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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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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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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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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1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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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DUMMY

그 순간 방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또다시 들렸다. 이젠 누가 올 차례냐. 이미 내 hp는 제로라고.

반쯤 재가 된 심정으로 열리는 문을 바라보고 있자니 뭔가가 실린 카트가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뚜껑이 덮여 있는데도 은은히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세라씨와 나에 때문에 잊고 있던 공복이 폭포수처럼 솟아 올라왔다.

3일간 주려 있던 위장이 활발해지는 감각이 살아있다는 실감을 갖게 해줬다. 잠시라도 정신을 놓으면 말라버린 입에서 멋대로 침이 흐를 것 같아서 큰일이었다. 본능이란 무섭구나.

내가 그렇게 기다려 마지않던 음식을 실은 카트는 살짝 열린 문 사이로 들어오다가 갑자기 멈췄다. 나를 애태울 작정인가. 그러지 말고 이/리/로/들/어/오/도/록/해.

머뭇거리듯 멈춰 서 있던 카트가 이윽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며 카트를 밀던 메이드도 함께 들어왔다.

방안에 감돌던 향기로운 음식의 냄새가 사라졌다. 두 아가씨들 덕분에 떠들썩하던 방안이 소리를 잃어간다. 주변의 풍경이 빛바래 가듯 색이 옅어졌다.

모든 감각이 주위로부터 멀어지고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그 곳에는 메이드가 있었다.

메이드복을 입은 라뮤가 있었다.

어째선지 다른 메이드들이 입은 메이드복보다 짧은 치맛자락을 한손으로 억누르며 귓불까지 빨개진 라뮤가 카트를 밀며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내 모든 세포 하나하나가 그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처럼 날뛰었다.

이건 도대체 무슨 경우지? 혹시 꿈인가?

어쩌면 실제로 나는 아직 깨어나지 못한 채 혼수상태로 누워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보고 있는 장면은 뇌가 잠들어 있는 나에게 멋대로 보여주는 환상이라든가 하는 패턴이겠지.

하지만 그런 건 지금 아무래도 상관없어. 이게 꿈이라면 영원히 꿈속에 머물고 싶다.

“혀, 형. 식사를 가지고 왔어요오...”

침대 앞까지 카트를 밀고 온 라뮤가 부끄러운 듯이 몸을 꼬며 말했다. 지금 이 순간 지금까지 살면서 입은 마음의 상처들이 모두 치유가 되었다. 이 기억만 있다면 나는 앞으로도 굳세게 살아갈 수 있어.

“와~ 귀여워요 라뮤~”

세라씨가 라뮤를 끌어안았다. 그 순간 세계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어딘가 먼 그림속의 풍경을 보고 있던 것 같던 감각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럼에도 환상일 터인 메이드 라뮤가 사라지지 않았다. 서, 설마 환상이 아닌 건가?

만약 그렇다면 정말로 기적 같은 광경이다. 이런 악마 같은 발상은 누가 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런 의문을 가진 게 나만은 아니었는지 나에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라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귀엽긴 한데 갑자기 이런 옷은 왜 입은 거야?”

나에의 물음에 붉어진 얼굴로 울상을 지으며 라뮤가 입을 열었다.

“식당에 있던 메이드 누나가 음식을 가져가려면 이렇게 입어야 된다고 그랬어요.”

나이스 메이드. 베리 굿 잡.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메이드를 나는 지금부터 마음의 벗이라 부르기로 했다.

“배 많이 고프시죠? 주방에서 여러 가지를 만들어 주셨어요.”

세라씨의 품에서 빠져 나온 라뮤가 그릇에 덮인 뚜껑을 하나씩 열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이 실체를 지닌 듯 현란하게 춤추며 눈을 현혹한다. 한 박자 늦게 연기를 뒤따르듯 농후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라뮤의 메이드복 차림을 본 것만으로도 이미 정신적으로는 과할 정도로 만복이었지만 육체의 배고픔마저 채워지지는 않았다.

깨닫기도 전에 배가 울리고 있었다. 허겁지겁 스푼 손에 쥐고 음식을 먹으려다가 스푼을 놓쳐버렸다. 생각보다 손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은 탓이었다.

오랜 시간 자다가 방금 일어났으니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근육을 풀어주듯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펴며 손의 감각을 확인한 후 다시 스푼을 집으려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라뮤가 손을 뻗어 떨어진 스푼을 손에 들었다. 라뮤도 배가 고팠던 건가. 비록 내가 지금 배가 고프지만 사랑하는 남동생에게라면 양보할 수 있다. 어차피 혼자 먹기엔 양도 많았으니까.

살짝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고 있으려니 라뮤가 맑은 스프를 후후 불어서 내게 내밀었다.

“자. 형 아~ 하세요.”

라뮤는 아기 새에게 먹이를 주는 어미 새처럼 자애로운 표정으로 내게 먹기 좋게 식은 스프를 내밀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스프를 받아먹었다. 따뜻한 스프가 메마른 입안을 적시며 부드럽게 식도로 넘어갔다. 나를 생각해서 인지 건더기가 들어있지 않은 스프라 목에 걸리는 느낌도 없었다.

마치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활력이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피어올랐다. 아니, 이런 쓸데없는 감상은 필요 없지. 그저 맛있었다.

“흥. 이번뿐이니까 기어오르지 마.”

평소의 언짢은 표정으로, 하지만 기분 탓인지 조금 누그러진 것 같은 얼굴로 나에가 빵을 작게 잘라 입에 넣어 주었다.

좋은 밀로 실력 있는 요리사가 만든 폭신폭신한 빵이 목에 남아 있던 스프와 함께 녹듯이 흘러갔다. 이것도 맛있다.

“많이 먹고 빨리 나아야 해요.”

한입 크기로 자른 스테이크를 먹여주며 세라씨가 말했다. 갓 일어난 환자에게 스테이크를 먹이는 것도 어떤가 싶었지만 거부감 없이 들어갔다. 언제나 고기는 옳다. 맛있을 수밖에 없지.

......핫!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세 사람이 먹여준 음식을 차례대로 다 먹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이어서 생각이 따라가지 못했었다.

미녀(+미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음식을 먹여주는 시츄에이션이라니 꿈에서조차 이룬 적이 없었는데.

배는 불러오고 마음도 차오른다. 이것이 행복인가.


고향에서는 찾지 못했던 행복. 이세계에서 찾았나니.


한 구절 떠오르는 말이 시가 되니 신선놀음을 하는 기분이다.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될 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세 사람에게 음식을 받아먹었다.

식사가 끝난 후 식기를 가지고 방을 나서는 라뮤와 세라씨, 나에의 뒷모습을 마지막까지 바라보며 행복의 여운을 즐겼다. 자고로 등 따시고 배부르면 잠이 오는 법. 방에 혼자 남은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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