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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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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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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1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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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6

DUMMY

익숙지 않은 골목을 거닐며 오늘 하루 성을 나와서 있었던 일들을 곱씹어 보았다.

지금처럼 미로 같은 길을 이자벨의 뒤를 쫓아 걸었던 일.

처음 보는 이세계의 가게에서 본 적 없는 생물의 고기나 신기한 야채들을 샀던 일.

광장을 채우는 곡예사나 음유시인들의 노래에 이끌린 사람들의 웃음과 환호소리.

그 모두가 새롭고 신선하며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것들뿐이었다.

원치 않게 끌려오다시피 한 파시온드지만 꼭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닌 법이지.

하루의 여운에 빠져 느긋하게 걷고 있었더니 앞서 가던 이자벨이 불쑥 입을 열었다.

“오늘은 내 제멋대로인 행동에 어울려 줘서 감사하느니라.”

이 거만한 아가씨의 입에서 솔직한 감사의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오늘 하루 동안 당연하다는 듯이 부려 먹혀서 상상도 못했다.

그 말만 하고는 입을 꾹 다문 이자벨의 뒷모습이 마치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것 같아서 섣불리 말을 뱉어내지 못했다.

단지 친구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일뿐인데도 외로움에 떠는 여린 소녀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외로움쟁이인 거냐 이 아이는.

걸음을 조금 빨리 해서 이자벨과 나란히 섰다. 그리고는 터덜터덜 걸어가는 작은 머리를 조금은 거칠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 뭐냐 옛날에 선생님들이 집에 도착할 때까지가 소풍이라고 많이들 말씀 하셨었지. 그러니 성에 도착할 때까진 좀 더 어울려 줄게.”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고개를 들었던 이자벨이 내 말을 듣고 멈춰 서서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런 눈으로 보지마라. 나도 쪽팔리는 건 아니까.

한동안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던 이자벨이 이내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음! 그럼 너에게 내 손을 잡는 것을 허가하마!”

“네 알아모시겠습니다 아가씨.”

내밀어온 작고 하얀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고 아쉬운 감정을 떨쳐내듯 앞으로 나아갔다.

좁은 골목을 지나서 큰길로 나오자 오렌지 빛으로 변해가는 건물과 도로를 배경으로 많은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가는 노동자들의 등을 떠밀 듯이 해는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자신의 갈 길을 가고 있었다. 곧 그 길을 달이 따라 가겠지.

낮 동안 활기에 가득 찼던 시장은 하나 둘 자리를 비워 나갔다.

광장에서 노래를 부르던 음유시인은 영업을 시작한 주점으로 자리를 옮겨 주당들을 상대로 목을 풀었다.

세상의 밤이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의 행렬을 비집고 들어가며 또 다시 좁디좁은 골목으로 발길을 옮겼다.

분명 아까도 지나온 길이건만 해가 져가는 이 시간대엔 또 다른 길처럼 보였다. 어둠속에 숨어서 아가리를 벌리고 먹이를 기다리는 맹수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까처럼 몇 번이나 굽은 길과 갈림길을 지나던 중 저 앞에서 길을 막듯이 서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양아치들에게 많이 뜯겨본 경험상 저렇게 서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피해 가는 게 상책이다.

불길한 느낌이 들어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고 돌아보았더니 뒤쪽에서도 같은 차림의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검은색의 후드달린 로브 차림의 사람들이 앞뒤로 포위한 채 서서히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뒤늦게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걸 알아 챈 이자벨이 내 손을 꼭 잡았다. 이대로 서 있다간 양쪽에서 손 쓸 틈도 없이 협공 당하고 만다.

앞으로 계속 전진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중간에 옆으로 새는 길이 있어서 그 길로 몸을 밀어 넣었다.

어디로 이어지는 길인지는 모르지만 가만히 서서 당하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에 길을 잃는 것도 개의치 않고 움직였다.

만약 저 자들이 정말로 우리에게 해를 입히려고 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벗어나야 했다. 분위기로 봐서 동네 양아치들처럼 돈만 뺏고 보내줄 것 같지는 않았다.

노리는 것은 아마도 이자벨일 것이다. 파시온드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나보단 이 세계의 귀족 자재가 훨씬 돈도 되고 가치도 있을 테니까.

