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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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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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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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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0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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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DUMMY

그렇게 마음속으로 정하고 우선 내 그릇을 비우기 위해 스프를 한 숟갈 뜬 순간이었다.

“실례합니다. 함께 먹어도 될까요?”

듣기 좋은 미성과 함께 안경을 쓴 학자풍의 남자가 식당에 발을 디뎠다. 나이는 20대 중후반 정도일까.

일주일간 이 곳에서 지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국왕을 포함해서 높은 사람들은 대충 얼굴을 한 번씩 봐뒀었으니 그리 신분이 높지 않은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 예상을 비웃듯이 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나도 뒤늦게 일어나 그들을 따라서 허겁지겁 고개를 숙였다.

“식사를 방해한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편히 식사해주세요.”

“아닙니다. 라인할트경. 앉으시지요.”

길이 대표로 회답하며 비어 있던 상석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면 말씀에 따라 실례하겠습니다.”

라인할트라 불린 남자는 그대로 상석으로 걸어가 원래부터 자기 자리인 듯 자연스럽게 앉았다.

그 뒤에 모두가 다시 자리에 앉았기에 나도 따라서 의자에 앉았다.

식사가 남았던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라인할트의 몫으로 준비해 두었던 것이리라.

그렇다는 것은 우연히 이곳에 식사를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겠지.

과연 무슨 의도일까? 핫! 설마 나의 사랑스런 남동생을 노리는 건 아니겠지?

그런 불순한 의도라면 설령 국왕이라도 용서할 수 없다.

나의 뜨거운 결의를 담아 쏘아보고 있었더니 라인할트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못 보던 분이 계시군요. 새로운 용사분이신가요?”

“아니오. 그는 우리와 같은 곳에서 왔지만 평범한 일반인입니다. 본인의 말로는 ‘지나가던 사람’이라더군요.”

너는 내 대변인이냐? 국왕 앞에서도 그러더니 내 이야기만 나오면 지가 다 해먹네.

“하하핫. 지나가던 사람인가요. 그것 참 큰일이었네요.”

작게 웃으며 나이프로 빵을 자르던 라인할트가 웃음기를 머금은 채 내게 말했다.

“이런, 인사가 늦었군요. 저는 이곳의 성주이자 라인할트령의 영주인 알렌 라인할트 백작이라 합니다.”

“이거 참 정중하십니다. 저는 드렉이라고 합니다.”

정중한 인사에는 정중한 인사로 답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잠시 멈췄던 스푼으로 다시 스프를 떠서 입에 넣었다.

“푸웁―!”

“꺄악! 뭐하는 짓이야!”

내 맞은편에 앉아 있다가 내가 뿜은 스프를 뒤집어 쓴 나에가 신경질적으로 소리 질렀다.

하지만 나는 지금 나에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 성주에 영주에 백작이라고 한 것 같은데?

차마 말로 내뱉지 못한 의문을 담아 길을 쳐다보자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럴 수가...... 나랑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아 보이는데 어째서 나는 이 모양인 거지?

내 반응을 보고 이해 한다는 듯이 쓴웃음을 지으며 라인할트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어려워하지 말아주시길... 단지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신 탓에 어울리지 않은 감투를 얻은 것뿐입니다.”

라인할트는 겸연쩍어하며 자른 빵을 입에 넣었다. 요컨대 금수저라는 말인가. 그리 생각하면 괜스레 반발심이 생기지만 라인할트를 보면 그런 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나이에 부와 권력을 손에 넣었으면서도 나 같은 아무 것도 아닌 사람한테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라뮤는 안줄 거지만.

뭐, 대단하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겠네.

그건 그렇고 여긴 왕성이 아니었던 건가? 난 당연히 국왕도 있고 엄청 커서 왕성인 줄로만 알았는데.

“저기 그런데 국왕님은 왜 여기 계시는 겁니까?”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땐 바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어영부영 하다가 기회를 놓치기 십상인 것이다.

꿈속에서 자기 할 말만 하고 도망치는 악마 덕분에 깨닫게 된 것이다. 저~엉말로 고맙다.

밤중에 일어났던 일로 머리가 끓고 있던 나를 모두가 말을 잃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이상한 말이라도 한 건가?

“혹시 요즘 유행하는 농담입니까? 제가 유행엔 좀 둔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저 이 자가 무지한 것뿐이니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머리가 아픈 듯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길이 말했다.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설마 이렇게까지 무식할 줄이야. 진짜 말도 안 돼.”

나에가 질렸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다른 건 몰라도 저 머리가 비어 보이는 여자에게까지 저런 소리를 듣다니 꽤나 울컥했다.

“저, 저기 드렉형은 저희보다 한참 늦게 소환 되셨으니까 모르는 걸 거에요!”

허둥대며 필사적으로 나를 변호하려는 라뮤의 모습만이 유일한 구원이었다.

“그러셨군요. 갑자기 소환되셔서 정신없는 와중이셨을 테니 이해합니다.”

라인할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역시 좋은 사람이야.

“왕성은 수도 렉셀에 있습니다. 국왕폐하도 원래는 이곳이 아닌 왕성에 기거하고 계시지요.”

“그럼 지금은 왜 여기에?”

“예언이 있었습니다.”

“예언이요?”

라인할트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땅에 용사가 나타날 거란 예언이었지요. 여신 아벨리아님을 모시는 교단에서 그 장소로 라인할트 영지를 지목한 것입니다. 그래서 국왕폐하와 대신들이 이곳에 와 계신 거구요.”

호오... 전혀 몰랐다. 그도 그럴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는걸.

하지만 확실히 국왕이 움직일 정도로 대단한 일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나처럼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르는 쪽이 이상한 취급을 받은 건 당연할 것이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도움이 되었다면 저야말로 영광이지요.”

매정한 누구누구들과는 다른 친절한 대응이 가슴에 와 닿았다. 물론 누구누구란 라뮤와 세라씨를 제외한 누구누구다.

눈치 채지 못하게 흘겨보며 속으로만 불평을 퍼부었다. 실제로 말해봤자 씨알도 안 먹힐테니까.

그 때 타이밍을 잰 듯 대화가 끊어진 순간에 집사복 차림의 남자가 식당으로 들어와 라인할트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무언가를 전했다.

집사복 차림의 남자의 말을 들은 순간 라인할트의 부드럽게 휘어져 있던 눈이 날카롭게 빛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다음 순간 바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던지라 단순히 내가 착각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할 말을 마친 집사복 차림의 남자가 떠나가고 그 뒤를 따르듯 라인할트도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러분. 오늘은 함께 식사를 하게 되어서 정말로 영광이었습니다. 아쉽지만 급한 일이 생겨서 저는 이만 물러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 다시 이야기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라인할트는 우아하게 고개를 숙이고는 서둘러서 식당을 뒤로했다.

라인할트가 앉아 있던 자리에는 식어버린 스프만이 처량하게 조명을 반사하고 있을 뿐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글쎄 높으신 분들이 하는 일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

“큰일이 아니면 좋겠어요...”

떠나간 라인할트의 자리를 보며 왠지 모르게 스미는 불안감에 한기가 들었다.

좋지 못한 예감이 든다. 어쩌면 머지않아서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확신은 없지만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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