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최근연재일 :
2019.11.18 00:16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112,598
추천수 :
1,815
글자수 :
320,742

작성
16.12.21 19:49
조회
1,257
추천
14
글자
7쪽

27

DUMMY

알현실 같은 커다란 방의 문을 나서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는 두 번째로 오지만 올 때마다 좋지 않은 기억만 생겼다. 오늘도 심문회라는 이름의 인신공격이 이어졌을 뿐이었다. 물론 주축은 염소수염이랑 뚱보다.

이번에는 전처럼 테스카가 나서지도 않았기에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샌드백 신세였다. 말려줄 무서운 국왕 아저씨도 없어서 완전 물이 오른 대신들이 영혼을 실어서 쪼아댔기에 정신은 이미 만신창이다.

이대로 라뮤를 부둥켜안고 하루를 마감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그나마 이자벨의 입김과 용사들의 옹호 덕분에 실질적인 처벌 없이 넘어간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무엇보다도 길이 내 편을 들어준 게 가장 놀라웠다. 물론 욕을 하는 건지 감싸주는 건지 구분해내기 굉장히 미묘한 태도였지만 어찌됐든 잘 넘어갔으니까.

평소의 훈련 때문에 용사들은 먼저 훈련장으로 향했다.

생각 같아선 땡땡이 치고 어딘가 짱박혀서 쉬고 싶었지만 얼마 전에도 땡땡이치다가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니 그럴 수도 없었다.

게다가 베티의 회초리가 불을 뿜을 걸 생각하면 무서워서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 가학적인 미소가 떠올라서 가볍게 소름이 돋았다. 좋아 서둘러서 훈련장으로 가도록 하자.

“또 땡땡이신가요?”

사신이 서 있었다.

“히익!?”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공포에 전율했다. 이 자리에 있을 리 없는 사람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서 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여, 여긴 어인 일로...?”

“불만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니오. 당치도 않습니다.”

식은땀이 기분 나쁘게 등을 적셨다. 눈앞에 있는 상대, 베티 선생은 어째서인지 훈련장이 아닌 이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본의 아닌 땡땡이 한 번으로 나에겐 실낱같은 자유조차 사라진 것인가. 너무한 횡포다. 이런 불합리한 처사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베티가 말없이 회초리를 흔들었다. 단순히 좌우로 까딱인 것뿐인데도 바람이 이는 것 같았다.

왠지 모르게 먼저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은 심정이 되었다. 잘 생각해보면 전부 내 잘못인 기분이 들었다. 그래 분명 그럴 거야.

얌전히 불어 닥칠 폭풍을 기다리며 심호흡을 하고 있자니 베티가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영주님께서 긴히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 합니다. 따라와 주세요.”

베티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회초리 폭풍에서 몸을 지킬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던 게 바보 같아 졌다.

거의 마지막으로 알현실에서 나왔기에 주위에 다른 사람들은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주위를 기울이는 걸 보면 어지간히 나와 만나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거겠지.

타이밍 상 어제 이자벨에게서 들었던 일과 관련이 있는 일이리라.

덩달아 텅 빈 복도를 조심스레 둘러보고는 베티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나도 한 번은 라인할트와 제대로 얘기를 해 봐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찾아 온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언제 또 라인할트와 이야기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이상 이 기회를 놓칠 순 없다.

내 대답을 들은 베티는 주위를 살피면서도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그 뒤를 놓칠세라 허둥대며 따라 갔다.

단련된 몸과는 거리가 먼 나긋나긋한 몸매의 베티는 그 몸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복도를 가로 질렀다.

나는 거의 뛰듯이 걸어야 겨우 따라 붙을 수 있을 수준이었다. 대낮부터 경보를 하게 되다니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우연인지 아니면 일부러 이런 길을 고르는 건지 우리가 가는 길에는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추하게 걸어가는 내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되었다.

그 점은 참 다행이지.

얼마나 걸었을까. 몇 번이나 계단을 오르내리며 같은 장소를 빙빙 도는 것 같던 베티가 조금 속도를 늦춰 내 보폭에 맞추었다.

“전 영주님의 명령으로 당신의 가정교사로 임명되었습니다.”

물론 알고 있던 사실이다. 곧 라인할트를 만나면 베티에 대한 건으로 진득하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줄 예정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사실 제가 받은 진짜 임무는 멍청한- 실례, 무지한 당신의 교사 역이 아니라 용사들의 감시였습니다.”

