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최근연재일 :
2019.12.06 01:08
연재수 :
107 회
조회수 :
116,092
추천수 :
1,877
글자수 :
328,105

작성
16.12.07 23:59
조회
1,630
추천
30
글자
6쪽

13

DUMMY

이자벨의 안내로 도착한 곳은 후미진 구석의 성벽이었다. 햇빛도 잘 들지 않은 성벽은 이끼와 이름 모를 잡초들로 덮여있어 빈말로라도 위생적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보통 때라면 여기 오기까지 몇 번이나 다른 병사들에게 발견되었겠지만 지금은 마침 대부분의 병사들이 마을로 순찰을 나간 터라 아무런 방해 없이 이곳까지 닿을 수 있었다.

“으음... 이쯤일 텐데.”

이끼와 잡초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이자벨은 뭔가를 찾듯이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아랑곳 않고 성벽을 더듬고 있었다.

“찾았다!”

이윽고 찾고 있던 것을 찾았는지 잡초와 나무 사이로 몸을 집어넣었다.

“뭐하고 있느냐? 너도 얼른 오는 것이다.”

“네이 네이.”

재촉하는 이자벨을 따라 나도 잡초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자벨이 드레스를 벗으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어서 와서 옷을 벗기거라.”

혼자서는 잘 벗을 수가 없는지 버둥거리며 이자벨이 말했다.

뭘 하고 싶은 건지 점점 알 수가 없어져서 그냥 생각하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위태롭게 균형을 잡으며 드레스와 사투하고 있는 이자벨에게 다가갔다.

“자 만세.”

“만세?”

내 말대로 두 팔을 번쩍 든 이자벨라의 소매를 잡고 무를 뽑듯이 단번에 잡아당겼다.

그러자 별 어려움 없이 드레스가 벗겨지고 티 없이 하얀 피부의 굴곡 없는 민자 몸매가 드러났다.

“자. 다음엔 저걸 입혀 주거라.”

이자벨이 가리킨 곳을 봤더니 낡은 주머니가 떨어져 있었다. 주머니를 열어 안을 보니 주머니만큼이나 낡은 옷과 모자가 들어있었다.

이걸 보니 대충 감이 왔다. 변장용품이란 것이다. 하긴 저런 화려한 드레스차림으로 밖에 나가면 마을 전체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잡혀서 끌려오는 것도 순식간이겠지.

이런 비밀 통로 같은 것을 찾아온 이상 떳떳하게 외출하는 건 아닌 모양이니까 변장은 당연한 거겠지.

주머니 안에 있던 옷을 꺼내서 팬티만 입고 있는 이자벨에게 입혀 주었다. 헤진 바지와 헐렁한 셔츠를 입히고 눈에 띄는 머리카락을 말아서 모자 안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깨끗한 신발을 벗겨서 더러운 신발로 갈아 신겼다.

벗어둔 드레스와 신발은 주머니에 넣어서 보이지 않게 떨어진 나뭇잎으로 덮어두었다. 이걸로 들킬 일은 없겠지.

“음! 수고하였다! 칭찬해주마!”

이자벨은 변장이 마음에 드는지 들떠 보였다.

“그래서 이제 어쩌면 되냐?”

아무리 옷을 갈아입었더라도 정문으로 당당히 걸어서 나갈 수는 없다.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씨익 웃으며 이자벨이 말했다.

“걱정 말거라. 여기 있는 이걸 이렇게 치우면―”

이끼가 가득 붙어서 단순한 벽처럼 보였던 나무판자를 옆으로 치우자 어른도 거뜬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큰 구멍이 나있었다. 과연 그런 거였나.

이렇게 치밀하게 준비해 놓은걸 보면 한두 번 해본 게 아닌 모양이었다. 도대체 뭐하는 아가씨길래 이리 왈가닥이람.

“슬슬 병사들이 돌아왔을 시간이구나. 들키기 전에 어서 나가도록 하자.”

이자벨이 먼저 구멍에 몸을 밀어 넣고 기어서 나가기 시작했다. 나도 그 뒤를 따라 성을 나섰다.

구멍을 빠져 나오자 완만한 언덕 아래로 마을의 풍경이 펼쳐졌다.

높고 낮은 건물들이 들쭉날쭉 순서 없이 세워져 있어서 얼핏 어지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그 안에서 묘한 질서를 느끼게 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이만큼이나 떨어져 있는데도 전해져 오는 활기가 온몸을 전율케 했다.

