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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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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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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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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0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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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DUMMY

“응?”

다시 연무장으로 향하려고 하던 순간 계단 밑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것이 시야 끝에서 보였다.

좀 더 자세히 보자 계단의 그늘에 숨어서 수상쩍게 주위를 둘러보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본인은 숨는다고 한 거겠지만 조금 떨어져 있는 나에게도 훤히 보일 정도로 허술했다. 술래잡기라도 하고 있는 걸까?

뭔가 최근 어린 여자애들이랑 조우하는 일이 잦아진 것 같아서 슬슬 걱정이 될 정도다.

귀찮은 일에 말려들기 전에 자리를 피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

“...어, 날씨 좋다.”

좋아, 자연스러웠어.

어디까지나 자연스럽게, 그리고 스마트하게 눈을 돌리며 딴청을 피웠다. 난 아무것도 못 본거야.

“어이. 거기 너.”

“음, 어... 날씨 좋네.”

“무시하지 마라. 너 말이다 너.”일단 자리를 피하자. 나 여기 이렇게 오래 있을 수가 없소...!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하고 돌아보지 않은 채 앞으로 걸어갔다. 이대로 계속 걸어 나가서 온 세상 어린이들을 다 만나고 올 때까진 돌아보지 않을 거다.

“내 말이 안 들리냐앗!”

“커헉!”

둔탁한 충격이 등 뒤를 덮쳐서 버티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야야...”

하마터면 혀를 깨물 뻔 했다. 마치 바위가 날아와 부딪힌 것 같은 충격이었다.

몸을 일으키려고 팔에 힘을 주는데 왠지 몸이 무거워서 상체만 돌려서 뒤를 봤더니 여자아이가 매달려 있었다.

히익. 이거 뭐야 무서워......

리아 때도 그랬지만 내 몸에서 어린애들을 끌어당기는 페로몬이라도 나오는 건지 피하고 싶을 때만 애들이 달라붙었다. 그것도 항상 성가신 문제들과 함께.

피하려고 해도 끈질기게 따라붙어서 개미지옥처럼 빠져나갈 수 없게 옭아맨다.

이젠 포기다. 솔직히 무슨 짓을 해도 피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냥 저항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순조롭게 넘어갈지도 모르겠다.

나는 체념의 한숨을 쉬며 허리에 매미처럼 붙은 여자아이를 떼어 놓았다.

사이드 포니테일로 묶은 타는 듯이 붉은 머리카락 아래로 머리카락과 마찬가지로 붉은 눈동자가 강렬한 인상을 줬다.

여자아이는 그 강렬한 눈동자를 고집스레 치켜뜨고 매섭게 나를 노려봤다.

“왜 나를 무시하느냐! 무엄하다!”

화가 난 듯 허리에 손을 얹고 아이답지 않은 말투로 여자아이는 나를 탓했다. 뭐 솔직히 잘못하긴 했지만 나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애한테 혼나는 기분은 참 묘하구나. 기껏해야 열 살 정도 밖에 안돼 보이는데 대단한 박력이었다. 이 녀석 장군감일세.

비싸 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있는 걸로 봐선 귀족의 딸내미 같은데 그런 애가 나한테 무슨 볼일이 있는 건지 원.

나는 한쪽 무릎을 꿇어 화가 나서 언제라도 나를 들이 받을 것 같은 여자아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애들과 대화할 땐 우선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미안해 꼬마 아가씨. 나한테 무슨 볼일이니?”

최대한 친절해 보이는 미소를 띄우며 말을 걸었더니 이상한 사람을 보는 듯한 눈빛이 돌아왔다. 뭘까 이 기분은.

“내가 누군지 모르느냐?”

어디서 만난 적이 있었던가? 저 붉은 머리가 왠지 눈에 익은 것 같긴 한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면 만난 적은 없지만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사람인가? 지구에서처럼 나 누군데 라고 말하면 알아 모셔야 하는 분류일지도 모르겠다.

짧은 시간동안 머리를 한계까지 굴려보았지만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음. 미안. 모르겠다.”

내 말을 들은 여자아이는 굉장히 신기한 생물을 보는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화를 내진 않을 것 같은데 이건 도대체 무슨 반응이지?

“흠. 마침 잘됐구나. 내 이름은 이자벨이라 한다. 그대의 이름을 대는 걸 허가하마.”

나를 이리저리 뜯어보던 여자아이-이자벨은 거만하게 내게 명령하듯이 말했다.

“나는 드렉. 포켓몬 마스터가 될 사나이다.”

시리즈마다 뇌 세탁을 한다는 인간병기 주인공처럼 인사를 했다.

“포케...? 뭐 아무래도 상관없지.”

아무래도 상관없다니 어찌 그런 서운한 말을. 전 세계의 포켓몬 마스터 후보들이 상처받는다고.

“드렉. 그대에게 명한다. 나를 에스코트하거라.”

“에스코트라니 어디로?”

내 물음에 이자벨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 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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