재밌어지잖아.

그곳엔 어린 여자아이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으며 즐거워하는 변태가 있었다... 나인가.

아니, 그것보다도 이상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생각지도 못하게 휩쓸려서 놀고 있었더니 딴죽을 걸 틈을 놓치고 말았다.

......뭐 사실 왠지 모르게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은 했었지만 말이야.

남자에겐 불굴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빠른 포기도 중요하다. 괜히 고집을 부린다 해서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보장이 없다면 더욱 더다.

그래서 도망치는 걸 포기하고 얌전히 사태가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기로 했다. 경찰에 몸을 맡기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할 수밖에.

“어, 저기 너는 뭘 찾고 있었니?”

가족 외에 제대로 대화를 해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나로선 무난하게 입을 열었다.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내 물음에 리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웅...? 으으으? 우웅...”

몇 번이나 고개를 까딱이며 머리를 부여잡고 고민 하는 포즈를 취하던 리아가 돌연 온몸을 활짝 펴며 눈을 번뜩였다.

“모르게써어!”

“어,어... 그렇구나......”

너무나 당당하게 외쳐서 순간 뭐라 반응해야 할지 헤매고 말았다. 이제 슬슬 머리가 아파오는 데.

“그럼 부모님은?”

“부모님?”

“엄마나 아빠 말이야.”

“엄마? 아빠?”

앵무새처럼 내 말을 따라만 하던 리아가 다시 머리를 부여잡았다. 나도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인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리아를 바라보았지만 굳이 대답을 듣지 않아도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학생시절에 읽었던 오발탄이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손님을 태운 택시기사의 기분이 지금에서야 이해될 줄이야.

한국문학의 심오함을 통감하고 있을 때 머리를 부여잡고 있던 리아가 바지자락을 붙잡았다.

“왜 그래? 뭔가 생각났어?”

“배고파.”

울고 싶어졌다.





“흥흐흐흥~”

한손에 닭꼬치를 들고 입에 소스를 잔뜩 묻힌 리아가 마주잡은 내 손을 마구 흔들며 콧노래를 불렀다.

어린아이다운 천진한 모습에 웃음이 나올 법도 하건만 가벼워진 지갑이 마음을 무겁게 해서 웃을 기운도 사라졌다.

저 쪼그만 몸에 도대체 어떻게 그 많은 닭꼬치들이 들어간 것인지 직접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세상이로다.

덕분에 오랜만에 쇼핑을 하려고 가져 왔던 용돈이 순식간에 승천해버리고 말았다.

그런 슬픈 사태를 일으킨 주범은 지금 기분이 아주 좋아져서 마지막 남은 닭꼬치를 오물오물 먹고 있었다.

슬픔이 밀려와서 주저앉아 울고 싶어졌지만 세간의 시선이 무서워서 참았다. 더욱 슬픈 사실은 아직도 먹이를 노리는 눈빛으로 리아가 노점들을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의 지출은 역시나 위험했기에 리아의 관심사를 다른 데로 돌리기로 했다.

“찾고 있던 건 보여?”

내 말에 막 닭꼬치의 마지막 조각을 입에 욱여넣던 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열심히 입을 오물거려 닭고기를 삼킨 후 입을 열었다.

“이쪽으로 가면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어.”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은 커다란 광장이 있는 번화가 쪽이었다. 여러 세련된 가게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어 특히 젊은이들이 콩나물시루처럼 빽빽이 들어차 있어서 나 같은 외톨이들에겐 맹독의 늪지 같은 곳이다.

그 곳에 있는 것만으로 식은땀이 나고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걸 보면 정말로 독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하필이면 그런 곳으로 가자고 하다니. 나에겐 난이도가 너무 높다. 울트라 하드 모드 정도라고. 이탈리아의 시인이 머스트 다이 할 정도다.