그러고 보니 이 세계에 오고 나서부터 쭉 성에만 갇혀 있었구나. 이 건방진 아가씨를 따라 온 것도 어쩌면 단순히 내가 성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그랬던 걸지도 모른다.

컴퓨터도 콘솔게임기도 없는 곳에서 갇혀있다 보면 아무리 인도어파라도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그저 벽을 하나 넘었을 뿐인데도 세상이 이렇게 달라 보일수가 있단 말인가.

옷깃을 흔드는 바람도 코끝을 간질이는 풀내음도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멍하니 있으면 놔두고 갈 것이다!”

언덕을 내려가며 이자벨이 외친 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렸다. 아직 마을에 가지도 않았는데 여기서 벌써 만족하다니 안될 말이지.

나도 이자벨을 따라서 언덕을 내려갔다. 내려선 끝에는 어디로 통하는지 모를 골목들이 이어져 있어서 지리에 익숙한 사람이라도 길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할 정도였다.

그런 미로 같은 길을 이자벨은 망설임 없이 걸어 나갔다. 나는 그 뒤를 떨어지지 않도록 뒤쫓아 갔다. 여기서 혼자 남겨졌다간 분명히 길을 잃을 것이 뻔했다.

몇 번이나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갈림길을 만나고 난 뒤 우리는 미로 같은 골목을 벗어나 큰길로 나올 수 있었다.

골목을 나와서 내가 처음 본 풍경은 판타지 그 자체였다.

게임이나 소설 속에서나 접해왔던 엘프나 드워프 같은 아인들이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이 거리에 녹아 있어서 내 눈으로 보고 있는 지금도 믿기지가 않았다.

정말로 모든 것이 새롭고 놀라움의 연속이다. 꿈을 꾸고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지만 이렇게 생생하고 활기찬 그들을 보고 있으면 믿지 않을 도리도 없었다.

그런가. 나 정말로 이세계로 온 거구나.

“여기는 언제나 야단스럽구나.”

그렇게 말하는 이자벨의 얼굴에는 어째선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신기하게도 지구에서는 사람이 많은 곳은 질색을 하던 나도 여기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건 개개인이 벽을 쌓고 있던 지구와는 달리 이곳은 모두가 하나로 어우러져 호흡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거부감 없이 이 속에 서 있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도 이만 가자. 해가 지기 전엔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니까 시간이 별로 없는 것이다.”

이자벨의 말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몰래 성을 빠져 나온 것이었다. 들켰다간 좋은 꼴 못 볼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이쪽이니라~”

벌써 저만치 걷고 있던 이자벨이 손을 흔들며 나를 불렀다.

