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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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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최근연재일 :
2019.12.06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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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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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02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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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6

DUMMY

하지만 그러네.

이렇게 막상 마주 앉고 나니까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어떤 이야기를 할지 생각하지 않은 터라 쉽게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인그라뮤트가 먼저 말을 꺼낼 것 같지도 않고.

한동안 계속된 거북한 침묵은 참다못한 내가 막무가내로 입을 열 때까지 계속 되었다.

“인그라뮤트군.”

“네, 넷!?”

이름만 불렀는데도 펄쩍 뛰며 당장이라도 도망갈 것 같은 인그라뮤트를 보고 있자니 아까완 다른 이유로 머리가 아파져 왔다.

그건 그렇고 얘네들은 이름이 너무 길다. 여신이 지어준 이름이라고 하던데 어쩌면 여신은 네이밍 센스가 없거나 용사들에게 악감정이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이대로는 부르기 불편하다.

“인그라군? 뮤트군? 어느 쪽이 좋아?”

한껏 진지한 표정으로 탁자에 팔을 얹고 그 위에 턱을 괸 채 모 사령관처럼 말해보았다.

그 진중함에 이끌린 것인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인그라뮤트가 대답했다.

“누나들은 라뮤라고 불러요.”

아하. 중간인가. 생각보다 간단했다.

“그럼 라뮤군.”

“네, 넵.”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부르지?”

“길씨는 길씨라고 부르고 누나들은 세라누나 나에누나라고 불러요.”

이름의 일부만 부르는 타입인가. 확실히 이쪽이 더 나은 것 같다. 좋아 나도 앞으론 그렇게 불러야지.

“다음 질문이네 라뮤군.”

“뭔가요...?”

“우린 오늘 초면이지?”

“? 네 맞아요.”

라뮤가 질문의 의도를 읽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단 말이지.

“그렇다면 왜 나를 그렇게 무서워하나?”

“엣?!”

정곡을 찔린 듯이 온몸으로 놀라는 라뮤를 보며 내 예상이 맞았다는 걸 확인했다. 반면에 의문은 더욱 늘었지만.

“내가 뭔가 너한테 안 좋은 일이라도 한 거야?”

적어도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 다만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르니까 내가 모르게 한 일중에 기분이 나빴을 만한 게 있었을 지도 모르지.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단순히 물어볼 의도로 꺼낸 말이었는데 라뮤가 다급하게 반응했다.

“워워. 진정해 라뮤군.”

“아... 죄송합니다.”

흥분한 게 부끄러운지 볼을 살짝 붉히며 라뮤가 말을 이었다.

“아까 알현실에서 드렉씨가 얘기하시는 걸 보고 무서운 분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알현실이라면 아까 무서운 아저씨가 나를 괴롭히던 곳 말인가? 하긴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횡설수설하는 걸 보면 질릴 만도 하다. 어떻게 보면 무섭기도 하겠지. 나라도 그런 사람을 보면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

“그 아저씨 무서웠지. 높은 자리에 앉아서 사람을 막 노려보고.”

“그분은 국왕이신 마이언 페이서스 전하세요.”

과연 국왕이었나. 어쩐지 그런 느낌이었지.

“하지만 국왕폐하보다 대신들이랑 말싸움 할 때가 더 무서웠어요.”

“응? 대신들? 그 염소수염들 말이야?”

“네. 맞아요.”

어라? 이상하네. 난 그 아저씨들이랑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뭔가 잘못 알고 있나본데. 난 그 대신들이랑은 말싸움은커녕 말 한마디 섞지도 않았어.”

내 말에 라뮤는 눈을 크게 끔뻑거렸다. 그리고는 미간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저 말고 다른 사람들도 다 본 걸요.”

나야말로 그럴 리가다. 애초에 나한테 그럴 배짱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그렇다. 그건 네가 한 게 아니야. 내가 한 거지.]

“?!”

느닷없이 들려온 목소리에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명백하게 라뮤의 목소리와는 다른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넓지 않은 이 방엔 나와 라뮤 외의 사람은 없다. 별다른 가구도 없는 터라 숨을 곳도 마땅치 않은 곳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말을 건 것이다.

“왜, 왜 그러세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라뮤가 의자를 뒤로 젖혀서 내게 거리를 두며 물었다.

경계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이 목소리잖아.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방안을 둘러보았다. 그나마 수상한 곳이라면 침대다. 도시전설 같은 건가? 침대 밑에 숨어 있는 도끼 살인마라던가?

조심스럽게 움직여서 침대 밑을 살펴보았더니 도끼를 든 붕대를 칭칭 감은 미치광이의 붉은 안광이...... 보일 리가 없나.

예상과는 다르다고 할까 예상대로라고 할까 침대 밑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서...?

[그렇게 두리번거리지 마라. 미친 사람처럼 보이니까. 내 목소리는 네놈밖에 들리지 않는다.]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가 들어본 적 있는 말투로 쏘아붙였다. 분명 아까 내 목소리를 흉내 내던 누군가와 비슷한 말투였다.

확인 차 라뮤를 슬쩍 봤더니 여전히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내 행동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게 몰래카메라라면 라뮤는 연기대상이라도 받아야 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럴 리는 없겠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라뮤에게 물었다.

“무슨 소리 못 들었어?”

“무슨 소리요?”

완전히 모른다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텔레파시 같은 마법이라도 있는 건가?

[물론 그런 마법도 있지만 내 경우는 틀리다. 진정하고 일단 앉도록.]

마치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말을 거는 목소리 때문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일단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얌전히 의자에 앉았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밀려오면 버티지 못하고 망가지는 법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선 때론 생각하는 걸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현명하군. 아니, 그냥 어리석을 뿐인가. 뭐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지. 아까도 말했듯이 알현실에서 멍청한 인간들에게 가르침을 내린 것은 나다. 네놈이 아무 것도 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뭔가 제멋대로 떠들기 시작했다. 어디서 말하는 것인지 알지 못하는 이상 얌전히 듣고 있을 수밖에 없나.

[내가 어디 있는지 찾을 필요는 없다. 바로 네놈 속에 있으니까.]

허이구. 퍽이나 그러시겠네. 내 안에 너 있으신 건가.

[믿지 못하는 모양이군. 오른손을 봐라.]

오른손?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내 오른손을 봤더니 뭔가 마음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어?”

그대로 테이블 위에 손을 올려 글자를 적어나갔다.

테스카?

[내 이름이다. 원래는 봉인구에 봉인되어 있었다만 어째선지 지금은 네놈 속에 있구나. 뭐 어쩔 수 없으니 한동안 신세지기로 하겠다.]

뭐, 뭐뭐뭐

“이게 뭐야아!”

“힉!”

나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손을 보며 절규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는 손이라니 귀신이라도 들린 거냐고!

[뭐 틀린 말은 아니군.]

넌 좀 닥쳐!

[......]

이제는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오른손을 들여다보며 공포에 휩싸여 있자니 그제서야 라뮤가 겁에 질린 채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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