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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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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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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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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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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DUMMY

얼마나 잠들어 있었을까.

타는 듯한 갈증을 느끼며 서서히 의식이 각성해 간다. 눈을 감은 채로 멀어졌던 감각이 돌아오는 걸 가만히 기다렸다.

어젠 자기 전에 뭘 했었더라? 가위라도 눌린 것 마냥 몸이 무거운 걸 보니 숨을 과하게 쉰 모양이다. 숨쉬기 운동도 과하면 몸이 상하는 법이지.

그건 그렇고 목이 너무 말라서 너무 따갑다. 갈라져서 피라도 나는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으으... 아직은 좀 더 자고 싶은데......

이럴 때는 여동생 콜이 최고지.

“동생아 물 좀 다오.”

내 목소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갈라지고 거친 목소리가 잘 들리지도 않을 만큼 작게 새어 나왔다.

누구 하나 듣지 못했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하긴 누가 들었더라도 변변찮은 일이 없었겠지만. 여동생 콜이 성공했던 때는 내 목소리를 듣고 여동생이 나를 때리러 왔을 때뿐이었다.

이대로 누워있어도 목이 말라서 다시 잠들 수도 없을 것 같다. 귀찮지만 일어나서 물이라도 마시고 다시 누워야지.

마지막까지 기상을 거부하는 눈꺼풀과 씨름하며 겨우 눈을 떴다.

......여긴 어디냐.

약간 색이 바래서 생활감 넘치던 내 방 천장은 어디로 간 거지? 내 방보다 천장의 높이도 훨씬 높아서 아득하다. 익숙하던 형광등 대신 샹들리에가 빛을 뿌리고 있었다. 어딜 어떻게 봐도 내 방이 아니다.

잠 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납치라도 당한 건가? 아니면 몰래카메라?

잠이 덜 깬 머리로 열심히 생각해 봤지만 혼란스러워 지기만 할 뿐이었다.

누운 채로 팔 다리를 움직여 봤지만 아무런 제약 없이 움직였다. 침대에 묶이거나 하진 않은 것 같아서 약간 안도했다. 혹시라도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두 블록 정도 길을 잘못 든 깊고 어두운 아저씨라도 들어왔을 때 사지가 묶여 있다면 저항도 못하고 소중한 것들을 여러 가지 잃어버리게 될 테니까.

그건 그렇고 그럼 여긴 어디지? 나는 왜 여기 있는 거고?

...안되겠다. 계속 생각이 같은 곳을 맴돌기만 해서 전혀 진전이 없잖아.

거기다 목마른 것도 이제 극에 달해서 소변이라도 마시고 싶어질 지경이다. 안 마실 거지만.

일단 뭐라도 찾아서 마시고 난 뒤에 생각하자.

그리 정하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순간 침대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작은 모습을 발견했다.

이 세상의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 못할, 사랑스러움으로 만들어 진 것 같은 천사가 그 곳에 있었다.

만약 내 여동생이 저랬다면 나는 숨 쉴 때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그 가련함에 충격을 받은 머리가 드디어 내 상황을 떠올렸다. 그렇구나. 꿈이 아니었구나.

게임과 소설에 쩔은 머리가 무의식중에 꿈으로 판타지 세계를 보여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틀린 모양이다.

그렇다면 검붉은 후드에게 등을 베인 것도 실제로 있었던 일인 거겠지. 아까부터 묘하게 등에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도 그 탓일 것이다. 아픔이 없는 것이 이상했지만 판타지 세계니 마법이라든지 상식을 초월한 뭔가로 해결했을 것이다.

곧바로 이자벨이 떠올랐지만 잘못 되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길의 뒷모습이 어떤 문제라도 해결해 줄 것처럼 든든했기 때문일까. 인정하긴 싫지만 안심해버렸던 것도 사실이고.

분명 이자벨도 무사히 구해냈을 것이다. 그런 불확실한 믿음이 근거 없이 생겨났다. 그것이야말로 히어로이자 이야기의 주인공이니까. 내가 아닌 길이니까 당연하게 느껴졌다.

결국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으니까.

바싹 마른 입안에 씁쓸함이 맴돌았다. 뭐, 나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역할이었던 거였을 뿐이다.

“우...응...”

아차. 너무 빤히 처다 봤나?

집요한 내 시선을 느낀 것인지 잠들어 있던 라뮤가 낮은 신음을 흘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

“잘 잤니?”

애써 태연한 척 가장하며 부드럽게 말을 걸었지만 목소리가 갈라져서 단순한 변질자처럼 되어 버렸다.

막 잠에서 깬 라뮤는 멍한 표정으로 몇 번 눈을 깜빡거렸다. 그러길 잠시 커다란 눈동자에 시원찮은 내 얼굴을 비추었다.

“으......”

“으?”

단정했던 표정을 무너뜨리며 라뮤는 매달리듯 내게 안겨왔다. 갑작스런 어프로치에 심장이 심상치 않은 리듬을 연주했다. 이것이 부정맥인가...!

“으허어어엉...”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어깨를 들썩 거리던 라뮤가 낮게 오열하기 시작했다. 잠들어 있던 내 곁에 있어 줬던 것이나 이렇게 울어 주는 건 나를 걱정해 줬기 때문이겠지.

이런 상황에서 이런 감상은 어떨는지 싶지만 솔직히 말해서 조금 기뻤다. 가족들도 이렇게 나를 신경 써주지 않을 텐데 만난 지 한 달도 안 된 남을 위해서 눈물마저 흘릴 수 있다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렇게 된 이상 내 평생을 바쳐 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결혼식은 서양풍이 좋을까? 동양풍이 좋을까?

“그래 그래, 착하지.”

울고 있는 라뮤를 달래려 조심스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지만 역효과였는지 오히려 울음소리가 더 커졌다.

“으에엥~ 회복술이 안 통해서, 히끅. 피도 안 멈춰서, 훌쩍. 드렉, 형이, 흑. 죽을지도 모르는데, 히잉. 회복술이 안통해서~”

뭔가를 필사적으로 말하려는 라뮤였지만 울음소리가 섞여 무슨 내용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허둥대는 라뮤를 보고 있자니 차분해졌다.

“미안한데 마실 것 좀 가져다주지 않을래?”

나는 울음을 그칠 기색을 보이지 않는 라뮤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조금은 밖에서 진정할 시간을 보내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목이 격하게 마르기도 했고.

내 부탁을 들은 라뮤는 아직 진정되지 않은 호흡을 억지로 가다듬으며 서두르듯 방을 나섰다.

그 뒷모습을 배웅하며 다시 침대에 몸을 누이려고 한 순간 교대하듯 문을 열고 길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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