담담히 실례되는 말을 하는 베티에게 태클을 걸기도 전에 흉흉한 단어가 튀어 나왔다.

그런 와중에도 용사들이 위험하다고 발언한 라인할트라면 충분히 생각할 만한 일이라고 납득했다.

나라도 주위에 위협시 해야 할 상대가 있다면 일거수일투족을 주의하고 싶어 할 테니까.

“그렇다면 가정교사라는 건?”

“물론 용사들을 속이기 위한 위장 신분입니다.”

그랬던 건가. 전문적인 스파이라면 지금의 이 민첩한 움직임도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나를 때렸던 것도?”

그런 설정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실제로 용사들은 베티에게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것 같다.

훈련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눈치 채지 못한 걸지도 모르지만 그 빈틈을 파고든 거라면 훌륭한 일이다.

새삼 감탄하며 물어보자 베티는 안경을 빛내며 고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아니오. 그건 그저 그러고 싶었기에.”

그랬던 건가. 그냥 이 사람이 극악무도한 사디스트였던 것뿐인 건가.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생각했던 상대의 의외의 진실된 면을 발견했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아니, 사실 그다지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어...

“사실 가끔 참을 수 없이 당신을 때리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가령 지금이라든가...”

안경 너머로 비치는 베티의 눈동자가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가늘어졌다.

혀로 입술을 핥으며 끈적하게 내뱉는 날숨이 물리적인 거리를 뛰어 넘어 볼에 닿는 것 같아서 한기마저 들었다.

일부 특정한 취향의 사람들이라면 눈물을 흘리며 기뻐할 상황이건만 나는 그 일부가 아니었기에 생명의 위협을 느낄뿐이었다.

“갑자기 급한 볼일이 떠올라서 그런데 돌아가 봐도 될까요?”

“손발을 자르고 입을 꼬매기, 기억이 날아갈 때까지 메이스로 머리 때리기. 어느 쪽이 좋으신가요?”

돌아가려면 입막음을 하겠다는 소리였다. 히익! 살려줘요!

“후훗. 농담입니다. 그럼 이쪽으로.”

전혀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는뎁쇼.

작게 웃으며 손짓을 하는 베티를 보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사색이 된 채 떨고 있는 나를 내버려 둔 채 아무 것도 없는 벽면을 만지작거리던 베티가 힘주어 한 곳을 누르자 벽의 한켠이 움직이며 비밀 문이 생겼다.

뭐냐 여긴... 닌자 저택이나 그런 거냐?

“안쪽에서 영주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영주님이 해주실 테니 안쪽으로 드시지요.”

