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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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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최근연재일 :
2019.11.1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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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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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25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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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DUMMY

단숨에 머리를 쪼갤 것처럼 짓쳐든 은빛의 검은 내 미간 앞에 약간의 틈도 남기지 않은 채 멈춰있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나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채 굳어 있었다.

얼굴에 닿은 금속의 차가움마저 없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길의 공격은 돌발적이고 빨랐다. 무슨 이유에선지 직전에 멈췄지만 멈출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틀렸다면 미간에 세 번째 눈이 생겼을 것이다.

눈도 깜빡이지 못한 채 뻗어 있는 팔 너머 길의 얼굴만 쳐다봤다. 길도 나를 보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눈이 마주쳤다.

어디까지나 곧고 흔들림 없는 눈빛이었다.

얼마나 그렇게 마주보고 있었을까. 시간마저 흐름을 잊은 듯한 적막 속에서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건 길이었다.

길은 내게 겨누고 있던 칼을 되돌리고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초조해했나 보군. 지금 일은 잊어다오.”

할 말을 마친 듯이 연무장을 떠나려는 길을 보고 화들짝 정신이 들었다. 아직 내 용건은 꺼내지도 못했는데 가게 놔둘 수는 없지.

“잠깐 기다려! 아직 이야기는 안 끝났다고!”

“뭐지? 나는 내일의 준비로 바쁘다. 급한 게 아니라면 다음에 해줬으면 하는데.”

돌아보지도 않은 채 길은 처내듯 내 말을 흘리고 떠나려고 했다. 나는 매달리는 심정으로 길의 뒷모습에 말을 걸었다.

“넌 그날 어째서 성 밖에 있었지? 그 타이밍에 나타난 건 우연이냐? 그리고 어떻게 처음 봤을 터인 이자벨을 알아봤고 왜 후드 입은 놈들을 놓아준 거냐?”

쭉 가슴 속에 남아있던 길에 대한 의문을 모두 쏟아 내었다. 어떻게 해서든 들어두지 않으면 머릿속에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아서였다.

길은 잠시 멈춰 고개만 돌려 나를 쳐다봤다.

“.....알려줄 이유가 없군.”

예상대로랄까 길은 역시 순순히 입을 열지 않았다.

그게 라인할트의 예상대로 길이 마왕의 첩자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뭔가 다른 일을 꾸미고 있어서 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쪽이든 나와 이자벨을 구한 그 일이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닌 것만은 분명해졌다.

길에게서 알고 싶은 것을 듣기 위해서 다음으로 준비해 왔던 카드를 꺼냈다.

“이 성에 마왕의 입김이 닿은 자가 숨어들었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건 누구한테서 들은 거지?”

지나가듯 흘린 얘기에 길이 걸려들었다. 단숨에 기세가 변해서 다시 검을 뽑을 것처럼 돌아선 길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이거 아무래도 너무 효과가 좋았던 것 같다. 놔뒀다간 이번에야 말로 진짜 머리가 두 쪽이 날 것 같아서 서둘러 말을 이었다.

“잠깐 잠깐! 지금부터 이야기 할 테니까 일단 진정해!”

맹수를 조련하는 조련사의 기분으로 금방이라도 달려들려는 길을 진정시켰다. 워워 컴다운 컴다운.

자세를 풀고 다시 의자에 앉는 길을 보며 피로가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평소보다 더 상대하기 힘든 느낌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지?”

칼을 들이대는 건 그만둔 모양이지만 여전히 사나운 기세로 노려보며 길이 말했다.

무언가에게 쫓기는 듯이 초조해 보이기도 했다. 아까 직접 말하기도 했으니 실제로 그렇겠지.

“내 얘기를 듣고 나면 너도 내가 물어본 것들을 말해줘야 겠어.”

“......꼭 들어야만 하는 건가?”

“물론. 그렇지 않으면 난 널 마왕의 첩자로서 보고할 수밖에 없다고.”

길의 눈에 다시 힘이 실렸다. 도발하듯 다소 강하게 말한 탓인지 적의마저 새어나왔다.

일단 준비는 끝난 것 같군.

머릿속으로 할 이야기를 대충 정리한 뒤 입을 열었다.

“우선 나는 라인할트경의 명령으로 국왕 암살을 꾸미는 마왕의 첩자를 찾고 있어.”

라인할트에게 들었던 내용들을 간추려서 들려주자 길은 수긍한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라인할트경도 개입하고 있었던 건가.”

“아아. 그리고 그 첩자가 누군지도 알아낸 것 같더군.”

“......! 그게 누구냐?!”

양손으로 내 어깨를 붙잡으며 묻는 길에게 나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너.”

길은 일순 눈을 크게 떴지만 곧 원래의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미안하지만 잘못 짚었다고 라인할트경에게 전해다오.”

“라인할트경은 암살 미수 사건이 있을 때마다 개인적인 일로 부재중이었던 너를 의심하고 있는 거다. 그래서 네게서 이야기를 들으려는 거고.”

“거기까지 알고 있었던 건가...”

길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윽고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먼저 말해두지. 나 또한 국왕 폐하의 명으로 마왕의 첩자를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과연. 길은 그 무서운 국왕 아저씨의 명령을 듣고 있었던 건가.

길은 그 동안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이야기 했다. 암살 시도가 있을때마다 자리를 비운 건 미연에 암살을 막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럼 이자벨을 구하러 왔던 때도?”

“공주가 수상한 자와 성 안에서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으러 다녔다. 도중에 발견했지만 공주를 데려간 네 의도를 알기 위해서 좀 더 관찰했다.”

그래서 그렇게 딱 맞는 타이밍에 나타날 수 있었던 건가. 그럴 거면 내가 당하기 전에 구해줬어도 됐었잖아.

이 부분에 대해서 얘기했더니

“네 정체를 확실히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라며 전혀 미안한 기색 없이 이야기했다. 정말로 얄미운 녀석이다.

이자벨을 한 눈에 알아본 것도 첩자를 찾으며 이미 예전부터 여러 번 봐왔기 때문이겠지.

“그 놈들을 놓아준 건 어째서냐?”

“그 자들이 공주를 내게 던지고 도망갔기 때문이다. 쫓아가서 위험을 무릅쓰는 것 보단 공주를 보호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이로써 마음속에 걸리던 부분들이 확연해졌다. 길의 말은 아마 진실이리라.

이 기계 같은 녀석이 거짓말 하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거기다 다른 거짓말쟁이를 알고 있기에 길은 믿어도 좋다고 판단했다.

“어쨌든 라인할트경이 나를 의심하고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오해를 풀고 진짜 범인을 찾는데 협력을 구하고 싶군. 남은 시간도 얼마 없으니.”

“남은 시간이라니 무슨 시간?”

길이 신경 쓰이는 소리를 해서 물어보니 한숨을 한번 쉬고는 대답해 줬다.

“내일 열리는 국왕 폐하 주최의 파티다. 마왕의 첩자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으니 그 전에 준비를 해둬야 한다.”

내일인가. 그래서 그렇게 무리하게 일을 진행한 건가. 대충이나마 그 자의 노림수를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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