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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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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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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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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2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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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UMMY

“따라 와라.”

꿔다 논 보릿자루처럼 어쩌지도 못하고 서 있었더니 미남이 먼저 움직이며 말을 걸었다. 그 뒤로 용사라고 불리던 여자 둘과 꼬맹이가 따라나섰다.

하긴 무서운 아저씨가 쟤네들에게 내 처우를 맡긴다고 했으니 얌전히 따르는 편이 좋겠지.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내 운명이 맡겨진다는데 거부감이 드는 것이 당연한 일이건만 계속해서 말도 안 되는 일만 일어나다보니 이젠 아무래도 좋아졌다.

그냥 무사하게 여동생이 기다리는 집으로 보내주기만 한다면 개밥을 먹으라고 해도 먹겠습니다요.

용사 일행을 따라 방을 나서 얼마나 걸었을까. 미로처럼 복잡하고 다 똑같아 보이는 복도를 걷고 걸어 도착한 곳은 여느 방들보다 한층 고급스러워 보이는 문이 달린 방이었다.

“나는 길티니어바우트다.”

방에 들어오기 전까지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던 미남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것이 이름이라는 것을 바로 깨닫지 못했다.

“저, 저, 저는 인그라뮤트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오......”

빵모자를 끌어내려 얼굴을 가리며 아이가 인사했다. 나이는 중학생쯤 되었으려나. 체구가 작아 초등학생으로 보이기도 했다.

모자에 가려진 머리카락은 살랑거렸고 어린티가 남은 얼굴과 가녀린 체구가 보호욕구를 일으켰다. 몇 년 안으로 상당한 미소녀가 될 것이 틀림없으리라.

“힉!”

무심코 빤히 쳐다보자 낮게 비명을 지르며 여자들 뒤로 숨어버렸다.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저런 반응을 보이면 아무리 나라도 상처 받는다고...

“잠깐, 이쪽 보지 마 이 변태!”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인그라뮤트라는 아이를 꽉 안고는 내게서 등을 돌리며 위협하듯 소리를 질렀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심한 처사라니 이젠 울고 싶어졌다.

“세라미티어에요. 세라라고 불러주세요.”

그에 반해 그 옆에 서 있는 금발 벽안의 미인은 배경에 꽃이라도 날아다닐 듯한 화사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방긋방긋 웃고 있어서 마이페이스라고 할까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고 할까.

그래도 내게 불친절했던 이곳에서 유일하게 호의적으로 대해주는 사람 같아서 까딱 잘못했다간 반해버릴 것 같았다. 거기다 특정부분이 여성스러움을 강조해서 매우 훌륭하기까지 했다.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아, 아뇨.”

이크. 흔치 않은 미인이라 나도 모르게 그만 실례를 저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세라씨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계속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아 정말 천사야.

“으엑.”

인그라뮤트를 계속 안고 있던 발랑 까져 보이는 여자가 기분 나쁘다는 듯이 이상한 소리를 냈다. 완전히 혐오물질을 보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뭐냐고 나야 말로 으엑이다.

“이 아이는 나에르시아. 아주 상냥한 아이랍니다.”

세라씨가 엄마 같은 미소를 띄며 발랑 까진 걸레, 가 아니라 나에르시아를 소개했다. 정작 본인은 인사 대신 매도만 날리고 있으니 지켜보고 있는 어머니(세라씨)는 기분이 어떠실지. 아 여전히 멋진 미소를 짓고 계시군요.

“우리들 소개는 끝났다. 그래서 넌 누구지?”

기다렸다는 듯이 문 옆에 기대어 서 있던 길티니어바우트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왠지 여기 온 뒤로 계속 같은 질문만 받는 것 같아서 머릿속이 이상해질 것 같다. 이젠 거의 자아정체성이 자취를 감출 지경이다. 이건 혹시 신종 고문법인가?

지긋지긋하다는 내 시선을 눈치 챈 것인가 길티니어바우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덧붙였다.

“네가 어디서 뭘 하던 사람인지는 아무래도 좋아. 그저 우리들만 자기소개를 하는 것도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아.”

인사란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란 쌍방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 이 중요한 사실을 말을 듣기 전까지 잊어버리고 있었다.

“어흠. 나는 ―――”

어라? 내가 뭐라고 했지?

“나는 ―――”

또다. 분명 내 이름을 말하려고 했는데 입만 벙긋거릴 뿐 말이 되어 나오질 않았다.

“역시 그런가.”

산소가 부족한 금붕어처럼 입만 벙긋거리고 있는 나를 보며 다 알겠다는 듯이 길티니어바우트가 중얼거렸다.

“뭐,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진정해라. 말하지 못하는 게 당연한 거니까.”

“뭐, 라고?”

“이곳에선 지구에서의 이름을 쓸 수가 없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게 이 세상의 룰이란 거겠지.”

길티니어바우트가 당연한 사실이라는 듯이 가볍게 말했다. 이 세계에선 당연할지 몰라도 내가 살던 세상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이건.

그러다 문득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원래라면 자연스러운 일이라 비약이 심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너... 내가 지구에서 왔는지 아닌지 알아내려고 그랬던 거냐?”

지금 생각해 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결코 적극적으로 타인에게 다가갈 것처럼 보이지 않는 녀석이 가장 먼저 자기소개를 한다든지 그런 주제에 자기 차례가 지나자 한발 뒤로 빠져 탐색하듯 지켜보기만 한다든지.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법한 별것 아닌 일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예민해진 나는 그냥 넘겨버릴 수 없었다.

내 추궁에 길티니어바우트는 변함없는 포커페이스로 응수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멍청하진 않은 모양이군.”

뒤쪽에서 “에? 그런 거야?”라며 나에르시아와 인그라뮤트가 마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세라씨는 역시나 구김 없는 완벽한 미소 즉, 퍼펙트 스마일 상태. 저런 세라씨가 이런 음흉한 짓을 할리는 없을 터다.

그렇다면 이건 저 녀석의 독단이겠지. 기분 나쁜 녀석이다.

“만에 하나라도 네가 마족의 첩자일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 확인해 봤을 뿐이다.”

“아 그러셔.”

이해 못할 일도 아니었지만 기분 좋을 일도 아니었기에 자연스레 퉁명스런 대답이 나왔다.

만약 내가 제대로 이름을 말해서 지구인이라는 걸 증명하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하려고 했는지 쉽게 상상이 갔다. 염소수염 일당들이 하려고 했던 일들이 실현되었을 테지.

그리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해지다가도 속에서 열불이 치솟는다. 영문도 모른 채 이런 세계로 끌려온 것도 서러운데 그런 제멋대로인 이유로 사형까지 당한다면 억울해서 저세상으로 가지도 못할 것 같다.

“우움...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분위기를 읽지 않는 세라씨가 불쑥 말했다. 뭔가요 이야기를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만.

“하, 하긴 이름이 없으면 불편하겠네요.”

“흥. 그냥 변태면 충분하지 않아?”

뭔가 심한 소리가 오가고 있었다. 여기서 못쓸 뿐이지 이름은 분명히 있고 변태라는 건 사람 이름이 아니잖아......

“드렉.”

“뭐?”

“네 이름이다. 이제부턴 그렇게 부르지.”

“뭐냐고 그건. 무슨 뜻이야?”

“우리들의 이름처럼 별 뜻은 없다.”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먼 곳을 바라보는 길티니어바우트의 모습에서 희미한 감정의 편린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니 착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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