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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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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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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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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6.12.0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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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DUMMY

감았던 눈이 떠지고 단숨에 끌려오듯 의식이 각성한다. 그러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어디까지고 뻗어 있을 것 같은 새하얀 순백의 세계였다.

흡사 작가의 사정으로 배경이 그려지지 않은 만화와도 같은 무성의하며 그것만으로 완성된 풍경이었다.

그 무성의하며 완벽한 세상에 단 하나 이질적인 존재가 있었다.

하얀 종이 위에 실수로 떨어진 검은 잉크처럼 이 세상에 녹아들지 못한 누군가가 내게 등을 돌린 채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 있었다.

등 뒤로 늘어뜨린 검은 장발의 꼭대기엔 평범한 인간에겐 있을 리가 없는 뿔이 두 개 솟아 있었다,

코트처럼 보이는 검은 갑옷이 다부진 육체를 감싼 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한 단어를 떠올렸다.

악마.

가만히 앉아 있음에도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이 악마라는 존재를 연상케 했다.

“정확하다.”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검은 존재가 느닷없이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어딘가 기억 한 구석에 남아 있는 목소리였다.

기억을 더듬어 목소리의 주인을 찾다보니 금방 답이 나왔다.

“테스카.”

내 부름에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보며 검은 존재, 테스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용케 기억하고 있었군.”

“거야 워낙 충격적이었으니까.”

귀신들린 것처럼 자기 손이 맘대로 움직이는 사건이 일어나면 보통 사람들은 좀처럼 잊지 못할 것이다.

나도 그런 보통 사람 중의 보통 사람인지라 잊기는커녕 평생의 트라우마가 될 지경이었다.

그게 다 저 녀석 때문이었단 말이지.

이런 내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테스카는 우아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내 이름은 테스카. 네놈도 느꼈다시피 악마라네.”

역시 그랬나. 나는 묘하게 납득했다.

“그래서 그 악마가 나한텐 무슨 볼일이 있으신가?”

“언제 한 번 이렇게 차분히 이야기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네놈도 나한테 물어볼 게 많을 테지.”

그 말대로다. 처음 이 세계 파시온드에 온 날 이후로 이 악마는 나에게 한 번도 말을 걸지 않았다. 분명 나보다 아는 것이 많을 이 악마가 다시 불쑥 말을 걸어오기를 기다리게 될 정도였다.

“자. 무엇부터 이야기 해볼까?”

테스카가 의자에 앉듯 몸을 기대자 아무것도 없던 바닥에서 그림자 같은 검은 물질이 튀어나와 의자 같은 형상으로 굳어졌다.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은 테스카는 내게도 권하듯이 손짓했다.

나한텐 저런 능력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어떤 확신을 가지고 몸을 기댔다.

그러자 방금 전과 같이 검은 물질이 내 몸을 받쳐주며 형태를 바꾸었다.

“여기는......”

“꿈. 심층의식. 네놈안의 판타지. 좋을 대로 불러라.”

내 생각을 읽은 듯이 테스카가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예상했던 터라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넌 어떻게 내 안에 들어온 거냐?

한 때 천사니 악마니 하는 판타지에 빠져들었던 시기가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질풍노도의 시기의 치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일은 누구라도 겪는 흔한 거니까 나만이 특별할 리가 없다. 그렇지? 너도 그렇다고 말해줘.

혹시 출생의 비밀이라도 있을지 몰라. 지금의 부모님은 우연히 나를 주워서 길러주셨을 뿐인 양부모님이라던가.

만약 진짜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든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 피가 섞이지 않은 여동생이랑 결혼 할 거다. 의여동생 최고!“유감이지만 전혀 가능성 없는 이야기군.”

뭐 그렇겠지요.

딱 잘라 부정당하니 오히려 시원하기까지 하다.

“이걸 본 적이 있겠지?”

그리 말하며 뻗은 테스카의 손에는 안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까만 구슬이 올려 져 있었다.

기억을 되짚어 볼 필요도 없이 기억이 났다. 저런 특이한 구슬을 최근에도 봤었으니까.

아직 파시온드에 오기 전 리아가 떨어뜨려서 주웠었던 검은 구슬이었다.

다만 그것을 지금 아무 상관도 없는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이게 내가 봉인되어 있던 봉인구다.”

그렇게 나온 건가. 떠올려 보면 내가 이 세계로 날려 온 것도 저 구슬을 주운 뒤였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이상하다는 걸 알 수 있었을 텐데 왜 잊고 있었을까.

그거야 설마 이런 식으로 복선이 회수될 줄은 몰랐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건 어찌되든 좋다. 테스카의 이야기대로라면 결론은 하나였다.

“그래서 결국 내가 이리로 온 게 다 너 때문이란 말이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수수께끼놀이라도 하고 싶은 건지 애매한 말로 얼버무렸다. 짜증나는 녀석이다.

“그 표정을 보아하니 내 생각을 읽진 못하는가 보군.”

“그야 당연하지. 아니, 그것보다도 역시 넌 읽을 수 있는 거냐?”

“그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야.”

“아니 중요하잖아!”

“이야기를 되돌려서 네놈이 파시온드로 소환된 이유에 대해서다만.”

테스카의 물 흐르듯 전개되는 화제 전환에 혀를 내둘렀다. 이 녀석의 얼굴 가죽은 무엇으로 돼있는지 심히 궁금해지는 바였다.

여러 가지 감정을 담아 노려보았지만 테스카는 아랑곳 않고 말을 이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해두지.”

“뭐?”

그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이 세계로 소환 될 예정이었던 건 나만이 아니었단 말이다. 그 광장에 누가 있었는지 떠올려 봐라.”

테스카 이외에 소환될 예정이었던 자라.

“길...인가.”

“그래. 그 자리엔 원래 소환될 예정이었던 용사도 있었다. 어쩌면 내가 아니라 그쪽에 이끌려서 네놈이 소환된 걸지도 모르지.”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걸 지금 생각해 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다고 생각한다만.”

하긴 이제 와서 따져봐야 이미 일어난 일이고 어떻게 할 수도 없다. 하지만 뭔가 테스카의 의도대로 놀아나는 것 같아서 뒷맛이 씁쓸했다.

“뭐 그건 이제 됐다 치고 더 중요한 문제가 있어.”

“나를 쫓아낼 방법 말인가?”

“역시 너 내 생각 읽고 있지?!”

“글쎄.”

이 자식이 또 얼버무리다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딱 한 가지 있다.”

“그게 뭔데?”

“그건...”

테스카가 말을 끊고 뜸을 들였다. 먼 곳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한창 분위기를 잡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꿀꺽

쓸데없이 비장한 표정으로 말하는 테스카에게 이끌려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한껏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드디어 테스카가 입을 열었다.

“시간이 다 됐군. 나머지는 다음 기회에.”

테스카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상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꿈이 깨는 징조라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테스카의 모습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이 빌어먹을 자식이이이!”

저항할 수 없는 무력감 속에서 울분을 담아 외치며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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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49 로드웰
    작성일
    16.12.04 18:46
    No. 1

    너무 일찍 좋은 글을 찾은게 아쉽네요. 기다리는 건 의외로 힘든 편이어서요. 좋은 글은 더 그러는 것 같습니다. 다음주 드라마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선호작 하고 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 풍뢰의사신
    작성일
    16.12.04 20:59
    No. 2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찾아와 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ddoat
    작성일
    18.01.23 00:52
    No. 3

    그래서 나는 늦게 이 좋은글을 찾았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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