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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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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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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23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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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DUMMY

“그런데 라인할트경. 길이 저와 공주님을 구한 사실은 알고 계십니까?”

문득 떠오른 것처럼 지나가듯이 말하자 라인할트가 반응해서 입을 열었다.

“네 그것도 들었습니다. 위험한 순간이었다고 하더군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이상해요?”

“네. 분명 공주님과 드렉씨가 습격당한 장소는 성 밖의 외진 장소라고 들었습니다. 그런 곳에 길티니어바우트님이 우연히 나타났다는 게 너무나 수상하게 여겨지는군요.”

확실히 그렇다. 그때는 다 죽어가는 상황이었던지라 깊이 생각하지 않았지만 타이밍이 너무 절묘했다.

주인공보정이라도 받지 않았다면 다른 답은 하나뿐이리라.

“실제로 그 날도 길티니어바우트님은 훈련이 끝난 후 곧장 성을 나가셨다고 합니다.”

덧붙이는 라인할트의 말은 내 생각을 뒷받침해주는 듯 했다. 우리가 습격당한 것은 저녁 무렵이니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으리라.

“거기에 괴한들과 직접 대치했음에도 전투다운 전투 없이 공주님을 괴한들의 손에서 구했다고 하더군요. 마치 일부러 놓아준 것처럼요.”

상처 하나 없이 공주를 구한 것에 대해서는 칭찬의 목소리뿐이었지만 일부에서는 납치범들을 한명도 생포하지 못한 길의 무능함을 규탄하기도 했다.

만약 그 둘이 한통속이고 미리 짜여 진 상황이라면 다 설명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어째서 그런 가짜 납치극 같은 걸 벌였을까요?”

“어디까지나 제 추측입니다만 자신이 의심받고 있다는 걸 눈치 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일을 꾸민 것이겠지요.”

“너무 허술한 게...”

“하지만 공주님은 넘어갔지요. 적어도 국왕폐하가 아닌 이상 그에게 무리하게 죄를 묻는 것은 불가능해졌습니다.”

“그건... 그렇네요.”

누군가 길을 몰아세운다면 나에게 그렇게 했듯이 이자벨이 막아설 것은 분명했다. 다소 둘러가는 방법 같긴 했지만 강력한 패를 손에 넣은 것은 틀림없으니까.

“덕분에 저도 전보다 신중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처럼 감시하는 것도 힘들겠지요. 그래서 말입니다만...”

드디어 본론에 들어선 것인지 라인할트가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여기까지 들은 이상 대충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정도는 알고 있다.

“길...과 다른 용사들의 감시 말인가요?”

한 발 앞질러서 말해보았지만 라인할트는 동요한 기색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떠신가요?”

물어오는 라인할트를 보며 나는 잠시 생각을 한 후 대답했다.




연무장 위에서 여신에게 받은 힘을 휘두르며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용사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몇 번이고 확인해봤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오른손에 힘을 모으는 이미지를 그리며 용 써봤지만 빛나는 무구도,흑염룡도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무능한 일반인일 뿐이었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조금 침울해졌다. 이래선 지구에 있을 때랑 다를 게 없잖아.

“으악!”

홀로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등을 휘갈기는 날카로운 고통이 정신을 되돌렸다.

이, 이 여자가 또 상처를 때렸어! 상처가 벌어지면 어쩌려고 이러는 거야?

항의의 뜻을 담아 소심하게 노려보자 찌르는 듯한 시선이 돌아와 조용히 눈을 깔았다.

“제 수업 중에 한눈을 팔다니 이건 어떻게 된 걸까요?”

삼각 뿔테 안경을 빛내며 베티가 회초리를 든 채 눈을 흘기고 있었다.

뭔가 데자뷰가 느껴지는 광경이다. 그 때랑 하나도 변하지 않은 내 자신이 조금 한심하면서도 자랑스러웠다.

“뭔가 할 말이라도 있으신가요?”

“아, 아니 그게 말이죠...”

탁자 너머의 베티에게 몸을 내밀며 작은 목소리로 소근 거렸다.

“이제 이렇게 빡쎄게 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말이죠... 좀 더 본업에 충실 하자고나 할까.”

용기를 내서 더 이상 때리지 말라는 뜻을 완곡하게 전하자 베티도 탁자 위로 몸을 내밀어 내게 접근했다.

순간 콧속을 파고드는 농후한 향기와 가까이서 보이는 매혹적인 베티의 얼굴 때문에 가슴이 뛰었다.

얼굴이 붉어질 것 같아서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이런 건 반칙이잖아요...

반쯤 패닉에 빠진 나를 내버려둔 채 베티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용사분들이 알고 계시는 제 본업은 당신을 가르치는 일인 걸요.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확실히 해야죠. 그리고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 괜히 더 수상해 보인답니다.”

귓가를 간질이는 베티의 숨결에 넋이 빠질 것 같았지만 간신히 이성의 끈을 붙잡았다.

분명 베티의 말이 옳았다. 조금 들떠서 제대로 주의가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반성해야지.

가까운 거리에서 이성과 비밀스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는, 원래 세계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시츄에이션에 설레고 있었더니 탁자를 두드리며 난입하는 작은 그림자가 있었다.

“뭘 둘이서 는실난실 하는 것이냐앗!”

이자벨의 노성에 깜짝 놀라서 재빨리 탁자에서 몸을 떼었다. 그러고 보니 있었지. 생각할 것이 많아서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날 밤 이자벨에게 길과 만나게 해주겠다는 본의 아닌 약속을 한 후 라인할트와의 일 때문에 잊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이자벨 쪽에서 나를 만나러 왔다.

그대로 적당히 핑계를 대며 시간을 끌다가 자연스럽게 잊혀 졌으면 하고 바랬지만 이자벨의 행동력이 내 예상을 웃돌아서 망하고 말았다.

그래서 별다른 방법 없이 훈련하는 장소까지 동행하게 된 것이다.

아직 제대로 인사조차 하지 못했지만 멀리서 보기만 해도 좋은 것인지 이자벨은 베티에게 수업을 받는 척 하고 있는 내 옆에서 길이 훈련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뾰로통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이자벨의 시선에 당황하며 변명하듯 말했다.

“아, 아니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란다.”

딸에게 외도 현장을 들킨 아버지 같은 느낌의 변명이다. 내가 내뱉었지만 참 어설프고 오해받기 좋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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