나는 그 작은 손짓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을 지나가던 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7 3-16 +2 19.12.06 19 3 7쪽
106 3-15 +3 19.11.24 37 3 10쪽
105 3-14 +1 19.11.18 42 3 7쪽
104 3-13 +2 19.09.30 68 5 7쪽
103 3-12 +3 19.09.19 79 8 7쪽
102 3-11 +3 19.03.11 161 5 7쪽
101 3-10 +3 19.03.04 124 7 8쪽
100 3-9 +1 19.03.01 131 8 8쪽
99 3-8 +2 19.02.27 125 7 8쪽
98 3-7 +2 19.02.15 129 8 7쪽
97 3-6 +2 18.12.31 158 5 7쪽
96 3-5 +1 18.12.28 137 7 7쪽
95 3-4 +3 18.12.04 164 9 8쪽
94 3-3 +2 18.11.29 173 10 8쪽
93 3-2 +4 18.09.05 232 9 7쪽
92 3-1 +1 18.06.21 303 11 7쪽
91 3권 프롤로그 +7 18.05.02 333 7 8쪽
90 2권 에필로그 +8 18.04.03 388 8 13쪽
89 2-48 +2 18.03.27 362 6 11쪽
88 2-47 +7 18.01.14 433 9 7쪽
87 2-46 +6 17.07.09 541 11 7쪽
86 2-45 +2 17.07.04 451 8 7쪽
85 2-44 17.06.28 467 12 7쪽
84 2-43 +1 17.06.25 467 9 7쪽
83 2-42 17.06.23 436 10 7쪽
82 2-41 17.06.22 483 11 7쪽
81 2-40 +2 17.06.21 469 8 7쪽
80 2-39 +1 17.06.20 492 9 7쪽
79 2-38 17.06.19 476 11 8쪽
78 2-37 +1 17.06.18 484 8 7쪽
77 2-36 +1 17.06.16 601 11 7쪽
76 2-35 +2 17.06.14 565 14 7쪽
75 2-34 17.06.14 513 11 7쪽
74 2-33 17.06.13 588 11 7쪽
73 2-32 17.06.11 558 9 8쪽
72 2-31 +3 17.06.11 832 11 7쪽
71 2-30 +2 17.06.10 583 10 8쪽
70 2-29 +1 17.06.10 629 12 7쪽
69 2-28 +3 17.06.09 635 11 7쪽
68 2-27 +1 17.06.08 584 11 7쪽
67 2-26 +3 17.06.07 656 14 7쪽
66 2-25 +1 17.06.06 1,409 13 8쪽
65 2-24 +3 17.06.06 623 14 7쪽
64 2-23 +3 17.06.06 658 13 7쪽
63 2-22 +3 17.06.04 704 15 7쪽
62 2-21 +2 17.06.04 827 17 7쪽
61 2-20 +1 17.06.03 816 18 6쪽
60 2-19 17.06.03 600 16 7쪽
59 2-18 +1 17.06.02 869 15 7쪽
58 2-17 +1 17.06.01 829 15 8쪽
57 2-16 17.05.31 650 14 7쪽
56 2-15 +2 17.05.31 965 13 7쪽
55 2-14 +1 17.05.30 924 14 7쪽
54 2-13 +7 17.05.29 694 13 7쪽
53 2-12 +3 17.05.28 696 14 7쪽
52 2-11 +2 17.05.27 750 15 7쪽
51 2-10 17.05.27 666 13 7쪽
50 2-9 +3 17.05.26 757 13 8쪽
49 2-8 +1 17.05.26 698 13 7쪽
48 2-7 +1 17.05.25 722 10 7쪽
47 2-6 +2 17.05.25 741 10 6쪽
46 2-5 +2 17.05.24 765 12 7쪽
45 2-4 +2 17.05.24 760 14 7쪽
44 2-3 +2 17.05.23 800 11 6쪽
43 2-2 +1 17.05.23 1,594 10 6쪽
42 2-1 +2 17.05.22 1,279 12 6쪽
41 2권 프롤로그 +3 17.05.22 936 15 6쪽
40 에필로그-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을 지나가던 나 +3 17.01.01 1,507 19 7쪽
39 38 +1 16.12.31 1,028 15 8쪽
38 37 +1 16.12.30 1,090 13 7쪽
37 36 16.12.29 954 15 7쪽
36 35 +2 16.12.28 967 18 7쪽
35 34 +1 16.12.27 1,197 19 6쪽
34 33 16.12.26 982 17 7쪽
33 32 +1 16.12.25 1,007 16 7쪽
32 31 16.12.25 1,002 15 6쪽
31 30 16.12.24 1,041 16 7쪽
30 29 16.12.23 1,055 17 6쪽
29 28 +1 16.12.22 1,211 22 7쪽
28 27 16.12.21 1,287 15 7쪽
27 26 +2 16.12.20 1,383 20 6쪽
26 25 +1 16.12.19 1,302 18 6쪽
25 24 +1 16.12.18 1,285 23 7쪽
24 23 +4 16.12.17 1,434 23 7쪽
23 22 16.12.17 1,347 32 6쪽
22 21 16.12.14 1,650 21 7쪽
21 20 16.12.13 1,388 26 6쪽
20 19 +2 16.12.12 1,399 26 6쪽
19 18 16.12.12 1,405 29 6쪽
18 17 +1 16.12.11 1,605 26 7쪽
17 16 +2 16.12.10 1,429 26 8쪽
16 15 16.12.10 1,729 35 6쪽
15 14 +1 16.12.08 1,540 32 6쪽
» 13 16.12.07 1,631 30 6쪽
13 12 +3 16.12.06 1,742 34 5쪽
12 11 +1 16.12.06 1,850 36 7쪽
11 10 +3 16.12.05 2,105 34 8쪽
10 9 +1 16.12.04 2,340 36 7쪽
9 8 +3 16.12.04 2,577 36 7쪽
8 7 +5 16.12.02 2,794 35 7쪽
7 6 +2 16.12.02 3,192 39 7쪽
6 5 +4 16.11.29 3,557 45 6쪽
5 4 +4 16.11.28 3,765 45 7쪽
4 3 +4 16.11.27 4,613 55 7쪽
3 2 +4 16.11.26 4,533 66 9쪽
2 1 +4 16.11.25 5,213 54 6쪽
1 프롤로그 +6 16.11.24 6,117 66 4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풍뢰의사신'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