그런 내 속내는 아랑곳 않고 리아가 내 손을 당기며 보챘다. 할 수 없이 자그마한 손이 이끄는 대로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주말을 맞은 거리에는 발 디딜 틈도 찾기 힘들 정도로 사람으로 미어터졌지만 리아는 개의치 않고 그 속을 힘차게 걸어 나갔다.

목적지조차 알지 못한 채 끌려가기를 잠시. 한층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광장으로 나왔다.

사람들은 더 많았지만 그만큼 공간이 넓어서 좀 전보다는 숨통이 트였다.

광장에 도착하자 막대에 매달린 당근을 쫓는 당나귀 같이 걸어가던 리아가 멈춰 서서 뭔가를 찾듯이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시 곧 한 곳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찾았다...”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리아를 따라 리아가 보고 있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한 눈에 찾을 수 있었다. 뭔가 특별한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눈을 감은 채 서있는 것뿐이었지만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혀 버렸다.

밝은 갈색 계통의 머리에 감싸인 얼굴은 창백해 보일정도로 하얗고 예술품처럼 수려했다. 그 밑으로 이어진 몸은 늘씬하면서도 중심이 똑바로 서 있어서 모델 같은 기품이 느껴졌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산뜻한 미남이었다. 슬픈 사실이지만 나 같은 인종과는 수성과 해왕성 정도로 거리가 있다.

단지 그런 외견 외에도 보고 있으면 뭔가가 신경 쓰인단 말이지. 그게 뭔지는 확실하게 말하진 못하겠지만.

잠시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내 손을 잡고 있던 리아가 손을 놓고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보고 있던 녀석 쪽이었다.

방금 전에도 찾았다든가 말했었지. 혹시 가족이나 친인척인 걸까. 그렇다면 이제 내가 할 일은 끝이다. 이제 겨우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곳에서 벗어나 느긋하게 주말을 보낼 수 있게 됐구나.

멀어져가는 리아를 보며 멍하게 생각하고 있다 보니 리아의 옷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것이 얼핏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주워 보니 동전크기의 새까만 구슬이었다. 딱히 비싸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아끼는 물건일지도 모르니 돌려주는 편이 좋겠지.

인파속으로 사라진 자그마한 뒤통수를 찾아서 사람들 틈을 헤치며 나아가자 어느새 남자가 있는 곳에 거의 도착해 있었다. 저대로 가버리면 곤란했기에 조금 속도를 내서 걸었다.

점점 리아와의 거리가 줄어들어 가고 광장의 중앙이 가까워지던 어느 순간. 문득 주위가 너무 조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마치 음소거 된 텔레비전마냥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런 인위적인 침묵이 무겁게 숨통을 조이듯 나를 짓눌렀다.

도대체 언제부터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거지? 저 남자를 본 순간부터인가? 아니면 광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렇지 않으면 그보다 더 전부터인가?

그 사실을 인지하자 더욱 이상한 일이 눈에 들어왔다.

이 광장에 있는 사람, 아니 적어도 내 눈이 닿는 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굳어버린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빛바랜 사진 속 풍경처럼 멈춰 버린 세상에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어째서 좀 더 빨리 알아채지 못한 걸까.

누구 하나 눈도 깜빡이지 않는 속에서 이물질처럼 움직이는 것은 나와 리아뿐이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 굳어있는 나를 돌아보는 리아의 표정 역시 경악에 가득 차 있었다. 그야 이런 걸 보면 놀랄 수밖에.

......아니, 다르다. 리아는 나처럼 멈춰 버린 사람들을 보고 놀란 게 아니었다. 이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나를 보며 놀란 것 같았다.

혼란스러운 머리로 어떻게 된 일인지 나 외에 유일하게 움직이고 있는 존재에게 답을 구하려고 한 순간.

원인 모를 강렬한 현기증이 거짓말처럼 온몸을 덮쳐왔다. 서 있지도 못할 정도로 눈이 돌고 발은 돌이 된 마냥 무거워서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 같았다.

이윽고 어째선지 슬퍼 보이는 리아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시야가 암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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