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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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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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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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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1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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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DUMMY

“여어.”

먼저 손을 들어 아는 척을 했다. 예로부터 인사와 공격은 빠른 자가 이긴다고 했다. 아마도 누군가 유명한 사람이 말했을 거다.

내 모습을 확인한 길이 눈썹을 찌푸리며 다가왔다.

“질긴 목숨이로군.”

“유감스럽게도 말이지.”

너스레를 떨며 받아치자 길은 무표정으로 응수했다. 잘생긴 외려 압박이 돼서 뭔가 오싹해지기 시작했다.

“너는 3일간 잠들어 있었다.”

아침 뉴스를 보며 날씨 이야기를 하듯 평이하게 길이 말했다. 그런가 삼일인가...

“......삼시간?”

“삼일이다.”

길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겠죠... 삼시간이라니 어느 나라 시간이람.

그건 그렇고 삼일인가.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삼이이이이일!?”

예고 없이 눈앞에서 큰 소리를 질렀는데도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길은 서 있었다. 이 녀석은 심장이 뭘로 돼 있는지 꼭 한번 조사해 보고 싶었다. 어쩌면 로봇일지도 모르겠군.

아니, 그것보다도 내가 3일이나 잠들어 있었다 이 말인가? 72시간? 쓰리 데이즈?!

3일이나 누워 있었으니 이렇게 목이 마른 것도 당연하다. 깨닫고 보니 배가... 고프다.

타이밍 좋게 텅 빈 배가 소심하게 울렸다. 길도 나도 입을 닫고 있었기에 작은 소리였지만 다 들렸으리라.

언제나처럼 한숨을 쉬며 길이 말했다.

“다 죽어가던 게 거짓말 같군. 태평한 녀석이다.”

“어쩔 수 없잖아. 이것도 다 살려고 그런 거니까.”

배가 고픈 건 몸이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신호다. 큰 상처를 입은 뒤니까 회복하기 위해서 많은 에너지를 썼을 테지. 소모한 만큼 에너지를 요구하는 건 당연한 거다.

“음식을 준비하도록 부탁해 뒀다. 잠시 기다려라.”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그 동안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 침대에 몸을 파묻고 눈이라도 감고 있어야지.

그렇게 정하고 몸을 누이려고 하는데도 길은 나가려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뭔가 용무라도 있으신지요?”

부담 되니까 나가 달라는 뜻을 담아 완곡하게 말해보았지만 뜻이 통하지 않았는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말 속에 담긴 뜻을 읽을 줄 모르는 모양이다. 이래서 요즘 젊은이 들이란.

내 말을 무시한 채 생각을 정리하듯 눈을 감고 있던 길이 감았던 눈을 뜨며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올곧은 눈빛에 순간 위축되어 등줄기가 쫙 펴졌다.

“하나만 묻겠다.”

“네,넵.”

“공주를 밖으로 데려간 건 네 의지인가?”

“아닌뎁쇼...”

뭔지 모를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이상한 말투가 되었다. 형사가 범인들을 심문할 때 이런 분위기가 되는 걸까?

묘한 압박감이 느껴지던 길의 몸에서 힘이 풀리자 숨 쉬기가 좀 편해진 것 같았다.

“하긴 그럴 그릇도 못 되나.”

혼자서 납득한 듯 고개를 주억거리는 길을 보니 왠지 심기가 불편해졌다. 저거 분명 내 욕 맞지?

불편한 심기를 은근히 드러내며 물어보자

“그럴 리가. 오히려 지금의 네겐 이 만큼 좋은 말도 없을 거다.”

-란 대답이 돌아왔다. 도대체 뭐가 좋은 것일까. 꼭 물어보고 싶다.

“내 용건은 끝났지만 빠른 시일 내에 심문회가 열릴 거다. 국왕폐하와 다른 대신들을 납득시켜야 할 테니까.”

“심문회라니?”

뜬금없이 뜻밖의 단어가 튀어 나왔다. 심문회가 뭘까? 심심안 문안의 인사를 드리는 모임 같은 거려나?

“자각하지 못한 것 같은데 너는 현재 성에 구금된 상태다. 마음대로 밖을 돌아다니는 게 허락되지 않은 입장이란 말이다.”

어라 그랬었나? 진짜로 몰랐다. 그야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는걸.

“그런 네가 공주마저 데리고 무단으로 성을 나간 거다. 원래라면 발견 즉시 사살 되었을 테지.”

......그런 얘긴 정말로 못 들었다고. 나는 그냥 건방진 꼬맹이를 따라서 마을 구경 좀 하다 온 것뿐인데 너무 하잖아.

그건 그렇고 아까부터 나온 공주란 건 역시...

“이자벨인가.”

“공주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불경죄로 처형되고 싶지 않으면.”

“그러는 너도 그냥 공주라고 부르잖냐.”

“나는 장소를 가리고 있으니까 괜찮아.”

그게 뭐야......

조금은 겸연쩍어 하는 표정이라도 지을 법 하건만 카리스마마저 느껴지는 평소의 산뜻한 미남 얼굴이다.

하나하나 태클을 걸고 싶었지만 그러다가는 날이 가고 해가 넘어갈지도 몰라서 그냥 잠자코 있기로 했다. 어른이란 아니라고 생각하더라도 생각만으로 넘어가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이렇게 또 한발자국 어른이 되어 가는구나.

“이자벨은...”

“무사하다. 뭣 때문인지 녀석들이 바로 떠나지 않았던 덕분에 늦지 않게 구출할 수 있었다. 비록 납치범들은 놓쳤지만.”

무사히 구출됐구나... 꼴사납게 바닥을 기면서도 끈덕지게 달라붙은 보람이 있었다. 등을 베이는 건 무사의 수치라고 하지만 내 경우엔 자랑할 수 있는 훈장인 셈이다.

“정말로 다행이다.”

안도한 탓인지 생각이 목소리로 나왔다. 물론 다 잘됐을 거라 생각은 했었지만 실제로 확인하고 나니 확실히 마음이 놓였다. 뭐, 결국엔 이 녀석 덕분에 살았으니 조금은 감사하는 마음이...

“정말로 그렇군. 만약 그대로 공주가 납치되었다면 넌 그 자리에서 오체분시 되었을지도 모르지. 공주가 필사적으로 변호해 주지 않았다면 어찌되든 죽었겠지만.”

방금 한 말 취소다. 역시 이 녀석이랑은 도저히 맞지를 않는다. 전생에 철천지원수였음이 틀림없다.

“너 나 마음에 안 들지?”

“......부정은 못 하겠군.”

거 봐. 이렇다니까. 그래도 딱히 마음이 상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도 그렇기 때문이겠지.

문득 이자벨과 파오가 떠올랐다. 둘이서 이야기 할 땐 정말 즐거워 보였지. 학창 시절엔 나한테도 그런 친구가 있었을까?

눈앞에 있는 길을 보았다. 얼핏 보기엔 내 또래처럼 보인다. 실제로도 얼마 차이 안 나겠지. 다른 상황에서 만났다면 친구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니아니. 그건 무리지. 절대로.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지는군.”

“내가 할 말이다.”

서로 떨떠름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자니 노크소리가 들렸다.

“들어오도록.”

내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길이 먼저 문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문이 열리며 세라씨와 나에가 들어왔다. 기분탓인지 나에는 굉장히 초췌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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