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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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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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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6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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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26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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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DUMMY

“그럼 어서 라인할트경에게 가봐야겠군.”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금방이라도 자리를 뜰 것 같은 길을 말렸다. 이대로 라인할트에게 가봤자 아무런 해결도 되지 않는다.

“무슨 말이지?”

“사실 난 누가 진짜 첩자인지 알고 있거든.”

내 말을 들은 길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제 와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게 이상한 거겠지.

이미 어제부터 알고 있었지만 확신하는 데는 길의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만에 하나라도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면 큰일이니까.

그렇지만 이제 걸리는 부분도 사라졌다. 지금부터 내가 할 말이 어떤 결과를 일으킬지 상상하기도 두려웠지만 이대로 가만히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일이 흘러가게 놔둘 수는 없다.

나는 결심을 담아 입을 열었다.

“진짜 마왕의 첩자는...”

내 말을 들은 길의 눈에 확연한 동요의 빛이 깃든다. 그야 그렇겠지. 나도 처음 알았을 땐 무심코 소리를 지를 뻔 했으니까.

“......그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나?”

“아아. 내 목숨을 걸어도 좋아.”

“근거는?”

나는 대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눈칫밥을 먹으며 일생동안 갈고 닦아온 감이다.”

길은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다음날 저녁.

나는 길이 준비해 준 고급스러워 보이는 예복을 몸에 걸친 채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국왕 주체의 파티인데 평소에 입던 후줄근한 옷으로는 홀에 들어가기도 전에 제지당할 것이라는 길의 말에 일단 입기는 입었지만 진정이 되질 않았다.

소매는 쓸데없이 팔랑거리기나 하고 바지는 또 왜 이렇게 쫙 달라붙는 건지. 굉장히 부담스럽다.

익숙하지 않은 옷이라 움직임 하나에도 신경이 쓰여서 큰일이었다.

이윽고 파티의 시간이 다가와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긴장한 탓인지 조금 떨리는 손을 꽉 쥐며 방을 나섰다.

파티가 열리는 중앙 홀과는 거리고 조금 있어서 방을 나왔을 때는 주위를 돌아다니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의 고용인들은 그쪽으로 가 있는 거겠지. 기껏해야 경비병이 한두 명씩 순찰을 돌고 있을 뿐이었다.

단지 그 빈도가 너무 띄엄띄엄해서 마음먹고 숨어들려고 한다면 어렵지 않게 숨어들 수 있을 만큼 허술해 보였다.

회장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움직이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났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현악기의 소리를 따라서 화려하게 치장한 사람들이 줄을 이뤄 움직이고 있었다.

나도 그 줄의 한 곳에 서서 주변을 관찰했다. 확실히 평소에 입던 옷으로 왔더라면 단숨에 주목도 up이었을 것이다.

누구 하나 대충 차려 입은 사람 없이 모두가 비싸 보이는 옷과 장신구로 치장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서 있으려니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원래부터 이렇게 사람이 많은 장소는 불편했으니까.

순조롭게 줄이 움직이고 그 속에서 쭈뼛거리고 있던 내 차례가 다가왔다. 나는 품에 넣어뒀던 초대장을 꺼내 입구에 서 있는 경비병에게 보여줬다.

“확인했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감사합니다.”

무사히 통과해서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해서 벽 쪽으로 향했다. 나 같은 사람들은 구석탱이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곤 하는 법이다.

파티의 초대장은 길의 것을 받은 것이다. 애초에 파티의 존재조차 몰랐던 내가 초대 받았을 리 만무하니까.

길은 따로 할 일이 있어서 파티장 쪽은 내가 맡기로 했다. 솔직히 무슨 배짱으로 이런 일을 제안한 건지 지금도 미스테리다.

지구에 있었을 적의 나라면 어떤 불의를 보아도 고개를 돌린 채 못 본 척 했을 텐데 말이다.

갑자기 판타지 세계에 와서 들뜬 모양이었다. 영웅 행세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 웃기는 일이다.

공복이었지만 뭔가를 먹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넓은 홀의 곳곳에 차려진 먹음직스러운 음식들도 지금은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했다. 긴장한 탓일 것이다.

벽에 기대 선 채 바쁘게 돌아다니는 메이드들을 한 명 한 명 관찰했다. 딱히 메이드에게 흥미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녀들의 목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분주하게 음식을 나르고 그릇을 치우는 메이드들 중에 5명 정도 다른 메이드들과 차이가 있는 메이드들이 있었다.

그녀들의 목에는 푸른 리본이 매달려 있었다. 라인할트가 말한 메이드 속에 숨겨 놓은 부하들일 것이다.

만약을 위해 그녀들의 위치를 파악해두고 싶었다. 여차할 때 대처하지 못하면 말짱 꽝이 될 테니까.

“자네. 좋은 취미를 갖고 있구먼.”

놓친 메이드들이 없나 재차 확인하고 있을 때 옆에서 들어보지 못한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 메이드에게 신경이 팔려서 누가 다가오는 것도 깨닫지 못한 모양이었다. 옆을 돌아보니 머리가 하얗게 샌 노인이 나처럼 등을 벽에 기대고 메이드들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단지 노인이라고 하기엔 옷 위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잘 단련된 바위 같은 몸과 젊은이 못지않게 힘이 넘치는 강인한 얼굴이 이색적이었다.

거기다 내 가슴께 밖에 오지 않는 키가 평범한 인간이 아님을 말해줬다. 아마도 드워프이리라.

노인은 여전히 메이드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요즘 젊은 처자들은 정말로 괘씸한 몸을 하고 있구먼. 홀홀.”

뭐야. 단순한 변태 영감인가. 어느 세계에나 이런 사람은 꼭 있는 법이구나.

“흠흠. 저 처자는 엉덩이가 실로 홀홀...”

변태 영감이 옆에서 멋대로 메이드들의 감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누구는 심각하구만 옆에서 뭐하는 짓이야. 참을 수가 없구만.

“크기보다도 중요한 것은 모양입니다. 저 아가씨를 보십시오. 작지만 꽉 조여진 것이 아름답지 않습니까?”

“호오호오. 과연 그렇구먼. 아름다우이.”

“그것만이 아닙니다. 저기 저 아가씨는 엉덩이가 그리 크진 않습니다만 가슴이 작고 상체가 얇아서 엉덩이가 더욱 부각 되지요. 어떠십니까?”

내가 가리킨 메이드를 보며 눈을 빛낸 노인이 뭔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야하구먼.”

“야합니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이 세상에 훌륭하지 않은 엉덩이는 없으니까. 그렇다고 엉덩이만 훌륭한 것은 아니다. 가슴도 또한 그렇고 가슴과 엉덩이를 이어주는 허리 라인, 엉덩이에서부터 뻗어나가는 다리까지 어느 곳 하나 훌륭하지 않은 곳이 없다. 여자란 훌륭한 것이지.

“그런데 자네는 처음 보는 얼굴인데 어디서 왔는감?”

“여기 사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저도 영감님은 처음 보는 데요."

무심코 열이 올라 뜨겁게 얘기하고 말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부끄러울 노릇이다. 처음 만난 상대랑 이렇게 심도 깊은 대화를 하게 되다니.

“허허. 그래 그러면 자네가 이번에 소환됐다고 하는 용사인가?”

“뭐, 소환된 건 맞습니다만 어떻게 아셨나요?”

나도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나는 용사입니다’라고 쪽지라도 붙여진 건가?

내 물음에 노인은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이 성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갓난아기거나 다른 세계사람 정도뿐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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