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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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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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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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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2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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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DUMMY

심연의 입구처럼 뻐끔히 열려있는 문을 넘어 방 안으로 들어갔다. 꼭꼭 숨겨 놓은 것치곤 평범하기 그지없는 작은 서재 같은 방이었다.

벽면에는 책장들이 약간의 거리를 두고 새워져 있었고 그 안에는 크고 작은 책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내가 들어온 비밀 문은 그 책장과 책장 사이의 공간에 있었다. 책장 사이에 공간이 몇 군데 더 있는 걸 보면 어쩌면 저기도 다른 곳으로 통하는 비밀문일지도 모르지.

“갑자기 불러내게 돼서 죄송합니다.”

그런 방의 한편에서 의자에 앉아 책상 위의 서류를 살피던 라인할트가 고개를 들며 나를 맞이했다.

“아닙니다. 저도 마침 하고 싶은 말이 있었으니까요.”

“그렇습니까. 일단 앉으시죠.”

라인할트가 권한대로 맞은편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나 때문에 일부러 준비한 건지 원래 이곳에 있던 의자는 아닌 것 같았다. 평소에는 그다지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 방인 듯 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씀이시라는 건...?”

“먼저 라인할트경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으며 자세를 바로잡은 라인할트가 진중한 표정으로 나를 직시했다.

“드렉씨는 이 성에 마왕의 입김이 닿은 자들이 숨어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그 진지한 시선에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거 혹시 내 얘기인가?

여기 와선 간자니 첩자니 뭐니 온갖 음해에 시달리다 보니 나조차도 순간 착각할 뻔 했다.

그 이외엔......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고개를 가로젓는 나를 보며 라인할트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공식적으로 발표는 하고 있지 않지만 몇 차례 국왕폐하의 암살 시도가 있었습니다.”

“암살이요?!”

놀랐다. 이 평화롭기 짝이 없어 보이는 성 안에서 그런 흉흉한 일이 일어났었다니 꿈에도 몰랐었다고.

그 무서운 아저씨를 노릴 베짱이 있다니 장군감이로다.

아니, 그것보다 이 이야길 나한테 하는 이유가 뭐지?

갑자기 불안해져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라인할트를 쳐다보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 물론 드렉씨를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그랬다면 이곳에 부르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드렉씨에게는 조금 협력을 얻고 싶어서 이야기를 드리는 것뿐입니다.”

“협력이라니... 제가 말씀 드리기도 뭐하지만 아직 제 앞가림도 못하는 입장인데요...”

“걱정 마십시오.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언젠가 보았던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미소를 지으며 라인할트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야기를 되돌려서 국왕폐하의 암살 건입니다만, 아직 범인을 잡지 못하였습니다. 아직까지도 위협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지요.”

다시 진지한 분위기로 돌아온 라인할트는 검은 장갑을 낀 손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말했다.

“하지만 다행히 범인으로 의심되는 자를 발견했습니다.”

“...그게 누굽니까?”

탁자를 두드리는 라인할트의 손을 무심히 응시하며 묻자 지금부터 할 이야기의 무게에 짓눌린 듯 낮게 깔린 목소리로 라인할트가 입을 열었다.

“용사 길티니어바우트님입니다.”

나는 라인할트의 손에서 입으로 시선을 옮겨 가만히 바라보았다.

“놀라지 않으시는군요. 알고 계셨습니까?”

“아뇨, 공주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어렴풋이 짐작했을 뿐입니다.”

라인할트로부터 위험하니 용사들에게 가까이 가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는 이자벨의 이야기에서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었기에 오늘 이 이야기가 용사들과 관련됐다는 것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단지 그 실체를 듣고 나니 아무래도 평소대로는 있기 힘들었다. 애써 평정심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멋대로 손이 떨리는 것은 감출 수가 없었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서 떨리는 걸 억누르며 이어질 라인할트의 말을 기다렸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빨라지겠군요. 사실 저는 은밀히 용사분들을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암살 시도가 이루어졌던 날에는 빠짐없이 길티니어바우트님이 개인적인 용무로 성 안팎을 드나드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그건 확실히 수상하다. 우연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마음속에 한 번 싹튼 의문은 그 우연조차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라인할트의 말을 듣고서야 깨닫게 된 것이 있었다.

이자벨과 대화하면서 느꼈던 위화감. 그것은 서로의 인식의 차이에 대해서였다.

용사를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던 이자벨. 그래서 용사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용사들의 이름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자벨과 성 밖으로 나갔던 날 서로 처음 만났을 터임에도 길은 한 눈에 공주를 알아봤다. 마치 전부터 쭉 알고 있었다는 듯이.

이 두 사람의 인식의 차이가 나에게는 위화감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물론 아직 확실한 것은 모른다. 이자벨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두 사람이 만날 기회가 있었고 길은 그때 이자벨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 번 생겨난 의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내 안에서 몸집을 키워갔다.

‘주위를 잘 둘러봐라’

내 안에 깃든 악마가 한 말이 불현 듯 머릿속에 파고들었다. 이제야 이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은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라인할트경은 길이 수상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길티니어바우트님 외에 다른 용사분들도 용의선상에 올려두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용사분들은 꽤나 유대감이 강한 것 같으니까요.”

확실히 그렇다. 같은 날 같은 이유로 소환되었기 때문일까. 넷은 어떤 일이든 거의 함께 했다. 대부분 나도 함께 있었지만 덤이라는 느낌이었다.

만약 길이 무슨 일을 꾸민다면 다른 세 명도 동조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겠지.

“그렇다면 저 또한 의심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저를?”

아무리 용사들과는 다른 날에 소환되어 다른 입장인 나라도 같이 있는 시간이 긴 만큼 동화될 가능성이 크다.

객관적으로 생각해서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득보단 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내 의문에 라인할트는 예의 미소를 지으며 일축했다.

“제가 드렉님을 믿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 이유로는 부족한가요?”

“......아니오. 잘 알겠습니다.”

일의 무게에 비해선 터무니없이 가벼운 대답이었지만 나는 납득했다. 더 이상의 문답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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