자신의 역할은 끝났다는 듯 베티는 한쪽으로 물러나며 나에게 길을 비켜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을 지나가던 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5 3-14 NEW +1 16시간 전 18 1 7쪽
104 3-13 +2 19.09.30 48 4 7쪽
103 3-12 +3 19.09.19 62 8 7쪽
102 3-11 +3 19.03.11 147 5 7쪽
101 3-10 +3 19.03.04 106 7 8쪽
100 3-9 +1 19.03.01 115 8 8쪽
99 3-8 +2 19.02.27 111 7 8쪽
98 3-7 +2 19.02.15 114 8 7쪽
97 3-6 +2 18.12.31 143 5 7쪽
96 3-5 +1 18.12.28 118 7 7쪽
95 3-4 +3 18.12.04 148 9 8쪽
94 3-3 +2 18.11.29 158 10 8쪽
93 3-2 +4 18.09.05 216 9 7쪽
92 3-1 +1 18.06.21 286 11 7쪽
91 3권 프롤로그 +7 18.05.02 317 7 8쪽
90 2권 에필로그 +8 18.04.03 368 8 13쪽
89 2-48 +2 18.03.27 345 6 11쪽
88 2-47 +7 18.01.14 417 9 7쪽
87 2-46 +6 17.07.09 526 11 7쪽
86 2-45 +2 17.07.04 435 8 7쪽
85 2-44 17.06.28 451 12 7쪽
84 2-43 +1 17.06.25 450 9 7쪽
83 2-42 17.06.23 420 10 7쪽
82 2-41 17.06.22 465 11 7쪽
81 2-40 +2 17.06.21 454 8 7쪽
80 2-39 +1 17.06.20 473 9 7쪽
79 2-38 17.06.19 460 11 8쪽
78 2-37 +1 17.06.18 467 8 7쪽
77 2-36 +1 17.06.16 585 11 7쪽
76 2-35 +2 17.06.14 549 14 7쪽
75 2-34 17.06.14 498 11 7쪽
74 2-33 17.06.13 571 11 7쪽
73 2-32 17.06.11 541 9 8쪽
72 2-31 +3 17.06.11 816 11 7쪽
71 2-30 +2 17.06.10 567 10 8쪽
70 2-29 +1 17.06.10 611 12 7쪽
69 2-28 +3 17.06.09 618 11 7쪽
68 2-27 +1 17.06.08 564 11 7쪽
67 2-26 +3 17.06.07 638 14 7쪽
66 2-25 +1 17.06.06 1,387 13 8쪽
65 2-24 +3 17.06.06 603 14 7쪽
64 2-23 +3 17.06.06 638 13 7쪽
63 2-22 +3 17.06.04 686 15 7쪽
62 2-21 +2 17.06.04 806 17 7쪽
61 2-20 +1 17.06.03 798 18 6쪽
60 2-19 17.06.03 580 16 7쪽
59 2-18 +1 17.06.02 852 15 7쪽
58 2-17 +1 17.06.01 808 15 8쪽
57 2-16 17.05.31 630 14 7쪽
56 2-15 +2 17.05.31 945 13 7쪽
55 2-14 +1 17.05.30 900 14 7쪽
54 2-13 +7 17.05.29 676 13 7쪽
53 2-12 +3 17.05.28 676 14 7쪽
52 2-11 +2 17.05.27 725 15 7쪽
51 2-10 17.05.27 642 12 7쪽
50 2-9 +3 17.05.26 733 12 8쪽
49 2-8 +1 17.05.26 674 12 7쪽
48 2-7 +1 17.05.25 698 9 7쪽
47 2-6 +2 17.05.25 716 9 6쪽
46 2-5 +2 17.05.24 738 11 7쪽
45 2-4 +2 17.05.24 729 13 7쪽
44 2-3 +2 17.05.23 776 10 6쪽
43 2-2 +1 17.05.23 1,568 9 6쪽
42 2-1 +2 17.05.22 1,251 11 6쪽
41 2권 프롤로그 +3 17.05.22 907 14 6쪽
40 에필로그-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을 지나가던 나 +3 17.01.01 1,476 18 7쪽
39 38 +1 16.12.31 998 14 8쪽
38 37 +1 16.12.30 1,062 12 7쪽
37 36 16.12.29 926 14 7쪽
36 35 +2 16.12.28 938 17 7쪽
35 34 +1 16.12.27 1,172 18 6쪽
34 33 16.12.26 952 17 7쪽
33 32 +1 16.12.25 978 16 7쪽
32 31 16.12.25 974 14 6쪽
31 30 16.12.24 1,011 15 7쪽
30 29 16.12.23 1,024 16 6쪽
29 28 +1 16.12.22 1,178 21 7쪽
» 27 16.12.21 1,258 14 7쪽
27 26 +2 16.12.20 1,349 19 6쪽
26 25 +1 16.12.19 1,271 17 6쪽
25 24 +1 16.12.18 1,253 22 7쪽
24 23 +4 16.12.17 1,400 23 7쪽
23 22 16.12.17 1,311 31 6쪽
22 21 16.12.14 1,616 20 7쪽
21 20 16.12.13 1,356 25 6쪽
20 19 +2 16.12.12 1,362 25 6쪽
19 18 16.12.12 1,367 28 6쪽
18 17 +1 16.12.11 1,570 25 7쪽
17 16 +2 16.12.10 1,394 25 8쪽
16 15 16.12.10 1,688 34 6쪽
15 14 +1 16.12.08 1,500 31 6쪽
14 13 16.12.07 1,585 29 6쪽
13 12 +3 16.12.06 1,693 34 5쪽
12 11 +1 16.12.06 1,795 34 7쪽
11 10 +3 16.12.05 2,042 33 8쪽
10 9 +1 16.12.04 2,264 35 7쪽
9 8 +3 16.12.04 2,497 35 7쪽
8 7 +5 16.12.02 2,711 34 7쪽
7 6 +2 16.12.02 3,103 38 7쪽
6 5 +3 16.11.29 3,458 44 6쪽
5 4 +4 16.11.28 3,655 44 7쪽
4 3 +4 16.11.27 4,491 53 7쪽
3 2 +4 16.11.26 4,399 64 9쪽
2 1 +2 16.11.25 5,057 52 6쪽
1 프롤로그 +6 16.11.24 5,927 63 4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풍뢰의사신'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