의문인 점은 어떻게 이곳에 이자벨이 있다는 것을 저들이 알았냐는 것이다. 분명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성을 빠져 나왔을 텐데 무슨 수로 지나갈 길마저 알고 지키고 서 있을 수 있는 것인가.

“드, 드렉. 아프다.”

“아. 미안.”

생각에 골몰하느라 나도 모르게 마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말았다. 이 상황을 타개할 좋은 방법은 찾지 못한 채 샛길이 보일 때마다 빠져서 이동했다. 그러다보니 길을 잃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원래 길을 모르는 나는 애초부터 헤매고 있었고 길을 알던 이자벨도 역시 모든 길을 다 아는 건 아닌 듯해서 결국 완전히 길을 잃어 버렸다.

그래도 다행히 쫓아오던 자들도 포기한 것인지 우리 둘 외에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휴. 겨우 따돌렸나.”

“그럴 리가 있나.”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아무런 기척도 없이 들려온 목소리가 온몸을 마비시킨 것처럼 돌아보지도 못한 채 얼어있었다.

시간조차도 멈춰버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고요함 속에서 시야 끄트머리로 후드를 눌러쓴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갔다.

따돌릴 생각이었는데 어느새 몰아넣어져 버린 건가.

식은땀마저 얼어붙어 버린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패닉에 빠져 버릴 것 같았지만 오른손에서 느껴지는 자그마한 떨림이 그마저도 허용해주지 않았다.

이자벨을 등 뒤로 숨기며 최대한 평정심을 짜내어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물어보았다.

“저희들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내 질문에 후드를 쓴 사람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내 감으로 봤을 땐 저건 저놈을 어떻게 죽일까라는 눈빛이다.

자기들끼리 눈빛만 주고받기를 잠시. 그 중에서 혼자 검붉은색 후드를 쓰고 있던 남자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 아가씨를 저희에게 넘겨주시지 않겠습니까?”

검붉은 후드의 남자는 쇳소리가 섞인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로 정중하게 말했다. 다행히 대화의 여지는 있는 것인가.

“죄송한데 저희 집은 통금시간이 엄해서 이제 그만 들어가 봐야 합니다만.”

“오. 이런 그거 아쉽군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알아들어 준 건가?

검붉은 후드의 남자는 가볍게 손짓하며 가볍지 않은 말을 입에 담았다.

“남자는 죽이고 공주는 정중히 모셔라.”

검붉은 후드의 남자의 말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은 채 일제히 칼을 뽑아 들었다.

아마 애초부터 나를 죽이는 것은 정해진 것이었겠지. 이런 뒤숭숭한 일을 하면서 목격자를 살려둘 리가 없다는 건 아무리 나라도 안다.

좁은 골목 안에서 몇 개나 되는 흉인이 먹이를 노리듯 번뜩였다.

등 뒤에서 옷자락을 붙잡는 기척을 느끼며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막다른 길에 몰려서 다수의 적에게 둘러싸였을 때 살아나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한 순간 순간마다 죽음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내가 죽는 것도 물론 무서웠지만 내가 죽은 뒤에 이자벨이 겪게 될 일들이 더욱 무서웠다.

단순히 납치해서 금품을 요구하는 편이라면 그나마 낫다. 적어도 심한 일을 당할 위험은 적어지는 거니까.

하지만 노예로 팔린다거나 혹은 다른 목적으로 이용 된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되는 것이 무서웠다.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생각 했지만 생각은 헛돌기만 하고 날붙이들은 점점 가까워졌다.

이윽고 가까워진 검은 후드가 칼을 높이 치켜들었다. 저 칼이 떨어지면 내 목숨도 떨어진다.

나에겐 지금 무기도 저 칼을 막을 방법이 없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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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21 현호천소
    작성일
    16.12.10 19:14
    No. 1

    자, 그럴땐 숨을 크게 들이 쉬고, 두 손을 입으로 모은다. 그 다음에 외치는 거다. '경비병-!'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elementa..
    작성일
    17.06.19 23:38
    No. 2

    저런 상황을 이기는 방법 저도 알고있습니다 자 시작하죠 1번 대장격 남자의 다리 사이를 찬다 그럼 병사들이 당황할것이다 2번 바로튄다 3번 숨을 있는 힘껏 들이쉰다 4번 도와주세요라고 크게 외친다 5번 계속 튀다보면 누군가 도와주러 올것이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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