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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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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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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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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0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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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DUMMY

눈가를 부드럽게 두드리는 햇살이 아침의 방문을 알려오는 이른 시간.

창 밖에서 들리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이끌리듯이 천천히 눈을 떴다. 뭔가 굉장히 불쾌하고 화가 나는 꿈을 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의 나에겐 아무래도 좋았다.

품속에서 느껴지는 포근한 감촉을 즐기며 천천히 시선을 내리자 천사가 잠들어 있었다.

이 세상의 것이라곤 믿어지지 않는 수려한 얼굴과 흐르는 냇물처럼 찰랑찰랑한 머릿결. 약간 사이즈가 큰 잠옷에 감싸인 자그마한 몸도 사랑스러웠다.

천사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런 손길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가락을 빠져 나가는 머리카락의 감촉이 최고급 실크조차도 범접하지 못할 최상의 부드러움을 선사해 주었다.

우리가 결혼한지도 어느덧 3년이나 지났다.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진 우리는 격렬하게 서로에게 끌리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우리를 얌전히 놔두지 않았다. 지구에 있을 때도 동성 간의 연애는 백안시되곤 했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의식이 향상됨에 따라 조금씩 누그러지곤 있었지만 모두의 이해를 얻기란 불가능했고 여전히 동성애자들을 몰아세웠다.

심할 경우엔 그들을 병자나 죄인 취급하며 매도하기도 했다.

그런 풍조는 전혀 다른 세계인 이곳 파시온드에선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지구의 중세 시대와 비슷한 문화의식을 가진 이곳에선 동성애 또한 중세 시대처럼 크나큰 죄로 취급했다.

이단으로 몰려 화형당한다고 해도 불평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나와 라뮤의 불타는 사랑을 막을 순 없었다, 그 어떤 불합리에도 굴하지 않고 단지 서로만을 의지한 채 견뎌냈다. 그리고 결국 3년 전 우리는 수많은 시련을 딛고 결혼에 성공하게 되었다.

많은 것을 잃었고 많은 것을 버려야 했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지금 내 곁에서 이 세상 최고의 보물이 잠들어 있기 때문이다.

낮은 숨소리를 내는 라뮤의 부드러워 보이는 볼을 손가락으로 살짝 찔러보았다. 그러자 간지러운지 라뮤가 더욱 깊이 내 품에 파고들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얼마간 내 가슴에 볼을 부비던 라뮤가 서서히 눈을 떴다. 눈꺼풀 안에서 잠들어 있던 보석 같은 눈동자에 내 모습이 맺혀갔다.

이윽고 완전히 눈을 뜬 라뮤가 배시시 웃으며 인사를 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형?”

미소가 너무나 눈부시다. 실명할지도 모르니 앞으로는 선글라스라도 준비하도록 하자.

“응. 잘잤니?”

“네. 에헤헤...”

아아 행복하다. 이것이 인생 최고의 행복. 지극한 행복이라 써서 지복(至福).

언제까지나 이런 행복한 나날들이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뭐 거짓말이지만.

잠에서 깬 라뮤와 함께 침대에서 일어나 잠옷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는다. 옷을 갈아입을 때는 서로를 등지고 훔쳐보지 않는 게 룰이다.

지난 일주일간 이 시간만큼은 가혹한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몇 번이나 돌아가려는 고개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붙잡아 두느라 고통에 몸부림 쳐야 했다. 만약 죽어서 내 몸을 불태우면 사리가 우수수 쏟아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오늘로 일주일째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는 만큼 나도 그런 유혹에지지 않을 만큼 적응이 되었다. 인간으로서 한 층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 단계 레벨업한 나는 시각정보에 의지하지 않고 귀에 신경을 집중해 살결에 옷이 스치는 소리를 뇌에 저장하고 있습니다.

내 우수한 뇌가 수집한 소리를 토대로 망상력을 발휘해 훌륭한 영상을 보여 줄 테니까 멋진 형의 타이틀을 잃을 지도 모르는 위험한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사락사락 옷이 스치는 소리가 멎고 약간 수줍어하는 라뮤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 갈아입었어요. 이제 돌아보셔도 되요.”

물론 소리로 들어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돌아보았다.

“자. 그럼 밥 먹으러 가볼까?”

상쾌한 미소를 이미지하며 말을 걸었더니 라뮤가 귀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그대로 방을 나서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은 한층 아래에 있어서 아침부터 힘겹게 계단을 내려가야 해서 철저하게 인도어파인 나에겐 매우 불만인 부분이다. 이 세계의 공돌이들이 힘내서 얼른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만들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반면에 내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오는 라뮤는 아침부터 기운이 넘쳤다. 이것이 젊음인가...!

쓸데없이 길고 넓은 복도를 지나서 식당에 들어서니 길과 세라씨, 나에가 먼저 식탁에 앉아 있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길씨 세라누나 나에누나.”

“좋은 아침이에요 라뮤.”

“잘 잤어?”

저 셋은 사이가 좋아서 모이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곤 했다. 세라씨는 숨만 쉬어도 음이온이 흘러나올 것 같은 치유계 미인이고 나에도 성격은 개차반이더라도 외모만큼은 수준급이다. 라뮤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런 세 사람이 한데 모여 있는 장면은 돈을 주고서라도 구경하고 싶어질 정도로 눈 호강이 되었다.

길다란 식탁의 한쪽 면에 세라씨와 나에, 라뮤가 일렬로 앉았기에 나는 반대편에 앉아서 세 사람을 감상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론 길의 옆에 앉게 되었으나 어차피 필요한 말 외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기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잠시 기다리자 음식을 담은 수레를 끌고 젊은 메이드가 식당으로 들어와서 우리들의 앞에 음식을 늘어놓고 돌아갔다.

감자와 당근이 들어간 스프와 김이 피어오르는 따끈한 빵, 그리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려진 큐브 스테이크가 오늘 아침 메뉴였다.

요즘 들어 매일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기분이라 조만간 다이어트를 걱정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 지금은 먹고 보자.

막 스푼을 들어서 스프를 떠먹으려던 차에 빈자리에 음식이 올려 져 있는 걸 발견했다.

평소엔 아무도 앉지 않는 상석에 우리들과 같은 음식이 차려져 있었던 것이다. 이 식당은 다른 왕족이나 귀족들이 먹는 식당과는 떨어져 있어서 보통 우리들밖엔 식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메이드분들 외에 다른 사람이 들어온 것을 본 적이 없다.

혹시나 실수로 놓고 간 것이라면 메이드의 체면을 위해서 무리를 해서라도 다 먹어치워야겠다. 어디까지나 메이드가 혼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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